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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인정된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피고인이 알 수 없는 경위로 피해자의 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 받은 후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이체한 사건〉[공2022상,223]
판시사항

[1]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소극) / 가상자산이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가상자산에 대해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지 여부(소극) /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신의칙을 근거로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알 수 없는 경위로 갑의 특정 거래소 가상지갑에 들어 있던 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받은 후 이를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이체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의 예비적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비트코인이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갑으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되었더라도 피고인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갑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갑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는 가상자산의 권리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를 유추하여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2] 피고인이 알 수 없는 경위로 갑의 특정 거래소 가상지갑에 들어 있던 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받은 후 이를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이체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의 예비적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비트코인이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갑으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되었더라도 피고인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갑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갑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민후 담당변호사 김경환 외 2인

원심판결

수원고법 2020. 7. 2. 선고 2020노17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배임) 부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알 수 없는 경위로 피해자의 ‘힛빗’ 거래소 가상지갑에 들어 있던 199.999비트코인(이하 ‘이 사건 비트코인’이라 한다)을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받았으므로 착오로 이체된 이 사건 비트코인을 반환하기 위하여 이를 그대로 보관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는데도, 그중 29.998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정명 1 생략)’ 계정으로, 169.996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정명 2 생략)’ 계정으로 이체하여 재산상 이익인 합계 약 1,487,235,086원 상당의 총 199.994비트코인(= 29.998비트코인 + 169.996비트코인)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예비적 공소사실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재산상 이익으로서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다. 피고인이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 소유 비트코인을 자신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이체받아 보관하게 된 이상,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비트코인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같은 죄질의 재산범죄로서, 법률관계 없이 돈을 이체받은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 대해 송금받은 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어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송금받거나 이체된 돈을 보관하는 지위가 인정되는데, 가상자산을 원인 없이 이체받은 경우를 이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이체받은 비트코인을 신의칙에 근거하여 소유자에게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보관하는 등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할 임무를 부담하게 함이 타당하므로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3.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는 가상자산의 권리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고 피고인은 어떠한 경위로 이 사건 비트코인을 이체받은 것인지 불분명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주체가 피해자인지 아니면 거래소인지 명확하지 않다.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고 함으로써(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경우에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다.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참조).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라.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 (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 를 유추하여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이 사건 비트코인이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피해자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되었더라도 피고인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마. 그런데도 피고인을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4. 파기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사유가 있어 그대로 유지될 수 없고, 그 부분과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부분도 파기를 면할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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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석

- 가상자산 착오이체와 횡령죄⋅배임죄의 성부 @ 대법원 2021 12 16선고 2020도9789 판결 송문호 전북대학교 동북아법연구소

- 가상자산 착오이체와 횡령죄⋅배임죄의 성부 @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송문호 아레떼

- 2021년도 형법판례 회고 김혜정 博英社

- 가상자산 거래의 법제화와 착오이체의 법적판단에 관한 시론시론 @ 대법원 20211216 선고 2020도9789 판결을 대상으로 권지혜 全北大學校 出版部

- 원인관계 없이 이체받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배임죄의 성립 여부 @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김경수 釜山判例硏究會

- 착오송금 사안에서 위탁관계의 존부 및 횡령 · 배임죄 성부에 대한 비판적 검토 @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김동윤 @ 윤상훈 서울대학교 법학평론 편집위원회

- 가상자산의 착오이체와 배임죄 장성원 博英社

- 가상화폐의 재물성에 관한 형사법적 검토 @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을 중심으로 김민수 사법발전재단

관련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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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봉근 NFT에 관한 민사법적 고찰 : NFT의 사법적 성질과 권리의 대상을 중심으로 가상재화와 인공지능에 관한 법이론 / 아레떼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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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문호 가상자산 착오이체와 횡령죄⋅배임죄의 성부 :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가상재화와 인공지능에 관한 법이론 / 아레떼 2023

- 최호진 암호화폐 또는 가상자산의 형법적 성격 형사법연구 제34권 제3호 / 한국형사법학회 2022

- 박정현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 : -민사적 일반 이론의관점에서- LAW & TECHNOLOGY 제18권 제1호 / 서울대학교 기술과법센터 2022

- 최성욱 노동관계법령상 임금 명목의 가상자산 지급 허용 여부 노동법률 통권 381 / 중앙경제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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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하 디지털자산과 착오송금법리 : 비트코인과 배임죄 판결을 계기로 BFL 116호 / 서울대학교 금융법센터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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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봉근 NFT에 관한 민사법적 고찰 : NFT의 사법적 성질과 권리의 대상을 중심으로 동북아법연구 제16권 제2호 / 전북대학교 동북아법연구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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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윤 가상자산의 강제집행 현행 분석 서강로리뷰 제15호 / 서강대학교 법학연구소 2022

- 송문호 가상자산 착오이체와 횡령죄⋅배임죄의 성부 : 대법원 2021. 12. 16.선고 2020도9789 판결 동북아법연구 제16권 제1호 / 전북대학교 동북아법연구소

참조판례

- [1]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참조조문

- [1] 헌법 제12조 제1항

- 형법 제1조 제1항 위헌조문 표시

- 형법 제355조 제2항 위헌조문 표시

- [2]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위헌조문 표시

- 형법 제355조 제2항 위헌조문 표시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원심판결

- 수원고법 2020. 7. 2. 선고 2020노17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