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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두12521 판결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국가유공자의 요건에 해당하는 자가 자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6항 제4호 에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의 의미 및 직무수행 중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된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육군 무선전화병으로 복무 중이던 사병이 목을 매어 자살한 사안에서, 우울 정서를 동반하는 적응장애가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적응장애로 말미암아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려워, 망인의 자살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6항 제4호 에서 정한 ‘자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영아)

피고, 상고인

대구지방보훈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은 제4조 제1항 제5호 에서 군인으로서 직무수행 중 사망한 자(공무상의 질병으로 사망한 자를 포함한다)와 그 유족 등은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를 받는다고 규정하는 한편, 같은 조 제6항 제4호 에서 위와 같은 국가유공자의 요건에 해당되는 자가 자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이라 함은 그 문리적 의미상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게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을 기르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취지( 법 제1조 )와 그 규정형식 등에 비추어 군인이 직무수행 중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직무수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두14578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의 아들인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2. 12. 2. 경북과학대학 전산정보계열 1학년 재학 중 육군에 입대하여 신병교육을 받은 후 2003. 1. 24. 제12보병사단 37연대 3중대로 배치되어 무선전화병으로 복무하게 된 사실, 망인은 2003. 4. 28. ‘우측 발목 연부조직 종양’ 치료를 위하여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고 2003. 5. 28. 퇴원하는 등 잦은 병원 치료로 인하여 자신의 담당 업무에 적응하기 어려워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고 자신감을 잃고 소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어 선임병들로부터 괴롭힘과 질책을 받은 사실, 망인의 퇴원 직후인 2003. 6.경 본부소대의 행정인력이 감축되면서 망인에게 과중한 업무가 부과되었으며, 이러한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새벽까지 행정반에서 근무하는 등 만성적 수면부족에 시달리면서 동료 소대원들에게 “미치겠다. 자살하고 싶다. 부대근무가 너무 힘들다.”고 말하기도 한 사실, 그런데 본부 분대장인 병장 소외 2는 2003. 6. 초순경 권투 실력을 보여준다면서 망인에게 침낭을 안게 한 후 주먹으로 때려서 충격이 가도록 폭행하는 등 수회에 걸쳐 가혹행위를 하였고, 선임병인 상병 소외 3도 망인이 업무를 빨리 파악하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수시로 망인의 뺨을 때리거나 할퀴었으며 인신공격성 욕설을 하여 망인을 괴롭힌 사실, 망인은 2003. 8. 9. ‘우족관절 연부종양술 후 과반흔증 및 감염의증’으로 다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그 날 친구 소외 4에게 ‘매일 약간의 우울증을 비롯한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내용의 편지를 작성한 사실, 망인은 2003. 8. 18. 퇴원하여 다시 행정반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2003. 8. 23. 15:00경 소외 2 병장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하여 심한 질책을 받고 흥분한 상태로 “군 생활이 짜증나고 힘들다.”고 하면서 교보재 창고로 들어가 나일론 끈으로 목을 매어 자살한 사실, 한편 망인의 사망사건 조사기록을 감정한 정신과 전문의들은 “망인은 고참 병사들의 상습적 괴롭힘으로 인하여 ‘우울정서를 동반한 적응장애(Ajustment Disorder with Depressed Mood)’를 앓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확실한 스트레스가 전제되었을 때에 가능한 진단으로 우울 장애(Depression)는 아니다.” “망인은 자대 전입 후 분명한 스트레스(잦은 업무질책과 폭언, 폭행, 가혹행위, 신체질환)가 있었으며 이에 따른 자발적인 우울감의 표현, 외로움, 지속적인 피로, 수면부족, 자살충동, 업무상 장애 등의 증상이 확인된다. 이런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망인으로 하여금 자존심 저하, 절망감, 분노 및 모멸감 등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하여 위와 같은 적응장애를 유발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대학 1학년 재학 중이던 2001. 9. 19. 부친이 사망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부친 장례식 때 자신보다 16~20세 연상인 이복형제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된 사실, 망인은 신장 178㎝, 체중 46~48㎏의 허약한 체질로서 우측발목 연부조직 종양 절개수술 등을 위하여 2회에 걸쳐 입원치료를 받는 등 교육훈련 누락으로 예정일보다 1개월 늦게 일병으로 진급하게 되었으며, 내무반에서도 표정이 시무룩하고 말이 없어 동료 사병들은 망인이 우울증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심이 인정하거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위와 같은 사실들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군복무 중 망인의 우울 정서를 동반하는 적응장애가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고 망인의 적응장애는 선임병의 거듭된 가혹행위와 질책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단되기는 하나, 위와 같은 직무가 망인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나이와 경력 등 여러 정황에 미루어 그것이 망인으로 하여금 적응장애로 인한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삶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에 이른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전체적으로 망인의 가정환경, 건강 상태, 나약한 성격 등으로 군부대 생활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였을 가능성도 있으며, 그 밖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자살 당시의 망인의 행동 등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적응장애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망인의 자살은 법 제4조 제6항 제4호 에 정한 자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인정 사실만을 근거로 망인의 사망은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 제4조 제6항 제4호 에 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김지형(주심)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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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지방법원 2009.7.15.선고 2009구단374
-대구고등법원 2010.5.28.선고 2009누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