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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5.6.25. 선고 2015고합74 판결
살인
사건

2015고합74 살인

피고인

A

검사

김병문(기소), 유경필(공판)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5. 6. 25.

주문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압수된 회색 스카프(증 제3호), 스틸록스정(증 제4호)을 각 몰수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09.경 건축설계 소프트웨어 회사인 C에서 회계 및 재무파트 과장 또는 상무직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D한의원에 재무담당으로 입사하였으나 2012. 11.경 위 한의원을 퇴사하였고, 그 무렵 씨티은행으로부터 자기 명의의 아파트를 담보로 5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피고인은 위 대출금 5억 원으로 자신의 처인 피해자 E(여, 43세)에게 2년 동안 매월 400만 원을 생활비조로 주었고, 두 딸인 피해자 F(여, 13세), G(여, 8세)에게는 실직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한의원을 퇴사한 후에도 2014. 12. 중순경까지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처럼 집을 나와 지인의 오피스텔 및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구직활동을 하였으나 취업이 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그 무렵 위 5억 원으로 주식투자를 하였으나 약 3억 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하였고, 2015. 가을부터는 대출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던 중 피해자 E로부터도 대출금을 빨리 변제하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에 피고인은 더 이상 구직활동을 해도 취업이 되지 않고 미래가 없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자살을 하기로 결심하였는데, 만약 피고인만 자살하게 되면 남아있는 가족들은 심리적인 충격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더욱 불행해 질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 가족들을 모두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1. 피해자 E에 대한 살인

피고인은 2015. 1. 5. 23:00경 서울 서초구 H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미리 처방받아 놓은 수면제인 스틸녹스 1정을 반으로 쪼개어 가루로 만들고 와인에 타서 피해자에게 건네주고, 이를 마신 피해자가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

피고인은 2015. 1. 6. 03:00경 거실에서 혼자 잠들어 있는 피해자의 배 위에 올라 앉아 두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힘껏 누르고, 잠시 후 피해자가 반항을 멈추고 몸이 늘어지자 피해자를 더욱 확실하게 살해하기 위하여 자신의 방으로 가서 옷걸이에 걸려 있던 파란색 스카프(증 제2호)를 집어 들고 와 피해자의 목에 감아 힘껏 잡아당긴 다음 강하게 묶어 놓아 피해자를 그 자리에서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여 살해하였다.

2. 피해자 G(여, 8세)에 대한 살인

피고인은 위와 같이 아내를 살해한 후 2015. 1. 6. 03:10경 위 피고인의 집에서 자신의 방 베란다로 가서 담배를 피운 다음, 평소 착용하던 갈색 목도리(증 제3호)를 집어들고 안방에 들어가 그곳 침대 위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던 작은딸인 피해자 G의 등 뒤에 올라탄 다음 위 목도리로 피해자의 목을 2번 감아 좌우로 힘껏 잡아당겼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반항을 멈추고 몸이 늘어지자, 위 목도리가 위 스카프 보다 길어서 계속하여 큰딸을 살해하는 도구로 사용하기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위 E의 목에 묶어 두었던 위 스카프를 풀어 안방으로 가져온 후 피해자의 목에 감겨있던 위 목도리를 풀고 위 스카프로 다시 피해자의 목을 감아 힘껏 잡아당긴 뒤 강하게 묶어 놓아 피해자를 그 자리에서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여 살해하였다.

3. 피해자 F(여, 13세)에 대한 살인

피고인은 위와 같이 작은딸을 살해한 후 2015. 1. 6. 03:30경 위 피고인의 집에서 위 목도리를 들고 큰딸인 피해자 F의 방으로 들어갔으나, 인기척을 느낀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배가 아프다고 하자 피고인의 방에서 수면제인 스틸녹스 1정을 가지고 나와 주방에서 컵에 물을 담아 피해자에게 "배 아픈데 먹는 약이다."라고 하면서 수면제를 먹이고, 피해자를 살해하기 용이하도록 "날씨가 추워지니까 바닥에서 자라. 바닥이 따뜻하다."라고 한 다음 피해자가 바닥에서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

이후 피고인은 잠든 피해자의 등 뒤에 올라타 위 목도리로 피해자의 목을 2번 감아 좌우로 힘껏 잡아당기고, 피해자가 반항을 멈추고 몸이 늘어지자 피해자를 더욱 확실하게 살해하기 위하여 위 목도리를 피해자의 목에 강하게 묶어 놓아 피해자를 그 자리에서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여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I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각 압수조서

1. 실황조사서, 각 검시결과서

1. 수사보고(피의자 주거지 CCTV 수사 관련)

1. 현장사진, 검안사진

1. 각 검안소견서, 부검감정서 3매

1. 처방전

1. 유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각 무기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0조(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G에 대한 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였으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1. 몰수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압수된 남색바탕 흰색 땡땡이 스카프(증 제2호)는 피고인의 소유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몰수하지 아니함]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우울증 등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결과, 피고인이 작성한 유서, 피고인의 경찰 및 검찰 진술 내용,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보인 모습과 태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현재 중등도의 우울증 에피소드 증상을 보이고 있고 위 범행 당시에도 현재와 비슷한 상태였을 것으로 보이나, 한편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이 미리 준비한 수면제를 피해자들에게 먹이고 피해자들이 모두 잠들자 순차적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다음 범행 현장을 빠져나가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한 점,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전 유서를 작성하고 자신의 컴퓨터를 정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범행 후에는 스스로 119에 전화하여 집 주소와 현관문 비밀번호까지 알리는 등 비교적 침착하고 냉정한 태도를 보인 점, 피고인이 보이고 있는 우울증의 정도가 중증에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그밖에 다른 정신병적 증상은 발견되지 않은 점, 피고인이 평소우울증 등으로 치료를 받은 적도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우울증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 양형기준의 적용

가. 피해자 G, F에 대한 각 살인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계획적 살인 범행,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권고영역의 결정] 특별가중영역

[권고형의 범위] 무기징역 또는 15년 이상의 유기징역

나. 피해자 E에 대한 살인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계획적 살인 범행

[권고영역의 결정] 가중영역

[권고형의 범위] 무기징역 또는 15년 이상의 유기징역

2. 선고형의 결정

가. 사형 선고의 양형기준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하고, 따라서 사형을 선고함에 있어서는 형법 제51조가 규정한 사항을 중심으로 한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여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명확하게 밝힌 후 비로소 사형의 선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하여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기록에 나타난 양형조건들을 평면적으로만 참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피고인의 주관적인 양형요소인 성행과 환경, 지능, 재범의 위험성, 개선교화 가능성 등을 심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여 이를 통하여 사형선택 여부를 심사하여야 할 것은 물론이고, 피고인이 범행을 결의하고 준비하며 실행할 당시를 전후한 피고인의 정신상태나 심리상태의 변화 등에 대하여서도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등 관련 분야의 전문적인 의견을 들어 보는 등 깊이 있는 심리를 하여 본 다음에 그 결과를 종합하여 양형에 나아가야 한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9867 판결 등 참조).

나. 양형의 판단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고 그 자체가 목적이며, 한번 잃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어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므로,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집에서 한 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무방비 상태에 있던 자신의 처와 두 딸을 무참히 살해한 후 피해자들의 사체를 그대로 방치한 채 범행 현장을 벗어나버린 피고인에게서는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은 사전에 준비한 수면제를 피해자들에게 먹이고, 피해자들이 새벽에 잠든 틈을 타 피해자들이나 이웃들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조용히 범행에 나아갔으며, 피해자들의 목에 스카프를 계속 묶어둠으로써 피해자들을 더욱 확실히 살해하는 등 주도면밀하고 대담하게 범죄를 계획 및 실행하였다. 이 같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중학교 1학년생 및 초등학교 2학년생으로 각 재학 중이던 어린 피해자들이 자신의 꿈을 채 펼쳐보기도 전에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피고인의 처이자 아이들의 어머니인 피해자 E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입사하였다가 1999년경 피고인과 결혼한 후에는 가정주부로서 피고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양육하며 가정을 돌보았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을 허망하게 잃었다. 피고인을 상대로 제대로 저항할 만한 힘도 없는 피해자들이, 더욱이 피고인에 대한 깊은 신뢰와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었을 피해자들이, 피고인이 저지른 기습적이고 흉악한 폭력 앞에서 얼마나 놀라고 두려웠을지, 또 발버둥치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어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느꼈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또한 하루 아침에 소중한 가족들을 한꺼번에 잃게 된 유가족들은 평생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가정은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으로,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피해자들과 가정을 이룬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나이 어린 자녀들을 건전하게 보호 및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었고, 피고인의 처가 그랬던 것처럼 가정의 유지를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설령 피고인이 직장을 잃은 뒤 최근 몇 년간 구직에 실패하였고, 그럼에도 가장으로서의 체면 때문에 출근하는 척 집에서 나와 고시원을 드나드는 생활을 한동안 하는 등 자신이 종전에 누렸던 부유한 생활수준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내팽개쳐버린 피고인의 잔혹한 범행을 두둔할 만한 아무런 단서도 될 수 없다. 피고인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자녀를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하는 부모들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음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책임과 의무가 경제적인 능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게다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의 재산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피고인이 경제적 곤궁을 겪고 있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예금, 차량 등 재산의 가치는 피고인의 은행 빚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피고인의 재산이나 능력, 경력에 비추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것이었음에도, 피고인은 차후 전망이 밝지 않고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여 더 이상 살기 곤란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자신의 범행을 설명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피해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이 왜 생을 마감해야 하는지 전혀 짐작조차 못한 채 억울하게 숨을 거둔 것이다. 이 같은 억울함은 피해자들이 위와 같은 피고인의 범행동기를 알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가장이라도, 부모라도 자신과 독립된 인격체인 처나 자녀의 생명을 함부로 거둘 수는 없다.

형법은 직계존속에 대한 살인죄만을 가중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자신이 보호, 양육하여야 할 어린 자녀들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의 죄질과 범정은 직계존속을 상대로 범행하는 경우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이 내세우고 있는 위와 같은 주관적인 범행 동기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참작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불리한 사유로 참작하는 것이 상당하다.

나아가 피고인이 범행 직후부터 수사기관을 거쳐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보인 태도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살해한 후 수사기관에 검거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집을 나와 고속도로를 통해 남쪽으로 이동하였고, 어느 다리 위에서 칼로 손목을 긋고 투신하였는데 물에 뜨는 바람에 죽지 못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은, 유족들의 경찰 및 검찰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의 평소 가정생활 모습,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물질적인 이득을 취하려 한 것은 없고 범행 후 스스로 119에 신고하기도 한 범행 전후의 정황, 검사가 제출한 심리분석 결과, 피고인이 작성한 유서의 내용 등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범행 후 피고인이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진지한 반성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자살 시도가 피해자들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대한 피고인의 책임을 감경할 만한 사유가 될 수는 없다. 게다가 피고인이 범행 직후 소방관 및 경찰관과 통화하면서 보인 태도나 그 후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보인 태도는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자신의 인생을 그저 비관하는 데에만 천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위와 같은 피고인의 범행 동기, 방법,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을 모두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의 끔찍스러운 행위와 책임에 상응하는 법의 준엄한 심판이 불가피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족구성원을 상대로, 특히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을 상대로 폭력 등의 범행을 저지르는 자들에게 경종을 울림으로써 형벌의 일반예방적 기능을 도모할 필요도 있다는 점도 함께 염두에 둔다면, 피고인을 영원히 이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극형에 처하여야 한다는 검사의 구형에는 경청할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1남 2녀 중 첫째로 태어나 특별한 문제없이 성장기를 보낸 것으로 보이고, 20대 중반에 대학원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하였으며, 이후 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 한의원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2012년경까지 나름대로 성실히 살아왔다.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심신미약의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중등도의 우울증 에피소드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그로 인해 피고인이 자신의 인생을 비관한 것도 이 사건 범행의 한 가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다.

한편 고령인 피고인의 부모는 암 수술 등으로 생활이 여의치 않음에도 피고인을 대신하여 유족들에게 사죄하고 장례비나마 지급하는 등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 E의 부모이자 아이들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피해자 E의 오빠, 동생이자 아이들의 외삼촌들은 피해자들을 안타깝게 떠나보낸 충격과 슬픔 속에서도 오히려 피고인의 부모를 걱정하며 한때 가족으로 지냈던 피고인에 대하여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선처해 줄 것을 탄원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제반 양형조건을 앞서 본 사형의 선고기준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을 사형에 처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우리 사회의 유지 및 존립을 위하여 반드시 피고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여야 한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극형에 처하기보다는, 향후 기간의 정함이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하면서 남은 생애 동안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최창영

판사이정호

판사정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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