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아시아나항공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학준 외 1인)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피고보조참가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김영관)
변론종결
2016. 4. 28.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5. 5. 1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2015부해211호 부당비행정지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88. 2. 17. 설립되어 상시 약 10,000명의 근로자들을 사용하여 국내외 항공 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1997. 7. 1. 원고에 입사하여 비행 업무에 종사하여 왔다.
나. 참가인은 에이320(A320) 비행기를 운행하는 기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2014. 9. 12. 오후 김포공항 승무원 대기실 내 화장실에서 원고의 안전운항부문을 담당하는 상무인 소외 3과 마주쳤는데, 그 당시 참가인은 턱수염을 기른 상태였다.
다. 위와 같은 일이 있고 난 후 참가인이 속한 원고의 에이320 안전운항팀의 팀장인 소외 1은 같은 날 원고에게 전화하여 ‘턱수염을 기르는 것은 원고의 규정에 위배되므로 면도를 하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대해 참가인은 ‘알겠다’고 답하였다. 그런데 참가인은 위 전화 통화가 끝난 다음 소외 1을 찾아가 외국인과 달리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적인 규정이라고 하면서 위 지시에 응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자 소외 1은 같은 날 19:20으로 예정되어 있던 참가인의 김포-제주 비행 일정을 변경하여 참가인의 비행 업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시켰다.
라. 참가인은 2014. 9. 15. 소외 1에게 자신이 수염을 기르는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는 상황설명서를 제출하였고, 이를 받은 소외 1은 같은 날 참가인에게 그 이유에 대하여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을 해 달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참가인은 2014. 9. 16. 소외 1에게 2014. 9. 15.자 상황설명서와 유사한 내용이 담긴 상황설명서를 다시 제출하였고, 이에 대해 소외 1은 2014. 9. 17. 참가인에게 아홉 가지의 질문 항목을 만들어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참가인은 위 질문 항목에 대하여 더 이상은 답변을 하지 않았고, 소외 1은 그때부터 2014. 9. 25.까지 참가인에게 몇 차례 답변을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위와 같이 참가인과 소외 1 사이에서 상황설명서와 이메일이 오고 가는 동안에도 참가인의 비행 업무는 계속 정지되었으며, 결국 2014. 9. 나머지 기간에 예정되어 있던 참가인의 비행 일정이 모두 변경되어 참가인은 그 기간 비행 업무를 계속적으로 정지당하였다(이하 2014. 9. 12.부터 2014. 9. 말까지 참가인에게 있었던 일련의 비행 업무 정지를 ‘이 사건 비행정지’라 한다).
마. 한편, 참가인은 2014. 9. 19. 소외 1에게 자신은 비행을 계속할 수 있는데도 비행이 정지된 사유와 근거 규정을 알려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냈고, 2014. 9. 25.에도 소외 1에게 회사 측의 일방적인 지시로 비행 업무를 정지당하고 있으니 속히 비행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원고의 운항지원팀의 팀장인 소외 4가 참가인에게 면담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2014. 9. 30. 소외 4와 참가인 간에 면담이 이루어졌다. 참가인은 그 면담 자리에 면도를 한 상태로 출석하여 ‘규정이 개정되기를 희망하나 규정이 변경될 때까지 현 규정을 지켜 수염을 기르지 않겠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바. 참가인은 위와 같은 면담이 있고 난 후 2014. 10. 6. 소외 1에게 비행 업무에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그러자 소외 1은 2014. 10. 7. 참가인을 면담한 다음, 2014. 10. 8.부터 같은 달 10.까지 ‘비행 임무 전 지상근무 관찰’ 기간을 거쳐 같은 달 11.부터 참가인에게 다시 비행 업무를 부여하였다.
사. 참가인은 2014. 12. 9.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인사 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2014부해3498호로 구제 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5. 2. 4. ‘원고의 용모 규정이 위헌·위법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비행정지도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위 구제 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아. 참가인은 위 초심판정에 대하여 2015. 3. 6. 중앙노동위원회에 2015부해211호로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 5. 14. ‘원고의 용모 규정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아 그 유효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용모 규정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비행정지에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가 없고 그로 인해 참가인이 입은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는 이유로 위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처분임을 인정하며 원고에게 구제명령을 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자. 원고의 규정과 단체협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임직원 근무복장 및 용모 규정(이하 ‘용모 규정’이라 한다) |
제5조(근무용모 원칙) |
임직원의 용모는 단정하고 청결을 유지하여야 한다. |
① 남직원 |
1. 두발은 옆머리가 귀를 덮지 않으며, 뒷머리는 와이셔츠 깃에 닿지 않게 하고 단정하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며, 삭발 등 지나치게 짧은 머리, 장발, 지나친 염색, 탈색을 비롯하여 기타 혐오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는 머리 모양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
2. 안면은 항시 면도가 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며, 수염을 길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한다. |
제8조(위반자에 대한 조치) |
동 규정 위반 시 징계사유가 된다. |
▣ 조종사노조 단체협약(이하 ‘단체협약’이라 한다) |
제32조(징계종류) |
조합원이 받을 수 있는 징계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
5. 업무정지 |
① 항공업무정지 : 항공관계법이 정하는 항공업무 종사자로서의 본연의 업무를 정지시킨다.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이 있는 경우 중복하여 징계하지 않는다. |
② 지상근무 : 비행 승무를 정지시키고 지상근무에 종사하게 한다. |
③ 국제선승무정지 : 국제선 비행 승무를 정지시킨다. |
④ 노선제한 : 특정 노선의 승무를 정지시킨다. |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 내지 11, 13, 16, 17, 18호증, 을나 제1, 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소외 1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비행정지의 성격
1)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비행정지가 인사권의 일환으로서 업무명령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참가인은 이 사건 비행정지가 단체협약 제32조 제5호 ①에서 정한 ‘항공업무정지’로서 징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운송사업체에 있어서 승무정지 처분은 사용자가 경영권 행사의 일환으로 업무 수행을 위하여 근로자에 대하여 행하는 업무명령인 승무 지시의 소극적 양태라 할 것이고, 이러한 승무정지 처분이 경영상의 필요나 업무 수행의 합리적인 이유에 기인한 경우에는 이는 정당한 업무명령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단체협약에 승무정지가 징계의 종류 중 하나로 열거되어 있다 하더라도 징계로서의 승무정지와는 별도로 업무명령으로서의 승무정지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6누13231 판결 참조).
나) 원고의 단체협약에 지상근무(비행 승무를 정지시키고 지상근무에 종사하게 함), 항공업무정지(항공관계법이 정하는 항공업무 종사자로서의 본연의 업무를 정지시킴) 등을 포함하는 ‘업무정지’가 징계의 일종으로 규정되어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갑 제10, 20호증, 을나 제10, 11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1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비행정지는 2014. 9. 12.부터 2014. 9. 말까지 이루어졌는데, 한 번에 그 기간 전부에 대하여 비행 업무를 정지하는 행위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2014. 9. 12. 최초로 같은 날 예정되어 있던 참가인의 비행을 정지하는 행위가 있은 이후 2014. 9. 말까지 그날그날의 상황, 즉 참가인이 면도를 하였는지에 따라 예정된 참가인의 비행 일정을 변경하여 그 비행을 정지하는 행위가 여러 차례에 걸쳐 별개의 행위로서 이루어진 것인 사실, 참가인이 속한 원고의 에이320 안전운항팀 팀장으로서 소속 운항승무원의 승무를 관리할 책임과 권한을 보유한 소외 1은 이 사건 비행정지가 이루어지는 동안 참가인이 면도를 하고 출근하면 언제든지 참가인을 비행 업무에 임하게 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사실, 참가인이 2014. 9. 30. 면도를 하고 2014. 10. 11. 비행 업무에 복귀한 이후 원고는 이 사건 비행정지와는 별개로 참가인에 대한 징계를 심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4. 11.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던 사실(다만 실제로 징계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위 인정 사실을 그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① 이 사건 비행정지를 이루는 개개의 행위는 그 행위가 이루어질 당시에 비행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참가인의 준비 상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원고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참가인의 승무 여부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진 소속 팀장이 참가인이 면도만 하면 비행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이상 참가인에 대한 이 사건 비행정지는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이루어진 조치라고 볼 여지가 많은 점, ③ 실제로 참가인이 면도를 하자 원고는 더 이상 비행 업무를 정지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참가인을 비행 업무에 복귀시키는 한편 별도로 참가인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기도 하였음을 보면 원고는 참가인에 대하여 제재를 가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기보다는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의도로 이 사건 비행정지를 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비행정지는 참가인이 과거에 원고의 용모 규정이나 지시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가 이루어질 당시의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참가인이 예정되어 있는 비행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적정한 상태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일시적으로 참가인을 특정 비행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비행정지는, 근로자가 현재의 직위 또는 직무를 장래에 계속 담당하게 되면 업무상의 장애 등이 예상되는 경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인 대기발령과 유사한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비록 원고의 단체협약에 ‘업무정지’가 징계의 일종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과거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 질서의 유지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을 달리하는 별도의 업무명령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86246 판결 참조).
라)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원고의 용모 규정 제8조에서 그 규정을 위반하면 징계 사유가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고, 원고 역시 2014. 11. 참가인에 대한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위 규정 위반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으므로, 이 사건 비행정지는 징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이 원고의 용모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과거의 사실에 대한 제재로서 이 사건 비행정지가 이루어진 것이 아님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그것이 용모 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이루어진 것임을 전제로 하는 참가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참가인은, 이 사건 비행정지로 참가인이 월 급여의 약 30%에 해당하는 비행보장수당 3,240,827원을 받지 못함으로써 징계에 해당하는 감급(감봉)보다 더 큰 불이익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비행정지는 징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승무정지 처분으로 말미암아 근로자에게 금전상의 불이익 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단체협약에서 정한 징계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누1890 판결 참조), 참가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비행정지가 정당한 업무명령인지
1)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는, ① 원고의 용모 규정은 제5조 제1항 제2호에서 남자 직원들에게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직원들은 이러한 용모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단정한 복장과 용모를 유지하는 것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의무인 점, ② 운항승무원의 불량한 용모나 태도는 원고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되는 점, ③ 참가인에게는 위 용모 규정 조항을 위반하여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가 없는 점, ④ 참가인은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기장으로서 제반 규정에 대한 강한 준수가 요청되는 점, ⑤ 원고에게는 근무 기강 확립과 비행 안전을 위하여 지정된 복장·용모를 갖추지 못하고 상사의 시정 지시와 사규 준수를 명시적으로 거부하며 그에 대한 합리적인 해명조차 하지 않는 기장을 업무에 투입하지 않을 필요성과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는 점, ⑥ 참가인의 급여 수준에 비추어 이 사건 비행정지로 참가인이 비행수당 3,240,827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해서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비행정지는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나) 이에 대해 피고와 참가인은, ① 운항승무원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승객을 직접 마주하는 일이 거의 없고, 원고 소속 외국인 운항승무원의 상당수와 국내 다른 항공사 소속 내국인 운항승무원도 수염을 기른 상태로 근무하고 있지만 승객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거나 징계가 이루어진 적이 없음 등에 비추어, 원고의 용모 규정 제5조 제1항 제2호는 남자 운항승무원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인 점, ② 위 용모 규정 조항은 2006. 1. 신설되었는데, 남자 직원들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그것을 위반하면 징계 사유가 되는 위 조항의 신설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함에도 원고는 그 신설에 대해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위 조항은 무효인 점, ③ 위 용모 규정 조항은 ‘승객에게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초래하는 수염을 길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으로 제한하여 해석·적용해야 하므로 단순히 참가인이 수염을 길렀다는 사실만으로 위 조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④ 설령 참가인이 위 조항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비행정지로 말미암아 참가인은 감봉의 한도를 초과하여 월 급여의 약 30%에 해당하는 비행보장수당 3,240,827원을 지급받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비행정지는 규정 위반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제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점, ⑤ 참가인은 이 사건 비행정지가 이루어지기 약 3~5개월 전부터 수염을 기른 채 승무하였으나 원고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고 고객의 민원 제기도 없었으며 비행기의 운항에도 문제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비행정지가 이루어진 기간에도 비행을 하기에 부적절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위 용모 규정 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참가인에게 비행 업무를 부여하지 않을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⑥ 원고는 이 사건 비행정지가 징계의 실질을 가짐에도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징계 절차 등을 잠탈하고 참가인을 즉시 비행 업무에서 배제하기 위해 업무명령의 형식으로 징계 처분을 하였으므로 명백히 인사재량권을 남용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비행정지는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사용자의 업무명령권에 속하는 업무명령은 업무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범위에서는 사용자에게 재량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것이 근로 계약 등에 위배되거나 권리의 남용이라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근로자는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 1992. 3. 13. 선고 91누5020 판결 참조). 또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운송사업체에서 행해지는 승무정지 처분은 그것이 경영상의 필요나 업무 수행을 위한 합리적인 이유에 근거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업무명령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앞서 본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6누13231 판결 참조).
나) 그런데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참가인에게 이 사건 비행정지를 한 것은 업무 수행을 위한 합리적인 이유에 근거하는 것으로서 근로 계약 등에 위배되거나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1) 먼저 참가인은 원고의 용모 규정 제5조 제1항 제2호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남자 운항승무원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므로, 그 성질상 사법(사법) 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 제103조 , 제750조 ,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 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 관계에 효력을 미칠 뿐이어서( 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닌 사인(사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기본권 침해를 주장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사인인 원고의 용모 규정 조항이 참가인을 비롯한 남자 운항승무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참가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참가인의 위 주장은 단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비행정지에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지나 그것이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을 뿐이다).
(2) 다음으로 피고와 참가인은 원고의 용모 규정 제5조 제1항 제2호의 신설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함에도 그에 대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위 조항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비행정지를 참가인이 위 용모 규정 조항을 위반한 것에 대한 징계가 아니라 참가인의 현재 상태가 비행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정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업무명령으로 보는 이상 이러한 업무명령은 달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근거가 없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므로(앞에서 본 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누1890 판결 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근거가 없어도 업무명령으로서 승무정지 처분을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설령 위 조항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비행정지가 정당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
(3) 한편 앞서 본 것처럼 원고는 국내외 항공 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항공사인데, 항공사의 경우 항공 사고가 발생하면 다른 운송 수단보다 훨씬 큰 인적·물적 피해를 초래하는 점, 다른 운송 수단에 비해서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점 등의 이유로 항공 운항의 안전 확보와 항공사의 서비스·안전도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과 신뢰가 경영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이에 따라 통상적으로 국내외 항공사들은 항공 운항의 안전을 확보하고 고객으로부터 만족과 신뢰를 얻는 데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범위에서 직원들에게 제복을 착용하게 하는 등 복장이나 용모에 대해 일반 기업체에 비해 많은 제한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 역시 항공사로서 직원들의 복장이나 용모에 대하여 일반 기업체보다 훨씬 폭넓은 제한을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그런데 갑 제5 내지 9, 2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소외 1의 증언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2005. 12. 29.경 이전부터 직원들에게 제복 착용 등 근무 복장 규정의 준수를 강조하는 지시·통보·공고를 수차례 하면서 제복 착용 이외에도 두발이나 안면 상태를 사회통념에 맞게 유지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계속 하여 왔던 사실, 그로부터 약 10년 남짓한 기간이 지나는 동안 참가인은 원고의 위와 같은 지시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러한 지시를 잘 지켜 수염을 기르지 않아 왔던 사실, 그런데 참가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2014. 9. 12. 소외 3과 마주치기 몇 개월 전부터 갑자기 턱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던 사실, 앞서 본 참가인이 속한 에이320 안전운항팀 팀장 소외 1은 같은 날 참가인이 턱수염을 기르고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이를 알고 난 후 즉시 참가인에게 전화하여 면도하라는 지시를 하였으며, 그 직후 참가인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참가인이 위 지시를 따를 수 없다고 하자 수염을 길러야 하는 불가피한 사유와 입장을 정리해서 제출하라고 참가인에게 요청한 사실, 그러자 참가인은 2014. 9. 15. 소외 1에게 상황설명서를 제출했는데, 그 상황설명서에는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내국인을 외국인과 차별하는 것이고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며 종교적인 신념 때문에 수염을 기르는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이에 대해 소외 1은 참가인에게 종교적 이유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종교의 어떤 교리가 적용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재차 요청하였고, 참가인은 2014. 9. 16. 다시 소외 1에게 상황설명서를 제출했는데, 그 상황설명서에는 말이 바뀌어 종교적인 신념 대신 ‘개인적인 신념 때문에 수염을 기르는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었고 나머지 내용은 2014. 9. 15.자 상황설명서의 내용과 동일하였으며, 참가인은 더 이상의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던 사실, 한편 원고는 비행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기장의 경우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소한 요소, 예컨대 가정사나 부부 싸움 같은 것들까지도 고려하여 비행 업무의 부여 여부를 결정하여 오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앞에서 인정한 사실과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면, 원고는 약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안면 상태를 깨끗이 유지하라는 원고의 지시에 충실히 따라 수염을 기르지 않아 왔던 참가인이 갑작스럽게 수염을 기르자 그것이 비행 업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개인적인 사정에 기인하는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어 이에 대해 참가인에게 해명을 요구하였는데, 참가인이 수염을 기르는 구체적인 이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않고 해명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일 뿐만 아니라 면도하라는 지시[이러한 지시는 아래 (5)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업무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에도 따르지 않자, 이러한 참가인의 상태, 즉 참가인에게 어떠한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없고 원고의 제반 규정이나 지시에 대한 참가인의 준수 의지가 확고하지 않은 상태가 참가인에게 안전한 비행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하여 참가인의 비행 업무를 정지하는 이 사건 비행정지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에게는 원고의 업무인 항공 운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참가인의 심리 상태가 비행 업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이 확인될 때까지 참가인을 비행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5) 그리고 갑 제12호증의 1, 갑 제25호증의 1, 2, 3, 갑 제29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와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자사의 운항승무원들에게 제복을 착용하고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고의 운항승무원들은 제복을 입은 상태로 출퇴근을 하기도 하는 사실, 그런데 제복을 입고 출근하던 원고의 운항승무원들이 새치기를 하여 버스에 탑승하였다가 그 제복을 보고 그들이 원고에 소속되어 있음을 알아본 일반 시민이 원고에게 항의를 제기한 적이 있는 사실, 원고는 또한 기장이 제복을 입고 비행 업무를 수행하던 중 휴식 시간에 고객들이 보이는 자리에서 한 행동으로 고객들로부터 불만을 제기당한 적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따르면 제복을 입고 출퇴근을 하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운항승무원들이 보인 모습이나 태도, 행동 하나하나 사소한 것까지도 원고의 고객 또는 잠재적인 고객에게 불만이나 불쾌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원고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직원들의 복장이나 용모에 대한 폭넓은 제한의 일환으로서 제복을 입은 직원들의 두발이나 수염에 대해 그것을 단정하게 정리하거나 깎도록 지시할 업무적인 필요성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지시를 따르지 않은 채 두발이나 수염을 기른 직원에 대해 업무를 수행하기 적정하지 않은 상태라는 판단에 따라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하는 것 역시 고객에게 만족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업무 수행을 위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6) 피고와 참가인은, ① 운항승무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승객을 직접 마주치는 일이 없고, ② 외국인 운항승무원 또는 국내 다른 항공사 운항승무원도 수염을 기른 상태로 근무하고 있으며, ③ 참가인이 일정 기간 수염을 기른 채 승무하였지만 아무런 제재가 없었고 고객의 민원 제기도 없었으며 비행기의 운항에 문제가 있지도 않았고 비행에 부적절한 상태도 아니었으므로, 면도를 하지 않고 수염을 길렀다는 이유만으로 참가인에게 비행 업무를 부여하지 않을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원고의 운항승무원이 출퇴근이나 업무 수행 과정에서 고객들이나 일반 시민들을 마주칠 수 있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② 직원들의 복장이나 용모에 대해 폭넓은 제한을 할 수 있는 재량이 원고에게 있다고 보는 이상 소속 외국인 운항승무원들의 관습을 존중하여 그들에게 예외적으로 수염을 기르는 것을 허용한다거나 국내 다른 항공사와 다르게 직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한다고 하여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국가인권위원회는 2014. 12. 30. 위 용모 규정에서 외국인에게만 예외적으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콧수염을 허용하는 것은 외국인을 우대하는 것이라기보다 전체 구성원 중 소수자에 대해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으로서 합리적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갑 제15호증)}, ③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제복을 입은 원고의 운항승무원들의 사소한 모습, 태도, 행동 하나하나가 원고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이상, 단순히 참가인이 수염을 기른 기간 동안 실제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업무상 필요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참가인이 수염을 기르는 한편 면도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것 자체로 비행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상태라고 본 원고의 판단이 현저히 잘못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와 참가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7) 나아가 피고와 참가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비행정지로 원고가 입은 직접적인 불이익은 2014. 9.분 급여의 약 30%에 해당하는 비행보장수당 3,240,827원을 받지 못한 것이 전부인데, 이를 역산하면 원고의 월 급여는 약 10,000,000원이 넘고, 이러한 원고의 급여 수준에 비추어 단지 한 달 동안 10,000,000원이 넘는 급여 가운데 3,240,827원을 받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일상생활이 갑자기 어려워진다거나 곤궁해진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비행정지로 원고가 입는 직접적인 생활상의 불이익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피고와 참가인은 이 사건 비행정지가 징계의 실질을 가짐에도 원고가 징계 절차 등을 잠탈하기 위해 업무명령의 형식으로 징계를 하여 인사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단체협약에 승무정지가 징계의 종류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별도로 업무명령으로서 승무정지를 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징계가 아닌 업무명령으로서 이 사건 비행정지를 하였다고 하여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다) 결국 이 사건 비행정지는 근로 계약 등에 위배되거나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지 않고 경영상의 필요나 업무 수행을 위한 합리적인 이유에 근거하는 것으로서 정당한 업무명령에 해당한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비행정지를 부당한 처분이라고 인정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