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계약보증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약정한 경우, 채권자는 채무불이행의 사실만 증명하면 그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민법 제398조 제2항 소정의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의 의미 및 그 판단 방법
판결요지
[1]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을 증명하지 아니하고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
[2] 법원이 민법 제398조 소정의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부당히 과다하다 하여 감액하려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위(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 관행과 경제 상태 등을 참작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398조 제1항 , 제4항 [2] 민법 제398조 제1항 ,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75. 3. 25. 선고 74다296 판결(공1975, 8407) 대법원 1988. 5. 10. 선고 87다카3101 판결(공1988, 951) 대법원 1991. 1. 11. 선고 90다8053 판결(공1991, 720)
[2]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공1993하, 1528)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42393 판결(공1996상, 1100) 대법원 1997. 6. 10. 선고 95다37094 판결(공1997하, 2123)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15371 판결(공1997하, 2698)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5546 판결(공1999상, 1001)원고,상고인겸부대피상고인
동부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법률 담당변호사 정귀호)
피고,피상고인겸부대상고인
전문건설공제조합 (소송대리인 동화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선국)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부대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원심이 인정한 기초사실
(1) 원고는 1997. 7. 21. 소외 주식회사 일신알미늄(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과 사이에 원고가 시공하는 다동 재개발 신축공사 중 커튼월공사 부분(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에 관하여 계약금액 1,265,000,000원(공급가액 1,150,000,000원 + 부가가치세 115,000,000원), 공사기간 1997. 7. 21.부터 1998. 5. 31.까지, 계약보증금 126,500,000원, 지체상금률 공사 지연 1일당 공사금액의 1,000분의 1로 정하는 내용의 하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원고와 소외 회사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외 회사가 원고에게 공사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보증금을 지급하되, 소외 회사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된 경우에 계약보증금은 원고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약정하였다.
(3) 소외 회사는 1997. 7. 18. 피고와 사이에 소외 회사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위 계약보증금 지급채무를 피고가 보증한다는 내용의 하도급이행보증계약을 체결하고 피고로부터 보증금액 126,500,000원으로 된 계약보증서를 발급받아 그 무렵 위 계약보증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원고에게 이를 교부하였다.
(4) 그런데 소외 회사는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던 중 부도가 발생하여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1998. 3. 20.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공사 포기각서를 교부하였고, 이에 원고는 같은 해 4월 16일 소외 일진알미늄 주식회사(이하 '일진알미늄'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공사 중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공사금액 1,122,000,000원(부가가치세 102,000,000원 포함), 공사기간 1998. 4. 16.부터 같은 해 7월 31일로 정하는 내용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같은 해 4월 25일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냈다.
(5) 그 후 위 일진알미늄이 1998. 7. 31. 위 나머지 공사를 완공함으로써 이 사건 공사가 마무리되자, 원고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 해지 당시의 소외 회사의 기성금액을 금 343,200,000원으로 정산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소외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액은 35일 동안의 지체상금 상당액인 금 44,275,000원 정도로 추정되며 위 지체상금 이외에 특별히 현저한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할 만한 다른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하면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 금 126,500,000원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하여 이를 금 50,000,000원으로 감액하였고, 원고가 소외 회사에게 지급한 기성금과 위 일진알미늄에게 지급한 공사대금을 합하면 당초 소외 회사와 약정한 공사대금보다 금 200,200,000원을 더 지출하게 되어 그만큼 원고가 손해를 입은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계약보증금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으로서 부당하게 과다하지 않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동일한 공사를 시행하더라도 시공자에 따라 시공능력이나 공사방법 등이 달라 그 공사대금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은 물론, 원고가 위 일진알미늄과 새로운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1998. 4. 16.과 소외 회사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1997. 7. 21.은 공사비를 산출하는 기준시점이 서로 달라 비용이 증감될 수 있는 것이어서, 위와 같이 증가된 공사금액 부분이 소외 회사의 위 채무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점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을 증명하지 아니하고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대법원 1975. 3. 25. 선고 74다296 판결, 1991. 1. 11. 선고 90다8053 판결 등 참조), 계약보증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약정한 이 사건에 있어 원고는 자신이 입은 손해액 및 그 손해액과 소외 회사의 채무불이행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책임이 없는데도 원심이 위와 같이 판단한 것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한 경우에 있어서의 손해액 및 그 손해액과 채무불이행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을 전도한 위법이 있다.
(2) 원심은 소외 회사의 공사포기 다음날에 즉시 원고가 공사비 10억 원 정도의 잔여 커튼월공사에 관하여 다른 업자를 물색하고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여 바로 그날부터 다른 업자가 공사를 속행하여야 함을 전제로 하여 소외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공사 지체일수를 35일로 산출하였음이 명백한바, 경험칙상 다른 업자의 물색 및 계약체결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더 감안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원심의 조치는 위법하다.
(3) 법원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부당히 과다하다하여 감액하려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위(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을 참작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참조).
원심은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다고 볼 수 있는 사유로서, ① 소외 회사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당초 공급가액의 약 30%에 해당하는 기성금 343,200,000원 상당의 공사를 진행하다가 부도가 발생하여 결국 이 사건 공사를 포기하게 되었는데, 그 때까지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미지급 임금이 없음을 확인하면서 만일 미지급 임금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소외 회사의 기성금액에서 직접 지급할 것을 약속하는 내용의 공사 포기각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이를 교부한 사실, ② 소외 회사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공사를 중단함으로써 원고가 입은 손해액은 35일간의 지체상금 상당액인 금 44,275,000원 정도로 추정되는 사실을 들고 있다.
그러나, ①항의 사유는 이 사건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는 데 참작할 사유가 아니라고 할 것이고, ②항의 사유와 관련하여 원심이 지체상금을 산정하여 봄에 있어서 지체일수를 위법하게 계산하였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며, 달리 소외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지 않았거나 그 손해액이 매우 적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대한 피고의 입증이 없고,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소외 회사의 공사포기시에 이미 공정이 상당히 지체되어 있었기 때문에 원래의 예정대로 이 사건 공사를 완료시키기 위하여는 원고로서는 다른 업자로 하여금 원고와 소외 회사와의 계약상의 공사속도보다 훨씬 빨리 공사를 진행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할 것이고 그를 위하여는 원래의 공사비 보다 더 많은 잔여 공사비를 지불할 수요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점(공기단축을 위하여 예컨대 휴일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등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을 알 수 있으며, 그리고 공사하도급계약에 있어 하도급공사금액의 10% 정도를 계약금으로 정하고 이를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약정함이 일반적인 거래관행인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이 사건 손해배상 예정액도 하도급공사금액의 10%이다.
따라서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은 원고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게 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4) 결국 소외 회사의 위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지 않았거나 그 손해액이 매우 적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대한 피고의 입증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하도급 공사금액의 10%인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원고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게 할 정도라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은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질렀다 할 것이며,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2. 피고의 부대상고이유에 관하여
소외 회사가 지체상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 지체일수를 25일로 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부대상고이유의 주장은 위에서 살핀 바에 비추어 이유가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부대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