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기 위한 요건 및 당사자의 합의로 민법 제109조 제1항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재산권의 거래관계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3] 투자자가 비공개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된 것으로 믿고 주식을 거래하거나 매수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4] 감사인의 부실감사로 비공개기업의 가치 평가를 그르쳐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고 손해를 입은 제3자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2항 에 따라 감사인에게 배상을 구할 수 있는 손해액(=주식의 매입대금에서 해당 주식의 실제가치를 공제한 금액)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5546 판결 (공1999상, 1001)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공2015상, 9) [2]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59247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97076 판결 (공2014하, 1658) [3]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다10364 판결 [4]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다90647 판결 (공2008하, 1065)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티케이케미칼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산 담당변호사 정미화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아샘투자자문 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안영수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이촌회계법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한 담당변호사 강진원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와 피고 아샘투자자문 주식회사, 한국증권금융 주식회사, 주식회사 하나은행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이촌회계법인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의 피고 아샘투자자문 주식회사, 한국증권금융 주식회사, 주식회사 하나은행(이하 위 피고들을 ‘피고 아샘 등’이라고 한다)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와 관련한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 아샘 등이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에 주식회사 태주(이하 ‘태주’라고 한다)의 부실상태를 알고도 이를 원고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태주 발행의 이 사건 주식에 관한 매각절차를 진행하여 원고를 기망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취소와 관련한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고,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을 때에 한하여 의사표시의 내용의 착오가 되어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다 (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554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당사자의 합의로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취소에 관한 민법 제109조 제1항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참조).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와 피고 아샘 등 사이에 이 사건 감사보고서상의 태주의 재무제표가 실제 재무상태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원고의 동기를 이 사건 계약의 내용으로 삼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 아샘 등과 원고는 태주의 가치에 대한 착오, 무지, 우발채무 및 부외부채가 있음을 이유로 원고가 피고 아샘 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이 사건 계약서에 명시하였으므로(이하 위 약정을 ‘이 사건 면책합의’라고 한다),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 부외부채의 발견 등으로 이 사건 감사보고서상의 태주의 재무제표가 실제 재무상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사정이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 아샘 등에게 착오를 이유로 취소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취소, 취소권 배제합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한편 이 사건 면책합의는 이 사건 감사보고서의 기준시점인 2010. 12. 31. 이후에 발생한 태주의 재무상태 변동에 관하여 피고 아샘 등이 면책된다는 내용에 불과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상고심에서 처음으로 주장한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다. 이 사건 면책합의의 적용과 관련한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아샘 등이 주식회사 엘앤피아너스(이하 ‘엘앤피’라고 한다)의 재무적 투자자로서 엘앤피 소유의 자산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함으로써 태주 발행의 주식을 취득하게 되어, 태주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재무상황을 알 수 없어서, 이 사건 계약서에 이 사건 주식의 가치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예상을 넘어 이 사건 주식의 가치가 전혀 없는 경우까지 이 사건 면책합의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면책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라.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한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재산권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그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고지하였다면 상대방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내용 또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그 계약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하겠으나, 이때에도 상대방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거나 스스로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 또는 거래 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에는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알리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59247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 아샘 등이 엘앤피의 재무적 투자자로서 엘앤피 소유의 자산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하여 태주의 주식을 취득하였기 때문에 태주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아 그 재무상황을 알 수 없었던 점, ② 이에 피고 아샘 등은 이 사건 주식의 매각절차를 진행하면서 입찰참가자들에게 태주의 가치에 대한 매수인의 착오 또는 무지, 태주의 우발채무 및 부외부채의 존재에 대하여는 매도인들이 책임을 지지 아니함을 사전에 고지하였고, 이 사건 계약서에도 ‘매수인들은 태주의 가치에 대한 착오, 무지, 우발채무 및 부외부채의 존재 등의 사유로 매도인들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명시한 점, ③ 피고 아샘의 직원인 소외 1이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에 태주의 대표이사인 소외 2로부터 받은 추정재무상태표는 2페이지 분량의 간단한 추정자료에 불과하여 그 진실성이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었고, 더군다나 소외 2는 그전에 이미 피고 아샘 등에게 이 사건 주식에 대하여 주당 1,000원의 낮은 가격에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고, 소외 1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이 이 사건 주식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한 바도 있었던 점, ④ 소외 2는 이 사건 주식을 낙찰받는 것에 실패하자,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인 2011. 7. 12. 또는 7. 13.경 원고 측의 소외 3 전무에게 태주의 감사보고서상의 재무제표와 실제 태주의 재무상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으니 양수도계약 체결 전에 실사하라는 취지로 알려준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이라면, 피고 아샘 등은 태주의 재무상황을 알 수 없어 이 사건 주식의 매각절차에서 매도인들이 태주의 가치에 관한 정확성 보장을 할 수 없다고 그 위험성을 고지하였으므로, 태주의 가치를 조사·파악해야 할 책임과 이 사건 주식의 매수에 따른 위험부담은 이 사건 주식의 매수인인 원고에게 있다고 할 것이고, 소외 2가 보낸 추정재무상태표 등은 소외 2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피고 아샘 등의 입장에서 신빙성이 있는 자료라고 판단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피고 아샘 등에게 그 진정성을 조사·파악하여 이를 입찰참가자들에게 알려줄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원고도 소외 2로부터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들어 그 내용을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 아샘 등이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에 원고 등 입찰참가자에게 소외 2로부터 들은 태주의 재무상태에 관한 사정을 알리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 아샘 등이 신의성실의 원칙상 요구되는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신의칙상 고지의무나 그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마. 불법행위와 관련한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 아샘 등이 원고를 기망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원고의 피고 이촌회계법인(이하 ‘피고 이촌’이라고 한다)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손해배상사건에서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책임제한이나 과실상계를 하는 경우, 그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다4819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 이촌이 고의적으로 이 사건 감사보고서에 허위 또는 부실 기재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바,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또한,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 판단은 수긍할 수 있는 범위 내로서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다투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고 이촌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감사인의 주의의무 관련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이촌이 태주의 제33기 회계연도(2010. 1. 1.부터 2010. 12. 31.까지)의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를 수행하면서 그 재무제표에 허위기재 등이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 사건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표명하는 등 피고 이촌이 그 임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감사인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인과관계 관련 주장에 관하여
비공개기업의 주식거래에서 대상 기업의 재무상태는 그 주식의 거래나 매수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고,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를 거쳐 작성된 감사보고서는 대상 기업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이므로, 비공개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로서는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된 것으로 믿고 그 주식을 거래하거나 그 매수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다1036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가 상당한 규모의 자본잠식상태를 알았다면 태주의 미래가치만을 보고 이 사건 주식을 약 30억 원에 매수하였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특히 이 사건 계약의 경우 매도인들인 피고 아샘 등이 태주의 재무상태를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고는 이 사건 주식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이 사건 감사보고서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이 사건 감사보고서의 허위 또는 부실 기재가 없었다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되어 공표된 것으로 믿고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감사보고서의 허위 또는 부실 기재와 주식 취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관련 주장에 관하여
감사인의 부실감사로 인하여 비공개기업의 가치 평가를 그르쳐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여 손해를 입게 된 제3자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항 에 따라 감사인에게 손해배상을 구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액은 해당 주식의 매입대금에서 해당 주식의 실제 가치, 즉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주식의 가액을 공제한 금액이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다9064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계약 당시의 태주의 자산가치나 수익가치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취득한 태주의 실제 주식가치는 0원이어서, 피고 이촌의 부실감사로 입은 원고의 손해액은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한 가액이라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외부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와 피고 아샘 등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이촌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