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어떤 법률행위에 특별한 법률적 의미나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인정되기 위하여 그 행위의 법률적 의미나 효과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무능력자의 책임을 제한하는 민법 제141조 단서 규정이 의사능력의 흠결을 이유로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는 경우에도 유추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익의 현존 여부의 증명책임의 소재(=의사무능력자)
[3] 의사무능력자가 자신이 소유하는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원을 대출받아 이를 제3자에게 대여한 사안에서, 대출로 받은 이익이 위 제3자에 대한 대여금채권 또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의 형태로 현존하므로, 금융기관은 대출거래약정 등의 무효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위 대출금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더라도 현존 이익인 위 채권의 양도를 구할 수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특히 어떤 법률행위가 그 일상적인 의미만을 이해하여서는 알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그 행위의 일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하여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을 요한다.
[2] 무능력자의 책임을 제한하는 민법 제141조 단서는 부당이득에 있어 수익자의 반환범위를 정한 민법 제748조 의 특칙으로서 무능력자의 보호를 위해 그 선의·악의를 묻지 아니하고 반환범위를 현존 이익에 한정시키려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의사능력의 흠결을 이유로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는 경우에도 유추적용되어야 할 것이나,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그 취득한 것이 금전상의 이득인 때에는 그 금전은 이를 취득한 자가 소비하였는가의 여부를 불문하고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위 이익이 현존하지 아니함은 이를 주장하는 자, 즉 의사무능력자 측에 입증책임이 있다.
[3] 의사무능력자가 자신이 소유하는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원을 대출받아 이를 제3자에게 대여한 사안에서, 대출로써 받은 이익이 위 제3자에 대한 대여금채권 또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의 형태로 현존하므로, 금융기관은 대출거래약정 등의 무효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위 대출금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더라도 현존 이익인 위 채권의 양도를 구할 수 있다고 본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공2002하, 2675)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9358 판결
원고, 피상고인
원고(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철규)
피고, 상고인
피고 원예농업협동조합(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동환)
주문
원심판결 중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는 2003. 11. 20. 피고로부터 5,000만 원을 차용하는 내용의 이 사건 대출거래약정을 체결하면서 이를 담보하기 위해 원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 채권최고액을 6,500만 원으로 하는 피고 조합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사실, 이 사건 대출 당시 원고의 지인인 소외 1이 원고와 함께 피고 조합을 방문하여 이 사건 대출거래약정서와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원고를 대신하여 서명 날인한 뒤 위 대출금 5,000만 원을 수령하여 자신의 아들인 소외 2의 사업자금으로 사용하였고, 이후 한동안 위 대출금에 대한 월 이자를 변제하였던 사실, 한편 원고는 초등학교 1학년 때인 1962년경 원인불명의 열병을 앓은 후부터 언어 및 정신적 장애를 겪게 되어 초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두고 현재까지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데,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 결과에 따르면, 원고의 지능은 64로서 ‘정신지체’의 범주에 속하는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연령은 7세, 의사소통 영역은 5.14 내지 6.19세, 작업 영역은 7.54 내지 10.4세 정도에 해당하며, 언어능력에 있어 일상적인 질문에 대해 말로는 전혀 답을 하지 못하고 동작으로만 “예, 아니오”의 대답이 가능하여 내용전달이 전혀 안 되는 수준인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위 인정 사실에 터잡아, 원고는 이 사건 대출거래약정 및 근저당권설정의 법률적인 의미와 그로 인하여 자신이 부담하게 될 법적인 책임을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 조합 사이의 이 사건 대출거래약정과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의사능력이 흠결된 상태에서 체결된 것으로서 무효이고, 따라서 이를 원인으로 하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도 원인무효로서 말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다음, 원고가 이 사건 대출원리금 중 일부를 상환함으로써 이 사건 대출거래약정 등을 추인하였다거나, 가사 이 사건 대출거래약정 등이 무효라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받음과 동시에 피고 조합에게 위 대출받은 5,000만 원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해야 한다는 피고 조합의 항변들을 모두 배척함으로써,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상고이유 제1점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므로 (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참조), 특히 어떤 법률행위가 그 일상적인 의미만을 이해하여서는 알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그 행위의 일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하여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을 요한다 (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9358 판결 참조).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의 의사무능력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위 법리에도 부합하는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다 할 것인바,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대출원리금 중 일부가 상환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대출거래약정 등이 무효임을 알면서 이를 추인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 조합의 위 추인항변을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 부분 사실인정과 판단 또한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달리 채증법칙 위배나 법리오해, 판단유탈 등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논지 또한 이유 없다.
4. 상고이유 제3점
피고 조합의 동시이행항변에 대해 원심은, 원고에게 이 사건 대출거래약정으로 인한 이익이 현존한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소외 1이 이 사건 대출금을 수령하여 아들의 사업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항변을 배척하였는바, 이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민법 제141조 는 “취소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 그러나 무능력자는 그 행위로 인하여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상환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무능력자의 책임을 제한한 위 조항의 단서는 부당이득에 있어 수익자의 반환범위를 정한 민법 제748조 의 특칙으로서 무능력자의 보호를 위해 그 선의·악의를 묻지 아니하고 반환범위를 현존 이익에 한정시키려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의사능력의 흠결을 이유로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는 경우에도 유추적용되어야 할 것이나,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취득한 것이 금전상의 이득인 때에는 그 금전은 이를 취득한 자가 소비하였는가의 여부를 불문하고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다32881 판결 참조), 위 이익이 현존하지 아니함은 이를 주장하는 자, 즉 의사무능력자측에 입증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대출금 5,000만 원은 소외 1이 이를 받아 아들 소외 2의 사업자금에 모두 사용한 뒤 소외 2를 차용인으로, 소외 1을 연대보증인으로 한 차용증을 원고에게 교부한 바 있으나 현재는 그 원리금을 제대로 변제하기 어려운 형편인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가 회수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솔하게 분수에 맞지 않는 대여행위를 한 것은 금전을 낭비한 것과 다를 바 없어 위 대출금 자체는 이미 모두 소비하였다고 볼 것이지만, 소외 1 또는 소외 2에 대하여 대여금채권 또는 부당이득반환채권(위 대여행위 역시 원고의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무효가 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등을 가지고 있는 이상 원고가 이 사건 대출로써 받은 이익은 그와 같은 채권의 형태로 현존한다 할 것이므로, 피고 조합은 이 사건 대출거래약정 등의 무효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위 대출금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현존 이익인 위 채권의 양도를 구할 수는 있다 할 것이고,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위 채권양도 의무와 피고 조합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소외 1 또는 소외 2에 대하여 위 대여로 인한 어떤 채권을 가지고 있는지를 심리하여 원고에게 현존 이익이 있는지를 규명하여야 할 것임에도 만연히 원고에게 이익이 현존함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위 동시이행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익의 현존 여부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피고 조합의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5.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