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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두7426 판결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에서 정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의 의미 및 그에 관한 판단 기준

[2] 경력 27년의 교감 승진을 앞둔 교사의 자살이 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에서 정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지기룡)

피고, 상고인

광주지방보훈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의 남편인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1974. 9.경 교사로 임용된 후 2000. 3.경 전체 학년 3학급에 학생 90여 명, 교직원 10명의 판시 중학교에 부임하여 2001. 3.부터 공석중인 교감의 업무를 대행하면서 교무부장 및 연구부장도 겸임하여 각종 업무를 담당하여 온 사실, 2001. 3.부터 위 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소외 2(이하 ‘학교장’이라고 한다)가 그 판시와 같이 연간 교육계획서를 무시하고 교사 및 학교운영위원회와의 협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각종 학교행사 및 학사일정을 전횡하면서부터 망인의 업무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한편, 망인의 업무수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망인에 대하여 질책 및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는가 하면 방과 후 학교 관리 등의 명목으로 2001. 4. 중순경부터 학교장 관사에서 함께 숙식하도록 한 사실, 이에 망인이 불안 등의 증세를 보이다가 2001. 6. 4. 신경정신과의원에서 우울장애 등 진단을 받고 같은 해 7. 18. 정신병원에서 정식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 약물 및 정신과치료를 받아 오던 중 2001. 9. 22.(토요일) 위 학교에서 개최된 면민체육행사에서 오후 늦게까지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였다가 같은 해 9. 24. 02:10경 집에서 자살한 사실, 망인의 담당의사가 망인의 사망 당시의 정신의학적 상태에 대하여 합리적인 판단능력이 결여된 중증 우울증상태라는 견해를 밝힌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망인 및 그 가족에게 우울증 등 정신과적 기왕력이 없고, 신임 학교장의 부임 이래 잦은 학사일정 변경, 업무 과중, 학교행사 관련 질책, 모욕적인 발언, 근무평정에 대한 불안감 등 학교장으로 말미암은 업무상 스트레스 이외에는 망인의 우울증 발병이나 자살의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음에 비추어 망인은 학교장 때문에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발병한 중증의 우울상태에서 발현된 자살충동 때문에 자살에 이르렀다고 추단되고 이는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고 한다) 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망인은 법 제4조 제1항 제11호 소정의 순직공무원으로서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유족인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아래의 이유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법 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그 문언적 해석상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그 공헌과 희생의 정도에 대응하여 실질적인 보상으로서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게 연금을 비롯한 각종의 보상제도를 두고 이러한 목적과 기본이념 및 보상제도에 따라 국가유공자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열거하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 등에 대하여는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과 법 시행령의 취지에 비추어 공무원이 상사로부터의 질책 기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 자살이 의사능력이 있는 상태에서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업무 혹은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2두4136 판결 , 2004. 2. 27. 선고 2003두12202 판결 , 2004. 3. 26. 선고 2003두14789 판결 , 2004. 7. 22. 선고 2003두1353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경력 27년의 교감 승진을 앞둔 교사로서, 2001. 3.경 새로 부임한 학교장의 요구에 따라 학교장 관사에서 숙식을 하여 오다가 우울증 진단을 받자 원래대로 집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2001. 7. 중순부터 1개월간의 여름방학 기간 중에는 물론 개학 후 자살하기까지 2001. 9. 초경 공개수업관계로 학교장으로부터 질책을 들은 일 외에는 특별히 학교장과 갈등을 빚은 일이 없고(동료교사 소외 3의 진술 참조), 자살 직전까지도 간헐적인 통원 치료 이외에는 특별한 하자 없이 담당업무를 정상 처리하여 온 사실, 일반적으로 가족력 등 유전적인 요인도 우울증의 주요 인자의 하나로 간주되는데, 망인을 치료한 전남대학병원 정신과에서는 망인의 모친이 주요 우울장애 환자였던 점을 망인의 우울증의 한 원인으로 들고 있고, 그 외에도 학교장과의 갈등뿐만 아니라 업무량의 과다 특히 망인이 승진과 관련하여 자발적으로 맡은 2년짜리 장기 연구과제로 인한 압박감 및 과제완수 실패에 따른 체면 손상문제를 망인 및 그의 처가 집중 호소한 점을 그 원인으로 들고 있으며(갑 제32호증 진료기록지 참조), 망인의 우울증을 2001. 6. 4.경 최초 진단한 신경정신과의원에서도 망인은 이미 2000년부터 불안, 초조, 대인기피증, 의욕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2001년에 들어서 발생한 학교장과의 갈등 및 장기 연구과제로 인한 부담감을 그 증상의 주된 원인으로 호소하였음을 밝히고 있는 사실(임영진 신경정신과의원의 사실조회회신 참조), 망인의 자살 이후 동료 교사 및 학부모 등이 학교장의 파면이나 해임을 진정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학교장은 2002년경 명예퇴직의 형식으로 정상 퇴직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망인의 우울증은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은 학교장의 도를 지나친 간섭 기타 부적절한 행태에서 비롯된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승진을 위해 맡은 장기 연구과제의 완수에 대한 자신감 결여에서 비롯된 다소 개인적 차원의 스트레스에다가 일부 유전적 요인마저 함께 가세하여 나타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데, 그 중 원고가 문제 삼는 학교장의 부적절한 행태도 직무상 부당행위가 될 수 있음은 논외로 하더라도 형사상 처벌 혹은 인사상 파면사유에 해당할 정도의 불법행위라고는 단정하기 어렵고, 망인의 업무량 또한 망인이 재직한 학교 규모 및 망인의 방학 중 행적 등에 비추어 학교장의 전횡으로 인한 업무 부담의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그것이 감내할 수 없을 만큼 과다한 것이었다고는 단정하기 어려운 점, 망인은 법률상 신분이 보장되는 교사인 데다가 충분한 경험과 식견 및 사리분별력을 지녔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력 27년의 교감 승진 예정자이었으므로 학교장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하여 이를 맹목적으로 감내하여야만 한다거나 항의, 전근 기타의 방법으로 개인적 피해를 최소화할 적절한 대책을 전혀 마련할 수 없을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일반적으로 학교장인 상사의 업무와 관련한 간섭 내지 질책 등으로 말미암아 그 대상자인 교사에게 과도한 긴장감 내지 스트레스를 초래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수십 년의 경력직 교사로 하여금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삶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에 이르리라고는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의 여러 사정과 앞서 본 법리를 종합하여 살펴보면, 망인은 학교장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우울증의 극단적인 증세로서 의사능력이나 자유로운 의지가 결여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망인의 나약한 성격 탓에 변화 혹은 가중된 업무상황 및 갈등관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비교적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현실도피의 수단으로서 자살을 선택한 것이라고 봄이 오히려 상당하다 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는 법 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실관계의 인정을 일부 달리한 채 그 적시한 사정 및 망인에 대한 의학적 진단명에 주안점을 두어 망인의 자살은 망인의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 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니,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김영란 김황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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