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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14932 판결
[손해배상(기)]〈김훈 중위 사망사건〉[공2007.1.15.(266),101]
판시사항

[1] 수사기관의 조사활동과 수사 개시 여부에 관한 판단이 위법한 경우

[2] 군내 사망사고에 대한 군사법경찰관의 초동수사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국가의 유가족들에 대한 위자료 지급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수사의 개시에 앞서 이루어지는 조사활동과 이에 기초한 범죄의 혐의가 있는가 여부에 관한 판단, 즉 수사를 개시할 것인가 또는 조사활동을 종결할 것인가의 판단은 수사기관이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조사활동과 그에 따른 수사의 개시 여부에 관한 수사기관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위하여는 형사소송법 등의 관련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수사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2] 군내 사망사고의 초동수사를 담당한 군사법경찰관이 현장조사와 현장보존을 소홀히 하고 주요 증거품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대원들에 대한 알리바이 조사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형식적으로 하는 등 그 초동수사가 조사활동 내지 수사의 기본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 행하여진 것으로서 경험칙과 논리칙에 비추어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명백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는 이유로 국가의 유가족들에 대한 위자료 지급책임을 인정한 사례.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조 담당변호사 이덕우)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각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들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군수사기관이 당초 사고 현장에 철모가 존재하였는데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1분대원 11명이 사고 당시 수색정찰을 한 바 없는데도 수색정찰을 하여 알리바이가 입증된다고 발표하는 등 진상을 은폐·조작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그 판시의 증거들은 증거로 삼기 어렵거나 그것만으로는 원고들의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초기 수사 당시 크레모아 스위치 박스와 손목시계의 파손을 발견하지 못한 잘못 등은 있으나 군수사기관이 고의로 진상을 은폐하거나 사건을 조작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2. 원고들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수사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하며( 형사소송법 제195조 ), 범죄의 혐의가 없는 사건에 대하여는 수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수사의 개시를 위한 범죄의 혐의는 수사기관의 주관적 혐의를 의미한다고 해석되지만, 이는 수사기관의 자의적 혐의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며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그 유무를 결정하여야 하고,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수사를 개시하기에 앞서 범죄의 혐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하여 조사활동을 할 수 있고, 조사 결과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수사에 착수하여야 하나,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때에는 조사를 종결하여야 한다( 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 제20조 제2항 ).

자연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망한 사체가 발견된 경우에, 그 사인이 자살과 같이 범죄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망한 경우라면 수사를 개시할 수 없고, 그 사인이 분명하지 아니한 변사자나 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검시 등의 방법으로 조사하여 범죄로 인한 사망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수사를 개시하여야 한다( 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 제33조 ).

이와 같이 수사의 개시에 앞서 이루어지는 조사활동과 이에 기초한 범죄의 혐의가 있는가 여부에 관한 판단, 즉 수사를 개시할 것인가 또는 조사활동을 종결할 것인가의 판단은 수사기관이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조사활동과 그에 따른 수사의 개시 여부에 관한 수사기관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평가되기 위하여는 수사기관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형사소송법 등의 관련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수사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또는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 (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다2951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육군본부 검찰부에서는 이 사건 사고 후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2차 수사를 개시하여 부검의 등 모든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실험 및 감정을 거치는 등 심층적인 조사를 한 결과 자살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후 국방부에서 특별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3차 수사를 개시하였는데 6회에 걸친 현장방문 및 조사, 17개 부대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 계좌추적 및 거짓말탐지기 검사, 총기발사시험 등 각종 실험 및 시험, 법의학토론 개최 등을 거쳐 원고들이 제기한 의문사항 및 1차 수사 중 초동수사에서 미흡하였던 부분을 심층적으로 재조사하고 타살가능성 및 자살가능성에 대하여 검토한 후 자살이라는 최종 결론에 이른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이 2차 및 3차 수사에서는 상당한 기간 동안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여 수사를 계속한 결과 나온 자료를 토대로 전문적 지식에 의하여 최종 결론에 이른 점과 범죄의 혐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합리적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등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2차 및 3차 수사의 조사활동에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흠은 없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의 2차 및 3차 수사의 과정은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로서는 2차 및 3차 수사의 과정 및 결과에 관하여 직무상 의무 위반이 있다거나 원고들의 인격적 법익의 침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또,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는 바(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다66476 판결 등 참조),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들의 각 위자료를 산정한 것은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적절하고,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① 현장조사의 미흡 및 현장보존의 소홀, ② 현장 근거품에 대한 미비한 조사, ③ 수사 초기의 형식적인 알리바이 조사, ④ 2소대 상황일지 및 부소대장 소외인의 컴퓨터 등의 미확보, ⑤ 사인에 대한 예단 정황에 관한 사정을 인정한 후, 이 사건 사고의 초동수사를 담당한 군사법경찰관은 사체의 상태 및 현장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 변사의 의심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지체 없이 현장을 보존함에 필요한 조치를 하고 관련된 증거를 수집·확보하는 등 필요한 조사를 하는 한편, 이를 검찰관에게 보고하여 그 지시에 따라 필요한 처분을 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데도, 사고지역이 유엔군사령부 관할이라는 이유로 미군측으로부터 출입통제를 당하자 미군 범죄수사대에 현장조사를 미루고 뒤늦게 사고현장에 임하여 타살임을 입증할 단서가 될 수도 있는 크레모아 스위치박스나 손목시계의 파손 등을 간과하고 유류품의 위치를 실측하거나 현장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소홀히 하는 등 제대로 된 조사 없이 10분 만에 현장검증을 마치면서 현장보존에 관한 조치도 소홀히 하여 사건현장이 도색되도록 하는 등 현장훼손을 방치하였고, 부검을 위하여 후송된 김훈의 사체를 사고 당시와 같이 보존하지도 아니하고 법의학적인 감정도 철저히 시행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외인의 컴퓨터 등 주요 증거품을 확보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소대원들에 대한 알리바이 조사에 있어서도 이 사건 사고 후 상당 기간이 경과할 때까지도 형식적인 태도로 일관하여 소대원들에게 서로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였고, 또 시간별 상황을 알 수 있는 소대 상황일지 등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아니하여 241 감시초소(Guard Post)의 상황을 소대원들에 대한 진술에만 의존하게 함으로써 소대원을 상대로 한 알리바이 조사에 대한 신빙성을 한층 더 의심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사고 권총이 누구의 권총인지조차도 조사하지 아니하는 등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하여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어떠한 예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게 하였음을 알 수 있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만일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하였으며, 그 후 군검찰에 의한 2차 수사 및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에 의한 3차 수사 등 전면적인 재조사조차 원고들의 진상은폐·사건조작의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한 채 당초의 부실한 1차 수사를 합리화하는 구실에 불과한 것이라는 불신을 가지도록 하였으므로, 피고 산하 군수사기관의 담당수사관들이 직무인 김훈의 변사사건에 대한 수사를 행함에 있어 그 직무상 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 군복무중이던 김훈의 유가족들인 원고들로 하여금 사인에 대한 알 권리나 명예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나. 제2.의 가.항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초동수사를 담당한 군사법경찰관은 현장조사와 현장보존을 소홀히 하고 주요 증거품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대원들에 대한 알리바이 조사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형식적으로 하는 등 그 잘못이 적지 아니하고, 이와 같은 초동수사는 조사활동 내지 수사의 기본원칙조차 지켜지지 아니한 채 행하여진 것으로서 경험칙과 논리칙에 비추어 도저히 그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일견 명백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므로, 원심이 피고에게 김훈의 유가족들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고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각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가 부담하게 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주심) 김황식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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