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6누22905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취소
원고피항소인
A
소송대리인 명동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기홍
피고항소인
수원보훈지청장
제1심판결
2005. 1. 14. 선고 2003구단4380 판결
변론종결
2006. 12. 22.
판결선고
2007. 2. 2.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03. 8. 29. 원고에 대하여 한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B은 1981. 2. 1. 공군하사로 임관하여 2002. 7. 1.부터 C항공통신전대 정보통신중대 부사관으로 근무하여 오던 중, 2003. 5. 26. 16:00경 집을 나와 같은 달 28. 18:20경 평택시 D의 공원조성부지내 폐건물에서 목을 매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나. 원고는 2003. 7. 7. 피고에게 망인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의 순직군경에 해당된다고 주장하면서 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가유공자유족등록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3. 8. 29. 망인이 사망한 것은 법 제4조 제5항 제4호의 규정에 의한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순직군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국가유공자유족등록신청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피고는 위 처분사유와 적용법령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망인은 기존의 통신업무 외에 전산업무를 맡게 되어 지나치게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하여 심한 우울증 등 정신병적인 증상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등 계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오다가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라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병 증상의 발현에 의한 것으로서, 망인이 정신병은 그 직무로 인한 공무상 질병이고 망인의 사망은 정신병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므로 법 제4조 제1항 제5호의 순직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한편 망인의 사망은 형식상 자살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공무상 질병인 우울증의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므로 법 제4조 제5항 제4호에서 규정하는 자해행위에 포함시킬 수 없다 할 것임에도 망인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하지 아니하여 원고의 국가유공자유족등록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관계 법령
제4조 (적용대상 국가유공자)
①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등(다른 법률에서 이 법에 규정된 예우 등을 받도록 규정된 자를 포함한다)은 이 법에 의한 예우를 받는다.
5. 순직군경 :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자
가.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으로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중 사망한 자(공무상의 질병으로 사망한 자를 포함한다)
⑤제1항제3호 내지 제6호∙제11호 또는 제12호의 규정에 의한 국가유공자의 요건에 해당되는 자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되는 원인으로 사망 또는 상이를 입은 경우에는 제1항 및 제6조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되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서 이를 제외한다.
4.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
다. 인정사실
(1) 망인은 E고등학교를 수료한 후 1981. 2. 1. 공군하사로 임관하여, F 보안단, G관제단을 거쳐 2002. 7. 1.부터 C항공통신전대 정보통신중대 부사관으로 근무하였다.
(2) 망인의 특기는 임관시에는 '무선통신'이었고, 1995. 7. 1. 특기조정으로 '통신장비 운용'으로 되었다가, 2001. 10. 4. 개인직무 다기능화와 관련한 특기통∙폐합으로 '정보체계운용'이 되었는데, 무선통신이나 통신장비운용 특기는 주업무가 통신소에서의 문서송∙수신이었던 반면에 정보체계운용 특기는 주업무가 기존 문서취급 업무에 정보화교육장 운영 업무가 추가되었다.
(3) 망인이 2002. 7. 1. C항공통신전대 정보통신중대에 전입한 이후 통신소 업무를 전담하게 되었는데, 2002년 을지훈련을 위한 사전 준비 및 훈련참가시 장비점검, 장비운용법 미숙으로 장비고장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많이 고민하였고, 그에 더하여 전산반을 담당하던 병사의 교육파견으로 2002. 8. 1. 부터 전산반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돠면서 새로 맡게 된 전산업무에 대한 지식의 부족으로 많은 시 간외근무를 하는 등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망인은 평소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보유하고 있었다.
(4) 망인은 2002. 12. 21. 의무대를 방문하여 "손발이 저리고 의욕도 없고 잠도 잘 안 와요. 그리고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라고 호소하였고, 의무대에서는 두통약과 위장관 운동개선제, 소화제 등을 처방하였으며, 2003. 2. 7. 다시 의무대를 방문하였을 당시 자살충동을 느끼는 등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여 의무대에서 H병원에 외진 의뢰를 하여 진단받은 결과 H병원 군의관은 망인에 대하여 주요 우울증 삽화를 의심하여 항우울제인 서트랄린과 트라조돈을 처방하였다. 한편 C항공통신전대 대대장이었던 I은 망인이 새로운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실을 알게 된 후인 2003. 2. 23.경부터 망인으로 하여금 통신소에서 팩스 수발업무만을 하도록 조치해 두었으므로 망인은 퇴원 후 그와 같은 업무만을 담당하였다.
(5) 그러나 망인은 2003. 3. 8. 목을 매어 자살하려다 포기하는 일을 벌였고, 같은 날 평택 J신경외과에 입원하여 항우울제인 플루옥세틴, 항불안제인 클로나제팜, 수면제인 트리아졸람, 항정신병약제인 리스페리돈 등 약물치료를 받다가 2003. 3. 13. H병원으로 전원되어 입원치료를 받았다.
(6) 망인은 H병원에 입원할 당시 우울감과 집중력 저하를 주된 증상으로 호소하였고, 위 병원에서는 플루옥세틴, 트라조돈, 클로나제팜을 처방하여 약물치료를 하면서 지지적 정신치료를 병행하였는데, 2003. 3. 17.에는 더 이상 우울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활동량이 증가되고 고양된 기분이 보이는 등 경조증으로의 전환이 우려되어 주치의가 처방 약물을 감량하다가 같은 달 19. 이후에는 플루옥세틴을 중단하였으며, 망인은 더 이상 고양된 기분이나 활동증가 양상은 보이지 않았으나 이후 경한 우울감, 의욕저하, 신체적 불편감 등을 호소하였고, 퇴원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퇴원 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보였으나 주치의는 이를 부대생활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염려로 관찰하였고, 2003. 4. 4. 외래통원을 통한 지속적인 약물치료 계획 아래 트라조돈, 클로나 제팜을 처방받아 퇴원하였다.
(7) 망인은 퇴원 후 다시 위 정보통신중대에서 근무하면서 통원치료를 받다가 자신감 저하, 주변 시선에 대한 과민한 반응, 업무에 대한 걱정 등이 지속되어 2003. 4. 25. 다시 H병원에 입원하여 약물치료, 우울사고에 대한 인지행동치료, 지지적 언어 심리치료를 받았고, 그 후 우울증상이 호전되어 2003. 5. 20. 퇴원하였다. 퇴원 당시 부대 업무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감 결여 등은 여전히 존재하였으나 초조, 불안 등의 증상은 호전된 상태였다. 망인은 퇴원 후 휴식을 취하면서 사회적응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군의관의 의견과 회복 후에 부대복귀를 바라는 원고의 희망에 따라 2003. 5. 23.부터 같은 해 6. 10.까지 청원휴가를 받았는데, 2003. 5. 26. 16:00경 집을 나와 같은 달 28. 18:20경 평택시 D 공원조성부지내 폐건물에서 목을 매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망인은 자살 장소까지 혼자서 자가용 차량을 운전하여 갔고, 자살 직전에 처인 원고와 몇 차례 전화통화를 하기도 하였다.
(8) H병원에서 망인에 대한 치료를 담당하였던 정신과 전문의 K은 망인의 가족력상 우울증의 유전적인 요인은 확인되지 않았고, 완벽한 성격 등 심리적인 요인도 망인에게 발생한 우울증의 원인으로 고려해 볼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직장에서 겪는 업무와 연관된 스트레스 등 사회적 요인이 우울증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제시하면서, 한편 망인의 증상이 주요 우울증이나 우울 삽화에 비해 낮은 수준인 적응장애일 가능성도 있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9) 제1심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진료기록을 감정한 신경정신과 전문의 L은, 망인의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유발인자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측되고, H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동안에는 치료성적이 좋았지만 퇴원 후 부대에 복귀한 후에는 다시 증상이 재발되는 등의 병력 등도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유발 및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며, 2003. 5. 20. 퇴원한 후에도 망인이 우울증의 증상들을 계속 경험하였을 것으로 추측되고, 이러한 우울증상이 망인의 자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으나, 이러한 우울증의 증상이 자살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를 진료기록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5호증의 1 내지 4, 갑 제6호증의 1 내지 30, 갑 제7호증의 1 내지 9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I, K의 각 증언, 제1심 법원의 M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공군N부대장, H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법은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군인으로서 직무수행 중 사망한 자(공무상의 질병으로 사망한 자를 포함한다)와 그 유족 등은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를 받는다고 규정하는 한편, 같은 조 제5항 제4호에서 위와 같은 국가유공자의 요건에 해당되는 자가 자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이라 함은 그 문리적 의미상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취지(제1조)와 그 규정형식 등에 비추어 군인이 직무수행 중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직무수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2두4136 판결,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두7426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의 우울증이 그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고 망인의 우울증은 직무수행 중의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단되기는 하나, 새로이 수행하게 된 직무가 망인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나이와 경력 등 여러 정황에 미루어 그것이 망인으로 하여금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삶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에 이른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망인의 완벽주의적인 성격 등으로 인하여 새로운 업무에 대한 적응에 실패하여 망인 스스로의 의지에 따른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였을 가능성도 있으며. 그밖에 자살 당시의 망인의 행동 등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망인의 자살은 법 제4조 제5항 제4호에 정한 자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최병덕
판사 여미숙
판사 김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