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산)][공1992.12.15.(934),3273]
가.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의 의미
나. 피용자의 사무집행상 과실로 화재를 발생케 한 경우 과실의 경중을 판단하는 기준
다. 공작물 자체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적용할 법조(= 민법 제758조 제1항 )
라. 민법 제758조 제1항 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의 의미
가.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가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한다.
나. 피용자의 사무집행상의 과실로 화재를 발생케 한 경우 피용자 과실의 경중은 그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 공작물 자체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는 민법 제758조 제1항 이 적용될 뿐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의 적용이 없다.
라. 민법 제758조 제1항 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결여한 것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본래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라 함은 공작물 자체만의 용도에 한정된 안전성만이 아니라 공작물이 현실적으로 설치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안전성을 뜻하는 것이다.
가.나.다. 실화책임에관한법률 나. 민법 제756조 다.라. 민법 제758조 제1항
가. 대법원 1991.4.9. 선고 90다11509 판결(공1991,1341) 1992.4.24. 선고 92다2578 판결(공1992,1682) 1992.10.27. 선고 92다20125결(동지) 나. 대법원 1962.10.25. 선고 62다452 판결(집10④민149) 1983.2.8. 선고 81다428 판결(공1983,489) 1987.4.28. 선고 86다카1448 판결(공1987,874) 다. 대법원 1983.12.13. 선고 82다카1038 판결(공1984,159) 라. 대법원 1988.10.24. 선고 87다카827 판결(공1988,1461) 1989.7.25. 선고 88다카21357 판결(공1989,1288) 1992.4.24. 선고 91다37652 판결(공1992,1678)
원고 1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정동 외 1인
한보기업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피고 및 피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고 1이 실기사로 승선 중이던 피고 소유의 참치잡이 원양어선인 제3한보호(이하 피고 선박이라 한다)가 1987.7.30. 싱가포르 외항에 입항하여 그 곳에 정박중인 싱가포르 선적의 소외 킹스테이트오일(Kingstate oil)회사 소속 급유선인 라이언 오션(Lion Ocean)호로부터 선박연료유(Marine Gas Oil) 260킬로미터를 급유받게 된 사실, 위 급유작업은 피고 선박의 기관장인 소외 1의 지시, 감독하에 같은 날 12:00경 위 급유선을 피고 선박의 우현에 계류시킨 다음 급유선으로부터 직경 약 12센티미터 가량의 송유호스를 넘겨받아 이를 피고 선박의 선수유류탱크쪽으로 끌고 가 유류탱크 맨홀 뚜껑을 열어 그 속으로 호스를 넣고 같은 날 12:13경부터 급유를 시작하였는데, 급유개시 후 약 4분이 경과하였을 무렵 원고 1, 소외 2, 소외 3 등이 유류탱크 위 선수창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같은 날 12:18경 연료유에서 발생된 가연성가스가 갑자기 연소폭발하면서 그 화염이 위 원고 등을 덮쳐 위 원고가 화상을 입은 사실, 위 선박연료유는 기화성이 강한 방카 에이(Bunker A)유이어서 이로부터 가연성가스가 발생하고 이 가연성가스의 공기중 혼합농도가 일정범위에 이르면 스파크나 마찰열, 정전기 등에 의해서도 쉽게 연소폭발될 수 있으므로 유류탱크는 가연성가스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흩어질 수 있는 곳에 위치하여야 하고, 선박연료유의 주입구는 연료주입시 발생하는 가연성가스가 공기중으로 쉽게 흩어질 수 있는 개방된 갑판 위에 설치되어야 하며, 송유호스와 연료주입구는 유류의 종류, 사용상황 및 접촉면의 상태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재질의 연결기구나 덮개 등을 설치 사용함으로써 가연성가스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견고하게 결합시킨 다음 급유작업을 하여야 하는데도, 피고 선박의 선수유류탱크는 밀폐된 선수창고의 밑에 설치되어 있는데다가 갑판 위에 연료주입구가 따로 설치되어 있었으나 주입구의 직경이 너무 작아서 위 급유선의 송유호스와 그대로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피고 선박에는 서로 직경이 다른 연료주입구와 송유호스를 연결하는데 사용할 만한 적당한 연결기구도 비치되어 있지 아니하였던 사실, 위 사고당시 송유호스를 넣어 급유작업을 하던 맨홀은 가로 직경 67센티미터, 세로 직경 50센티미터 가량의 타원형의 구멍으로서 선수창고바닥에 설치되어 있으며, 원래 작업자들이 유류탱크의 내부를 청소하거나 점검할 때 위 선수창고로부터 위 맨홀 뚜껑을 열고 그 밑에 있는 유류탱크로 출입하기 위하여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어서 송유호스를 견고하게 고정시키거나 연결부위를 덮어 가스의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전혀 갖추지 못하였던 사실, 따라서 직경이 12센티미터에 불과한 송유호스로 위와 같이 직경이 큰 맨홀을 통하여 그대로 급유를 하게 되면 기름이 탱크에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가연성가스가 쉽게 위 선수창고 내부의 밀폐된 공간으로 올라와 차게 되고, 또한 송유호스가 넓은 공간 내에서 요동치면서 유류탱크 내벽 등에 충격 또는 마찰되기가 매우 용이하였던 사실, 그런데도 위 소외 1이나 소외 4 등은 위 맨홀뚜껑을 열고 송유호스를 40-50센티미터 가량 그 안으로 넣은 다음 이를 맨홀의 조임볼트부분에 밧줄로 묶기만 하고서 그대로 급유작업을 강행하였고, 유류탱크주위에서 급유상태를 계속 확인 점검할 인원을 배치하지도 아니한 채 방치함으로써 송유시에 발생한 압력으로 송유호스가 요동치면서 송유호스 끝부분에 설치된 철재밴드 및 클립 등이 유류탱크 내벽에 충격, 마찰되고 여기서 발생한 열기에 의해 유류탱크 및 위 선수창고부분에 차 있는 가연성가스가 연소폭발되어 위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사고는 피고 선박의 원래의 연료주입구가 너무 작아 송유호스의 규격에 맞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송유호스와 연결할 만한 적절한 장치가 결여되어 있었고, 임시로 연료주입구로 사용하던 위 맨홀부분에도 가연성가스의 유출을 방지할 만한 연결기구나 덮개가 없었을 뿐 아니라 송유호스의 고정시설, 유류탱크 내벽의 충격방지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지 아니하였고, 이로 인해 유출된 가연성가스가 유류탱크 상부의 밀폐된 선수창고에 차서 밖으로 쉽게 배출될 수도 없는 상태에 있었던 위 선박급유관계시설물들의 설치, 보존상의 하자와, 위 선박용 연료유가 기화성이 강한 유류임을 잘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피고의 피용자들인 위 소외 1이나 소외 4 등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위와 같이 안전장치가 전혀 결여된 맨홀 구멍을 통하여 급유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위 맨홀 구멍으로 급유를 하였을 뿐 아니라, 유류탱크부분의 급유상태를 지켜 보지도 아니한 채 방치하다가 피고 선박에 실습생으로 처음 승선한지 겨우 보름 남짓 밖에 되지 아니한 원고 1로 하여금 급유상태를 확인하도록 지시한 위 급유작업상의 중대한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 사고선박의 점유자 겸 소유자이자 위 소외 1 등의 사용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피용자의 그 사무집행상의 과실로 화재를 발생케 한 경우 피용자과실의 경중(경중)은 그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는 것이 당원의 견해이다( 1990.6.12. 선고 88다카2 판결 , 1987.4.28. 선고 86다카1448 판결 각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는 위 급유선의 송유호스가 요동치면서 송유호스 끝부분에 설치된 철재밴드 및 클립 등이 유류탱크 내벽에 충격, 마찰되고 여기서 발생한 열기에 의해 유류탱크 및 위 선수창고부분에 차 있는 가연성가스가 연소폭발되어 발생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의 피용자들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려면 이들이 위 선박용 연료유인 방카에 이유가 기화성이 강한 유류임을 잘 알고 있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위와 같이 안전장치가 전혀 결여된 맨홀 구멍을 통하여 급유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던 경우, 즉 위 피용인들과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방카에 이유를 맨홀을 통하여 그대로 급유하게 되면 기름이 유류탱크에 떨어지면서 가연성가스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거나, 송유호스밴드가 철로만 만들어진 경우 유류탱크 내벽과 마찰되면 스파크현상 등으로 열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고, 또 피고의 피용인들과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송유호스밴드를 조사하면 철로만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손쉽게 알 수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에서 지적한 사실들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자세히 심리하여 보지도 아니한 채 만연히 피고의 피용인들에게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고 말았음은 같은 법 소정의 중대한 과실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다만 공작물 자체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는 민법 제758조 제1항 이 적용될 뿐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 없는 것인바( 당원 1983.12.13. 선고 82다카1038 판결 참조), 민법 제758조 제1항 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결여한 것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본래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라 함은 그 공작물 자체만의 용도에 한정된 안전성만이 아니라 그 공작물이 현실적으로 설치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안전성을 뜻하는 것이다 ( 당원 1988.10.24. 선고 87다카827 판결 참조).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특히 원심의 현장검증결과)에 의하면 원양어선인 피고 선박에 설치된 연료주입구는 우리 나라나 일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급유선의 호스의 크기와는 맞지 않아 타국에서 유류를 주유할 때에는 통상 원심판시 맨홀을 통하여 유류를 유류탱크에 주입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의하면 위 맨홀은 현실적으로 유류주입구로도 사용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위 맨홀은 본래의 용도인 유류탱크 내부의 청소나 점검을 위한 안전성뿐만 아니라 유류주입구로서의 안전성도 갖추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선박연료주입구는 연료주입시 가연성가스가 유출되지 않는 시설을 갖추거나 또는 유출된 가연성가스가 공기중으로 쉽게 흩어질 수 있는 곳에 설치되어야만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바,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맨홀이 위와 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았고 위와 같은 장소에 설치되어 있지도 아니하여 위 맨홀이 연료주입구로서 갖추어야할 안전성을 결여한 하자가 있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점유자 겸소유자로서 위와 같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직접 발생한 이 사건 화재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의 이유설시 중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이 없으므로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