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 국가유공자 등록에서 제외되는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의 의미 및 군인의 직무수행 중의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임관시의 특기가 변경되어 새로 맡게 된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 부사관의 자살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5항 제4호 에 정한 자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 국가유공자 등록에서 제외되는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그 문리적 의미상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하는바, 위 법률의 입법 취지와 그 규정형식 등에 비추어 볼 때 군인이 직무수행 중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직무수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2] 임관시의 특기가 변경되어 새로 맡게 된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 부사관의 자살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5항 제4호 에 정한 자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명동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기홍)
피고, 상고인
수원보훈지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고만 한다)은 제4조 제1항 제5호 에서 군인으로서 직무수행 중 사망한 자(공무상의 질병으로 사망한 자를 포함한다)와 그 유족 등은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를 받는다고 규정하는 한편, 같은 조 제5항 제4호 에서 위와 같은 국가유공자의 요건에 해당되는 자가 자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이라 함은 그 문리적 의미상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취지( 법 제1조 )와 그 규정형식 등에 비추어 군인이 직무수행 중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직무수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2두4136 판결 , 2006. 1. 27. 선고 2005두742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의 남편인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공군기술고등학교를 수료한 후 1981. 2. 1. 공군하사로 임관하여, 제7항로보안단, 제30방공관제단을 거쳐 2002. 7. 1.부터 공군제7항공통신전대 정보통신중대 부사관으로 근무하게 된 사실, 망인의 특기는 임관시에는 ‘무선통신’이었고, 1995. 7. 1. 특기조정으로 ‘통신장비운용’으로 되었다가, 2001. 10. 4. 개인직무 다기능화와 관련한 특기통·폐합으로 ‘정보체계운용’으로 되었는데, 이에 따라 그 판시와 같이 망인의 주업무가 달라진 사실, 망인이 2002. 7. 1. 공군제7항공통신전대 정보통신중대에 전입한 이후 통신소 업무를 전담하게 되었는데, 2002년 을지훈련을 위한 사전 준비 및 훈련참가시 장비점검, 장비운용법 미숙으로 장비고장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많이 고민하였고, 그에 더하여 전산반을 담당하던 병사의 교육파견으로 같은 해 8. 1.부터 전산반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되면서 새로 맡게 된 전산업무에 대한 지식의 부족으로 많은 시간외근무를 하고서도 도저히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적응실패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사실, 이로 인하여 망인은 2002. 12. 21. 의무대를 방문하였고, 2003. 2. 7.에는 자살충동을 느끼는 등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였으며, 망인을 진단한 국군수도병원 군의관은 주요 우울증 삽화를 의심하여 그에 대한 처방을 한 사실, 그 후 망인은 2003. 3. 8. 목을 매어 자살하려다 포기한 것으로 인하여 국군수도병원 등에 입원하여 우울증에 대한 치료를 받고 2003. 4. 4. 외래통원을 통한 지속적인 약물치료 계획 아래 약물처방을 받고 퇴원한 사실, 망인은 퇴원 후 다시 근무하던 중 계속하여 업무에 어려움을 느끼고 불안과 초조감 속에 지내면서 몇 차례 외래치료를 받다가 자신감 저하, 주변 시선에 대한 과민한 반응, 업무에 대한 걱정 등이 지속되어 2003. 4. 25. 다시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하여 약물치료 등을 받고 우울증상이 호전되어 2003. 5. 20. 퇴원한 사실, 휴식을 취하면서 사회적응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군의관의 의견과 회복 후에 부대복귀를 바라는 원고의 희망에 따라 망인은 2003. 5. 23.부터 6. 10.까지 청원휴가를 받았는데, 여전히 우울증상을 보이다가 2003. 5. 26. 16:00경 집을 나와 2003. 28. 18:20경 평택시 객사리 공원조성부지 내 폐건물에서 목을 매 자살한 상태로 발견된 사실, 망인을 치료한 의사와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의사는 망인의 경우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유발 및 재발인자로 작용하였고 우울증 증세가 망인의 자살 수행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하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망인의 상관인 소외 2는 망인이 새로운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실을 알게 된 후인 2003. 2. 23.경부터는 망인으로 하여금 통신소에서 팩스 수발업무만 하도록 조치한 사실, 망인은 평소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망인이 2003. 3. 13.부터 2003. 4. 4.까지 입원하였던 국군수도병원의 의사는 망인에 대하여 주요 우울증이나 우울 삽화에 비해 낮은 수준인 적응장애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한 사실, 망인은 자살 장소까지 혼자 차를 운전하고 갔을 뿐만 아니라 자살 직전에 처인 원고와 몇 차례 전화통화를 하기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심이 인정하거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위와 같은 사실들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망인의 우울증이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고 망인의 우울증은 직무수행중의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단되기는 하나, 새로이 수행하게 된 직무가 망인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나이와 경력 등 여러 정황에 미루어 그것이 망인으로 하여금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삶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에 이른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망인의 완벽주의적인 성격 등으로 인하여 새로운 업무에 대한 적응에 실패하여 망인 스스로의 의지에 따른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였을 가능성도 있으며, 그 밖에 자살 당시의 망인의 행동 등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망인의 자살은 법 제4조 제5항 제4호 에 정한 자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은 인정 사실만을 근거로 망인의 사망은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내지 법 제4조 제5항 제4호 에 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