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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8. 3. 19. 선고 97구13124 판결:확정
[유족보상일시금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하집1998-1, 417]
판시사항

[1]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중 자살한 경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유무 및 그 입증방법

[2] 갱내의 매몰사고로 인한 장애로 요양중 자살한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행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재해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인 경우에는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근로자가 업무상의 질병으로 요양중 자살한 경우의 인관관계에 관하여도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 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의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우 등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충분한다.

[2] 갱내의 매몰사고로 인한 장애로 요양중 자살한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영재)

피고

근로복지공단

주문

1. 피고가 1996. 12. 28.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소외 인은 1988. 2. 1. 강원탄광에 입사하여 채탄선산부로 근무하던 중 1993. 1. 22. 02:00경 작업장이 무너지는 매몰사고로 머리와 허리를 크게 다쳐 최초 병명 "뇌진탕, 경부 및 요부염좌"로 입원치료를 시작하여 "제5요추 제1천추간 추간판탈출증", "두부외상후 증후군" 등의 추가 상병과 재요양을 피고로부터 승인받아 수차례의 수술과 치료를 받던 중, 결국 1996. 8. 22. 자살하였다.

나. 이에 위 망인의 처인 원고가 피고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보상일시금과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1996. 12. 28. 위 망인의 자살은 업무상 상병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장기요양환자 등의 치료종결 시기가 도래함에 따른 불안감과 취업가능성의 불투명으로 인한 일반적인 증세 및 가정 내의 문제가 겹쳐 발생한 단순 자살로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위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위 망인은 위와 같이 작업장 매몰사고로 업무상 재해인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고 수차례에 걸쳐 수술과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병세의 호전이 없고, 오히려 1995. 8.경부터는 우울증세 등이 심해져서 이 사건 자살에 이른 것이므로 이는 업무상 재해라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위에서 본 증거에 갑 제3호증의 1, 2, 3, 을 제3호증, 을 제5호증, 을 제6, 7, 8호증의 각 기재, 증인 김명철의 증언,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와 정순미신경정신과의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와 변론의 전취지를 보태어 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1) 위 망인은 1949. 3. 6.생으로서 1988. 2. 1. 강원탄광에 광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하여 왔는데 1993. 1. 22. 02:00경 갱내 천공작업중 탄의 붕괴에 따른 매몰 사고로 머리와 허리를 크게 다쳐 최초 병명 "뇌진탕, 경부 및 요부염좌"로 입원치료를 시작하여 1994. 5. 9. 추가상병으로 "두부외상성신경증후군(두부외상후 증후군)"을 승인받고 요양가료를 받은 뒤 치유상태에 이르러 1994. 10. 4. 치료를 종결하고 장해등급 7급에 해당하는 장해급여를 받았다. 그런데 다시 같은 해 11. 12. 상병명 "제5요추 제1천추간 추간판탈출증" 등의 증세가 나타나 피고로부터 재요양을 승인받아 수차례의 수술과 치료를 받던 중, 결국 1996. 8. 22. 제초제를 마시고 음독자살하였다.

(2) 위 망인은 1995. 8.경부터 심한 두통 등으로 태백시 황지동 소재 정순미 신경정신과의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는데, 당시 위 망인은 위와 같은 심한 두통 이외에 어지러움증, 메스꺼움, 불면, 정서불안, 우울증세를 보였고, 특히 어지러움증은 자다가 돌아누울 때도 심하게 느낄 정도로 심각하였고, 또한 경추, 요추의 디스크 증세로 인한 사지의 저림 등 신체적 증세에 시달려 왔다.

(3) 위 망인은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위 신경정신과 치료중 치료의사에게 과거 사기를 당한 일과 실패한 경험이 꼬리를 물고 계속 생각이 나서 그 생각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고 말하였고, 80세가 넘은 노모의 부양에 대한 책임감을 토로한 바가 있었다.

(4) 위 망인은 위 사고로 인하여 머리와 허리 등을 다친 이후로 우울증세, 어지러움증, 극심한 신체적 통증으로 결국 4년에 가까운 투병생활을 하였고, 위 자살 직전 무렵에 이르러서는 1회 약 30 알이나 되는 정신, 혈압, 간, 위장 계통의 치료약 등을 매일 복용하지 아니하면 견디기 어려운 상태였다.

(5) 위 망인은 1995. 8.경 태백시 동점동 464 소재 사택 화장실 천정에 못을 박고 줄을 매어 자살을 기도한 일이 있었고, 같은 해 12.경에는 사택 천정 기둥에 못을 박고 줄을 걸어 목을 매다가 아들에게 들켜 중지하였으며, 1996. 3.경에는 신경정신과 치료약 15일분을 한꺼번에 다 먹고 자살을 시도하다가 원고에게 들켜 약을 빼앗겨 자살을 중지한 일이 있었고, 위와 같은 자살 약 1달 전에는 위 망인의 처남이 위 망인과 술을 마신 뒤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위 망인이 큰 충격을 받았다.

(6) 망인의 경우 자살의 동기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과 수년간의 병상생활을 거듭하고 있는 자신의 신병, 즉 두부외상성신경증후군 및 요추의 추간판탈출증, 이에 동반된 불안, 우울 등의 정서 장애, 신체적 고통 등의 모든 여건들의 전반적인 영향으로 인하여 극심한 감정 변화에 따라 충동적으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 이 법원의 판단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재해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인 경우에는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누6806 판결 , 1992. 5. 12. 선고 91누10022 판결 등 참조), 근로자가 업무상의 질병으로 요양중 자살한 경우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도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3. 12. 14. 선고 93누9392 판결 , 1993. 10. 22. 선고 93누13797 판결 참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갱내에서의 매몰사고로 인하여 장애 및 이에 수반된 불안, 우울 등의 정서 장애가 발생하였고, 그 질병이 만성화되어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증 등으로 계속 고통받고 또한 내성적 성격으로 인한 비관적 심리상태와 정서불안 등의 상태가 지속되었으며, 극심한 신체적 통증은 계속적인 요양에도 불구하고 4년 가까이 지속되어 그 회복 가능성이 적었고, 더욱이 자살 1달 전에는 처남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실망이 더욱 커지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졌으며, 이러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자살 당시 47세 5개월 정도 된 망인에게 영향을 주어 수차례에 걸쳐 자살을 기도하다가 결국 망인으로 하여금 자살에 이르게 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자살은 업무상 입은 위 질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욱(재판장) 강일원 유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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