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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누1890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공1994.9.15.(976),2307]
판시사항

가. 운송사업체에서의 승무정지처분의 법적 성질

나. 사납금미납행위로 승무정지조치 후 징계에 회부되자 상사에게 협박, 폭언, 업무방해 등을 한 운전사에 대한 징계해고를 징계권남용으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운송사업체에 있어서의 승무정지처분은 사용자가 경영권 행사의 일환으로 업무수행을 위하여 근로자에 대하여 행하는 업무명령인 승무지시의 소극적 양태라 할 것인바, 이러한 승무정지처분이 경영상의 필요나 업무수행의 합리적인 이유에 기인한 경우에는 이는 정당한 업무명령에 속하며, 이러한 승무정지처분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이로 인하여 근로자에게 금전상의 불이익 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단체협약 소정의 정직이라는 징계처분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나. 사납금미납행위로 승무정지조치후 징계에 회부되자 상사에게 협박, 폭언, 업무방해 등을 한 운전사에 대한 징계해고를 징계권남용으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보조참가인 주식회사 한도택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이 판시한 원고의 사납금 미납행위가 소론과 같이 부득이한 사유에 기하지 아니하였더라도 그로써 곧바로 사납금을 유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원심이 원고의 이러한 사납금 미납행위가 단체협약 제37조 제1호 소정의 "고의로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을 때"나 취업규칙 제56조 제13호 소정의 "회사의 재산을 허가 없이 사리에 유용한 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판시를 하지 아니한 조처에 소론과 같은 경험칙에 위배한 사실인정이나 중요한 사실에 대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제2, 3점에 대하여

운송사업체에 있어서의 승무정지처분은 사용자가 경영권 행사의 일환으로 업무수행을 위하여 근로자에 대하여 행하는 업무명령인 승무지시의 소극적 양태라 할 것인바, 이러한 승무정지처분이 경영상의 필요나 업무수행의 합리적인 이유에 기인한 경우에는 이는 정당한 업무명령에 속한다 할 것이다(당원 1991.3.22. 선고 90다18944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승무정지조치는 피고보조참가인회사(이하 참가인 회사라고 한다)가 원고에 대하여 위 사납금 미납행위를 이유로 징계에 회부하였음을 통지하기 2일 전에 발하여졌다는 것이고, 원심이 채택한 증거인 소외 1의 증언(기록 203면)이나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여지는 소외 2의 증언부분(기록 109면)에 의하더라도 이는 택시운송업계의 관례에 따라 사납금 미납행위를 시정하도록 할 의도로 행하여졌음이 명백하므로, 이러한 승무정지처분은 회사의 운영자금이 거의 일일사납금에 의하여 충당되고 있는 참가인 회사가 운영자금의 원할한 충당을 위하여 그리고 원고에 대하여 수차에 걸친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납사납금을 납부하지 아니함을 이유로 징계를 하기에 앞서 그 미납사납금의 이행을 독촉하기 위하여 취한 것으로서 그 처분경위나 목적, 그 정지기간 등에 비추어 업무수행의 합리적인 이유에 근거한 정당한 업무명령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승무정지처분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도 아니하므로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금전상의 불이익 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단체협약 소정의 정직이라는 징계처분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심이 원고에 대한 위 승무정지처분이 그 처분경위나 목적, 그 기간 등에 있어서 단체협약 소정의 징계처분의 하나인 정직과 구체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에 관하여 별다른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실질적으로 위 정직과 다름없는 것이어서 소정의 징계절차에 따라서 행하여져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승무정지처분의 법적 성질을 오해한 것 이라 할 것이다.

한편,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승무정지처분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당한 업무명령인 이상 참가인 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승무정지처분을 함에 있어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하여 거기에 무슨 잘못이 있다 할 수 없고,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위 승무정지처분을 받은 후에 저지른 원심판시의 각 비위행위는 참가인 회사가 위 사납금 미납행위를 이유로 원고를 징계에 회부한 사실을 알고서 이에 대한 불만에서 취한 행동으로 보여지므로(갑 제1호증의 3의 기재 <기록 18면>, 안상석의 증언<기록 92면>, 소외 2의 증언<기록 109,110면> 각 참조), 원심판시와 같이 위 승무정지처분이 원고의 그 후 각 비위행위를 유발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할 것이다.

그리고 운전수가 사납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참가인 회사가 운전수에 대한 월급에서 미납금 상당을 공제하여 오고 있다 하여도 참가인 회사의 경우 운영자금을 거의 일일사납금에 의하여 충당시키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그러한 사정만으로 사납금 미납행위가 정당하다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더욱이 원고의 1992. 3월의 사납금 미납이 원심판시와 같이 원고가 뚜렷한 소명자료를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채 결근계만을 제출하여 참가인 회사가 이를 결근으로 처리하지 아니한 데 기인한 것이라면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가 이에 대한 징계를 양정함에 있어 정상참작사유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아울러 원고가 사납금 미납행위로 인하여 징계에 회부된 사실에 불만을 품고 1992.4.2. 19:30부터 그날 21:00까지 참가인 회사의 관리부장인 소외 2의 집에 원심판시와 같이 7차례나 전화를 하여 "신나를 뿌려 가족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등으로 협박하고, 나아가 같은 달 4.15:30경부터 17:00경까지 음주한 채 참가인 회사 대표이사 사무실에 들어와 대표이사, 이사, 손님 등 4명이 있는 가운에 상사인 위 소외 2에게 같은 내용의 협박과 폭언을 하는가 하면 동인이 운전수를 채용하면서 부정한 금품을 수수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또한 동인의 멱살을 잡아 폭행하면서 소란을 피워 1시간 30분 동안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였다면 이러한 각 비위행위의 동기나 경위, 그 내용, 그 비위행위의 횟수 등에 비추어 설사 원고가 징계절차시에 그러한 점에 대하여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할 수 없는 정도의 비위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참가인 회사가 원고에 대한 승무정지처분을 함에 있어 소정의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의 그 후 각 비위행위를 유발하였다고 보고 이러한 사정과 원고가 사후에 위 미납 사납금을 모두 납부한 사실 및 원고가 징계위원회에서 그 잘못을 사과한 사정 등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가 징계권을 현저히 남용한 것으로서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것은 결국 징계해고의 재량권에 관한 법리를 그르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니 이 점들을 지적하는 논지는 모두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박만호(주심)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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