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명의차용자의 업무수행상 불법행위에 대한 명의대여자의 사용자책임의 유무(적극) 및 명의대여자가 사용자책임을 지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사용관계의 판단 기준
[2] 건설관계 사업의 명의대여자에게 명의차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피고,상고인
김순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법률 담당변호사 박인호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제1점에 대하여
관련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의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 부선(부선) 및 그에 설치된 기중기(크레인)의 소유자 및 임대인이라고 판단함과 아울러 피고가 단지 정성철에게 명의를 대여하였을 뿐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을 위배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타인에게 어떤 사업에 관하여 자기의 명의를 사용할 것을 허용한 경우에 그 사업이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타인의 사업이고 명의자의 고용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외부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그 사업이 명의자의 사업이고 또 그 타인은 명의자의 종업원임을 표명한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명의사용을 허용받은 사람이 업무수행을 함에 있어 고의 또는 과실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명의사용을 허용한 사람은 민법 제756조 에 의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 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538 판결 등 참조), 또한 명의대여관계의 경우 민법 제756조 가 규정하고 있는 사용자책임의 요건으로서의 사용관계가 있느냐 여부는 실제적으로 지휘·감독을 하였느냐의 여부에 관계없이 객관적·규범적으로 보아 사용자가 그 불법행위자를 지휘·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었느냐의 여부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위 판결 및 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다38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등록원부에 피고가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던 이 사건 부선은 149t의 선박으로서 그에는 건설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기중기가 장착되어 있고, 그 기중기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기술을 습득한 다음 건설기계관리법 소정의 조종사 면허를 취득할 것이 요구되며, 또한 기중기를 사용하여 하역 등의 작업을 함에 있어서는 그 작업의 특성상 안전사고의 발생가능성 등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사실 및 이 사건 부선의 임대차계약서상 피고가 임대인으로 되어 있으며 그 임차인의 임차목적도 건설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이 일정한 수준의 기술인력과 장비 시설 등을 필요로 하는 건설관계사업의 명의를 타인에게 대여하였을 때에는 그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명의를 대여한 자는 객관적·규범적으로 보아 명의차용자 또는 그의 피용자가 불법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게 하지 않도록 지휘·감독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가사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정성철에게 명의를 대여하여 정성철이 피고 명의로 이 사건 부선의 소유자 등록을 하고 이를 진우중기건설 주식회사(이하 '진우중기건설'이라고만 한다)에게 임대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정성철의 사용자로서 그의 피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타인이 손해를 입었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피고가 단순한 명의대여자이므로 사용자가 될 수 없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진우중기건설은 1998. 3. 17. 진로건설 주식회사로부터 동해지방해운항만청이 발주한 동해항 서부두 축조공사 중 잔교시설공사를 공사기간을 1998. 3. 18.부터 1998. 8. 30.로 정하여 하도급받으면서, 위 하도급공사에 사용할 목적으로 이 사건 부선을 기중기 조종사인 제1심 공동피 고와 함께 피고로부터 임차하였는데, 그 임차기간은 위 하도급 공사기간에 맞춰 1998. 3.부터 1998. 8.까지로 정하였으며, 그 사용장소도 잔교시설공사장 내로 한정한 사실, 이 사건 부선의 사용료(임대료)는 월 12,000,000원으로 정해졌는데 그 안에는 기중기 조종사의 월급이 포함된 사실, 이 사건 부선의 임대차계약서에 따르면, 임대인의 사정으로 인하여 5일 전에 임차인에게 통보하였을 때에는 임대인은 임대기간과 관계없이 계약을 해지하고 이 사건 부선을 철수할 수 있는 사실 등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이 진우중기건설이 하도급받은 공사기간에 맞춰 이 사건 부선을 기중기 조종사와 함께 5개월 간 일시 임차하여 그 공사현장에서 사용하기로 하였고, 임대인인 피고로서는 자신의 사정에 따라 5일 전에 통보만 하면 중도에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기중기 조종사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지위는 위와 같은 일시대여 상태에서도 계속 유지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임대차로써 피고가 기중기 조종사의 사용자의 지위를 벗어났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진우중기건설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부선에 관한 임대차계약서에 의하면, "임대기간 중 임대인이 투입한 인원, 장비에 대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임차인이 진다. 단 임대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사고는 임대인이 책임진다."라고 되어 있기는 하나, 그 문언에 비추어 보면, 이 조항을 이 사건과 같이 임대인의 피용자인 기중기 조종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까지 임차인인 진우중기건설이 배상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하기로 하는 취지의 약정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진우중기건설의 안전관리자 김금달의 과실과 기중기 조종사 제1심 공동피고의 과실이 경합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그 중 제1심 공동피고의 과실이 사고발생에 기여한 비율이 80%에 이른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제4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한 망 김용득의 일실수입을 산정함에 있어 사고 당시 망인이 진우중기건설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종사하면서 일당 50,000원을 받기로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일당 50,000원을 기초로 하여 사고일로부터 망인의 가동기간인 60세가 될 때까지의 일실수입을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진우중기건설은 위 하도급받은 잔교시설공사의 공사기간에 맞추어 1998. 3. 16.부터 1998. 8. 31.까지의 기간을 정하여 망인을 위 공사현장의 일용직 근로자로 채용한 사실이 인정될 뿐, 달리 망인이 위 공사 후에도 계속하여 진우중기건설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근무하였으리라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는바,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 공사기간 동안은 일당 50,000원을 기준으로, 그 공사 완료 후 가동기간까지는 망인의 주거지 여하에 따라 도시 또는 농촌 일용노임을 기준으로 망인의 일실수입을 산정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망인의 가동기간 전부에 대하여 일당 50,000원을 기초로 하여 일실수입을 산정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일실수입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지연손해금 부분에 대한 직권판단
직권으로 살피건대, 개정 전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2003. 5. 10. 법률 제68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본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 부분에 대하여는 2003. 4. 24.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었으므로, 원심이 그 판결선고 다음날인 2003. 1. 16.부터의 기간에 대하여 위 개정 전의 법률 규정을 적용하여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것은 결과적으로 지연손해금의 법정이율을 잘못 적용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