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의 의미
나. 포목상을 경영하는 자가 점포 아궁이에 연탄불을 피우고 철판을 덮어 두었는데 철판이 달아올라 문턱을 태우고 불이 번져 점포와 포목원단 등을 소훼하고, 인접한 점포도 전소케 한 경우 전에도 철판이 달아오른 것을 발견한 인근주민이 개수하라고 권유하였던 사정 등에 비추어 위 화재는 그의 중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가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한다.
나. 포목상을 경영하는 자가 점포 아궁이에 연탄불을 피우고 철판을 덮어 두었는데 철판이 달아올라 문턱을 태우고 불이 번져 점포와 포목원단 등을 소훼하고, 인접한 점포도 전소케 한 경우 위 아궁이가 원래부터 문턱과 너무 가까워 몇 달 전에도 문턱부분이 불에 타 보수공사를 한 일이 있고, 화재발생 1개월 전부터 추운 날 밤에도 그 점포의 굴뚝에서 불꽃이 나오고 굴뚝이 달아 있는 것이 목격되었으며, 여러 차례 아궁이를 덮은 쇠판이 달아오른 것을 인근주민이 발견하고 화재의 위험이 없도록 개수하라고 권유하였던 사정 등에 비추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것이므로, 위 화재는 그의 중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문기환 소송대리인 변호사 노영록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선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피고는 강원 명주군 소재 목조스레트지붕 단층상가건물 내의 점포에서 서로 인접하여 포목상회 1 및 포목상회 2라는 상호로 포목점을 경영하고 있는 자들로서, 피고는 1989.12.6. 시간불상경 자신이 경영하던 포목상회 2 출입문의 문턱 가까이에 위치한 연탄아궁이에 연탄불을 피우고 철판으로 된 덮개로 아궁이 위를 덮어 두었는데, 다음날 03:40경 위 아궁이 안의 연탄불이 과열되어 그 위를 덮은 철판이 달아오르면서 이에 근접한 위 목재문턱을 태우고 위 문턱에 접한 비닐장판과 문턱 근처의 방안에 쌓아 둔 포목원단 등에 차례로 불이 번져 포목상회 2의 건물 및 포목원단 등을 소훼하고, 계속하여 그에 인접한 원고 소유의 포목상회 1점포 약 14.5평과 포목원단 등을 전소케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화재는 피고의 중대한 과실에 기인하여 발생하였으니 민법 제750조 및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앞서 본 거시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반 사정, 즉 피고는 포목상회 2 점포에서 십수년 간 포목상을 경영하면서 이 사건 화재발생 당시와 같은 방법으로 연탄아궁이에 연탄을 피워 난방을 하여 왔을 뿐만 아니라 종종 연탄불을 피워둔 채 귀가하였음에도 화재가 발생하지 아니하였고, 위 아궁이는 연탄을 피울 경우 그 위에 3중으로 뚜껑을 덮을 수 있도록 3단계의 계단식 원형으로 설치되어 있어 통상 연탄 바로 위에 둥근 모양의 쇠뚜껑을, 그 위에 연탄보일러 뚜껑을, 맨위에 사각형의 철판 뚜껑을 각 덮는 상태로 연탄을 피워 왔으며, 또한 아궁이는 출입문 문턱에서 아궁이 바깥까지 약 11센티미터 가량 거리를 두고 설치되어 있어 연탄의 화력이 3중의 뚜껑을 통하여 그로부터 11센티미터 떨어진 출입문의 문턱에 인화되리라고 쉽게 예견할 수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비록 화재발생시에 쉽게 연소될 수 있는 위 목재로 된 점포의 문턱에서 가까운 거리에 역시 쉽게 연소될 수 있는 포목원단 등을 쌓아 두고 연탄불을 피워둔 채 귀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피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가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한다 고 할 것인바( 당원1991.4.9. 선고 90다11509 판결 ; 1990.6.12. 선고 88다카2 판결 참조),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4호증의 2, 10, 갑 제5호증의 8, 17, 21, 갑 제6호증의 2, 9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점포의 아궁이는 원래부터 문턱과 너무 가까워 1989년 봄에도 문턱부분이 불에 타 세멘트를 바르고 약간 거리를 띄우는 보수공사를 한 일이 있고, 이 사건 화재발생전 약 1개월 전부터 날이 추운 경우 밤에도 포목상회 2의 연탄굴뚝에서 불꽃이 나오고 굴뚝이 벌겋게 달아 있는 것이 청소부인 남기석에게 목격되었고, 특히 이 사건 전 어느날새벽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 연탄아궁이를 덮은 쇠판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인근주민 김선화가 발견하고 피고에게 화재의 위험이 없도록 개수하라고 권유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여기에다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모두어 보면 피고는 원심 인정과 같은 경위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이 사건 화재는 피고의 중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만을 인정한 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이 사건 화재가 피고의 중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였음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소정의 중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니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