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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6. 10. 선고 2011다5592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미간행]
판시사항

[1]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증명하지 아니한 것이 명백한 경우, 사실심 재판장이 입증을 촉구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및 법원의 변론재개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2] 갑 주식회사와 을 주식회사 사이에 폐기물처리비용에 관한 채무가 존재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원심으로서는 변론을 종결하기에 앞서서 을 회사에 석명권을 행사하여 갑 회사의 진술내용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고 추가 입증 자료를 제출하도록 촉구하였어야 하고,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제1차 변론기일에 변론을 종결하였더라도, 그 후에 을 회사가 “증거자료 제출”이라는 서면을 제출하면서 을 회사를 위탁처리업체로 기재한 갑 회사 명의의 건설폐기물처리계획서 및 그에 대한 신고필증, 갑 회사의 공사현장에서 배출되는 건설폐기물을 을 회사가 반입한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반입·반출증 등을 추가로 제출하고 있다면, 이는 위 문서들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도록 변론을 재개하여 달라는 취지의 신청으로 선해해 볼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변론을 재개하여 을 회사로 하여금 추가 증거자료들을 제출하고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한 다음 을 회사 주장의 당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에는 석명권행사를 게을리 하고 변론재개의무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인화건설 주식회사

피고, 상고인

현대환경 주식회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피고 발행의 2008. 4. 30.자 세금계산서(갑 제1호증)에 의한 폐기물처리비용을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위 약정에 따라 2008. 9. 12. 그 비용 중 일부인 500만 원을 피고에게 지급하였으므로, 나머지 폐기물처리비용 71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을 제1호증(통장 사본)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08. 9. 12. 피고에게 500만 원을 입금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폐기물처리위·수탁계약 또는 폐기물처리비용 지급약정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고, 갑 제1호증은 피고가 작성·발행한 세금계산서일 뿐이므로 이 역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로는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사실심 재판장은 다툼이 있는 사실로서 입증이 없는 경우에 반드시 당사자의 입증을 촉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소송의 정도로 보아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입증하지 아니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입증을 촉구할 의무가 있다 ( 대법원 1990. 6. 26. 선고 90다카8005 판결 등 참조). 또한 법원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관한 석명의무나 지적의무 등을 위반한 채 변론을 종결하였는데 당사자가 그에 관한 주장·증명을 제출하기 위하여 변론재개신청을 한 경우 등과 같이 사건의 적정하고 공정한 해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절차상의 위법이 드러난 경우에는, 사건을 적정하고 공정하게 심리·판단할 책무가 있는 법원으로서는 그와 같은 소송절차상의 위법을 치유하고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변론을 재개하고 심리를 속행할 의무가 있다 (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20532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갑 제1호증에 의한 폐기물처리비용 1,100만 원의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여 제1심에서 민사소송법 제257조 에 의한 무변론 원고승소 판결이 선고되었던 사실, 이에 대하여 2010. 9. 13. 피고가 항소하였는데, 그 항소장에는 “원고가 갑 제1호증에 의한 폐기물처리비용 1,210만 원을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가 피고에게 폐기물처리를 의뢰한 바가 없다면 피고가 아무 이유 없이 원고의 사업자등록번호, 상호, 주소, 업태, 종목 등을 기재하여 갑 제1호증을 발행하고 이를 세무관서에 신고까지 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원고도 500만 원을 피고에게 입금하였을 리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 기재되어 있고, 여기에 원고가 2008. 9. 12. 피고에게 500만 원을 입금한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통장 사본(을 제1호증)이 첨부되어 있었던 사실, 원고는 피고의 위 항소장과 그에 첨부된 을 제1호증을 2010. 10. 12. 함께 송달받았음에도 이에 대한 반박 준비서면이나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제1차 변론기일인 2010. 11. 25.에 출석하여 소장을 진술하고 갑 제1호증을 증거로 제출한 뒤 구두로 “갑 제1호증은 잘못 발행된 것이다. 피고의 직원이 3일 내에 모든 근거서류를 제출할 테니 돈을 우선 달라고 하여 500만 원을 우선 지급하였다. 그러나 근거서류를 가져오지 않았다.”고만 답변한 사실, 피고는 같은 변론기일에 위 항소장을 진술하고 을 제1호증만 증거로 제출하고, 원고의 위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거나 추가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는데, 원심은 그 상태에서 곧바로 변론을 종결한 다음, 위와 같이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을 제1호증 기재와 같이 원고가 2008. 9. 12. 피고에게 500만 원을 입금한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원고가 피고에게 갑 제1호증에 의한 폐기물처리비용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에 대한 입증을 다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위 500만 원 입금 경위에 관한 원고의 답변내용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근거서류의 제시가 있으면 피고가 청구하는 폐기물처리비용을 지급할 의사로 우선 500만 원을 피고에게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이해되고, 이에 따르면 위 금액이 피고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명목으로 수수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점, 만일 원·피고 사이에 폐기물처리비용 지급약정이 성립되었다면 근거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가 그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을 것이고, 반대로 원·피고 사이에 위와 같은 약정이 체결된 바 없다면 근거서류 자체가 존재할 리가 없으므로 곧바로 피고의 청구를 거절하면 될 텐데, 원고가 위와 같이 ‘근거서류를 제시하면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하고 그 근거서류를 받기도 전에 청구금액의 절반에 가까운 500만 원이나 미리 지급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위 폐기물처리비용을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하였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보인다. 더구나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고 대표이사 본인이 소송을 수행하고 있었으므로, 1차 변론기일까지 제출된 을 제1호증과 갑 제1호증만으로도 충분히 피고의 주장사실이 증명되었고 원고가 한 위 진술만으로는 피고의 입증에 지장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나머지, 원고의 위 진술내용의 모순점이나 의문점에 대하여 지적하거나 적절히 반박할 필요를 못 느끼고 다른 증거자료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추가 입증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 원심으로서는 변론을 종결하기에 앞서서 피고에게 석명권을 행사하여 원고의 위 진술내용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고 추가 입증 자료를 제출하도록 촉구하였어야 하고,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제1차 변론기일에 변론을 종결하였더라도, 그 후에 피고가 2010. 12. 2.자로 “증거자료 제출”이라는 서면을 제출하면서, 피고를 위탁처리업체로 기재한 원고 명의의 건설폐기물처리계획서 및 그에 대한 이천시장 명의의 신고필증, 원고의 공사현장에서 배출되는 건설폐기물을 피고가 반입한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반입·반출증(피고는 “원고의 현장직원들로부터 확인받았다”는 취지로 위 반입·반출증을 제출하고 있다) 등을 추가로 제출하고 있다면, 이는 위 문서들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도록 변론을 재개하여 달라는 취지의 신청으로 선해해 볼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변론을 재개하여 피고로 하여금 추가 증거자료들을 제출하고 원고의 위 주장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한 다음, 피고 주장의 당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에 이르지 않은 채 위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석명권행사를 게을리 하고 변론재개의무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안대희 차한성(주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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