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채권양도인이 이미 양도된 채권을 추심하여 임의로 사용한 사안에서 횡령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된 사건〉[공2022하,1510]
판시사항

[1] 채권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는 등으로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않은 채 채무자로부터 양도한 채권을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에 관하여 채권양수인을 위해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소극) 및 채권양도인이 위 금전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 건물의 임차인인 피고인이 임대인 갑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을에게 양도하였는데도 갑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고 갑으로부터 남아 있던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보관하던 중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임대차보증금으로 받은 금전의 소유권은 피고인에게 귀속하고, 피고인이 을을 위한 보관자 지위가 인정될 수 있는 신임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채권양도에서 횡령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채권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는 등으로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않은 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의 소유권은 채권양수인이 아니라 채권양도인에게 귀속하고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양도 채권의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채권양도인이 위와 같이 양도한 채권을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에 관하여 채권양수인을 위해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권양도인이 위 금전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채권양도에 의하여 양도된 채권이 동일성을 잃지 않고 채권양도인으로부터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되더라도, 채권양도인이 양도한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금전의 소유권 귀속은 채권의 이전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채권 자체와 채권의 목적물인 금전은 엄연히 구별되므로, 채권양도에 따라 채권이 이전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채권의 목적물인 금전의 소유권까지 당연히 채권양수인에게 귀속한다고 볼 수 없다.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후에 스스로 양도한 채권을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에 대해서는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 사이에 어떠한 위탁관계가 설정된 적이 없다. 채권양수인은 채권양도계약에 따라 채권양도인으로부터 채권을 이전받을 뿐이고, 별도의 약정이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채권양도인에게 채권의 추심이나 수령을 위임하거나 채권의 목적물인 금전을 위탁한 것이 아니다.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기 전 채권양도인과 채무자, 채권양수인 세 당사자의 법률관계와 의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채권양도인이 채무자로부터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대신 금전을 수령하였다거나, 그 밖에 다른 원인으로 채권양도인이 수령한 금전의 소유권이 수령과 동시에 채권양수인의 소유로 되었다고 볼 수 없다. 금전의 교부행위가 변제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이 상대방에게 교부됨으로써 그 소유권이 상대방에게 이전된다. 따라서 채무자가 채권양도인에게 금전을 지급한 것은 자신의 채권자인 채권양도인에게 금전의 소유권을 이전함으로써 유효한 변제를 하여 채권을 소멸시킬 의사에 따른 것이고, 채권양도인 역시 자신이 금전의 소유권을 취득할 의사로 수령한 것이 분명하다. 채권양수인의 의사는 자신이 채권을 온전히 이전받아 행사할 수 있도록 대항요건을 갖추어 달라는 것이지, 채권양도인으로 하여금 대신 채권을 추심하거나 금전을 수령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횡령죄에서 재물의 타인성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가 유지해 온 형법상 금전 소유권 개념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금전의 소유권은 채권양도인에게 귀속할 뿐이고 채권양수인에게 귀속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과 사이에 채권양도계약 또는 채권양도의 원인이 된 계약에 따른 채권·채무관계에 있을 뿐이고,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의 양도에 관한 의사 합치에 따라 채권이 양수인에게 이전되고, 채권양도인은 채권양도계약 또는 채권양도의 원인이 된 계약에 기초하여 채권양수인이 목적물인 채권에 관하여 완전한 권리나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 즉, 채권양도인은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승낙을 받음으로써 채권양수인이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도록 할 계약상 채무를 진다. 이와 같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으로 하여금 채권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해 주지 않은 채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직접 추심하여 채무자로부터 유효한 변제를 수령함으로써 채권 자체를 소멸시키는 행위는 권리이전계약에 따른 자신의 채무를 불이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에게 채권양도와 관련하여 부담하는 의무는 일반적인 권리이전계약에 따른 급부의무에 지나지 않으므로,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어떠한 재산상 사무를 대행하거나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다.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은 통상의 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에 있을 뿐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신임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최근 10여 년 동안 판례의 흐름을 보면,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아닌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배임죄나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해 왔다. 종전 판례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는 등으로 채권양수인에게 완전한 권리를 이전해 주지 않은 채 자신이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고 금전을 수령하여 사용한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결론은 최근 판례의 흐름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

종전 판례를 유지하게 되면 대법원 선례와의 관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형사처벌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즉, 부동산 임차권, 일반 동산, 권리이전에 등기·등록을 필요로 하는 동산, 주권 발행 전 주식, 수분양권 등의 양도와는 달리 금전채권 양도의 경우만 그 불이행을 배임죄나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구별이다. 금전채권 양도의 경우에는 부동산 매매와 같은 거래 현실의 특수성을 인정할 만한 예외적 사정도 없다. 그런데도 당사자 관계가 동일한 권리이전계약 가운데 금전채권 양도의 경우만 차별적 취급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금전채권 양도에 관하여 배임죄가 문제 되는 경우와 횡령죄가 문제 되는 경우를 달리 취급하여 횡령죄의 경우에만 성립을 인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부당하다.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양도 채권 자체를 제3자에게 처분·환가하여 배임죄로 기소된 경우에는 무죄라고 하면서도, 양도 채권을 직접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을 사용함으로써 횡령죄로 기소된 경우에는 유죄라고 할 정당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위 두 경우 모두 권리이전계약을 불이행한 행위의 본질이 서로 같고, 이로 말미암아 채권양도인이 얻는 경제적 이익과 채권양수인에게 발생하는 채권 상실의 결과가 같다. 그런데도 형사처벌에 관해서 두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다.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종전 판례의 법리는 권리의 귀속자인 채권양수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여전히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채권양도인이 이미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 행위로서 횡령죄가 성립한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분명하고 타당한 결론을 변경하고자 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첫째, 채권양수인에 대한 재산권의 준물권적 이전·귀속 상태를 고려하여 채권양도 당사자 및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와 의사를 실질적으로 살펴보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양도된 채권을 추심하거나 채무자의 변제제공에 응하여(이하 반대의견에서는 금전을 수령한 것이 추심한 것이든 변제제공에 응한 것이든 구별하지 않고 통틀어 추심한 것이라고만 기재한다) 금전을 수령한 경우 원칙적으로 그 금전은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수령한 것으로서 채권양수인의 소유에 속한다.

둘째,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에게 대항요건 구비의무를 불이행하거나 추심한 금전을 전달하지 않는다면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재산권은 유지·보전될 수 없으므로, 채권양도인은 실질적으로 채권양수인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를 대행하는 지위에 있다. 따라서 채권양도인이 양도된 채권을 추심하여 채무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에 관하여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종전 판례를 변경할 경우 횡령죄에 관한 선례들과 비교하여 배신성이 보다 가벼운 사안에서는 처벌이 긍정되고 배신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사안에서는 처벌이 부정됨으로써 형사처벌의 공백과 불균형이 발생한다. 동일한 구성요건인 횡령죄 내에서의 이러한 체계상 혼란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문제이다.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종전 판례는 여전히 타당하므로 변경할 필요가 없다.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의 대가를 모두 수령하여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은 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사용한 경우에 원칙적으로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한 종전 판례의 취지는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둘째,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으로부터 채권양도의 원인이 된 계약에 따른 채권양도의 대가를 확정적으로 지급받지 못한 경우와 같이,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충족시켜 완전한 권리를 이전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항변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판례가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건물의 임차인인 피고인이 임대인 갑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을에게 양도하였는데도 갑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고 갑으로부터 남아 있던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보관하던 중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을과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하고 갑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갑으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남아 있던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였더라도 임대차보증금으로 받은 금전의 소유권은 피고인에게 귀속할 뿐 을에게 귀속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한 피고인과 을은 통상의 권리이전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에 있을 뿐 피고인이 을을 위한 보관자 지위가 인정될 수 있는 신임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채권양도에서 횡령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공1999상, 978)(변경)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변경)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11014 판결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7. 2. 10. 선고 2015노404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사건 개요와 쟁점

가. 공소사실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하였는데도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고 임대인으로부터 남아 있던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

나. 원심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하고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한다는 사정을 인식한 상태에서 고의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소비함으로써 횡령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은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등(이하 ‘종전 판례’라 한다)에서 선언한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전제로 한 것이다. 채권양도의 당사자 사이에서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양도 채권의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양도인의 사무처리를 통하여 채권양수인은 유효하게 채무자에게 채권을 추심할 수 있다는 신임관계가 전제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채권양도의 당연한 귀결로서 그 금전을 자신에게 귀속시키기 위하여 수령할 수는 없고, 오로지 채권양수인에게 전달해 주기 위해서만 수령할 수 있을 뿐이어서, 채권양도인이 수령한 금전은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 사이에서 채권양수인의 소유에 속한다. 여기에다가 위와 같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채권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채권양도인은 위 금전을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

다. 이 사건 쟁점

쟁점은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재물의 타인성과 보관자 지위의 인정 여부이다. 이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그 금전은 채권양도인이 아니라 채권양수인이 소유하고, 나아가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채권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본 종전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이다.

2. 이 사건 쟁점에 관한 판단

채권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는 등으로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않은 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의 소유권은 채권양수인이 아니라 채권양도인에게 귀속하고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양도 채권의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채권양도인이 위와 같이 양도한 채권을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에 관하여 채권양수인을 위해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권양도인이 위 금전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가.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재물의 타인성

(1)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재물을 횡령하는 것을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횡령의 대상이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이어야 한다. 종전 판례는 채권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고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채권양도의 당연한 귀결로서 금전이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 사이에서 채권양수인의 소유에 속하게 된다는 전제에서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채권양도에 의하여 양도된 채권이 동일성을 잃지 않고 채권양도인으로부터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되더라도, 채권양도인이 양도한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금전의 소유권 귀속은 채권의 이전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채권 자체와 채권의 목적물인 금전은 엄연히 구별되므로, 채권양도에 따라 채권이 이전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채권의 목적물인 금전의 소유권까지 당연히 채권양수인에게 귀속한다고 볼 수 없다 .

(2) 판례는 금전의 횡령이 문제 된 경우 재물의 타인성을 인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일반적인 재물과 동일하게 민법, 상법 그 밖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보면서도, 일정한 경우 민법상 소유권과는 다른 형법상 금전 소유권 개념을 인정해 왔다.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전은 정해진 목적과 용도에 사용될 때까지 이에 대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고(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2939 판결 ,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도6733 판결 등 참조), 금전의 수수를 수반하는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자가 위임자를 위하여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령과 동시에 위임자의 소유에 속한다고 하였다( 대법원 1995. 11. 24. 선고 95도1923 판결 ,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134 판결 등 참조). 이때 수령한 금전이 위임자를 위하여 수령한 것인지는 수령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의 성질과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3627 판결 ,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041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후에 스스로 양도한 채권을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에 대해서는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 사이에 어떠한 위탁관계가 설정된 적이 없다. 채권양수인은 채권양도계약에 따라 채권양도인으로부터 채권을 이전받을 뿐이고, 별도의 약정이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채권양도인에게 채권의 추심이나 수령을 위임하거나 채권의 목적물인 금전을 위탁한 것이 아니다 .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기 전 채권양도인과 채무자, 채권양수인 세 당사자의 법률관계와 의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채권양도인이 채무자로부터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대신 금전을 수령하였다거나, 그 밖에 다른 원인으로 채권양도인이 수령한 금전의 소유권이 수령과 동시에 채권양수인의 소유로 되었다고 볼 수 없다. 금전의 교부행위가 변제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이 상대방에게 교부됨으로써 그 소유권이 상대방에게 이전된다 (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1101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채무자가 채권양도인에게 금전을 지급한 것은 자신의 채권자인 채권양도인에게 금전의 소유권을 이전함으로써 유효한 변제를 하여 채권을 소멸시킬 의사에 따른 것이고, 채권양도인 역시 자신이 금전의 소유권을 취득할 의사로 수령한 것이 분명하다. 채권양수인의 의사는 자신이 채권을 온전히 이전받아 행사할 수 있도록 대항요건을 갖추어 달라는 것이지, 채권양도인으로 하여금 대신 채권을 추심하거나 금전을 수령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

(3) 횡령죄에서 재물의 타인성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가 유지해 온 형법상 금전 소유권 개념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금전의 소유권은 채권양도인에게 귀속할 뿐이고 채권양수인에게 귀속한다고 볼 수 없다 .

나. 채권양도인의 채권양수인을 위한 보관자 지위

(1)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한다. 여기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종전 판례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채권의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이러한 채권양도인의 사무처리를 통하여 채권양수인이 유효하게 채권을 추심할 수 있는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 이를 근거로 횡령죄에서 보관자 지위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과 사이에 채권양도계약 또는 채권양도의 원인이 된 계약에 따른 채권·채무관계에 있을 뿐이고,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

(2) 매매, 교환 등과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대가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쌍방이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임이 원칙이다(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또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또는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할 때에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근거하여 대법원은 부동산 임차권의 양도, 일반 동산의 매매, 권리이전에 등기·등록을 필요로 하는 동산의 매매, 주권 발행 전 주식의 양도, 수분양권의 매매 등의 사안에서, 양도인이 권리이전계약에 따라 양수인에게 부담하는 권리이전의무는 자기의 사무에 지나지 않으므로, 양도인은 양수인을 위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도2184 판결 , 위 대법원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도6057 판결 , 대법원 2020. 10. 22. 선고 2020도6258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1. 7. 8. 선고 2014도1210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대법원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계약 상대방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 있지 않은 이상 계약의 이행 단계에 따라 계약 상대방에게 계약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가 귀속되었다고 하더라도 계약상 급부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전제에서, 동산 양도담보설정계약 등을 체결한 채무자가 담보 목적물의 임의 처분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상실시키는 행위에 대하여 채권자의 담보권 취득 전후를 묻지 않고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 위 대법원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주권 발행 전 주식 양도의 경우 지명채권 양도와 같이 양도인과 양수인의 의사 합치만으로 권리의 이전·귀속이 이루어지지만, 양도인이 양도된 주식에 관하여 양수인에게 회사 이외의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어야 할 계약상 채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이는 자기의 사무이고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고 보아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한 행위에 대해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위 대법원 2015도6057 판결 등 참조).

(3) 채권양도계약에 따른 채권양도인의 지위도 이와 달리 볼 수 없다.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의 양도에 관한 의사 합치에 따라 채권이 양수인에게 이전되고, 채권양도인은 채권양도계약 또는 채권양도의 원인이 된 계약에 기초하여 채권양수인이 목적물인 채권에 관하여 완전한 권리나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 즉, 채권양도인은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승낙을 받음으로써 채권양수인이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도록 할 계약상 채무를 진다. 이와 같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으로 하여금 채권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해 주지 않은 채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직접 추심하여 채무자로부터 유효한 변제를 수령함으로써 채권 자체를 소멸시키는 행위는 권리이전계약에 따른 자신의 채무를 불이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

따라서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에게 채권양도와 관련하여 부담하는 의무는 일반적인 권리이전계약에 따른 급부의무에 지나지 않으므로,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어떠한 재산상 사무를 대행하거나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다.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은 통상의 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에 있을 뿐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신임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

다. 판례의 방향성

(1) 최근 10여 년 동안 판례의 흐름을 보면,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아닌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배임죄나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해 왔다 .

위에서 보았듯이 부동산 임차권의 양도, 일반 동산의 매매, 권리이전에 등기·등록을 필요로 하는 동산의 매매, 주권 발행 전 주식의 양도, 수분양권의 매매 등의 사안에서, 양도인이 양도한 재산권에 관한 권리이전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재산권 자체 또는 재산권을 행사하여 취득한 결과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부동산 및 동산의 양도담보설정계약·저당권설정계약,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동산담보설정계약,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과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에 따른 저당권설정계약, 부동산 담보가등기 설정계약, 주권발행 전 주식 양도담보설정계약 등의 사안에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계약에 따라 자신의 재산권을 담보 등으로 제공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담보 등으로 제공한 재산권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 위 대법원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 위 대법원 2020도6258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6도8447 판결 , 대법원 2021. 1. 28. 선고 2014도8714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기존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다른 금전채권을 채권자에게 양도한 금전채권 양도담보설정계약 사안에서도 채무자가 채권자를 위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임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아,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사용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12927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사안에서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채권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하였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 2021. 7. 15. 선고 2015도5184 판결 참조).

한편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종래 견해를 유지하였다(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부동산은 국민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부동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고도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법적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정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위 대법원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에서 본 다른 사안들과는 구별된다.

(2)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흐름은 배임죄에 관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태도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행위를 형사법상 배신적 행위로 확대해석하여 배임죄나 횡령죄의 성립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흐름에 배치될 수 있다. 설령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양도인 등이 채무불이행 상태를 스스로 야기하고도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에 비난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일관성이 없이 평가모순 상황을 초래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종전 판례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는 등으로 채권양수인에게 완전한 권리를 이전해 주지 않은 채 자신이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고 금전을 수령하여 사용한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결론은 최근 판례의 흐름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 .

(3) 종전 판례를 유지하게 되면 위에서 본 대법원 선례와의 관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형사처벌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즉, 부동산 임차권, 일반 동산, 권리이전에 등기·등록을 필요로 하는 동산, 주권 발행 전 주식, 수분양권 등의 양도와는 달리 금전채권 양도의 경우만 그 불이행을 배임죄나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구별이다. 금전채권 양도의 경우에는 부동산 매매와 같은 거래 현실의 특수성을 인정할 만한 예외적 사정도 없다. 그런데도 당사자 관계가 동일한 권리이전계약 가운데 금전채권 양도의 경우만 차별적 취급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

금전채권 양도에 관하여 배임죄가 문제 되는 경우와 횡령죄가 문제 되는 경우를 달리 취급하여 횡령죄의 경우에만 성립을 인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부당하다.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양도 채권 자체를 제3자에게 처분·환가하여 배임죄로 기소된 경우에는 무죄라고 하면서도, 양도 채권을 직접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을 사용함으로써 횡령죄로 기소된 경우에는 유죄라고 할 정당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위 두 경우 모두 권리이전계약을 불이행한 행위의 본질이 서로 같고, 이로 말미암아 채권양도인이 얻는 경제적 이익과 채권양수인에게 발생하는 채권 상실의 결과가 같다. 그런데도 형사처벌에 관해서 두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다 .

(4) 이와 같이 종전 판례는 최근 판례의 흐름이나 다양한 사안에서 확립된 선례의 입장과 실질적으로 상충되고, 이로 말미암아 해결하기 어려운 형사처벌의 불균형을 야기하므로, 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3. 판례 변경

이와 달리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한 채권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는 등으로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기 전에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그 금전은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 사이에서 채권양수인의 소유에 속하고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채권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보관자 지위가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채권양도인이 위 금전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4.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판단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임대인으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남아 있던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였더라도, 임대차보증금으로 받은 금전의 소유권은 피고인에게 귀속할 뿐이고 피해자에게 귀속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한 피고인과 피해자는 통상의 권리이전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에 있을 뿐이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한 보관자 지위가 인정될 수 있는 신임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재물의 타인성과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단에는 채권양도에서 횡령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결론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과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6.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가. 종전 판례 및 반대의견의 요지

(1) 다수의견이 변경하고자 하는 종전 판례인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채권양도는 채권을 하나의 재화로 다루어 이를 처분하는 계약으로서, 채권 자체가 동일성을 잃지 아니한 채 채권양도인으로부터 채권양수인에게로 바로 이전한다. 이 경우 채권양수인으로서는 채권자의 지위를 확보하여 채무자로부터 유효하게 채권의 변제를 받는 것이 목적인바, 우리 민법은 채무자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으로서 채무자에 대한 채권양도의 통지 또는 채권양도에 대한 채무자의 승낙을 요구하고, 채무자에 대한 통지의 권능을 채권양도인에게만 부여하고 있으므로, 채권양도인은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채권양도 승낙을 받음으로써 채권양수인으로 하여금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줄 의무를 부담한다. 그리고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타인에게 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하여 채무자에게 그 양도통지를 하는 등 대항요건을 갖추어 줌으로써 채권양수인이 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되면 채권양수인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므로, 채권양도인이 이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채권양수인으로 하여금 원만하게 채권을 추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도 당연히 포함된다.

채권양도인의 이와 같은 적극적·소극적 의무는 이미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고, 그 채권의 보전 여부는 오로지 채권양도인의 의사에 매여있는 것이므로, 채권양도의 당사자 사이에서는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양수채권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채권양도의 당사자 사이에서는 채권양도인의 사무처리를 통하여 채권양수인이 유효하게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할 수 있다는 신임관계가 전제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아직 대항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이상 채무자가 채권양도인에 대하여 한 변제는 유효하고, 그 결과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되었던 채권은 소멸하지만, 이는 이미 채권을 양도하여 그 채권에 관한 한 아무런 권리도 가지지 아니하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에 대한 변제로서 수령한 것이므로, 채권양도의 당연한 귀결로서 그 금전을 자신에게 귀속시키기 위하여 수령할 수는 없는 것이고, 오로지 채권양수인에게 전달해 주기 위하여서만 수령할 수 있을 뿐이어서, 채권양도인이 수령한 금전은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 사이에서 채권양수인의 소유에 속하고, 여기에다가 위와 같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채권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채권양도인은 이를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채무자로부터 지급받은 금전 중 채권양도된 부분은 채권양수인의 소유에 속하고,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이를 보관하는 자로서 채권양수인에게 돌려주지 아니하고 처분한 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

(2) 이러한 종전 판례의 법리는 권리의 귀속자인 채권양수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여전히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채권양도인이 이미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 행위로서 횡령죄가 성립한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분명하고 타당한 결론을 변경하고자 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

첫째, 채권양수인에 대한 재산권의 준물권적 이전·귀속 상태를 고려하여 채권양도 당사자 및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와 의사를 실질적으로 살펴보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양도된 채권을 추심하거나 채무자의 변제제공에 응하여(이하 반대의견에서는 금전을 수령한 것이 추심한 것이든 변제제공에 응한 것이든 구별하지 않고 통틀어 추심한 것이라고만 기재한다) 금전을 수령한 경우 원칙적으로 그 금전은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수령한 것으로서 채권양수인의 소유에 속한다 .

둘째,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에게 대항요건 구비의무를 불이행하거나 추심한 금전을 전달하지 않는다면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재산권은 유지·보전될 수 없으므로, 채권양도인은 실질적으로 채권양수인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를 대행하는 지위에 있다. 따라서 채권양도인이 양도된 채권을 추심하여 채무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에 관하여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

셋째, 종전 판례를 변경할 경우 횡령죄에 관한 선례들과 비교하여 배신성이 보다 가벼운 사안에서는 처벌이 긍정되고 배신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사안에서는 처벌이 부정됨으로써 형사처벌의 공백과 불균형이 발생한다. 동일한 구성요건인 횡령죄 내에서의 이러한 체계상 혼란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문제이다 .

나. 채권양도인이 채무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의 소유권 귀속

(1) 채권양도계약은 채권양도인의 채권을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채권양수인에게 이전시키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서 준물권행위 내지 처분행위이다(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다59033 판결 ,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100711 판결 등 참조). 즉, 채권양도계약의 체결만으로 곧바로 채권양수인에게 채권의 이전이 이루어지고, 채권은 대내적·대외적으로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다.

금전채권 자체와 그 목적물인 금전이 원칙적으로 구별되는 개념이기는 하나, 채권양도 후 채권양도인이 수령한 금전에 관한 소유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채권양도로 인한 채권의 준물권적 이전·귀속 상태를 고려하여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와 의사를 실질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

채권양도인은 이미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채권에 관하여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못하고, 채권양수인이 그 채권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다.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후 통지를 하지 않은 채 양도된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함으로써 채권을 소멸시킨 경우, 채권양도인이 수령한 금전은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재산권인 금전채권 행사의 결과물로서 채권양수인에게 당연히 귀속되어야 한다. 이러한 결론은 대상청구권이나 물상대위와 같은 민사 법리에까지 나아가지 아니하더라도, 채권양도의 일반적 효력과 목적, 채권양도인 및 채권양수인과 채무자의 합리적 의사, 거래의 통념에 비추어 쉽게 인정할 수 있다.

(2) (가) 채권양도인은 양도된 채권에 관하여 추심한 금전을 진정한 권리자인 채권양수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수령할 수 있을 뿐이고, 자신에게 귀속시키기 위하여 수령할 수 없다. 채권양도인이 애초부터 채권양수인을 배제하고 자신의 소유물로 금전을 취득할 의도로 수령하였더라도, 이러한 의사는 진정한 권리자로 가장하여 타인의 재산을 가로채는 것에 불과하므로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없다.

(나) 채무자가 채권양도인에게 금전을 지급할 당시 갖는 의사의 본질적인 내용은 채권의 진정한 권리자에게 변제를 함으로써 분쟁의 여지 없이 채무관계를 완전히 종결하는 것이다. 채무자로서는 만약 채권양도인이 이미 권리를 이전하여 더 이상 진정한 권리자가 아니라는 사정을 알았다면 채권양도인에게 금전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변제를 위하여 지급한 금전이 진정한 권리관계에 따라 처리되리라는 기대 또는 신뢰하에서 금전을 지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채무자의 금전 지급행위의 본질적 의사와 목적을 고려하지 않고, 외형상 보이는 금전의 형식적인 이동 경로만을 기준으로 채무자가 금전 소유권을 채권양도인에게 귀속시켰다고 볼 수 없다.

이때 채무자의 채권양도인에 대한 금전 지급이 채무의 변제로서 유효하다는 사정은 양자 사이에 금전 소유권이 채권양도인에게 이전되었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 채무자의 채권양도인에 대한 변제가 유효한 이유는 채권양도인이 적법한 권리자라거나 채무자의 채권양도인에 대한 금전 소유권 이전의사가 진정하다고 인정되기 때문이 아니라, 채무자의 보호를 위한 규정인 민법 제450조 제1항 의 대항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반사적 효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 나아가 채권양수인의 의사를 살펴보더라도, 원래는 채권양도에 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자신이 채권을 행사할 의사였을 것이나, 대항요건을 갖추기 전 채권양도인이 양도된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함으로써 채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대항요건 충족 대신 그 금전을 전달받아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는 채권양수인의 합리적인 의사 범위 내에 있다. 즉, 채권양도인은 이미 채권양수인에게 준물권적으로 귀속된 채권의 결과물로서 금전을 수령한 것이므로, 채권양수인은 채권양도계약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 이를 자신이 전달받아야 한다고 충분히 신뢰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신뢰는 형법상 보호되어야 한다.

(3) 요컨대,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 사이에 채권양도계약으로써 채권이 곧바로 이전되는 준물권적 효력, 양도 대상인 금전채권과 이를 행사한 결과물인 금전 사이의 관계, 진정한 권리자에 대한 변제를 전제로 금전을 주고받은 채무자와 채권양도인 사이의 실질적 의사와 법률관계, 채권양도인이 금전을 추심한 경우 이를 전달할 의무에 관한 채권양수인의 합리적 의사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후에 양도된 채권을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은 진정한 권리자인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수령한 것으로서 그 수령과 동시에 채권양수인의 소유로 귀속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것은 위탁매매에 관해서 위탁물의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있으므로 위탁물의 판매대금 또한 위탁매매인이 이를 수령함과 동시에 위탁자에게 귀속되는 것과 유사하다. 이 경우에도 금전을 지급하는 거래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위탁매매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위탁매매인에게 판매대금을 지급하였을 뿐인데, 위탁자와 위탁매매인 사이의 관계에서는 그 판매대금이 수령과 동시에 진정한 권리자인 위탁자에게 귀속되고, 이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탁매매인이 이를 임의로 사용·소비한 때에는 횡령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도813 판결 ,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도16191 판결 등 참조). 위탁매매인과 같이 채권양도인이 진정한 권리자인 채권양수인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마찬가지로 횡령죄가 성립한다.

다. 채무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에 관한 채권양도인의 보관자 지위

(1) 형법 제355조 제1항 이 말하는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하지 않고 사무관리와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횡령죄에 관해서 타인을 위하여 재물을 보관하게 된 원인은 반드시 소유자의 위탁행위로 인한 것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대법원은 소유자와 보관자 사이에 계약관계나 명시적인 위탁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사안에서 조리 또는 신의칙에 근거하여 위탁관계를 인정하였다. 이를테면 연립주택 신축공사를 위한 동업자들 중 일방 당사자를 대리하여 관련 업무를 처리해 온 사람이 수분양자들로부터 잔존 분양대금을 수령한 경우 자신이 대리하지 않은 다른 동업자와의 관계에서도 위탁관계에 의하여 금전을 보관하고 있다고 보아,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2077 판결 참조).

특히 대법원은 어떤 예금계좌에 금전이 착오로 잘못 송금되어 입금된 경우에도 수취인과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한다고 보아, 송금절차의 착오로 인하여 자신 명의의 은행 계좌에 입금된 금전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 위 대법원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이러한 횡령죄에 관한 선례의 태도에 비추어 본다면, 채권양도인이 양도된 채권을 추심하여 채무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에 관하여 채권양수인을 위한 보관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채권양도인은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채권양도 승낙을 받음으로써 채권양수인으로 하여금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줄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에게 대항요건을 갖추어 줌으로써 채권양수인이 양도된 채권을 원만하게 추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런데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못한 상태에서 채권양도인이 어떠한 경위에 의하든 채무자로부터 금전채무의 변제를 받았다면 수령한 금전을 채권양수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마땅하다. 채권양도인이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한다면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재산권은 제대로 유지·보전될 수 없다. 채권양수인이 채권양도인을 상대로 통지절차의 이행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거나 채권양도인의 협조가 없더라도 스스로 채무자로부터 채권양도의 승낙을 받는 방법으로 대항요건을 취득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취득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닐 뿐 아니라 그와 같은 예외적 대항요건 취득의 가능성에 의미를 부여하여 채권양도인에 대하여 채권양수인의 재산에 관한 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없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 결국 양도의 대상인 채권이 이미 준물권적으로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재산의 보전 여부는 사실상 채권양도인의 의사와 조치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강제하기 위하여 우리 법은 채권양도인에게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줄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로써 채권양도인은 실질적으로 채권양수인의 재산에 관하여 보호 내지 관리를 대행하는 지위를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채권양도에 관하여 채권양도인이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아니한 상태에서 채무자로부터 그 채권의 추심에 따라 금전을 수령한 경우에 해당 금전을 채권양수인에게 전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은 본래의 의무인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어야 할 의무의 대체관계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 사이의 법률관계와 의사의 실질을 살펴볼 때, 채권양수인이 채권양도인에 대하여 금전의 수령에 관한 명시적인 위탁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채권양도 후 채권양도인이 채무자로부터 그 채권의 추심에 따라 수령한 금전에 관하여는 조리 또는 신의칙에 근거하여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한 보관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대법원은, 양도인이 양도된 대상인 재산권에 관한 권리이전의무를 양수인에게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이를 제3자에게 이중처분한 여러 사안에서, 양도인의 계약상 의무는 자기의 사무에 불과하여 타인의 사무처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위 사안들은 대체로 양도인이 채권적 권리이전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의 지위에서 양수인에게 재산권을 이전할 채권적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에 해당한다. 반면 종전 판례는 채권양도인이 이미 채권양수인에게 준물권적으로 귀속된 재산권의 결과물인 금전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근거로 횡령죄의 위탁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대법원이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위 사안들과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일찍이 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은 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피고인이 동산을 이중처분한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통하여 권리가 계약 상대방에게 이전되기 전 단계에서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한 사안에 한정하여 위 법리가 적용됨을 분명히 밝혔다. 위 보충의견은,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되기 전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권리이전의무의 이행은 타인의 사무로 취급하기 어렵지만,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된 후에는 계약 상대방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보호·관리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인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보았다. 그 결과 위 보충의견은 종전 판례에 대하여는, 채권양도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채권양수인의 사무처리자라고 인정한 것이므로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위 보충의견은 사무 내지 재물의 ‘타인성’을 주요 구성요건으로 하는 배임죄·횡령죄의 기본 법리와 부합하고, 권리이전계약의 불이행에 관해서 배임죄·횡령죄가 성립하는 경우와 아닌 경우를 구분할 수 있는 분명하고 명쾌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채권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한 채무자를 포함하여 여러 형태의 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자신의 재산권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담보로 제공한 재산권을 제3자에게 임의 처분한 사안에서, 채무자의 계약상 의무는 자기의 사무에 불과하여 타인의 사무처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이는 담보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에 관한 계약의 종된 계약으로서 이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당사자 사이의 본질적이고 주된 관계는 피담보채권의 실현임을 근거로 하는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이 아닌 통상의 채권양도에 해당하는 종전 판례의 사안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12927 판결 등 참조).

라. 배신성의 정도에 따른 형사처벌의 불균형

(1) 대법원은 부동산 매각, 채권 추심 등 금전의 수수를 수반하는 여러 형태의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자가 그와 관련해 위임자를 위하여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령과 동시에 위임자의 소유에 속하고, 위임을 받은 자는 이를 위임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 1995. 11. 24. 선고 95도1923 판결 ,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3627 판결 등 참조). 또한 대법원은 재물의 보관자가 소유자와 사이에 아무런 계약관계에 있지 아니하거나, 소유자의 명시적인 위탁행위가 없는 다양한 사안에서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도300 판결 , 대법원 1996. 5. 14. 선고 96도410 판결 , 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도3840 판결 , 위 대법원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처럼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 행위인지 여부를 개별 사안에서 규범적으로 판단하여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위탁관계 유무를 판단하였고, 민사계약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영역이라고 하여 일률적으로 처벌을 배제한 것이 아니며,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실상의 위탁관계를 인정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해 왔다.

(2) 이와 같은 횡령죄에 관한 선례와 처벌의 균형을 고려해 보면, 채권양도인이 이미 채권양수인에게 준물권적으로 귀속된 채권의 결과물인 금전을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에는 충분히 형사법의 개입이 필요한 배신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과 체결한 채권양도계약의 목적과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므로, 배신성이 중대하고 명백하다. 대법원이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해 온 많은 사안들과 비교할 때 배신성의 정도에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계약관계나 명시적인 위탁행위 없이 조리 또는 신의칙에 근거하여 사실상의 위탁관계를 인정한 사안과 비교하면 배신성의 정도가 훨씬 크다.

착오송금과 같이 송금인과 수취인 사이에 아무런 법적·계약적 신뢰관계가 없는 경우와 채권양도와 같이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계약적 신뢰관계가 있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전자보다 후자의 계약위반이 배신성의 정도가 훨씬 무겁다. 그런데 전자는 횡령죄로 처벌되는 반면 후자는 처벌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또한 양자는 진정한 권리자에게 금전이 반환되지 못한 구조가 유사하므로, 이러한 형사처벌의 차별적 취급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결론에 이른다.

(3) 채권양도인이 진정한 권리자인 채권양수인의 재산을 임의 처분한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는 횡령죄의 체계에 심대한 공백과 불균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도 부합하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형사처벌에 관한 법적 안정성을 크게 저해한다. 종전 판례는 명백하게 배신적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사안에서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으로서 타당하고, 선례가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해 온 많은 사안들과 형사처벌의 체계상 균형을 이루고 있으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마. 소결론

종전 판례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후 채권양수인에게 전달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처분한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 종전 판례는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재물의 타인성과 보관자 지위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타당하고, 횡령죄에 관한 선례들과 비교하여 처벌의 균형을 고려해 보더라도 그대로 유지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종전 판례에 근거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하였음에도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고 임대인으로부터 잔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로 처벌하여야 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횡령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따라서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7.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가. 별개의견의 요지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해 횡령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이유를 달리하므로 별개의견을 밝힌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첫째, 종전 판례는 여전히 타당하므로 변경할 필요가 없다.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의 대가를 모두 수령하여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은 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사용한 경우에 원칙적으로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한 종전 판례의 취지는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

둘째,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으로부터 채권양도의 원인이 된 계약에 따른 채권양도의 대가를 확정적으로 지급받지 못한 경우와 같이,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충족시켜 완전한 권리를 이전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항변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판례가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

셋째,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하여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충족시켜 완전한 권리를 이전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형사법적으로 정당한 항변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므로 종전 판례가 적용되지 않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나. 종전 판례 취지의 기본적인 타당성

(1) 종전 판례를 유지하는 견해에 따라 반대의견에 기재된 여러 논거에 동의하며 이를 원용한다. 다만 종전 판례 취지의 타당성에 관하여 반대의견에서 언급되지 않은 몇 가지 논거를 추가하고,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종전 판례의 변경 필요성에 대하여 검토한다.

(2) 계약위반을 형사처벌할 필요성과 판단 기준

다수의견은, 채권양도인이 양도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사용한 사안에서 일정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종전 판례에 관하여, 민사적 채무불이행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자제하고자 하는 대법원 판례의 방향성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즉, 사실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여 민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형사처벌로 대응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다수의견도 위탁매매인이 위탁물을 판매하고 수령한 판매대금을 임의로 소비한 경우 또는 채권 추심을 위해 채권양도를 받은 사람이 그 추심금을 임의로 소비한 경우, 그 밖에 계약관계에 의해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자가 위임자를 위하여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을 임의로 소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다. 보관자 지위를 인정하는 위탁신임관계의 근거가 계약인 경우에는 결국 횡령죄 성립의 근거 또한 해당 계약위반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모든 채무불이행이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위반의 경우 원칙적으로 민사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민사적 구제수단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계약위반에서 출발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거래당사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안전과 경제 질서의 정상적 운용을 보호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형사적 개입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존재하고, 형법에 규정된 범죄 가운데 개인의 재산권 내지 경제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유형이 이에 해당된다. 채권양도 사안에서 일정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종전 판례에 대하여 단순히 채무불이행 행위를 형사법상 범죄로 확대해석하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러한 형법의 전통적인 범죄유형을 부정하는 결론에 이를 우려가 있다.

일정한 계약위반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단순히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지를 기준으로 형식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거래안전과 경제 질서의 정상적 운용, 개인의 재산권 보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문제 된 배신적 행위에 대해 형사법이 개입하여 처벌하는 것이 적정하고 타당한지 여부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권리이전계약에 관한 양도인의 전형적인 채무불이행은 양수인으로부터 양도대가를 모두 수령하였음에도 양도대상을 양수인에게 이전해 주지 않는 것이다. 이때 양수인은 민사소송을 통해 양도대상의 이전을 명하는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을 하는 방법으로 권리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런데 양도인이 단순히 양도대상을 이전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도대상을 타인에게 처분하여 양수인이 양도대상을 이전받을 수 없게 된다면, 양도인은 단순 채무불이행을 초과하여 양수인의 재산권과 법익을 적극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양수인은 양도대상 자체의 이전을 구할 수 없고, 단지 양도인을 상대로 손해배상만을 구할 수 있는 지위로 전락하게 된다. 양수인이 양도대상 자체의 이전을 구할 수 있는 지위와 단순히 손해배상만을 구할 수 있는 지위는 결코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두 행위 사이에 양수인의 재산권 침해의 정도와 양도인의 배신성의 정도 역시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하고도 양도대상인 채권을 직접 추심하여 채무자로부터 유효한 변제를 받음으로써 양도대상 자체를 소멸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인 금전까지 소비해버린 행위는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초과하여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로 채권양수인의 재산권과 법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

(3) 다양한 영역에서의 형사처벌의 불균형

형사처벌의 필요성 관점에서 행위자의 배신성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나,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상호 비교하여 배신성의 경중을 평가하는 것은 보다 용이할 수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에 의할 경우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형사처벌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반대의견이 적절히 지적하는 바와 같이 소유자와 보관자 사이에 아무런 법적·계약적 신뢰관계가 없음에도 조리 또는 신의칙에 근거하여 사실상의 위탁관계를 인정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한 여러 선례들과 채권양도와 같이 계약적 신뢰관계가 있는 경우를 비교하면, 전자보다 후자의 계약위반이 배신성의 정도가 무거운 것이 명백한데, 다수의견에 의하면 전자는 횡령죄로 처벌하면서 후자는 처벌하지 않게 된다.

나아가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판단 기준에 의하면, 같은 계약위반이라도 위임계약 위반행위는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이라는 이유로 배임죄·횡령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재물을 담보로 제공하였음에도 담보설정계약을 위반하여 그 재물을 타인에게 처분한 행위는 대법원의 판례변경으로 배임죄의 적용을 받지는 않지만 여전히 권리행사방해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권리이전계약 위반행위는 권리이전계약에 따라 양도대금을 모두 지급받고서 양도대상을 타인에게 처분하여 이중으로 이득을 얻기까지 한 경우에도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즉, 어떠한 재산권의 권리이전계약이라는 사정만으로 이에 관한 계약위반을 모두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다른 계약위반 사안 또는 계약관계 없이 횡령죄가 성립하는 사안과 배신성의 경중 및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비교할 때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

(4) 거래질서에 미치는 파급효과

채권양도인의 계약위반 사안에서 횡령죄가 성립할 여지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다수의견은, ‘채권양도계약 체결 시점’과 ‘채권양수인의 대항요건 구비 시점’ 사이의 모든 위험을 채권양수인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잠재적 채권양수인이 채권양수도 거래를 꺼려하게 되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는 채권형 자산의 거래 활성화를 통한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용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채권양도인을 고지식한 도덕주의자가 아니라 합리적 경제인이라고 상정한다면, 법원이 채권양도인의 계약위반 사안에서 전면적으로 횡령죄 성립을 부정하는 견해를 채택할 경우 채권양도인은 채권양도 후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기보다는 채무자로부터 변제받아 자신이 사용하는 선택을 할 유인이 높아지게 된다. 채권양도인의 입장에서는 채무자로부터 변제받아 직접 수령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채권양도인의 입장에서 민사상 책임은 계약위반 시 어차피 감당해야 하는 부담에 불과하고, 채권양수인이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집행해야 하므로 채권양도인은 적절하게 소송에 대응함으로써 변제시기를 늦출 수 있으며, 특히 양도대상이 채권양도인의 중요한 책임재산인 경우에는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기 전에 변제를 수령하거나 타인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강제집행을 회피할 수도 있다. 결국 전면적으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견해는 이러한 채권양도인의 배신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로 귀착될 수 있는데, 배신행위를 조장하는 법해석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채권양도인의 계약위반에 형사법이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면 채권양수인으로서는 스스로 다양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수인은 권리이전계약과 함께 사무처리 위임 내지 위탁계약을 포함하는 혼합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제한 법리의 적용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다. 채권양도인은 채권양도계약 이후 대항요건을 구비할 때까지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채무자에게 양도통지 등을 처리할 사무를 위임받아 처리하고, 채무자로부터 양도 채권을 추심한 경우 그 금전은 채권양수인의 소유에 속하고 이를 성실히 보관하며 신속하게 채권양수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약정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채권양도인이 채무자로부터 변제받아 이를 임의로 소비한 경우에는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사무처리 위임 내지 위탁계약의 취지가 명시되어 있으므로 횡령죄 성립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법원도 지입회사 운영자가 지입계약에 따라 지입차량을 임의로 처분하지 아니할 의무를 위반한 경우 지입계약을 위임계약이 포함된 혼합계약으로 이해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였다. 즉, 지입차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가지는 자동차에 관하여 지입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입회사에 그 자동차의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한 경우에는, 지입회사 운영자가 지입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8도14365 판결 ,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5도19696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이 다수의견의 견해를 채택한다면 거래계에서는 대부분의 권리이전계약을 사무처리 위임 내지 위탁계약을 포함하는 혼합계약 형태로 구성함으로써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가령 계약명칭을 ‘양도 및 사무처리 위임계약’으로, 당사자는 ‘양도인 겸 수임인’과 ‘양수인 겸 위임인’으로 하여 권리이전계약의 일반적인 내용인 양도대상, 양도대금, 지급시기 등에 대하여 규정한 후 권리이전계약 체결 후 양도대상의 최종 이전시기까지 양도인은 양수인을 위하여 양도대상에 관한 보관·유지·관리 등의 사무를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로 명시하는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이러한 계약형태를 취하는 것은 계약서에 일부 조항만 추가하면 되므로 별다른 부담 없이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 사무처리 위임계약 부분을 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양도인이 이에 위반하여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에는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배임죄 또는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다양한 이중처분 사안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는 양수인의 계약조항 조정을 통해 용이하게 회피될 수 있고, 계약내용을 보다 정교하게 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형벌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대법원 판례의 방향성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경제활동 영역에서의 일정한 배신적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로 대응함으로써 거래안전과 경제 질서의 정상적인 운용을 달성하고,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배임죄·횡령죄 본연의 규범적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 채권양도인이 완전한 권리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항변사유가 있는 경우 횡령죄의 성립 여부

(1) 채권양도계약은 채권양도인의 채권을 채권양수인에게 이전시키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서 준물권행위 내지 처분행위이다. 이는 채권양도의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 즉 채권양도의 원인이 된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법률행위이다. 따라서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로써 채권양수인에게 채권을 이전시켰음에도 이를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사용한 경우 횡령죄의 성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는 채권양도 원인계약의 이행경과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2)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에게 대항요건을 충족시켜 완전한 권리이전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상 별다른 항변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종전 판례의 법리에 따라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에서 약정한 채권양도의 대가를 확정적으로 지급받음으로써 별다른 항변의 여지 없이 상호 대가적 관계에 있는 자신의 반대의무인 권리이전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한 기존 채무의 변제를 위하는 등 채권양도의 목적상 양도 채권에 관한 완전한 권리이전의무가 당연히 먼저 이행되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종전 판례인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과 이를 원용한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은 모두 기존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채권양도를 한 사안으로서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 사이의 법률관계의 성질과 당사자의 의사에 비추어, 채권양도인이 양도 채권을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은 수령과 동시에 채권양수인의 소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채권양도가 이루어짐으로써 채권 자체가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상태이고,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상 채권양도인이 대항요건을 갖추어 줄 의무 이행에 별다른 항변사유도 없는 이상, 양도 채권을 행사한 결과인 금전에 대해서도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 사이에서는 채권양수인의 소유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나아가 채권양도인은 타인의 금전을 보관하는 자로서 위탁의 취지에 반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이를 처분한 것이므로, 불법영득의사도 충분히 인정된다. 결국 이러한 경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판례에 따라 횡령죄가 성립한다.

(3) 반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에게 대항요건을 충족시켜 완전한 권리를 이전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의 이행경과를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보아 정당한 항변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와 달리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채권양도인의 행위를 형사법의 개입이 필요한 배신적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에서 약정한 채권양도의 대가를 확정적으로 지급받지 못한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채권양도인은 민사적으로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하여 자신의 반대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고, 최고 등의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해제권을 행사하여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설령 사후적·법률적 판단으로 그러한 항변권 등의 주장이 민사법상 최종적으로 인정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문제 된 처분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그러한 주장이 형평의 원칙상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이를 형사법상 배신적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 즉, 채권양도인에게 계약관계에 따른 민사상 책임이 인정되기 어렵거나 분명하지 않아 채권양도인이 어떠한 항변사유를 주장할 수 있을만한 상황으로 인정된다면, 채권양도인에게 계약에 따른 권리이전의무의 불이행을 전제로 횡령죄 등을 인정하여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채권양도인에게 정당한 항변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 사이의 법률관계의 성질과 당사자의 의사에 비추어 보더라도, 채권양도인이 채권을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이 채권양수인의 소유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상 반대급부의 이행 등에 관한 항변사유가 남아 있어 채권양도인이 완전한 권리이전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상태라면, 채권양도 합의에도 불구하고 양도 채권의 실질적인 처분권의 귀속은 채권양도인에게 남아 있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채권양도인은 자신의 정당한 항변사유에 따라 양도 채권에 관한 실질적인 처분권을 유지·행사하고 있으므로, 채권양도인이 양도 채권을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을 처분하였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 결국 채권양도인에게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상 정당한 항변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여야 한다.

(4) 요컨대 채권양도인이 완전한 권리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의 이행경과를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보아 정당한 항변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재물의 타인성과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기 어렵다. 종전 판례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상 별다른 항변사유를 주장할 수 없는 일반적인 경우에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으로서, 채권양도인에게 정당한 항변사유가 있는 사안에는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5) 정당한 항변사유의 유무는 민사법상 성립요건을 사후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하여 이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 된 처분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의 이행경과를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보아, 채권양도인이 자신의 권리이전의무의 완전한 이행을 거절하고 항변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당한 항변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횡령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정당한 항변사유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와 같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존재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좀 더 쉬우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당한 항변사유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채권양도인으로서 채권양수인에게 완전한 권리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의 이행경과에 비추어 정당한 항변사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이를 탄핵하는 방법으로 정당한 항변사유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라.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포함한 임차권을 양도하려고 하였고, 이를 공소외 1을 통하여 공소외 2에게 의뢰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3. 11. 11.경 공소외 3을 대리한 공소외 2와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포함한 임차권과 공소외 3 소유의 전남 순창군 (주소 생략) 임야 4,066㎡를 교환하되 공소외 3 측이 피고인에게 교환차액 5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부동산 교환계약(이하 ‘이 사건 부동산 교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공소외 2로부터 500만 원을 지급받았는데, 위 돈은 아래와 같이 2013. 11. 11. 자 ‘점포(권리양도)매매계약’에 따라 피해자가 공소외 2에게 지급한 계약금 중 일부였다.

(다) 공소외 2는 2013. 11. 11.경 매도인 명의를 피고인의 아들인 공소외 4로 기재하여 피해자와 매매대금을 1,300만 원으로 하고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등을 피해자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점포(권리양도)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피고인은 2013. 11. 말경 피해자에게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에 관한 사업자등록증, 영업신고증, 임대차계약서 원본, 임대차계약서의 원본 뒷면에 작성한 ‘이 사건 임대차에 관한 포기각서’를 교부하였다.

(마) 그 후 피고인과 공소외 1, 공소외 2 측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 교환계약에서 정한 교환대상 토지를 다른 토지로 변경하는 문제 등으로 분쟁이 발생하였다.

(바) 이후 피고인은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2014. 3. 31.경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 2,000만 원 중 연체된 월세, 관리비 등을 공제한 1,146만 원을 수령하여 보관하다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

(2)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은 공소외 3을 대리한 공소외 2와 이 사건 부동산 교환계약을 체결하고, 그 이행을 위하여 피해자에게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채권양도를 하였다. 즉, 이 사건 부동산 교환계약은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채권양도의 원인이 된 계약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 교환계약에서 약정한 채권양도의 대가 중 일부인 500만 원만을 지급받았을 뿐 교환대상 토지 등 반대급부의 상당 부분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이와 같은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의 이행경과를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하여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충족시켜 완전한 권리를 이전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형사법적으로 정당한 항변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고, 피고인도 이러한 사정을 자신의 주장 내용에 포함시키고 있다. 즉, 피고인의 정당한 항변사유의 존재에 관하여 소명이 이루어진 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정당한 항변사유의 부존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충분히 증명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재물의 타인성과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기 어려우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권양도에서 횡령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마. 착오송금 사안의 적정한 처벌을 위한 입법론의 제시

한편 횡령죄의 성립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고 관련 재산범죄의 체계적 구조화를 위한 입법론으로서 착오송금 사안의 적정한 처벌을 위한 새로운 형벌법규의 도입이 필요함을 방론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반대의견에서 자세히 설명한 바와 같이 대법원은 송금절차의 착오로 자신 명의의 은행 계좌에 입금된 금전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견해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배신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라면, 애초 송금인과 사이에 아무런 신뢰관계에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착오송금된 금전의 보관관계의 성립에 관해서도 별다른 귀책사유가 없는 수취인에게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즉, 착오송금 사안에서는 송금인과 수취인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횡령죄가 아니라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규율하는 것이 보다 적정하고 행위의 실질에 부합하는 형사처벌로 보인다.

그러나 착오송금된 금전의 수취인을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에는 난점이 있다. 첫째, 계좌로 착오송금된 금전을 점유이탈물횡령죄의 ‘타인의 재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종전의 횡령죄에서 형법상 금전 소유권 개념에 관한 법리는 모두 금전에 관한 ‘위탁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위탁관계가 없는 착오송금 사안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둘째, 점유이탈물횡령죄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볍다. 착오송금된 금액이 매우 큰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점유이탈물횡령죄의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로서 적정한 양형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경미한 측면이 있다.

한편 대법원은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신의칙을 근거로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판시하며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참조). 이에 따라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는 점유이탈물이나 유실물을 임의로 처분해도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되고, 착오로 이체된 소액의 금전을 임의로 사용해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횡령죄로 처벌되는 상황에서, 거의 동일한 행위태양으로 가상자산을 무단 처분하여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행위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즉, 입법의 미비로 인하여 심각한 형사처벌의 불균형과 처벌 공백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부정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형벌법규를 신설하는 것이 시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금융자산·가상자산의 착오이체 문제를 종합적으로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정도(정도)로 보인다. 형법 제347조 의 사기죄에 이어 제347조의2 로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를 신설한 것을 참고하여, 형법 제360조 의 점유이탈물횡령죄에 이어 제360조의2 로 가칭 ‘이체자산 횡령죄’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즉, ‘재산적 가치가 있는 금융자산 또는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하는 금융계좌 또는 전자지갑에 법률이나 계약상 원인 없이 이체된 금융자산 또는 가상자산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자’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법정형은 점유이탈물횡령죄보다 적절하게 상향 조정하면 될 것이다.

바. 소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과는 원심판결을 파기한다는 점에서 결론이 같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이유와 논거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arrow

평석

-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의 대항요건 미충족 상태에서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을 임의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전원합의체 판결 최문수 사법발전재단

- 지명채권 양도인이 양도통지전 변제받아 소비한 경우의 죄책 @ 대법원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판결을 중심으로 윤소현 @ 이창원 全南大學校 法學硏究所

- 2022년 형법 중요판례평석 정승환 大韓辯護士協會

- 2022년도 형사법분야 대법원 주요판례와 평석 홍영기 무지개출판사

- 2022년 중요판례분석 ⑩ 형법각칙 이건주 @ 박배희 法律新聞社

-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양도인이 양도된 채권을 추심하여 임의 사용한 경우 횡령죄 성립여부 조현욱 서울地方辯護士會

- 민사계약에 따른 형사법적 책임 @ 대법원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판결을 중심으로 조충영 釜山大學校

관련문헌

- 윤소현 지명채권 양도인이 양도통지전 변제받아 소비한 경우의 죄책 : 대법원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판결을 중심으로 법학논총 제42집 제3호 / 전남대학교 법학연구소 2022

- 한상훈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검토 : ‘타인의 사무’의 유형화와 효율적 계약파기론을 중심으로 저스티스 통권 제192호 / 한국법학원 2022

- 임정하 디지털자산과 착오송금법리 : 비트코인과 배임죄 판결을 계기로 BFL 116호 / 서울대학교 금융법센터 2022

- 최문수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의 대항요건 미충족 상태에서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수령한 금전을 임의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전원합의체 판결 사법 61호 / 사법발전재단 2022

- 김재윤 형법상 배임죄 규정의 입법론적 개정방안에 관한 연구 일감법학 제54호 / 건국대학교 법학연구소 2023

참조판례

- [1]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공1999상, 978)(변경)

-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변경)

-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11014 판결

참조조문

- [1] 형법 제355조 제1항 위헌조문 표시

- [2] 형법 제355조 제1항 위헌조문 표시

- 형사소송법 제325조 위헌조문 표시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2939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도6733 판결

대법원 1995. 11. 24. 선고 95도1923 판결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134 판결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3627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0417 판결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11014 판결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도2184 판결

위 대법원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도6057 판결

대법원 2020. 10. 22. 선고 2020도625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7. 8. 선고 2014도12104 판결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위 대법원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위 대법원 2015도6057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위 대법원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위 대법원 2020도625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6도8447 판결

대법원 2021. 1. 28. 선고 2014도8714 판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12927 판결

대법원 2021. 7. 15. 선고 2015도5184 판결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위 대법원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다59033 판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100711 판결

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도813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도16191 판결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2077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위 대법원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12927 판결

대법원 1995. 11. 24. 선고 95도1923 판결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3627 판결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도300 판결

대법원 1996. 5. 14. 선고 96도410 판결

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도3840 판결

위 대법원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8도14365 판결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5도19696 판결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본문참조조문

- 민법 제450조 제1항

- 형법 제355조 제1항

- 형법 제347조

- 형법 제360조

원심판결

- 인천지법 2017. 2. 10. 선고 2015노404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