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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1. 11. 29. 선고 2001헌바41 결정문 [형사소송법 제146조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안○현

국선대리인 변호사 정영덕

이유

1. 사건의 개요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청구인은 장○용과 함께 1998. 10. 15.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수원지방법원 98고단8533호로 공소가 제기되었는데, 변론 분리 후 청구인 및 위 장○용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져 법정에서의 그 각 진술 및 양인에 대한 수사 담당 경찰관인 증인 조○원, 신○식의 법정에서의 각 진술 등이 증거로 되어 1999. 8. 23.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받았고, 이에 청구인이 항소하였으나 2000. 5. 31. 같은 법원 99노3112호로 항소가 기각되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나.대법원에 사건이 계속 중 청구인은 같은 법원 2001초243호로, 형사소송법 제146조에 의하여 법원이 수사 담당 경찰관까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고 그 증언에 의하여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헌법 제10조, 신체의 자유와 법률에 의하지 않은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의 금지에 관한 헌법 제12조 제1항, 형사상 불리한 진술 강요 금지에 관한 같은 조 제2항 후단, 무죄추정의 원칙에 관한 헌법 제27조 제4항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는데, 2001. 5. 29. 대법원 2000도2933호로 청구인의 상고가 기각되면서 위 신청도 기각되자 같은 해 6. 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본건 심판의 대상은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146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146조(증인의 자격)법원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

3.청구인의 주장과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법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경찰 공무원을 증인으로 신문하여 그 진술을 청구인에 대한 공소사실의 유죄 증거로 삼은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경찰 공무원에게 증인자격을 인정하는 것은, ㉠ 소추기관의 구성원에게 증인자격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는 탄핵주의(彈劾主義)적 형사절차에서 사실상 유죄추정의 원칙이 지배하는 결과가 되어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며, ㉡ 수사단계에서 경찰 공무원은 검사의 지휘, 감독하에 있어 그 일체성이 인정되므로, 공판단계에서 이러한 지위의 경찰 공무원을 증인으로 신문한다는 것은 마치 일방 당사자인 검사에게 증인자격을 인정하는 것과 같아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고, ㉢ 경찰 공무원의 증인자격을 인정하게 되면 무기대등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도 증인자격을 인정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피고인은 증인으로서 진술을 강요받게 되어 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의 형사상 불리한 진술 강요 금지의 원칙에 반하며, ㉣ 그밖에 경찰 공무원에게 증인자격을 인정하면 명백한 증거가 없는 대다수의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선고되기 쉽다는 점에서 헌법 제10조 전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

따라서, 경찰 공무원을 증인으로 채택함에 있어서는 특히 신빙할 만한 객관적 위치에 있었던 경찰관으로 한정하거나 피고인측의 증거신청에 대하여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법원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등의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이다.

나. 대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수사 담당 경찰관이 증인으로서 증언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적법한 형사소송절차에 따른 결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증인자격을 갖는다는 규정으로서,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검사의 증인자격을 부인하는 통설의 입장에서도 공소유지검사가 아닌 수사검사의 증인자격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 담당 경찰관의 증인자격 인정을 가리켜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에게는 원칙적으로 증인자격이 없으므로 진술거부권의 침해는 없는 것이고, 형사소송법이 자유심증주의를 택하고 있는 이상 유죄판결의 가능성을 이유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훼손된다고 할 수 없다.

4. 판 단

가. 무죄추정의 원칙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 국가의 수사권은 물론 공소권, 재판권, 행형권 등의 행사에 있어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되고 그 신체의 자유를 해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인간의 존엄성을 기본권질서의 중심으로 보장하고 있는 헌법질서 내에서 형벌작용의 필연적인 기속원리가 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원칙이 제도적으로 표현된 것으로는, 공판절차의 입증단계에서 거증책임(擧證責任)을 검사에게 부담시키는 제도, 보석 및 구속적부심

등 인신구속의 제한을 위한 제도, 그리고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 금지 등이 있다.

그런데, 형사소송에 있어서 경찰 공무원은 당해 피고인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였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그 피고인에 대한 공판과정에서는 고소인이나 고발인과 마찬가지로 소송당사자가 아닌 제3자라고 할 수 있어 수사 담당 경찰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증인의 지위에 있을 수 있음을 부정할 수 없고, 이러한 증인신문 역시 공소사실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지 피고인을 유죄로 추정하기 때문이라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청구인은, 경찰 공무원이 소추기관의 구성원이므로 탄핵주의적 형사절차에서 이러한 경찰 공무원을 증인으로 신문하는 것은 사실상 공판단계에서 유죄추정의 원칙이 지배하는 결과가 된다고 주장한다.

근세 초기의 규문주의(糺問主義)적 형사절차에서는 재판기관이 수사기관, 소추기관, 재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모두 하였으므로 소송의 구조를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프랑스혁명 이후 자유민권사상이 대두되면서 도입된 탄핵주의(彈劾主義)적 형사소송제도하에 있어서는 재판기관이 수사기관 및 소추기관과 명확히 분리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우선 경찰 공무원은 소추기관의 구성원이 아니라 수사기관에 속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재판기관이 수사기관과 완전히 분리된 탄핵주의적 형사소송제도하에서 공소사실과 관련된 수사기관의 구성원을 증인으로 신문하는 것은 오히려 논리적으로 모순이 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적법절차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due process of law)은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생명·자유·재산의 침해는 반드시 합리적이고 정당한 법률에 의거해서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경우에만 유효하다는 원리로서(헌재 1997. 3. 27. 96헌가11 , 판례집 9-1, 245, 259 참조), 1987. 10. 29. 공포된 9차 개정헌법에서 처음으로 인신보호를 위한 헌법상의 기속원리로 채택되었는데, 그 의미는 누구든지 합리적이고 정당한 법률의 근거가 있고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을 당하지 아니함은 물론, 형사처벌 및 행정벌과 보안처분, 강제노역 등을 받지 아니한다고 이해되는바, 이는 형사절차상의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작용으로서 기본권 제한과 관련되든 아니든 모든 입법작용 및 행정작용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 판례집 4, 853, 877).

그런데, 본건에 있어서, 과연 수사단계에서 검사의 지휘, 감독을 받는 경찰 공무원을 증인으로 신문하는 것이 재판의 한 당사자인 검사에게 증인자격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위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우선,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할 수 있고 사법경찰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지휘를 받아 수사의 보조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한편(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 제2항,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2호)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검찰청법 제53조), 검사는 검찰권의 행사에 있어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하복종관계에 있다는 검사동일체의 원칙(검찰청법 제7조)에 따

라 검사 조직은 그 일체성이 인정되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이라는 점에서 경찰 공무원의 증인적격에 다소 의문이 있을 수는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검사는 수사기관인 동시에 소추기관이기는 하나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와 소추기관으로서의 검사는 그 법률상의 지위가 다르므로 공판에 관여하는 소송당사자로서의 검사와 사법경찰관리를 지휘, 감독하는 수사 주재자로서의 검사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고, 실체 판단의 자료가 되는 경찰 공무원의 증언내용은 공소사실과 관련된 주관적 ‘의견’이 아닌 경험에 의한 객관적 ‘사실’에 그치는 것이며, 또한 형사소송구조상 경찰 공무원은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지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경찰 공무원의 증언에 대하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반대신문권을 보장받고 있다는 점에서(형사소송법 제161조의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경찰 공무원의 증인적격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그 근거조항인 위 법 조항이 합리적이고 정당한 법률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다. 진술거부권

진술거부권은 자기부죄거부의 특권(自己負罪拒否의 特權, privilege aga-inst self - incrimination)에서 유래하는 권리로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공판절차나 수사절차에서 법원 또는 수사기관의 신문에 대하여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로 묵비권(黙秘權, right of silence)이라고도 하는바, 헌법이 진술거부권을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는 것은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을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구체적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국가적 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가치를 보장하고 나아가 비인간적인 자백의 강요와 고문을 근절하려는데 있고, 이러한 진술거부권은 형사절차에서만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행정절차이거나 국회에서의 질문 등 어디에서나 그 진술이 자기에게 형사상 불리한 경우에는 묵비권을 가지고 이를 강요받지 아니할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며, 이는 고문 등 폭력에 의한 강요는 물론 법률에 의하여서도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함을 의미한다(헌재 1998. 7. 16. 96헌바35 판례집 10-2, 159, 168; 헌재 1990. 8. 27. 89헌가118 , 판례집 2, 222, 229-230).

이와 관련하여,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심문하면서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미리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 그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고(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도682 판결 [공1992. 8. 15.(926), 2316]), 형사소송법 제289조는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에 관하여, 형사소송규칙 제127조 제1항은 인정신문 또는 검사의 기소요지 진술 후 피고인에 대한 재판장의 진술거부권 고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은, 경찰 공무원에 대하여 증인적격을 인정하게 되면 무기대등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도 증인적격을 인정하여야 하고, 그렇게 되면 피고인은 증인으로서 진술을 강요받게 되어 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의 형사상 불리한 진술 강요 금지의 원칙에 기초한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형사소송절차상 피고인의 증인적격이 부정되고 있어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소지는 없다고 보여질 뿐 아니라, 피고인은 증인이 아닌 당사자로서 그 법정진술이 직접 자신을 위한 유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 공무원에 대한 증인적격 인정이 바로 피고인에 대한 증인적격 인정으로 귀결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고, 그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경찰 공무원의 증인적격 인정과 피고인의 진술거부권 침해와의 연관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없다 할 것이다.

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청구인은, 경찰 공무원에게 증인적격을 인정하면 명백한 증거 없이 유죄의 판결이 선고되기 쉽다는 점에서 형사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훼손되므로, 법원으로서는 증인채택 대상 경찰 공무원을 특히 신빙할 만한 객관적 위치에 있었던 경찰관으로 한정하거나 피고인측의 증거신청에 대하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등의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경찰 공무원에 대한 증인적격의 인정은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기본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형사소송의 이념인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도움이 된다는 점, 그리고 증인 채택의 여부는 법원의 재량적 판단사항일 뿐 아니라 이에 불복이 있는 경우에는 이의신청이라는 불복방법에 의하여 다툴 수 있는 점(형사소송법 제296조), 또한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는 것이라는 점(자유심증주의, 같은 법 제308조)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경찰 공무원이 증언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이로써 당해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훼손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수사 담당 경찰 공무원을 증인으로 신문하는 것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거나 형사상 불리한 진술의 거부권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며, 그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그 내용에 있어서 헌법상의 기본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위 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한대현(재판장) 하경철(주심)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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