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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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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0. 4. 30. 선고 2009재노19 판결
[대통령긴급조치위반·반공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김영태

변 호 인

법무법인 동화 담당변호사 조영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반공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유언비어 날조·유포로 인한 대통령긴급조치위반의 점은 면소.

이유

1. 사안의 경과

가. 1974. 1. 8. 선포된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에 의하여 설치된 비상보통군법회의는 1974. 8. 8. 피고인에 대한 별지 기재의 대통령긴급조치위반, 반공법위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하였다( 74비보군형공 제34호 , ‘원심판결’).

나.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항소심인 비상고등군법회의는 1974. 9. 23.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을 배척하는 한편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였다( 74비고군형항 제34호 , ‘재심대상판결’).

다.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이 1975. 2. 10. 상고를 기각함으로써(74도3506호) 재심대상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피고인은 2009. 2. 12.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청구를 하였고, 이 법원은 담당 수사관들이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무차별적인 구타와 잠 안재우기 등의 가혹행위를 함으로써 직무상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 확정판결을 대신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아 2009. 12. 29. 재심개시결정을 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주장

피고인은 정부시책을 비난하는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거나 헌법을 비방한 사실이 없고,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동조하여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인식 없이 공소사실 기재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주장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판단

가. 대통령긴급조치위반의 점에 관하여

이 부분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는 1974. 8. 23. 대통령긴급조치 제5호에 의하여 해제되거나 제5호의2에 의하여 해제가 유보된 자(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의 해제 당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또는 제4호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그 사건이 재판 계속 중에 있거나 처벌을 받은 자)에 대하여도 그 근거법인 유신헌법 제53조 가 1980. 10. 27. 구 헌법(1987. 10. 29. 헌법 제1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의 제정·공포에 따라 폐지됨으로써 실효되었는바( 대법원 1985. 1. 29. 선고 74도3501 전원합의체 판결 ),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행 후 법령의 개폐로 그 형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에 따라 면소를 선고하여야 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파기될 수밖에 없다.

나. 반공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1) 피고인의 변소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공소외 1(대법원 판결의 공소외인)에게 “유신헌법 체제하에서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으니 이와 같은 사회는 차라리 일본에 팔아넘기든가 이북과 합쳐서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은 있으나, “이북과 합쳐져 나라가 없어지더라도”라고 발언하지는 않았으며, 당시 자신의 빈곤한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이렇게 빈곤하게 살 바에는 이북과 합쳐 통일을 해서라도 잘 살게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위의 발언을 한 것일 뿐 이북과 합쳐서 공산주의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변명하고 있다.

2) 관련 법리

구 반공법(1980. 12. 31. 법률 제3318호 국가보안법의 전문개정에 의하여 위 국가보안법에 통합됨으로써 폐지되기 전의 것, 위 국가보안법 부칙 제2조는 반공법을 폐지하면서 그 단서에서 반공법 폐지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이 위 반공법 폐지 전의 행위인 이상 위 반공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하 '구 반공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의 죄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국외의 공산계열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인바, 위 조항에 대응하는,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현행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과는 달리 법문상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요건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 에 위와 같은 법문상 명문의 요건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 조항에는 그 법문의 다의성과 그 적용범위의 광범성으로 인하여 형사처벌이 확대될 위헌적 요소가 있으므로 이는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축소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 대한 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 참조).

그리고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 의 규정을 적용하기 위하여는 그 행위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주관적으로는 반국가단체에 이롭다는 인식이 있을 것을 요한다( 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2658 판결 등 참조).

3) 증거관계 검토

가) 우선 검사가 신청한 증거들 중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공소외 2, 3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공소외 2, 3, 4 작성의 각 자술서, 공소외 4 작성의 진술서는 피고인이 원심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였으므로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나) 다음으로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도, 기록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버스에서 우연히 동석한 여고생 공소외 1에게 유신정권의 시책과 유신체제에 대한 반대 발언 등을 하였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강제연행되어 중정 본부에서 약 1주일간 감금된 채 수사관들로부터 북한을 찬양하고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였는지 여부 및 당시 서울대생 내란예비음모사건(이른바 ‘ 공소외 5 내란예비음모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도피 중이던 처남 공소외 6의 소재 등에 대하여 추궁당하며 무차별적인 폭행, 협박과 함께 잠 안재우기 등의 혹독한 고문을 당하게 되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자백하였던 점, ② 또한 피고인은 사건이 비상보통군법회의 검찰부에 송치되어 서울구치소로 옮겨진 이후에도 서너 차례에 걸쳐 다시 중정으로 끌려가서 조사를 받고 폭행을 당하였던 점, ③ 피고인은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검찰에서 공소사실대로 자백은 하였으나 법정에서 사실대로 말하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검찰관 이전의 수사기관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고 그 후 검찰관 조사단계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한 것이라고 인정되고, 따라서 검찰관 앞에서의 자백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도2409 판결 등 참조) 역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다) 끝으로 공소외 1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공소외 1 작성의 노트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유신체제 하에서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으니 이와 같은 사회는 차라리 일본에 팔아넘기든가 이북과 합쳐져 나라가 없어지더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는 취지로 되어 있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원심 법정 이후로 일관하여 ‘이북과 합쳐져 나라가 없어지더라도’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던 점, ② 공소외 1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조사에서 ‘그 때만 해도 수업시간에 반정부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을 빨갱이, 간첩이라고 배웠다. 저는 그 때 무슨 신고를 하겠다는 그런 의도는 없었고 학교수업시간에 듣던 내용과 전혀 다른 얘기를 들어서 약간 겁이 나기도 하고 해서 선생님( 공소외 4)에게 말을 했던 것이지, 선생님이 중앙정보부나 경찰에 신고를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③ 한편 피고인은 ‘출소 후 공소외 4를 찾아갔는데, 공소외 4가 굉장히 당황하면서 무릎을 꿇고 저에게 빌면서 잘못했다며 용서해 달라고 했다. 몇 번이나 자기가 세상을 좁게 봤다고 하면서 당시에 학교 반공교사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중앙정보부에서 하는 교육을 받았다고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위 위원회의 재조사 과정에서 공소외 4는 이미 사망하여 그의 진술을 듣지는 못하였으나 피고인의 위 진술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인정되는 점 등의 사정에다가, 일체의 정치적 비판을 금지하는 내용의 위헌적인 대통령긴급조치가 발동되어 있고 반공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까지 더하여 보면, 공소외 1의 위와 같은 진술은 피고인의 당시 발언 내용을 과장하였거나 조사 과정에서 왜곡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여(이 사건에 관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도 같은 취지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공소외 1의 위와 같은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고, 그 밖에는 피고인이 당시 “이북과 합쳐져 나라가 없어지더라도”라고 발언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4) 피고인에게 주관적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 등

설령 피고인이 당시 “이북과 합쳐져 나라가 없어지더라도”라는 내용의 발언을 하여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과 경기도 등지에서 인쇄업, 신문사 문선공, 잡화상, 레스토랑 종업원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잇다가 이 사건 당시에는 평택에서 토끼 약 40마리를 키우며 살아가는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평범한 농사꾼에 불과하였던 점, ② 당시 세간에서는 ‘제주도를 일본에 팔아서라도 우리나라가 좀 잘 살면 좋겠다.’는 말들이 있어 피고인도 이를 공소외 1에게 전하면서 통일을 해서라도 잘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부터 일관하여 위와 같은 발언은 북한을 찬양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좀더 잘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던 점 등 피고인의 당시 사회적 지위, 이 사건 발언을 하게 된 경위 및 상황과 전후의 맥락, 발언의 진의에 관한 피고인의 변명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빈곤한 처지와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하여 다소 비판적인 시각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그와 같은 발언내용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도 북한을 찬양, 고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5) 소결론

결국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북과 합쳐져 나라가 없어지더라도”라고 발언하였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는 없다 할 것이고, 설령 그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위 발언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대통령긴급조치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반공법위반의 점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도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반공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반공법위반의 점의 요지는 별지 공소사실의 요지 중 해당 부분 기재와 같은바, 위 제3의 나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대통령긴급조치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대통령긴급조치위반의 점의 요지는 별지 공소사실의 요지 중 해당 부분 기재와 같은바, 그 중 유언비어 날조·유포로 인한 대통령긴급조치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위 제3의 가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면소를 선고한다.

그리고 헌법비방으로 인한 대통령긴급조치위반의 점에 관하여도 같은 이유로 면소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위 반공법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면소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인욱(재판장) 강화석 손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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