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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0.6.30. 선고 2020노553 판결
2020노553강간상해(인정된죄명:강간,상해),감금,특수협박,협박,폭행
사건

2020노553 강간상해(인정된 죄명: 강간, 상해), 감금, 특수협박,

협박, 폭행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최종경(기소), 김찬중(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류정원, 박용우, 장시원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2. 20. 선고 2019고합246 판결

판결선고

2020. 6. 30.

주문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협박의 점을 파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협박의 점은 무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와 원심판결 중 나머지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 요지

원심은 ① 강간상해의 공소사실에 포함된 강간과 상해의 점, ② 감금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은 ③ 협박 · 폭행 · 특수협박의 점을 무죄(주문 무죄)로 인정하였고, ④ 강간상해의 점에 대해서는 이유에서 무죄(이유 무죄)를 인정하였다. 이에 대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이유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

1) ① 피고인은 C호텔에서 피해자를 못 나가게 하면서 강간하지 않았다.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 진술은 믿기 어렵다. ② 성관계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피고인의 폭행 · 협박과 성관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 ③ 감금은 폭행과정에서 수반된 것이므로, 폭행과 별도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감금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강간 · 감금의 점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1)

2) 원심의 형(징역 3년 등)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

1) ① 협박 · 폭행 · 특수협박의 점에 부합하는 피해자 진술은 믿을 수 있다. ② 피고인의 폭행과 강간 경위, 폭행 정도와 시간, 이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부위와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간하는 기회에 상해를 가했다고 보아야 한다(강간상해의 점).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이유 무죄 부분 포함)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2)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강간.감금의 점)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직접 증거로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하다. 원심은 여러 사정을 들어 '피해자 진술은 믿을 수 있다'고 하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심법원의 판단은 정당하고,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근거를 추가하거나 보완하면 다음과 같다.

가.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있는 점

다음과 같은 점에서도 피해자 진술은 믿을 수 있다. 당심에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개된 법정에서 피해자의 진술 모습이나 태도, 뉘앙스 등까지 직접 관찰해서 얻은 심증을 기초로 한 원심법원의 판단'을 뒤집을 수 없다(대법원 2019. 7. 24. 선고 2018도17748 판결 참조).

1) 진술의 일관성 · 구체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점

가)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C호텔에 가게 된 경위, 호텔 방에 들어가자마자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옷을 벗게 한 뒤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자동차 열쇠를 숨겼던 정황,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경위와 정도,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뒤에서 보는 메모를 쓰게 한 경위,2)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할 당시 상황' 등에 관하여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진술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다.

나) 피해자는 최초 수사기관 진술 당시부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C호텔에 가자고 제안한 뒤 호텔비를 결제하였던 사실, 피고인을 재우기 위해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이려고 했던 사실' 등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까지 솔직히 진술하였다. 또한, 성관계 당시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 정도에 관해서도 피고인에게 다소 유리한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의도였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을 진술하지 않은 채 피해 내용을 과장해서 진술했을 것이다.

2) 강간 범행 직전 정황

다음과 같이 강간 범행 직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인 행동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한테서 감금 및 강간 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진술은 믿을 수 있다.

가) 피고인은 강간 범행 직전 피해자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유형력을 행사하였거나 가혹 행위(강요 행위)를 하였다.

(1) 상당 시간에 걸쳐 피고인은 수건을 감은 주먹으로 알몸 상태의 피해자 얼굴 · 머리 부위 등을 때리고, 물이 든 생수병으로 피해자의 눈 · 허벅지 · 종아리 부위를 가격하였으며, 발로 무릎 꿇은 피해자의 옆구리 · 명치 부위를 때렸다. 이와 같은 피고인 폭행에 의해 피해자는 전신에 타박상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좌측 5 · 6 · 7번 늑골골절 등으로 약 35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3)

① 이 부분 범행 직후 촬영된 상해 부위 사진,4) ② 피해자가 이 부분 범행 다음 날 H병원에 내원한 때부터 지속적으로 좌측 흉통을 호소하였던 점, ③ 피해자의 상해 부위와 정도, ④ 피해자가 상당 시간에 걸쳐 폭행을 당했던 점, ⑤ 당시 느꼈던 고통 정도에 관하여 피해자가 원심법정에서 "가슴 쪽, 옆구리 쪽을 가격당해 숨이 안 쉬어질 정도였다."라고 진술하였던 점5) 등에 비추어 볼 때, 강간 범행 직전 피해자가 느꼈던 육체적 고통의 정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2) 폭행 직후이자 강간 범행 직전 피고인은 피해자로 하여금 사실을 확인하는 취지의 메모를 쓰게 하였다. 여기에는 '피해자가 피고인 지인과 공모해서 피고인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 지인과 연인관계였다는 점'을 인정하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6)

① 메모 내용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자진해서 이를 작성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② 메모 작성 직전 피고인이 상당한 강도로 피해자를 폭행하였던 점, ③ 피해자는 이전에도 피고인에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메모를 작성해 주었는데,7) 이 역시 피고인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작성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메모 작성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도로 심리적 압박을 가했던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적지 않은 모멸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의 위와 같은 유형력 행사 또는 가혹 행위와 관련된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 진술은 믿을 수 있다.

(1) 뒤에서 보는 것처럼 피고인이 처음부터 강간의 고의로 피해자를 폭행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폭행을 강간 범행의 실행 착수로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① 직전에 있었던 피고인의 폭행 및 가혹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정도의 육체적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연인이었던 피고인의 폭행 및 모욕적인 행태로 인해, 알몸으로 있던 피해자가 여성으로서 느꼈던 수치심 또는 정서적 박탈감의 정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의 폭행 및 가혹 행위와 강간 범행이 있던 장소가 같고, 그 시간적 간격이 매우 크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폭행 및 가혹 행위를 당한 직후 '몹시 흥분한 상태에서 자신을 폭행하면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압박하던 피고인'과 갑자기 화해한 다음 극도의 육체적 고통을 참아가면서까지 성관계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성관계 직전 피고인과 피해자가 극적으로 화해했을 만한 계기나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다.

(2) 오히려 "피고인이 성적 요구를 하였으나 맞은 곳이 너무 아파 거절을 했더니, 피고인이(피해자를) 침대에 눕히고 성기를 삽입하였다. 겁에 질려 적극적인 거부는 할 수 없었지만, '맞은 부위가 너무 아프니 하지 말아 달라'고 계속 부탁하였다."라는 피해자 진술이 경험칙에 부합한다.8)

3) 이 부분 범행 직후 정황

다음과 같이 이 부분 범행 직후 피해자가 보인 행동에 비추어 볼 때도, 피해자 진술은 믿을 수 있다.

가) 피해자는 이 부분 범행 직후인 2019. 5. 24. 23:00경 피고인과 함께 C호텔(포천시)에서 나온 다음 피해자 주거지(서울 은평구 AH 소재)에 도착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물건만 좀 챙기고 나오겠다'고 둘러댄 다음 주거지로 들어가 피해자의 신제자인 I에게 112신고를 부탁하였다. 부탁을 받은 I이 112에 피해 내용을 신고한 시점은 '2019. 5. 25. 01:08경'이었고,9) 피해자가 진술서를 작성하기 위해 경찰서에 도착한 시점은 '2019. 5. 25. 01:15경'이었다.10)

① 위와 같이 피해자가 이 부분 범행 직후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렸던 점, ② 피해자가 C호텔을 나온 직후 주도면밀하게 허위 사실을 꾸몄다고 보기에는 이 부분 범행 종료 시점과 신고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매우 짧은 점, ③ 성관계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관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을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신고 경위와 내용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나) 피해자는 이 부분 범행 다음 날인 2019. 5. 25. 10:19경 H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으면서 "원치 않은 성관계도 당했다."라고 얘기하였다.11)

4) 피해자가 보인 행동에 대한 평가

가) '피해자 제안으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C호텔에 갔다'는 사정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① 피해자가 피고인 폭행을 예견했거나 유도 했다고 볼 수 없는 것처럼, 피고인의 강간 범행 역시 예견했거나 유도했다고는 볼 수 없는 점, ② 함께 동거하던 피고인과 피해자가 전에도 대중숙박시설을 이용한 적이 있었던 점에서 그렇다.

설사 호텔비 결제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관계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폭행 직후 피해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응했다고는 볼 수 없고, 피고인 역시 이를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이려고 하였다'는 사정 역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① 이 부분 범행 이전부터 피고인이 외도 사실을 들먹이면서 피해자를 다그쳤던 점, ② 피해자 본인 역시 수면유도제를 복용하였던 점에서 '수면유도제 복용을 통해 피고인을 잠재우는 방법으로 외도 사실을 추궁하는 피고인의 압박을 피하고 싶었다'는 피해자 진술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다) '피해자가 메모지를 전달하기 위해 호텔 방에 들어온 호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①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② 당시 피해자의 상태, ③ 당시 피고인이 몹시 흥분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압박하였던 점, ④ 폭행 피해 직후의 피해자 반응 또는 태도는 다양할 수 있는 점에서 그렇다.

나. 강간죄에서 말하는 폭행 · 협박과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점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1) 강간죄에서 말하는 가해자의 폭행 ·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폭행 ·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 ·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도3071 판결,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5979 판결 등 참조).

2) 뒤에서 보는 것처럼 폭행 당시부터 피고인에게 강간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폭행 행위와 성관계 사이에 직접적인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강간죄에서 말하는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보아야 한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가) 강간 범행 당시 정황에 관하여,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욕실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성기를 빨라고 하였으나, 두 차례 거절했다. 이후 피고인이 침대에서 자신(피고인)의 성기를 빨라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맞은 곳이 아파서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당시 '입안이 다 터져서 못하겠다'고 거절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피고인이 자신(피해자)을 침대에 눕히고 성기를 삽입하였다. 피해자는 너무 정신이 없어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라고 진술하였다.12) 피해자는 원심법정에서 "겁에 질려 적극적인 거부는 할 수 없었지만, '맞은 부위가 너무 아프니 하지 말아 달라'고 계속 부탁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13)

위와 같이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성관계를 거부하였던 점이나 강간 범행 직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행사하였던 폭행 내용과 피해자의 상해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역시 '피해자가 자신과의 성관계를 원치 않음'을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① '숨을 쉬는 것조차 곤란할 정도로, 피고인의 가혹한 폭행에 의해 중대한 상해를 입었던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해 적지 않은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를 적극적으로 거부하거나 방어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던 내용이나 경위, 피해자의 상해 정도와 부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메모 작성을 강요하게 된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성관계 거부 시 피고인의 추가 폭행이 예상되었고, 실제로 피고인이 그와 같은 태세를 보였던 점, ③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압박하던 피고인 상태는 시종일관 계속되었던 점, ④ 당시 피고인과 단둘이 호텔 방에 있었던 피해자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점, ⑤ 폭행 및 메모 작성 강요 시점과 성관계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 등에 비추어 볼 때, 성관계 당시 피해자는 이미 직전에 있었던 폭행 등 가 혹 행위로 인해 심리적 · 물리적으로 피고인에게 항거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항거불능 상태를 일으켰던 피고인이 위와 같은 피해자의 육체적 · 정신적 상태를 적극적으로 인식 · 이용하면서 피해자를 간음하였던 이상,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는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도의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었고, 피고인 역시 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피고인이 자신에 의해 이미 겁을 먹었던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행위'는 강간죄에서 말하는 폭행 · 협박과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폭행 · 협박과 성관계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있다.

다. 감금죄를 인정할 수 있는 점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감금죄를 인정할 수 있다.

1) ① 피고인이 C호텔에 돌아오자마자 피해자로 하여금 옷을 벗게 한 뒤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자동차 열쇠를 숨겼던 점,14) ② 호텔 방을 나서지 못하도록 피고인이 화장실에서도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 옆에 있게 하였던 점, ③ 피고인이 상당한 강도로 피해자를 폭행한 뒤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메모를 쓰게 한 다음 강간하였던 점, ④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C호텔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한 시간의 정도, ⑤ 당시 피해자의 상태에 비추어 피해자가 호텔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은 심리적 · 물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호텔 방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 행위는 감금죄에서 말하는 감금에 해당한다.

2)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 완전성(상해죄의 보호법익) 및 성적 자기결정권(강간죄의 보호법익)과 별도로 신체활동 자유(감금죄의 보호법익)를 중대하게 침해하였던 이상, 피고인에 대해서는 상해죄 및 강간죄와 별도로 감금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라. 소결론

피고인과 피해자는 함께 동거하던 연인 사이이다. 이와 같은 특별한 관계는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C호텔에서 있었던 일련의 행위와 그 결과는 행위 내용과 동기 · 결과 면에서 종전의 행위와 명확히 구분된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상해 · 강간 · 감금의 점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판단 개요

1) 검사는 당심에서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협박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변경하였다. 검사는 당심에서 범행일시를 "2019. 5. 16. 14:00" 에서 "2019. 5. 16. 오후'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당심법원이 이를 허가함에 따라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따라서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협박의 점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2) 원심판결 중 협박의 점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지만, 이 부분에 관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당심법원의 심판대상에 해당하므로, 나머지 무죄 부분과 함께 판단한다.

3) 결론적으로 ①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당시부터 이 부분 공소사실 관련 부분을 진술하였던 점, ② 일부 정황은 피해자 진술과 부합하기도 하는 점, ③ 상해 · 강간 · 감금 범행을 통해 추단할 수 있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부분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당시 정황이나 상황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의문 제기가 사회통념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아닌 이상, 이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에 관한 규명이 명확히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쉽게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는 어려우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심에서 인정한 근거를 보완하거나 추가하면 다음과 같다.

나. 협박의 점에 관한 판단

1) 원심 지적과 같이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과 피해자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은 이 부분 범행과 쉽게 어울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범행 일시가 변경되었다고 하여, 위와 같은 판단이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① '피해자가 이 부분 범행 도구로 지목한 박카스 병(성인용품인 젤이 들어 있는 것이다)과 끈'의 경우, 피고인과 피해자가 성관계 시 사용하던 물건이었던 점,15) ② 제주도로 가기 직전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를 이용해서 성관계하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던 점,16) ③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가 자연스럽게 제주도에서 함께 지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당시 정황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경위에 관하여, 피해자가 원심법정에서 '자신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아니다'고 진술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만 진술할 뿐이어서, 쉽게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2)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2019. 4. 8.부터 2019. 5. 16.까지 피고인한테서 휴대전화를 빼앗겨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다.17) ① 피해자가 피고인 강요에 의해 작성했던 것으로 보이는 메모 내용,18) ②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전화통화 내용, ③ 피고인과 F(피해자의 신동생) 사이의 전화통화 내용에 비추어 볼 때,19) 피고인이 일부 기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잠금 설정을 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① 피해자가 그 직전인 2019. 5. 14.경에도 피고인과 자유롭게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20) ② 피해자의 휴대전화 제출 거부에 따라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구체적인 문자메시지 확인이 곤란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원심법원 판단을 뒤집기 부족하다. 결국, 공소장변경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다. 폭행의 점에 관한 판단

1) 피해자는 '피고인이 2019. 5. 22. 14:00경 자동차 안에서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목을 졸라 생긴 흔적'이라며 관련 사진21)을 제출하였으나, 해당 사진의 상세정보에는 "날짜 2019년 5월 22일 오전 8:11"이라고 기재되었다.22)

피해자는 당시 신엄마가 촬영한 사진을 전달받아 제출한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나,23) 해당 사진이 이 부분 범행이 있었다는 시점 이전에 촬영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상, '2019. 5, 22. 14:00경'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의 폭행이 있었다고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2) 피해자는 원심법정에서 "당시 자신은 피고인과 함께 자동차 안에서 신동생인 U와 스피커폰으로 전화통화를 하였다. U가 피고인에 대해 험담하자, 전화통화 후 피고인이 자신을 폭행하였다. 당시 자신과 피고인은 피해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발급받기 위해 휴대전화 판매장에 갔다."라고 진술하였다.24)

그러나 피해자가 실제로 U와 위와 같은 전화통화를 하였는지, 피해자가 전화통화 내역을 발급받았는지와 그 시간 등 이 부분 범행 시점이나 당시 정황 등을 추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이상, 쉽게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라. 특수협박의 점

1) 원심 지적과 같이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이 다소 부족하다.

가) 피해자는 경찰 조사(제2회)에서 "피고인은 '신엄마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며 신엄마 집으로 가 신엄마를 불러내게 시켰다. 신엄마가 답이 없자, 피고인은 자동차를 이용하여 AH 쪽으로 이동한 뒤 AI에 있는 AJ 옷가게 주변 골목길에 주차하였다. 피고인은 '바람 핀 남자가 누군지' 추궁하다 자신(피해자)에게 트렁크에 있던 전지가위를 주며 '거짓말을 했으니 혀를 자르라'고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25)

나) 그러나 피해자는 원심법정에서는 "피고인은 자신(피해자)에게 전지가위를 쥐여주면서 '전지가위를 가지고 신엄마한테 가서 함께 산소에 가자고 말하라'고 강요하였다. 다시 자동차를 타기 전에 피고인에게 전지가위를 주었는지, 자동차 안에 전지가위를 갖고 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하였다.26)

수사기관 진술과 비교할 때, 이는 '피고인이 전지가위를 들먹였던 구체적인 상황이나 분위기 · 장소' 등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2) 피고인은 검찰에서 "전지가위를 조수석에 둔 채 피해자에게 '네가 억울하면 전지가위로 혀를 잘라라'고 말한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에게 협박 조로 말한 것이 아니고 비아냥 조로 말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27)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이 전지가위를 들먹였던 정황, 전지가위가 놓였던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일시적인 분노나 감정을 나타 내는 방법으로 위와 같은 취지로 얘기했을 뿐 피해자에게 겁을 줄 의도로 위와 같이 얘기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피고인에게 이 부분 범행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마. 강간상해의 점

다음과 같은 점에서 피고인이 강간 기회에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1) ①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한 시점은 2019. 5. 24. 22:30경으로 추정되는데, 피해자가 112신고 직후 작성한 진술서에는 '피고인이 2019. 5, 24. 18:00~19:00경 자신을 폭행하였다. 성관계는 피고인의 폭행 등 상황이 끝난 후 이루어졌다'는 취지가 기재되었던 점,28) ② 폭행 직후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앞서 본 메모를 쓰게 하였고, 이후 얼굴 부종을 빼기 위해 피해자로 하여금 찬물에 얼굴을 씻도록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던 정황,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메모를 작성하게 하였던 정황,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였던 정황 등이 단계별로 구분되는 측면이 있다.

2) 폭행 당시부터 피고인에게 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폭행 당시 피고인이 상당 시간에 걸쳐 피해자의 외도를 추궁하거나 금전적인 손해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취지의 얘기만 하였을 뿐 성폭력범죄와 직 · 간접적으로 관련된 얘기를 하거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시도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을 수 없는 점에서 그렇다.

4.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 항소심 법원으로서는 원심의 양형을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대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이 부분 범행 결과가 매우 중하다. ① 피고인이 가혹한 방법으로 폭행한 끝에 연인이었던 피해자에게 중대한 상해를 가했던 점, ② 위와 같은 상해로 숨쉬기조차 버거워했던 피해자를 피고인이 강간하였던 점, ③ 피고인의 집요한 집착과 이에 이은 이 부분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과 정서적 박탈감의 정도가 가볍지 않은 점(이 부분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호소한다)에서 그렇다.29)

④ 민사소송에서 조정 과정에 참여하기도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 ⑤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⑥ 피고인이 피해자 시각에서 진지하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다. ① 범행 동기나 결과 면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 부분 범행을 저질렀다고는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② 피고인이 동종 또는 유사 범행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적은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라. 위와 같은 사정을 포함하여, 피고인의 나이, 경력,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변론(당심에서 추가된 양형자료 포함)에 나타난 제반 양형 조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와 처단형의 범위 등을 종합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피고인과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5. 결론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 및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폭행 · 특수협박 · 강간상해의 점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협박의 점에는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30)

[다시 쓰는 판결 이유(협박의 점)]

이 부분 공소사실은 원심판결 20쪽 6행의 "2019. 5. 16. 14:00경"을 "2019. 5. 16. 오후"로 고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 해당란 기재와 같다. 이 부분에 관한 원심 판시 내용 및 판시 제3의 나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재판장 판사 윤종구

판사 최봉희

판사 조찬영

주석

1) 상해의 점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다투지 않는다.

2) 증거기록 570, 572쪽

3) 증거기록 92쪽, 789쪽, 780쪽

4) 증거기록 29쪽~37쪽

5) 공판기록 172쪽

6) 증거기록 570쪽, 572쪽

7) 증거기록 527쪽~529쪽, 554쪽~559쪽, 990쪽~999쪽, 1,037쪽, 1,042쪽, 1,048쪽, 1,053쪽, 1,054쪽, 1,055쪽 등

8) 증거기록 46쪽, 공판기록 173쪽

9) 증거기록 110쪽

10) 증거기록 11쪽, 12쪽

11) 증거기록 791쪽

12) 증거기록 46쪽

13) 공판기록 173쪽

14) 증거기록 47쪽

15) 증거기록 241쪽, 공판기록 74쪽

16) 증거기록 1,184쪽, 1,185쪽, 1,082쪽

17) 증거기록 64쪽

18) 증거기록 554쪽

19) 증거기록 226쪽~229쪽

20) 증거기록 1,138쪽~1,181쪽

21) 증거기록 491쪽

22) 증거기록 492쪽. 상세정보 내용에 의하면, 이는 2019. 5. 21. 23:11경 촬영된 사진을 압축(resized)해서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23) 공판기록 178쪽

24) 공판기록 156쪽~159쪽

25) 증거기록 61쪽

26) 공판기록 161쪽~162쪽

27) 증거기록 959쪽

28) 증거기록 11쪽

29) 공판기록 324쪽

30) 원심판결 19쪽 8행의 "20년은 "15년"의 오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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