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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7. 15. 선고 2015도518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인정된 죄명: 배임)][공2021하,1503]
판시사항

채무자가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ㆍ보전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금전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급부이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전을 대여하고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채권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신임을 기초로 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고 할 수 없고,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금전채권채무의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채무자가 기존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다른 금전채권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ㆍ보전할 의무’ 등은 담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채권양도담보계약의 체결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ㆍ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피담보채권인 금전채권의 실현에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ㆍ보전할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지후 담당변호사 하성원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5. 4. 2. 선고 2014노113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금전을 차용하면서 피고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가지는 요양급여채권을 피해자에게 포괄근담보로 제공하는 채권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피고인은 위 계약에 따라 양도담보권자인 피해자를 위해 위 채권을 성실하게 관리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이에 위배하여 위 채권을 친형인 공소외인의 채권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696,978,160원을 지급받게 함으로써 공소외인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으며, 이로써 피해자에게 위 금액 또는 피고인의 피담보채무액인 593,600,000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채권양도담보에 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기 전에 담보 목적 채권을 타에 이중으로 양도하고 제3채무자에게 그 채권양도통지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가 위 채권을 원만하게 추심할 수 있도록 피해자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액수 미상의 재산상 이익 및 손해로 인한 배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ㆍ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ㆍ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금전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급부이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전을 대여하고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채권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신임을 기초로 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고 할 수 없고,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금전채권채무의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기존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다른 금전채권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ㆍ보전할 의무’ 등은 담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채권양도담보계약의 체결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ㆍ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피담보채권인 금전채권의 실현에 있다 (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채무자가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ㆍ보전할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

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담보가치 유지ㆍ보전에 관한 사무가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른 채무의 한 내용임을 넘어 피해자의 담보 목적 달성을 위한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채권양도담보에 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기 전에 담보 목적 채권을 타에 이중으로 양도하고 제3채무자에게 그 채권양도통지를 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어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액수 미상의 재산상 이익 및 손해로 인한 배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라. 앞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위 파기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는 이유무죄 부분도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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