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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5.12.4. 선고 2015노1987 판결
살인
사건

2015노1987 살인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검사

김병문(기소), 도상범(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V

담당변호사 W, X

판결선고

2015. 12. 4.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의 양형(무기징역)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피고인). 반대로 위 양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검사).

2. 판단

가. 판단기준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형을 선고함에 있어서는 형법 제51조가 규정한 사항을 중심으로 한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 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여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명확하게 밝힌 후 비로소 사형의 선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기록에 나타난 양형 조건들을 평면적으로만 참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피고인의 주관적인 양형 요소인 성행와 환경, 지능, 재범의 위험성, 개선교화 가능성 등을 심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여 이를 통하여 사형 선택 여부를 심사하여야 할 것은 물론이고, 피고인이 범행을 결의하고 준비하며 실행할 당시를 전후한 피고인의 정신상태나 심리상태의 변화 등에 대하여서도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등 관련 분야의 전문적인 의견을 들어보는 등 깊이 있는 심리를 하여 본 다음에 그 결과를 종합하여 양형에 나아가야 한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도924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9867 판결 등 참조),

나, 양형의 조건

1) 피고인의 연령, 지능, 성행, 학력, 성장과정, 가족, 환경 등

피고인은 회사원인 부와 전업주부인 모 사이에서 1남 2녀 중 장남으로 출생하여, 원만한 가정에서 성장하였다. 피고인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재학기간 내내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우수한 학업성적을 유지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연세대학교 Y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2대 독자임을 이유로 6개월간의 방위소집대상자로 군복무를 대체하였다. 피고인은 대기업에 입사하여 약 6년간 행정업무를 하였으며, 퇴사 후 IT업체에 입사하여 약 12년간 근무하면서, 상무 직급까지 승진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이전에 아무런 형사처벌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다.

2)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피고인은 1999년 6월 피해자 E와 결혼하여, 2001년 첫째 딸인 피해자 F, 2006년 둘째 딸인 피해자 G를 두게 되었다. 피고인의 처인 피해자 E는 대학을 졸업하고 호텔에 취업하여 근무하다가 피고인과 결혼한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주부로서 피고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양육하였다. 범행 당시 피해자 E는 43세였으며, 자녀들인 피해자 F는 중학교 1학년생, 피해자 G는 초등학교 2학년생으로 각 재학 중이었다.

3) 이 사건 범행의 동기

피고인은 근무하던 IT업체에서 권고사직으로 퇴사하게 되었으며, 이후 우연히 아는 선배의 소개로 한의원에 재무담당 및 사무장으로 취업을 하게 되어 연봉 약 8,000만 원 정도를 받았다.

피고인은 위 한의원에 재직 중에도 이전에 종사하던 동종 업무에 재취업을 위해 노력했지만 연령 등의 이유로 재취업이 어려웠다. 피고인은 위 한의원에서 퇴직한 후 아는 선배의 오피스텔을 관리해주는 조건으로 위 오피스텔로 출퇴근을 하며 이력서를 수 회 제출하였으나 면접을 보러오라고 하는 곳이 없었다. 피고인은 한의원에서 퇴직하기 전 특별한 사업계획은 없었으나 미리 사업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피고인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담보로 5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그 중 주식투자로 3억 원 이상 손실을 입었다. 피고인은 위 오피스텔에서 1년 정도를 지내다가, 오피스텔 사용기간이 끝나자집 근처의 고시원을 구해, 1년가량 아침에 고시원에 갔다가 점심에 라면을 끓여먹고 6시 정도에 집으로 들어오는 생활을 계속 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계속된 재취업 실패와 주식투자 실패에 삶의 의욕을 잃고 이 사건 범행 3~4개월 전부터는 다니던 헬스클럽도 다니지 않은 채 사람들을 피하게 되었으며, 낮에도 술을 마시고 잠을 자는 등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피고인은 '부모님에게 부탁을 하면 부채는 해결이 되는 상태였지만 앞으로의 앞 날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였고, 가족들을 생각하니 차라리 좋은 아빠, 엄마의 경험을 하고 있는 지금 죽는 것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자살을 결심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자살을 결심한 후, 자신이 죽고나서 경제적 능력이 없는 피해자 처와 자식들이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고통스럽게 사는 것보다는 모두 같이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 사건 범행을 결심하였다(피고인은 당시 처한 상황에 대해 '당시에도 그렇게 절박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 동반자살에 대한 생각이 들고 그 생각에 꽂혔던 것 같다'고 진술한 바 있다).

4) 이 사건 각 범행의 수단 및 결과

피고인은 2014년 12월 경 범행을 결심한 이후, 여수로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가족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대청호로 빠져 피해자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함께 죽으려고 하였으나 피해자들이 잠을 자고 있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피고인은 범행전날에도 피해자들을 살해할 기회를 엿보다가, 피해자들이 피고인보다 더 늦게 잠이 드는 바람에 실패하였다. 범행 당일 피고인은 아내인 피해자 E에게 미리 와인에 탄 수면제를 먹였다. 피고인은 잠들어 있는 아내를 먼저 목 졸라 살해한 후, 이어 다른 방에서 잠들어 있던 작은 딸의 목을 졸라 살해하였다. 또한 자고 있던 큰 딸의 방으로 들어갔는데 큰 딸이 잠에서 깨어나 배가 아프다고 하자 배 아픈데 먹는 약이라고 하면서 수면제를 먹인 후, 큰 딸이 완전히 잠에 들지 않고 엎드려 있을 때 뒤에서 목을 졸라 살해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을 성실하고 가정적인 남편과 아빠로 믿고 있었던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갑작스러운 범행에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살해되었다.

5) 범행 전후의 정황 등

피고인은 범행 전 미리 자신의 핸드폰을 초기화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탈퇴하는 등 주변을 정리하였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유서를 작성하였다. '부모님보다 먼저 가는 것도 죄송한데 집사람과 애들까지 데리고 가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잘 나가던 시절다 가고 나서 점점 어려워지고 이제는 마이너스 인생이 시작되는 것 같네요. 조금 더 있으면 정말 추한 꼴을 보일 것 같고 혼자 가면 남은 처자식이 더 불쌍한 삶을 살 것 같아 먼저 보내고 저도 가려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집사람과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께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가는 저는 저승에 가서 그 죗값을 치르겠습니다.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걱정, 염려하지 마시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온 고통이 너무나 크네. 요. 아무 죄 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죄를 짓고 가는 이 못난이, 이 죽일 놈. 정말 죄송합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후 유서에 '미안해 여보. 미안해

F아. 미안해 G아. 천국으로 잘 가렴. 아빠는 지옥에서 죗값을 치를게.'라는 내용을 추가하여 기재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집을 나와 고속도로를 통해 남쪽으로 이동하였다. 피고인은 미리 가지고 나왔던 피해자 E의 핸드폰으로 119에 신고하고 '제가 집사람하고 애들 둘을 목 졸라서 죽이고 나왔어요. 저도 지금 자살하러 가는 길이예요.'라고 말한 후,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길에 핸드폰을 버렸다.

피고인은 그 후 어느 다리 위에서 칼로 손목을 긋고 투신하였는데 물에 뜨는 바람에 죽지 못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6) 피고인에 대한 심리평가, 정신감정 결과

피고인에 대한 임상심리평가와 정신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내면에 상당한 무력감, 불행감 등의 우울한 감정과 억압된 분노감, 불안감 등 정서적 고통이 큰 상태이며,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가 장기간 지속되어왔을 가능성이 있는 상태'였다. 또한 피고인의 전체 지능지수는 최우수 수준(150이상)에 속하며, 지적 잠재능력도 최우수 수준으로 추정되었다. 지적 능력이 매우 높은 피고인으로서는 타인의 평가에 상당히 예민한 상태이며, 자신이 원하는 명예나 부 등의 목표 성취를 실패한 자신에 대한 분노와 우울감을 크게 느끼고 있고, 이러한 성취욕구의 좌절이 자기애적 손상을 초래하였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결론적으로 피고인은 심신미약의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중 등도의 우울증 에피소드(의욕저하, 희망 없음, 자살사고)를 보였으며, 범행 당시에도 위와 비슷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었다.

7) 피고인의 반성

피고인은 경찰에서 '지금도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하는가요'라는 질문에 '판단이 옳았다고 하기 보다는 네 명이 동반자살을 기도해서 만약 저 혼자 죽고 나머지 가족이 살아남은 것 보다는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범행 이후에도 여전히 잘못된 판단에 사로잡혀 있었고,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인생에 대한 비관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원심과 당심의 재판과정 및 구금생활을 거쳐 자신의 범행을 진지하게 돌아본 것으로 보이며 당심에서 제출한 탄원서에서 잔인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신에 대한 반성과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 등을 표현하고 있다. 피고인은 당심 피고인 신문에서 '처음에는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죽는 것이 살아 있는 가족들에게 잘하는 짓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가서 죽을까, 어떻게 하면 이 생을 마감을 할까 그 생각을 하다가 계속의미 없이 살고 있었는데 어떤 계기가 되어 그나마 내가 살아남아 있는 것이, 비록 제가 제 손으로 보내기는 했지만 제 집사람과 애들의 명복을 빌어주고 죽어서라도 잘 영면할 수 있도록 안식을 가질 수 있도록 빌어주는 것, 그리고 부모님들이 제 짓거리 때문에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일찍 죽으실텐데 그 부모님들이 집사람과 애들 기도 못해 주시는 것만큼 제가 하고 죽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지금은 마음의 준비가 사실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만, 그나마 감히 제가 희망이라고 하면 지금 했던 이런 얘기들을 제가 죽기 전에 집사람하고 애들이 어디 안장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 앞에서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대면을 하고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제가 죄인이기는 하지만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하고 싶었던 애기는 하고서 죽었으면 하는 게 그것 하나 바램입니다.' 라고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이 거짓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8) 피해자의 가족들의 의사

피고인의 부 Z는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장례식 비용과 피해자들의 유골 안치비용을 부담하였고, 당심에서 이 사건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거주하던 피고인 소유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담보 대출금을 공제한 잔액을 수령하여 그 절반인 2억 1천 만원을 피해자 E의 부 AA에게 위로금으로 지급하였다.

피해자 E의 부는 '피고인의 부모가 죄인의 가족으로서 더 무거운 짐을 갖고 살아가리라 생각되며, 그들의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생각하여 그들의 자식인 피고인에게 관용을 베풀어 사는 날까지 속죄하며 살아가게 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또한 피해자 E의 모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이 살아있을 때 가족을 믿고 잘 대해주었던 사람이라며 피고인의 선처를 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피해자 E의 오빠 역시 피고인에 대한 관용을 베풀어주기를 원하고 있다.

다. 양형의 판단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고 그 자체가 목적이며, 한번 잃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어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므로,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자신의 처와 양육해야 할 어린 딸들을 무참히 목 졸라 살해함으로써 소중하고 존엄한 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피고인의 행위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합리화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는 반사회적 범행이다.

피고인이 범행 당시 장기간의 무력감, 상실감에 빠져있었고, 심신미약의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으나 중등도의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었던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피고인의 비상식적인 범행 동기를 납득하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자신이 자살을 하면 남은 가족들의 경제적 곤란이나 사회적 시선, 정서적 문제 등이 걱정되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러나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5억 원의 부채 외에 다른 부채가 거의 없었고, 오히려 시가 11억 원 상당의 아파트와 합계 약 4억 원 상당의 펀드, 보험, 예금 등을 보유하고 있어 객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또한 피고인의 아내인 피해자 E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피고인과 결혼한 후 시어머니의 권유로 직장을 그만두었을 뿐이고, 피고인이 생각하는 것과 같이 아무런 생활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 E는 피고인이 주는 생활비를 절약하여 모은 2억 원 이상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자녀들을 잘 교육하여 학원에 보내지 않고도 큰 딸의 성적이 좋아 주변에서 학원을 하면 어떻겠냐는 말을 듣는 등 현명하고 생활력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다소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피해자 E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피해자들의 생각을 들어보았어야 했으나, 스스로만의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들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아갔다. 수사 초기에 피고인이 하였던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자신의 처와 딸들을 스스로의 삶과 가치에 대하여 결정할 수 있는 인격체가 아닌 피고인에게 부속된 부속물처럼 여기고 피고인 자신을 가족구성원 중에 절대적 우위에 있는 존재로 생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족구성원을 상대로, 특히 아이들을 상대로 폭력 등의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림으로써 형벌의 일반예방적 기능을 도모할 필요도 있다는 원심의 판단도 수긍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범행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 죄질 또한 반사회적이며 극히 불량하다. 피해자들은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행을 유발한 사정이 전혀 없고, 오히려 피해자들은 평소 피고인을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로 생각했던 아내와 딸들이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우발적 범행이 아닌 장기간의 계획과 구상을 통해 위 가족들을 살해하였으며, 피해자들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방법도 피해자들의 피고인에 대한 신뢰를 이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범행의 수단과 방법에서도 비난가능성이 높다.

다만 양형에 참작하여야 할 다음과 같은 사정들도 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범행과 심정을 솔직하게 고백하였으며,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죄책감을 느끼며 반성하고 있다. 피고인은 범행 당시 중등도의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살인 범행을 경제적 목적 기타 어떠한 의도 하에 저지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의 유족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형사처벌도 받은 전력이 없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평범하고 성실한 아들이었으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삶을 살아온 피고인을 끔찍한 살인범으로 변하게 한 것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물질만능주의 등도 일부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과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와 동기, 범행의 수단 및 결과, 범행의 횟수, 피해자들과의 관계, 피해자들의 수, 범행 결과의 중대성, 범행 후의 정황 등 피고인에 대한 여러 양형의 조건들과 죄형의 균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을 영원히 이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사형이라는 극형에 처하여야 한다는 검사의 구형에 경청할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하면서 남은 생애 동안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 지나치게 가볍거나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검사와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상환

판사김성수

판사김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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