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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2021.4.7. 선고 2020노230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살인),강도살인,사체유기,부착명령
사건

(전주)2020노230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강간등살인), 강도살인, 사체유기

(전주)2020전노28(병합)부착명령

피고인겸피부착명령청구자

최○○ (890000-1000000), 무직

항소인

쌍방

검사

김선문(기소), 김현우(기소 및 부착명령청구), 임관혁(공판)

변호인

변호사 강영신(국선)

원심판결

전주지방법원 2020. 11. 5. 선고 2020고합82, 2020고합167(병합),

2020 전고 16(병합) 판결

판결선고

2021. 4. 7.

주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의 항소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 요지

가.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피고인')

1) 사실오인 주장[피해자 김○○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살인) 및 강도살인 부분]

피해자 김○○을 살해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고인은 그녀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금팔찌와 48만 원을 넘겨받았을 뿐 이를 강취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피해자 김이○과의 합의에 따라 성관계를 시도하다가 그녀의 음부에 손가락을 넣었을 뿐 그녀를 강간하지 않았다. 검찰에서 있었던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믿기 어렵고, 이를 보강할 만한 증거도 없으며, 여러 정황에 비추어 강간 범행과 강도 범행까지 유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와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주장

원심의 형(무기징역 등)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주장)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쟁점과 판단 개요

1) 이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 김○○(제2항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살인 범행은 인정하지만, 강간 범행과 강도 범행은 부인한다. ① 피해자는 유일하게 이 사건을 목격하고 경험하였던 사람이지만, 사망한 그녀의 진술을 통해서는 당시 정황을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 정도로 범행 전후에 관한 간접 정황의 증명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② 피고인은 수사 단계에서 일부씩 범행을 인정하다 제3, 4회 검찰 피의자신문 당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으나, 원심법정에 이르러 강간 범행과 강도 범행을 부인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검찰에서 있었던 자백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을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여러 객관적인 간접 정황과 신빙성 있는 피고인의 자백 진술을 기초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법원의 판단은 정당하다. 또한, 피고인의 자백은 가공이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로 보강증거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원심법원의 판단을 보충하거나 보완하면, 다음과 같다.

나. 승용차 내에서 있었던 일련의 간접 정황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약 2시간 동안 피고인 운전 승용차에서 단둘이 함께 있었다. 이 부분 범행 직전과 범행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행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020. 4. 14. 22:18:30(43초) -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제안

○ 2020. 4. 14. 22:29경 - 피고인이 커터칼 1개를 구입

○ 2020. 4. 14. 22:31:14(49초), 22:36:35(28초) - 피고인이 두 차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장소 등을

확인

○ 2020. 4. 14. 22:40경 - 피해자가 피고인 운전 승용차에 탑승

○ 2020. 4. 14. 22:45경(또는 22:48경) - 피해자가 승용차 조수석에서 내리려다가 다시 탑승

○ 2020. 4. 14. 22:42:17, 22:49:45(37초) - 피해자가 최○○에게 2회 전화를 걸어 1회 통화

○ 2020. 4. 14. 22:57:03(43초) - 피해자가 피고인 처(▲▲▲)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

○ 2020. 4. 14. 23:35:35 - 피해자가 최○○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음

○ 2020. 4. 14. 23:36:53 -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최○○ 휴대전화로 "잇다가 우리집으로 올래 할 이야기 잇어서"라

는 문자메시지가 발송1)

○ 2020. 4. 14. 23:54:24 - 최○○가 피해자에게 "나집이야"라는 문자메시지 보냄

○ 2020. 4. 14. 23:57:06 - 최○○가 피해자에게 "전화좀해봐 먼일잇어?"라는 문자메시지 보냄

○ 2020. 4. 14. 23:57:10 - 피해자가 최○○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음

○ 2020. 4. 14. 23:59:08 -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최○○ 휴대전화로 "남친 때문에 문자로 TT"라는 문자메시지가

발송

○ 2020. 4. 15. 00:01:50, 00:01:59 - 최○○가 피해자에게 "아", "나집이야"라는 문자메시지 보냄

○ 2020. 4. 15. 00:02:27 -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최○○ 휴대전화로 "일끝난거야??"라는 문자메시지가 발송

○ 2020. 4. 15. 00:06:39 - 피해자 명의 ○○○○○ 계좌(3333-15-이하 생략)에서 적금(92,000원)이 해지된 후,

해당 돈이 피해자 명의 다른 ○○○○○ 계좌(3333-04-이하 생략)로 이체

○ 2020. 4. 15. 00:12:48 - 48만 원이 피해자 명의 ○○○○○ 계좌(3333-04-이하 생략)에서 피고인 명의 ○○○

○ 계좌로 이체)

○ 2020. 4. 15. 00:18:41 - 피해자가 하얀 천에 덮인 채 조수석에서 쓰러진 상태에서, 피고인이 승용차를 운전하는

모습이 CCTV에 촬영

○ 2020. 4. 15. 00:30경 - 피고인이 전주시 완산구 원신덕 마을 인근에서 피해자를 살해

위와 같은 피고인 및 피해자의 행적과 다음과 같은 간접 정황에 비추어 볼 때,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를 완전히 제압한 상태에서 일련의 과정을 지배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 '피고인이 커터칼을 구입한 시점'은 피고인의 이 부분 범행 의사를 추단하게 한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로 약속한 때(2020. 4. 14. 22:18:30)부터 약 10분 후에 커터칼을 구입하였고(2020. 4. 14. 22:29경),3) 그때부터 불과 약 2분 만에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장소 등을 확인하였다(2020. 4. 14. 22:31:14). 이후 약 2시간 뒤 피고인이 별다른 원한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위협할 목적으로 커터칼을 구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인이 자살하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커터칼을 구입했다고 변소하지만, ① 당시 피고인이 돈을 융통하기 위해 피해자를 만나기로 했던 점, ② 이 부분 범행 이후 피고인이 보인 일련의 행동, ③ 자살하는 데 사용하려고 했다는 노끈이 피고인 운전 승용차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변소는 믿을 수 없다.

2)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피고인의 강압에 의해 최○○와 피고인 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가)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 운전 승용차에 타서 약 5분 정도 피고인과 대화를 나눈 다음 내리려다 다시 탄 후[2020. 4. 14. 22:45경(또는 22:48경)], 최○○와 피고인 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 운전 승용차에서 내리려다 다시 탔던 정황에 관한 CCTV 영상 사진4)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전화통화를 해달라'는 피고인 요구를 거절하면서 승용차에서 내리려고 하였지만, 피고인의 강압에 못 이겨 다시 탔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변소와 달리, 피해자가 승용차에 내린 상태에서 피고인 처와 전화통화할 이유나 정황을 찾을 수 없다.

나) 피고인 처는 2020. 1.경까지 피해자와 2~3일에 한 번 만날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피고인의 도박 등으로 곤경에 처하자, 피고인 처가 피해자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던 적이 있다. 피해자가 피고인 처의 요구를 거절하자, 피고인 처는 피해자에 대해 서운함을 느낀 나머지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피해자 연락처까지 삭제한 후 그녀와의 연락을 끊었다.5) ① 이와 같이 피고인 처와 상당 기간 소원하게 지냈던 피해자가 자신의 필요가 아닌 피고인의 필요에 의해 피고인 처에게 먼저 연락을 했을지 의문인 점, ② 대화 내용 역시 피해자가 태연하게 웃으면서 '아이를 돌보고 있는 피고인처로 하여금 한밤중에 잠깐 보자'는 것인 점, ③ 피고인이 직접 자신의 처에게 연락할 수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위와 같은 내용의 전화통화를 했다고는 볼 수 없다.

다) 피해자가 최○○에게 전화를 걸었던 마지막 날짜는 2020. 1. 31.이고, 최○○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마지막 날짜는 2020. 2. 21.이다.6) 이와 같이 이 부분 범행 직전에 서로 자주 연락하거나 스스럼없이 지냈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에서, 피해자가 심야에 최00에게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연락을 시도했을지 의문이다. 피고인의 부탁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얘기를 쉽게 꺼내기 어려운 '돈을 빌려 달라'는 것이었던 점이나 피해자가 최○○에게 해당 내용을 얘기하지도 못했던 점, '피고인이 도박 등으로 이미 파탄 상태에 있음'을 피해자와 최OO 모두 잘 알고 있었던 점에서 그렇다.

또한, ① 피해자가 자신의 집 위치도 모르는 최○○에게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점, ② 피고인과 함께 있었던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있다'는 허위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되었던 점, ③ 피해자가 최00에게 연락할 때는 000톡을 이용하였는데,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문자메시지(SMS)가 발송되었던 점,7) ④ 피해자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최○○ 역시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던 점8)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시 피해자가 평온한 상태에 있지 않았음을 추단할 수 있다.

특히 ① 피고인 요구에 따라 최○○와의 연락을 시도했던 것인데도, 피해자가 두 차례 걸려온 최○○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점, ② 두 차례 전화연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직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최OO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각각 발송되었던 점에서, 당시 피고인 또는 피해자가 '최○○의 전화연결 시도'를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해자와 피고인 처의 전화통화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스피커폰을 통해 전화통화하게 하는 등 대화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최○○를 통해 돈을 융통하는 것이 절실했기 때문에,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최○○와의 연락 여부에 큰 관심을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시 피해자가 최○○와 정상적으로는 전화통화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피해자 명의 ○○○○○ 계좌에서 피고인 명의 계좌로 48만 원이 송금된 때(2020. 4. 15. 00:12:48)부터 불과 약 6분 만(2020. 4. 15. 00:18:41)에, 피해자는 피고인 운전 승용차 조수석에서 하얀 천에 덮인 채 쓰러져 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9) 피고인 진술에 따르면, 송금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과 평온한 상태에서 대화를 하거나 성관계까지 나누었다는 것인데, 위와 같은 짧은 시간 내에 '정차된 승용차 내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갑자기 말다툼 -> 피고인의 폭행에 의해 피해자가 실신 ->

피고인이 피해자를 하얀 천으로 덮음 → 피고인이 승용차를 운전하면서 도로를 주행' 등 일련의 사건이 진행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말다툼 내용 역시 사소한 타박 정도에 불과한 점에서도, 피고인 주장과 같은 급격한 감정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는 볼 수 없다.

결국, 피해자가 2020. 4. 15. 00:18:41 피고인의 강한 유형력 행사에 의해 쓰러진 채 발견되었던 사정은 '그 직전인 2020. 4. 15. 00:12:48 송금 역시 피해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피해자가 피고인과 상당 시간 함께 있었는데도, 그 송금이 쓰러지기 직전에 이루어졌던 점에서도 그렇다.

다. 추가 간접 정황

1)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성적 접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 '피해자의 질 내부에서 피고인의 Y-STR DNA가 검출된 사정'은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성적 접촉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피고인과 성적 접촉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

가) 피고인은 2019. 9.경부터 2019. 11.경까지 피해자와 내연관계였다고 변소하지만, 원심 지적과 같이 이 부분 범행 전까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전화통화를 했던 기록은 2019. 9. 19. 2회, 2020. 1. 16. 1회밖에 나오지 않는다. 피고인은 다른 휴대전화로 피해자와 연락을 취했다고 변소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내역을 제시하지 못한다.

오히려 방대한 피해자의 휴대전화 포렌식 파일에서,10)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나 연락 여부를 추단할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던 점에서, 피고인 변소 내용은 허위로 보인다. 특히 피고인은 000톡의 보이스톡 기능을 통해 피해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변소하지만, 포렌식 파일에 남아 있는 피해자의 보이스톡 기록(9명의 대화 상대방)에서 피고인에 관한 것은 발견할 수 없다.

설사 피고인 변소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상당 기간 연락하지 않은 채 헤어졌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가 성관계를 나눌 정도로 급격하게 가까워졌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

나) 앞서 본 것처럼 승용차 내에서 있었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일련의 경과나 분위기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피고인과 성적 접촉을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또한, ① 당시 피해자에게 오랫동안 교제 중인 남자친구(이▲▲)가 있었던 점, ② 피해자가 이 부분 범행 직전 남자친구와 3차례 전화통화를 했던 점(2020. 4. 14. 14:22경, 18:49 경, 21:44경),11) ③ 피해자가 피고인 운전 승용차 내에서 피고인 처와 전화통화까지 하였고, 곧 그녀와 만나거나 연락하기로 했던 점에서, 도덕적·윤리적인 가책을 무릅쓰고 피해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유부남인 피고인과 성적 접촉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

2)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금품 교부 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

가)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제적·정신적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① 피해자는 전세자금(6,0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금융기관에서 5,400만 원을 대출받았고, 나머지 600만 원도 온전히 마련하지 못해 이▲ ▲ 한테서 300만 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점,12) ② 당시 피해자 명의 OC DOO 계좌에는 적금을 해지하면서 받은 92,000원을 포함하여 481,518원만이 예치되었을 뿐인데, 그중 대부분이 피고인에게 송금되었던 점, 13) ③ 피해자는 임대료와 국민건강보험료 등 소액의 공과금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해 체납 상태였고, 금융기관에 매달 이자도 납부해야 했던 점,14) ④ 당시 피해자에게 고정적인 수입이 없었던 점에서 그렇다.

나) 피해자가 귀하게 여기면서 줄곧 차고 다녔던 금팔찌를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피고인에게 교부했다고는 볼 수 없다. 1 이▲▲은 수사기관에서 "금팔찌는 자신과 피해자가 함께 구입한 것이고, 피해자는 금팔찌를 항상 착용하고 다녔으며,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거나 팔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진술했고, 15) 피해자의 사촌 언니(오OO)도 "피해자가 금팔찌를 애지중지하여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팔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진술했던 점,16) ② 현금으로 도움을 주기도 버거웠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금팔찌까지 교부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점에서 그렇다.

다) 피해자는 오○○과 함께 매일 2,000원씩(각각 1,000원씩) 모았던 적금까지 해지한 돈을 포함하여 피고인에게 합계 48만 원을 송금하였다. 이에 관하여 ① 오○○은 "피해자가 자신의 허락 없이 적금을 절대 해지하지 않을 것인데, 내 허락도 없이 해지한 것을 알고 전화를 하였으나 계속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라고 진술할 정도로,17) 피해자와 오○○ 모두 액수와 관계없이 해당 적금에 관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던 점, ② 피고인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피해자가 신뢰 관계 파탄을 무릅쓰고 오○○ 허락 없이 심야에 적금을 해지해야 할 만한 정황을 찾을 수 없는 점에서 그렇다.

라) 강취한 금팔찌를 자신의 처에게 교부했던 정황에 관한 피고인 변소 역시 궁색하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금팔찌를 주면서 '팔아서 채무를 해결하라'고 하였다."라고 진술하거나 주장하였지만, 피고인한테서 금팔찌를 교부받았던 피고인 처는 이와 달리 "피고인한테서 선물로 받았다."라고 진술했다. 18) 이에 피고인은 원심법정에서 "처한테 그것(금팔찌)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다. 현금을 꺼내다가 보니까 현금이랑 같이 금팔찌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얼렁뚱땅 '당근마켓에서 자기(피고인 처) 주려고 이렇게 한 것이다' 라는 식으로 대답했다."라며 종전 진술을 번복하였는데,19) 이는 피고인이 그동안 전혀 주장하지 않았던 사정일 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마) 피해자와 피고인 처 관계가 소원해지기 전까지 피해자와 피고인 처 사이의 통화내역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통화내역보다 훨씬 많았던 점에서,20)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피해자는 피고인보다 피고인 처와 더 가깝게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피고인 처와의 관계 소홀을 감수하면서 까지 돈을 빌려주지 않았던 피해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심야에 휴대전화로 즉시 융통할 수 있는 자신의 전 재산'을 피고인에게 건네주었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라. 피고인의 자백 진술을 믿을 수 있는 점 원심 지적과 같이 피고인이 강간 범행 및 강도 범행까지 모두 자백하게 된 일련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검찰에서 허위로 자백했다고는 볼 수 없다. 다음 정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렇다.

1) 다음과 같이 제3, 4회 검찰 피의자신문 당시 피고인의 진술 내용과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시 있었던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허위로 보기 어렵다.

가) 제3회 검찰 피의자신문 당시 '피해자의 질 내부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다'는 감정 결과를 확인한 후, 피고인은 스스로 자신의 변호인을 배제한 채 검사와의 개별 면담을 요청하였고, 이에 변호인이 '변호인을 믿지 못하는 피고인을 더 이상 변호할 수 없다'고 하면서 사임서를 제출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강간 관련 객관적인 물적 증거가 제시되자 심경에 변화를 느끼면서 스스로 변호인의 조력을 거부한 채 기존에 자백한 살인 범행 외에 강간 범행과 강도 범행까지 자백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 ① 위와 같은 자백 진술 이후 피고인이 검사의 추가 조사를 거부하였고, 이에 따라 검사가 조사를 중단하였던 점, ② 피고인이 다음 날 있던 검찰 조사(제4회 검찰 피의자신문)에서 종전 자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피해자를 묶었던 끈이 피고인집 근처에서 피고인이 만졌던 도복 끈이 아니라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와 10차례 성관계를 하는 사이였다는 점, 자신이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아니라는 점' 등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진술했던 점, ③ 제4회 검찰 피의자신문에서도 피고인 요청에 따라 검사가 추가 조사를 중단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자백 진술이 검사의 유도나 강압에 의해 허위로 이루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 원심 지적과 같이 피고인의 자백 진술 내용이 실제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할 수 없는 특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객관적인 정황에도 부합하는 점에서 그렇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임을 충분히 알면서, 피고인이 허위 자백할 만한 이유도 찾을 수 없다.

2) 위와 같은 자백에 반하여 피고인은 원심법정에서부터 강간 범행과 강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

가) 경찰 조사 당시 피고인을 면담하였던 프로파일러는 피고인의 진술 내용과 태도에 관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면 상세히 진술하는 반면, 불리하면 평소 자살 충동성을 가지고 있고 우울증약을 먹은 관계로 전혀 기억이 안 난다며 부인하는 성향이 매우 높음.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정보에 대해서 듣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을 해석하고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음"이라고 분석하였다.21) 이는 수사 단계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이나 증거가 발견될 때마다 수시로 변경되었던 피고인의 진술 내용과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일리 있어 보인다.

나) 피고인이 원심부터 주장하거나 구성한 사실관계 역시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 태도 또는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① 피고인이 원심법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후 '자신이 사람을 죽였구나'라는 인식이 전혀 없었다."라는 황당한 답변까지 했던 점,22) ② 피고인이 경찰과 검찰(제1, 2회 피의자신문)에서 여러 차례 '피해자와 성관계를 했는지, 피해자를 강간했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는데도, 원심법정에서는 검사와 격한 문답을 주고받거나 프로파일러와의 일화까지 언급하면서 '당시 그런 질문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던 점,23) ③ '피해자의 음부에서 자신의 DNA가 검출된 사실'을 변명하기 위해,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는 전혀 진술하지 않다가 원심법정에 이르러 비로소 '자신이 피해자 음부에 손가락을 넣었다'는 주장을 새롭게 제기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원심법정 이후 피고인의 진술 내용과 태도는 신뢰할 수 없다.

다) 피고인은 끈으로 묶었다는 피해자의 손목에서 상처가 없었던 점을 지적하지만, 끈을 조이는 힘의 정도나 조이는 시간에 따라 얼마든지 손목에 상처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24) 피고인이 그 직후 피해자 박OO에 대해서도 그녀의 손목을 묶고 같은 수법으로 살인 범행을 저질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검찰에서 있었던 피고인의 이 부분 자백 진술은 믿을 수 있다.

3.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과 당심의 양형 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와 같이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변화가 없고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 항소심 법원으로서는 원심의 양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과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가.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점 피해자 김○○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살인)죄 및 강도살인죄와 피해자 박○○에 대한 강도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법원이 위와 같은 법정형 중 가장 가벼운 형인 무기징역보다 더 가벼운 형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에게 형법 제53조, 제55조에서 정한 작량감경사유가 있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규정에서 정한 작량감경사유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

1)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여 피고인은 여성 2명을 비참하게 살해했다. '피해자들의 사망'이라는 범행 결과를 원래대로 돌이킬 방법이 없는 점에서, 피고인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 도박으로 상당한 돈을 탕진하였던 피고인이 오로지 자신의 왜곡된 성적 만족을 채우고 또 얼마 되지 않은 금품을 강취하거나 성매매대금의 지급을 면하기 위해 비열하게 피해자들을 살해하는 등 그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고,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사정이 없는 점에서도, 피고인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 김○○을 살해했던 사건에 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임'을 알면서도, 처음 만났던 피해자 박○○을 태연하게 살해했던 점에서 더욱 그렇다.

2) 범행수법 역시 매우 잔인하다. 씨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릴 정도로 다부진 체격과 강한 근력을 가진 피고인은 피해자 김○○한테서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고 금품까지 강취한 후, 그녀를 묶어 반항하지 못하게 한 다음 울면서 몸부림치는 그녀의 목을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

피고인은 자신의 폭행을 피해 승용차에서 내려 도망가려는 피해자 박○○를 잡아 뒷좌석에 몰아넣은 다음, 투명테이프로 그녀의 손목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아빠와 단둘이 살아요.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하는 그녀의 목을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 박○○의 오른쪽 아래팔, 볼기, 왼쪽 넓적다리 뒷부분과 양쪽 종아리 뒷부분에서 각각 피하출혈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25) 당시 피고인의 유형력행사 정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이 부분 범행으로 인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피해자 박○○의 아래턱뼈에서 일부 치아가 손상되기도 하였다).

'심야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던 좁은 승용차 안에서 홀로 피고인의 잔인함을 마주했던 피해자들이 느꼈을 공포심과 육체적 고통의 정도를 쉽게 헤아리기 어렵다.

3) 피해자 김00은 어릴 때부터 홀아버지 밑에서 오빠·동생과 함께 자랐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오빠는 아버지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전단을 붙이다가, 아버지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했다. 어렵게 함께 어려움을 이겨냈던 피해자 김○○은 오빠에게는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하나뿐인 여동생이었고, 동생에게는 '어린 나이에 가출하신 친엄마'와 같은 누나였으며, 사촌 동생에게는 한없이 베풀기만 하는 천사 같은 언니였다.

피해자 박○○은 6살 때 부모님 이혼 후 홀아버지 밑에서 외동으로 자랐다. 피해자 박OO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풍토병에 걸리신 아버지를 홀로 병간호했고, 어린 나이에 전단을 뿌리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일찍부터 가족을 위해 생활비를 벌어야만 했다.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피해자 박○○은 고등학교 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피해자 박○○은 살해되기 며칠 전 울면서 아버지에게 "아빠, 내 뜻대로 할 수가 없어."라며 힘겹고 고단한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피해자들 모두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착하고 억척스럽게 가족을 지켜왔고, 더 나은 미래와 행복한 가정을 꿈꾸면서 치열하게 세상과 마주했지만,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다. 피해자들은 세상과의 인연을 마감한 이후에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살해된 후 수풀과 나무 밑에서 피고인에 의해 버려진 채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전신에 부패가 진행되었던 피해자 박○○의 경우, 구더기 떼들이 우글거리면서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26) 이와 같이 피해자들이 비참하게 사망한 것은 오로지 피고인의 왜곡된 탐욕과 잔인함에서 비롯되었던 점에서, 피고인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꼭 필요하다.

4) 피해자들의 유족은 '통제되지 않는 불안, 걱정, 분노, 정서적 혼란' 등 심각한 정도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거나(피해자 김OO 의 오빠), '극심한 수면 어려움, 호흡 곤란, 심장 두근거림, 스트레스' 등으로 일상생활 전반에서 상당한 혼란과 불편감을 호소한다(피해자 박○○의 아버지), 수사 단계와 공소제기 이후 피고인이 보인 태도로 인해 심각한 정도의 2차 피해도 호소한다. 또한, ① 능욕당한 채 처참하게 살해된 피해자들의 시신을 마주하면서 느꼈을 유족의 참담함, ② 가족을 위해 헌신하였던 피해자들과 제대로 작별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데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③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한 미안함 등 피해자들의 유족이 평생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슬픔의 깊이는 헤아리기 어렵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도 어제 일처럼 또렷이 기억되는 큰 사건'인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피해자들의 유족은 모두 '결코 피고인을 용서할 수 없고, 피고인을 사형에 처해 달라'고 탄원한다.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유족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면서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정을 찾을 수도 없다.

5) 수사기관은 검거 이후 피고인에 대한 신상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언론 공개를 전후하여 이 사건 범행과 피고인의 행태가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켰다. 이는 '해당 뉴스를 접한 대다수 시민이 이 사건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깊이 인식하면서, 피고인의 잔인함에 함께 분노하고 피해자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고통에 함께 아파하면서 피고인과 같은 흉악범으로부터 우리 아이와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를 어떻게 지켜낼지 함께 고민했던 데 따른 것'이다. 그만큼 이 사건 범행의 심각성과 중대성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컸던 것이다.

하지만 피고인이 이를 이해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당심법정에서 자신의 억울함만을 호소할 뿐 반성문 한 장 제출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형벌을 면하기 위해 수사기관과 당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진술을 번복하거나 황당한 답변까지 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태도에 대해서는 분노가 느껴지기도 한다. 피고인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처 친구인 피해자 김○○이 자신과 내연관계였다'고 주장하는 등 고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이 조금만 더 일찍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더라면 최소한 피해자 박○○의 생명은 구할 수 있었던 점에서도, 피고인의 태도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6) 위와 같은 사정을 포함하여, 범죄경력을 통해 추단할 수 있는 피고인의 성폭력범죄 성향과 준법의식 결여 정도,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존중 결여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나.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점

1) '무기징역'은 수형자를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는 방법으로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 자유형으로서(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도4298 판결 참조), 생명 박탈형인 '사형' 다음으로 중한 형이다. '무기징역' 자체만으로 매우 엄중하고 무거운 형벌인 것이다.

특히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 정도와 형벌 목적에 비추어 누구라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6도354 판결,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2도8980 판결 등 참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 있는 국가'가 오히려 '국민의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을 내릴 때에는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이 사실심의 사형 선고를 수긍하였던 사례(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도575 판결,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6도354 판결, 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도12980 전원합의체 판결 등)와 수긍하지 않았던 사례(대법원 2000. 7. 6. 선고 2000도1507 판결,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736 판결,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6425 판결 등)에서 나타난 개별 양형 조건도 함께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르면, 대법원은 사형 선고에 필요한 개별 양형 조건의 충족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위와 같이 사형 선고에 필요한 엄격한 양형기준에 비추어 볼 때, 제출된 양형조건만으로는 원심의 형이 합리적인 양형 재량을 벗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형벌이라는 명목으로 피고인의 생명까지 박탈할 정도의 양형 조건이 완벽히 충족되었다고 쉽게 단정하기도 어렵다.

'양심에 화인(火印) 맞은 피고인으로 하여금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 교도소 철창 안에서, 울부짖던 피해자들의 모습을 생생히 떠올리게 하면서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고 또 깊이 머리 숙여 사죄하도록 하는 것'이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하신 두 분 피해자들의 원혼을 조금이나마 달래드리는 길일지도 모른다.

다. 소결론

위와 같은 사정을 포함하여, 피고인의 나이, 경력, 환경, 가족관계, 범행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변론(당심에서 추가된 양형자료 포함)에 나타난 제반 양형 조건, 중요 범죄에 관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와 처단형의 범위, 법정형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과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부착명령청구사건에 관한 판단

피고인과 검사가 피고사건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한 이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8항에 따라 부착명령청구사건에 대하여도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피고인과 검사가 제출한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부착명령청구사건에 관한 기재가 없고, 달리 원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할 만한 사유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해당 부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27)

5. 결론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8)

판사

재판장판사김성주

판사김봉원

판사조찬영

주석

1) '해당 문자메시지를 피고인이 보냈는지, 피해자가 보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2) '48만 원 중 절반은 피해자 돈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원심판결 내용은 착오로 보인다.

3)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806쪽

4)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106쪽

5)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140쪽, 공판기록 124쪽

6)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651쪽 이하

7)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98쪽

8)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98쪽, 699쪽

9)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131쪽

10)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1,263쪽 CD

11)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61쪽

12)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62쪽

13)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1,221쪽에 편철된 CD(해당 자료에 의하면, 피해자명의 다른 계좌에도 대출금으로 보이는 일부 금액과 소액 예금 등만이 예치되었을 뿐이다)

14)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1,256쪽 이하

15)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198쪽

16)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199쪽

17)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198쪽

18)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149쪽~150쪽, 708쪽 등

19) 공판기록 389쪽

20)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651쪽 이하

21)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82 사건 증거기록 371쪽

22) 공판기록 400쪽 등

23) 공판기록 381쪽~382쪽 등

24) 공판기록 172쪽

25)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167 사건 증거기록 881쪽 이하

26)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167 사건 증거기록 882쪽

27) 원심판결 선고 이후 2020. 12. 15. 법률 제17644호로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 12쪽 18행의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구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2020. 12. 15. 법률 제176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원심이 같은 법 제9조 제2항을 기재하지 않았지만, 그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부착명령기간은 적정한 것으로 보인다.

28) 피고인은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167 사건에 관해서는 사실오인 주장과 심신장애 주장을 항소이유로 삼지 않았다(당심 제2회 공판기일에서 있었던 피고인의 변호인 진술),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에 관한 원심법원의 판단이 정당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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