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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5도19696 판결
[배임·사기][미간행]
판시사항

[1]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2] 지입차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가지는 자동차에 관하여 지입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입회사에 그 자동차의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한 경우, 지입회사 운영자가 지입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적극)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덕재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 11. 26. 선고 2015노3237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 부분에 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피해자에게 위 회사가 출고받을 예정인 4.5t 화물차 1대를 매도하되 피해자는 이를 위 회사에 지입하여 화물차 운송영업에 사용하기로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고 한다)한 후, 피해자로부터 신차대금, 보험료, 취·등록세 등 일체의 비용을 지급받아 피해자에게 담보 설정 없는 신차를 인도할 임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배하여 위 4.5t 화물차(차량번호 생략, 이하 ‘이 사건 화물차’라고 한다)에 공소외 2 주식회사를 저당권자로 하는 채권가액 7,000만 원의 저당권(이하 ‘이 사건 저당권’이라고 한다)을 설정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자동차의 경우 부동산에 준하여 소유권 이전에 매도인의 이전등록을 위한 협조가 필요하므로 자동차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재산보전협력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이 이 사건 화물차에 이 사건 저당권을 설정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록 내지 신규등록절차를 이행해 주어야 할 임무를 위배한 것이라는 이유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가)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민법 제563조 ),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동산 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권리이전에 등기·등록을 요하는 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자동차 등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여,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20. 10. 22. 선고 2020도625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이른바 지입제는 자동차운송사업면허 등을 가진 운송사업자와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 간의 계약으로 외부적으로는 자동차를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하여 운송사업자에게 귀속시키고 내부적으로는 각 차주들이 독립된 관리 및 계산으로 영업을 하며 운송사업자에 대하여는 지입료를 지불하는 운송사업형태를 말한다 ( 대법원 2003. 9. 2. 선고 2003도3073 판결 ,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도530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지입차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가지는 자동차에 관하여 지입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입회사에 자동차의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측이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인 지입차량에 관한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으므로, 지입회사 운영자는 지입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

2)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약정 중 매매계약에 따라 이 사건 화물차 매도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에게 부동산 매도인과 같은 재산보전협력의무를 인정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다.

3)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3. 3. 10. 피고인이 현대자동차 4.5t 화물차 신차 1대를 출고하여 탑차로 구조변경하고 피해자에게 양도하되, 위 화물차를 피고인이 운영하는 지입회사 명의로 신규 등록하여 피해자의 화물운송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신차대금 5,700만 원, 탑 제작대금 1,400만 원, 보험료 300만 원, 취·등록세 300만 원, 개별 차량번호비 1,600만 원 합계 9,300만 원을 지급하며, 매월 지입료 20만 원은 5년간 면제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3. 4.경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1 주식회사가 피해자에게 2013년형 현대자동차 4.5t 메가트럭 탑차 신차 1대를 매매대금 8,500만 원에 양도한다는 취지의 자동차양도증명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자동차양도증명서에는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잔금 수령과 상환으로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인도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다) 피해자는 2013. 4. 6.부터 2013. 4. 13.까지 사이에 공소외 1 주식회사에 8,500만 원을 지급하고, 2013. 4. 22. 탑차 제작업체에 800만 원을 직접 지급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약정에 따른 대금 9,300만 원을 모두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2013. 5. 8.경 4.5t 화물차 신차 3대를 출고받았고, 피해자는 그중 자신이 매수할 차량을 이 사건 화물차로 특정하였다.

라) 피고인은 2013. 5. 23.경 공소외 2 주식회사로부터 공소외 3 명의로 7,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피고인은 2013. 7. 16.경 피해자의 양해 아래 이 사건 화물차를 다른 물류회사인 공소외 4 주식회사 명의로 신규 등록하였고, 같은 날 피해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이 사건 화물차에 관하여 저당권설정자 공소외 4 주식회사, 저당권자 공소외 2 주식회사, 채무자 공소외 3으로 하여 위 대출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는 이 사건 저당권을 설정하였다.

마) 피고인은 그 무렵 피해자에게 이 사건 화물차를 인도하였고, 피해자는 이 사건 화물차를 자신의 화물운송업에 사용하였다.

4)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이 사건 약정의 체결 경위 및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약정은 피해자가 피고인 측으로부터 이 사건 화물차를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과 피해자가 매수한 이 사건 화물차를 피고인 측 지입회사로 지입하는 내용의 지입계약이 결합된 것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이 사건 화물차의 매수대금을 모두 지급하고 피고인이 제공한 지입회사 명의로 신규 등록까지 이루어졌으므로, 피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화물차를 전적으로 운행·관리하면서 지입계약 종료 시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하는 지입회사 등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록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는 지위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피해자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가진 이 사건 화물차에 관하여 피고인 측에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하였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체결한 지입계약의 전형적·본질적 급부의 내용이 지입차주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대행에 있다고 인정되므로, 지입회사 운영자인 피고인은 지입차주인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약정 중 지입계약에 따라 피해자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이 사건 화물차에 관하여 임의로 담보를 설정하지 아니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이에 위배하여 피해자의 승낙 없이 공소외 2 주식회사에 이 사건 저당권을 설정해 줌으로써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은 배임죄를 구성한다.

5) 그러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은 원심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2. 사기 부분과 죄수 판단 부분에 대하여

사기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는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그리고 원심이 판시 배임죄와 사기죄를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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