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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9다67313 판결
[손해배상(기)][공2010하,2076]
판시사항

[1] 비전형의 혼합계약에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 방법

[2] 당사자 사이에 이루어진 거래가 현실적인 물품인도가 없는 형태의 물품공급계약에 수익률보장 또는 재매입보장의 요소가 합쳐진 비전형의 혼합계약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으므로 그 거래내용의 객관적인 의미를 있는 그대로 확정한 다음 그에 따른 법률효과를 부여할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함에도, 위 거래가 물품거래의 형식을 빌린 자금거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품공급계약의 성립 자체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사용된 문언에만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어떤지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비전형의 혼합계약의 해석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 비전형의 혼합계약에서는 다수의 전형계약의 요소들이 양립하면서 각자 그에 상응하는 법적 효력이 부여될 수 있으므로,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있는 그대로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당사자 사이에 이루어진 거래가 현실적인 물품인도가 없는 형태의 물품공급계약에 수익률보장 또는 재매입보장의 요소가 합쳐진 비전형의 혼합계약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고, 이와 같은 거래형태는 계약자유의 원칙상 유효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느 하나의 전형계약의 형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 계약 성립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으므로, 그 거래내용의 객관적인 의미를 있는 그대로 확정한 다음 그에 따른 법률효과를 부여할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수익률보장이나 재매입보장 약정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물품공급계약의 성립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음에도, 위 거래가 물품거래의 형식을 빌린 자금거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품공급계약의 성립 자체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한사랑씨앤씨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이선애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신세계아이앤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전용희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사용된 문언에만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어떤지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다90095, 90101 판결 , 대법원 2010. 7. 8. 선고 2010다959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비전형의 혼합계약의 해석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 비전형의 혼합계약에서는 다수의 전형계약의 요소들이 양립하면서 각자 그에 상응하는 법적 효력이 부여될 수 있으므로,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있는 그대로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 피고는 컴퓨터 및 주변기기 관련 대형 유통회사로서 PC방용 컴퓨터 공급 사업부문을 운영하면서 한국휴렛패커드 유한회사(이하 ‘HP’라고 한다) 등이 제조한 PC방용 컴퓨터를 주로 소외 1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주식회사 에버컴퓨터(이하 ‘에버컴퓨터’라고 한다)에 공급한 사실, ② 피고의 직원으로서 ‘유통사업부 정보기기영업팀 바이어/주임’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며 PC방용 제품의 선정, 영업기획 및 판매 등의 영업 업무를 담당하던 소외 2는 2006년 11월경 삼성전자 주식회사가 본격적으로 PC방용 컴퓨터 공급 사업에 진출하면서 피고와 에버컴퓨터의 매출이 격감하고 에버컴퓨터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위 사업부문의 매출실적을 유지하면서 에버컴퓨터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원고들과 같은 컴퓨터 도매업체에 피고 명의의 물품보관증을 제공하고 돈을 받아 선입금 형식으로 피고의 계좌에 입금한 후, 정상적인 결재절차를 밟지 않은 채 피고 명의로 대량의 컴퓨터 등을 HP 등 제조업체에 발주하고, 소외 1은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컴퓨터 등을 덤핑판매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여 자금을 조달하기로 한 사실, ③ 이에 소외 2는 원고 주식회사 한사랑씨앤씨(이하 ‘원고 한사랑씨앤씨’라고 한다)와 사이에, 원고 한사랑씨앤씨에 피고 명의의 물품보관증을 교부하고 원고 한사랑씨앤씨로부터 선입금 형식으로 컴퓨터 구입대금을 받아 HP로부터 컴퓨터를 구입한 뒤, 원고 한사랑씨앤씨가 위와 같이 구입한 컴퓨터를 에버컴퓨터에 일정한 이윤을 붙여 팔고 에버컴퓨터로부터 그 판매대금에서 구입대금과 월 3~6%의 이윤을 받아 대여금의 변제에 충당하되, HP로부터 구입한 컴퓨터는 원고 한사랑씨앤씨를 거치지 않고 피고의 물류창고에서 직접 에버컴퓨터로 공급하기로 하는 거래를 하기로 한 사실, ④ 이후 소외 2는 원고 한사랑씨앤씨에 3회에 걸쳐 거래할 컴퓨터 등의 품목, 단가, 수량 등을 명시하여 “원고 한사랑씨앤씨가 컴퓨터 등의 구입대금을 피고에게 입금하면, 그로부터 15일 정도 후에 에버컴퓨터, 주식회사 에이치피커런씨(1회)가 4~5%의 이윤을 더한 금액에 현금 매입하고, 기일을 초과하면 15일마다 2%의 지체보상금을 지급할 것이며, 피고는 위 컴퓨터 등에 관한 물품보관증을 원고 한사랑씨앤씨에 교부하겠다”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고 그 대금 명목으로 피고의 계좌로 합계 1,516,717,000원을 송금받은 후 위 컴퓨터 등을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물품보관증을 피고 명의로 작성하여 교부하였고, 피고는 위 각 물품대금에 대하여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사실, ⑤ 소외 2는 2007년 2월경부터 원고 주식회사 컴장수(이하 ‘원고 컴장수’라고 한다)와도 원고 한사랑씨앤씨와 같은 방식으로 거래를 하던 중, 2007. 10. 15. 원고 컴장수가 피고의 물류창고에 보관중인 HP 특판용 컴퓨터 499대(재고총액 334,755,600원)에 관하여 2007. 10. 17.까지 현금매출의 영업지원을 할 것이며 위 영업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2007. 10. 18. 피고가 위 물품을 반품받고, 2007. 10. 22. 6%의 이윤을 가산하여 반품대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피고 명의로 작성하여 원고 컴장수에 교부한 사실, ⑥ 한편, 원고 주식회사 현대멀티넷(이하 ‘원고 현대멀티넷’이라고 한다)은 소외 2와의 사이에, 2007. 9. 20. 및 2007. 9. 28. 각각 7억 원, 5억 원 상당의 컴퓨터를 에버컴퓨터로부터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각 계약서에는 컴퓨터의 품목, 수량, 대금 등이 명시되어 있고, 특약사항으로 피고는 원고 현대멀티넷에 위 물품에 관한 물품보관증을 발행하여 주고 에버컴퓨터는 각각 2007. 10. 18. 16:00까지 및 2007. 10. 10. 16:00까지 위 각 물품을 756,756,756원, 526,315,789원에 재매입하며, 만일 에버컴퓨터가 이를 재매입하지 않을 경우 각각 그 다음날 16:00까지 보증인인 피고가 에버컴퓨터를 대신하여 위 각 금액을 지급하고 위 각 물품을 인수하며, 이를 지체할 경우 1일당 위 각 금액의 2/1,000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고, 보증인란에는 피고의 고무명판과 소외 2의 인장이 날인되어 있는 사실, ⑦ 소외 2는 위와 같이 원고들 등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구입한 컴퓨터 등을 PC방 업주들에게 공급하거나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리고 담보로 제공하기도 한 사실, ⑧ 소외 2는 2008. 9. 11. 및 2009. 1. 15.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원고들 등에게 피고 명의의 위 각 물품보관증을 위조하여 교부하고, 피고로 하여금 물품대금채무를 부담하게 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 ⑨ 한편, 원고들을 비롯한 컴퓨터 도매업체들은 이 사건 이전에도 자금력이 없는 중소업체를 대신하여 이 사건과 유사한 재매입약정 등을 하고 제조업체 등으로부터 컴퓨터를 매입하여 직접 중소업체에 공급하는 형태의 거래를 하여 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에서 본 법리와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 한사랑씨앤씨, 컴장수와 소외 2 사이에 이루어진 거래는 현실적인 물품인도가 없는 형태의 물품공급계약에 수익률보장의 요소가 합쳐진 비전형의 혼합계약이고, 원고 현대멀티넷과 소외 2 사이에 이루어진 거래는 현실적인 물품인도가 없는 형태의 물품공급 및 재매입계약에 재매입보장의 요소가 합쳐진 비전형의 혼합계약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고, 이와 같은 거래형태는 오늘날의 복잡다기한 경제현실에서 얼마든지 행하여질 수 있는 것으로서 계약자유의 원칙상 유효할 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물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영세업체에는 유용한 자금 확보수단이 되고, 원고들과 같은 중간도매업체에는 물류 등의 부담 없이 안정적인 중간 이윤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경제적인 기능을 수행하므로, 그것이 어느 하나의 전형계약의 형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 계약 성립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각 거래에 관하여는 그 거래내용의 객관적인 의미를 있는 그대로 확정한 다음 그에 따른 법률효과를 부여할지 여부를 판단함이 마땅하고, 수익률보장이나 재매입보장 약정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물품공급계약의 성립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다만, 소외 2가 피고를 대리하여 유효하게 계약을 체결하거나 수익률보장·재매입보장 약정을 할 권한이 있었는지는 별도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원고들과 소외 2 사이의 각 거래가 물품거래의 형식을 빌린 자금거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품공급계약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비전형의 혼합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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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남부지방법원 2008.9.19.선고 2007가합2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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