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3다29517 손해배상 ( 기 )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5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새길 법률특허사무소
담당변호사 이현용
피고,피상고인
대한민국
공익법무관 양건수, 전영준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03. 5. 15. 선고 2002441031 판결
판결선고
2005. 9. 9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
이 유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먼저 그 설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하였다 .
( 1 ) 소외 망인은 1997. 4. 3. 22 : 00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 버거킹 햄 버거 가게의 화장실 안에서 휴대용 칼에 의하여 오른쪽 목 부위를 3회, 가슴부위를 2 회, 왼쪽 목 부위를 3회 찔려 과다 실혈로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는데, 원고 1, 2는 소 외 망인의 부모이고, 원고 3, 4, 5는 망인의 누나이며, 원고 6은 망인의 조부이다 .
② 경찰에서는 당시 소외 망인의 사망 현장에 있었던 미합중국 군대 군속의 자녀인 미국 국적의 소외 2와 역시 미국 국적의 소외 1을 각 소외 망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 수사한 후 위 사건을 각 기소의견 ( 살인의 공범으로 서울지방검찰청에 송치 하였는데, 서울지방검찰청은 수사를 종결한 후 1997. 4. 26. 소외 1에 대하여는 소외 망인을 살해한 혐의 ( 살인죄 ) 를, 소외 2에 대하여는 1997. 2. 초순경부터 1997. 4. 3. 22 : 00경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흉기인 휴대용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혐의 ( 폭력행위등처벌 에관한법률위반죄 ) 와 소외 1이 위 살인 범행에 사용한 휴대용 칼을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미8군 영내 하수구에 버렸다는 혐의 ( 증거인멸죄 ) 를 각각 적용하여 그들을 일괄 기소하면서, 소외 2의 살인 혐의에 대하여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처분을 하였다 .
( ③ ) 이에 따라 진행된 형사재판의 제1심과 항소심에서 소외 1과 소외 2는 각각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는데, 소외 2는 이에 대하여 상고하지 아니하여 그에게 징역 장기 1년 6월, 단기 1년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됨에 따라 천안소년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1998. 8. 15. 형집행정지결정으로 석방되었다 . ( 4 ) 한편 소외 1은 상고하여 1998. 4. 24. 대법원으로부터 그가 소외 망인을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선고받았고 ( 98도421 판결 ), 이에 따라 1998. 9. 30.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라 무죄판결을 선고 받았으며 ( 98 1075 판결 ), 환송 후 원심판결에 대한 검사의 상고가 1999. 9. 3. 대법원에서 결국 기각되면서 ( 98도3695 판결 ) 소외 1에 대한 형사재판은 무죄로 종결되었다 .
( 5 ) 소외 망인이 살해될 당시 그 현장인 위 햄버거 가게의 화장실 안에는 소외 망인 이외에 단지 소외 2와 소외 1 두 사람만이 있었을 뿐이었고, 소외 2와 소외 1은 서로 상대방이 소외 망인을 살해하였고 자신은 단지 목격자일 뿐이라고 상반되게 진술하고 있어, 소외 망인은 소외 2와 소외 1의 공모에 의하거나 또는 적어도 둘 중 한 사람에 의하여 살해 되었음이 명백하다 .
( 6 ) 한편, 소외 2와 소외 1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각 미국 국적의 소외 3과 소외 4는 이들과 함께 햄버거 가게 안에 있었고, 그 중 소외 3은 이들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과 다시 나오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한 자이며, 소외 4는 소 외 2의 친구로서 소외 2로부터 그가 살인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한 참고인인데 이들은 출국하여 모두 미국에 있다 . ( 7 ) 원고 1은 소외 1에 대한 환송 후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직후인 1998. 11. 9 .
소외 2를 살인 혐의로 고소하였고, 이에 담당검사는 수사를 재기하면서 1998. 11. 23. 2가 위 고소사건의 피의자로서 수사 중이고 형집행정지 중이라는 이유로 구 출입국관리법 ( 2001. 12. 29. 법률 제65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 제29조,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 , 외국인 출국정지업무처리규칙 제2조 제3항 제1호에 의하여 1998. 11. 24. 부터 1999. 2 .
23. 까지 3개월 동안 소외 2의 출국을 정지하여 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하여 그 기간 동안 소외 2의 출국은 정지되었고, 그 기간이 만료되자 1차로 1999. 2. 23., 2차로 1999 .
5. 24. 그의 출국정지기간을 각각 3개월씩 연장하여 줄 것을 법무부에 효청하여 1999 .
2. 24. 부터 1999. 5. 23. 까지, 1999. 5. 24. 부터 1999. 8. 23. 까지 각각 3개월 동안 소외 2에 대한 출국정지기간이 연장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 소외 2에 대한 추가 수사는 특별히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
( ) 그런데 1999. 8. 23. 경 당시 소외 2에 대한 고소사건의 담당검사는, 그 즈음 참여계장이 유홍주점 단속과 관련하여 업주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자 이로 인하여 심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그 사건 때문에 경황이 없었던 나머지, 같은 날 소외 2에 대한 출국정지기간이 만료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새로운 연장요청을 하지 아니하였다가, 1999. 8. 26. 같은 검찰청 특수부로 자리이동을 하면서 법무부로부터 소외 2에 대한 출국정지기간이 이미 만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후임 참여계장에게 출국정지기간의 연장을 요청하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후 임검사의 결재를 받아 법무부에 출국정지기간의 연장을 요청하여 소외 2에 대한 2차 출국정지 연장기간이 이미 만료된 지 사홀만인 1999. 8. 26. 부터 다시 2에 대한 출국정 지조치가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소외 2는 그 틈을 타 1999. 8. 24. 김포공항을 통하여 출국하였다 .
( 9 )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는 형사사건에서의 협조와 사법공조를 위하여 '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형사사법 공조조약 ( 이하 ' 한 · 미 형사사법 공조조약 ' 이라 한다을, 범죄인의 인도를 위하여 '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각 체결하였고, 위 각 조약은 현재 발효 중인데, 서울지방검찰청은 2000. 11. 경과 2002. 1. 경 2회에 걸쳐 한 · 미 형사사법 공조조약에 따라 소외 2의 살해협의에 대한 수사를 위하여 미국 법무부에 수사공조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
서물지방검찰청은 현재까지도 위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지 아니한 채 계속 수사중이다 .
나. 원고들이 이러한 사실관계에 터잡아 담당검사의 위법한 행위로 말미암아 망 소외 망인의 매우 유력한 살인범으로 지목되던 소외 2가 국외로 도피하는 바람에 그 사건의 진상을 밝힐 기회를 사실상 상실하게 됨으로써 망인의 유족으로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피고를 상대로 그 각 위자료의 배상을 구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원심은 대략 아래와 같은 취지로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 ( 1 ) 담당검사가 제때에 소외 2에 대한 출국정지의 연장효청을 하지 아니한 부작위는 그 직무상 작위의무에 위배되는 위법한 행위로 보아야 한다 . ( 2 ) 그러나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침해 되었다고 주장하는 법익은 수사기관의 수사와 소추권자의 공소제기 및 법원의 재판이라는 법정의 형사사법절차를 통하여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의 형벌권 이 실현되어 가는 과정에서의 개개의 처분이나 판단에 의하여 이러한 법익이 종국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범죄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한 범죄자에 대하여 기소를 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국가가 종국적으로 형벌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법익에 대한 침해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때서야 비로소 수사기관 등의 위법행위로 말미암아 그 법익이 침해 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 소외 2에 대한 형사사법 절차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현재로서는 소외 2의 범죄혐의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증명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종국적으로 형벌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비록 담당검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수사에 다소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원고들의 법익이 종국적으로 침해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
( 3 ) 또한 이 사건에서 비록 원고들이 내세우는 법익이 잠정적으로나마 다소 침해되었다거나 또는 가사 이러한 법익이 침해된 것으로 인정되어 원고들에게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가 실제로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담당검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가해행위의 태양, 그 결과 발생의 개연성과 그 밖의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그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이러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
2. 대법원의 판단
가.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에서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 수사 · 공소제기 와 그 유지에 관한 사항이나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 등의 직무와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에서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에 따라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사건을 조사하여 진상을 명백히 하는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검사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것이지만, 검사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검사가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또는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권한의 불행사는 검사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등 참조 ),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소외 2에 대한 출국정지 연장요청을 제대로 취하지 아니한 담당검사의 부작위를 국가배상책임의 발생요건인 위법한 행위로 평가한 조치는 위의 법리에 따른 것이어서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 .
나. 그러나 원고들에게 금전으로나마 위자하여야 할 정신적 고통이 아직 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또는 앞서 본 검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이러한 경위로 원고들이 겪게 된 정신적 고통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 ( 1 )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말미암아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 때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 그 수행하는 직무의 목적 내지 기능으로부터 예견 가능한 행위 후의 사정, 가해행위의 태양과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1다59842 판결 등 참조 ). 그리고 검사가 외국인 범죄혐의자 등에 대한 수사의 일환으로 취하는 출국정지 또는 그 연장 요청과 관련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한 방식으로 업무처리를 하는 바람에 살인사건의 매우 유력한 용의자가 영구적으로 도주할 의사로 출국하여 버리고 이로 인하여 그에 대한 수사의 진행이나 형사재판의 개시가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면,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불복하여 이를 시정할 뚜렷한 방안을 강구할 수조차 없는 피해자의 유족들로서는 공식적인 방법으로 그 사건의 진상 규명을 할 기회나 진상 규명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사실상 박탈당하게 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리라는 것은 경험칙상 명백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는 보호할 가치 있는 인격적 법익을 종국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
( ② ) 그런데 이 사건에서, 소외 1에 대한 환송판결에 뒤이어 환송 후 원심이 소 외 1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직후였던 관계로 그 살인사건의 매우 유력한 용의자로 부상하게 된 소외 2가 영구적으로 도주할 의사로 국외로 탈출한 이후 거듭된 사법공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의 수사에는 전혀 진전이 없었던 점, 이러한 경위로 원고들이 겪게 된 정신적 고통은 가사 소외 2에 대한 수사와 형사재판이 뒤늦게 재개 ·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쉽사리 원상회복되기는 어려운 성질의 것으로 보이는 점 , 위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소외 1촉을 상대로 제기하였던 민사소송에서 결국 패소하였던 원고들로서는 현실적으로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방안 이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여지도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검사의 위법한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원고들이 공식적으로 수사기관을 통하여 진상규명을 할 기회를 사실상 상실하게 되거나 또는 이러한 진상 규명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침해당하게 됨으로써 겪게 된 정신적 고통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원고들이 겪게 된 이러한 정신적 고통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그 정신적 고통은 적어도 금전으로나마 위자 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 3 )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가 종국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거나 또는 검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원고들이 입게 된 정신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선뜻 배척한 데에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정신적 손해의 발생이나 그 성질 또는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관
재판장 대법관 이용우
대법관이규홍
주심 대법관 박재윤
대법관양승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