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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2658 판결
[국가보안법위반][집31(1)형,185;공1983.4.15.(702),621]
판시사항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소정의 반국가 단체의 찬양, 고무 등 죄의 성립요건

판결요지

현행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서 반국가 단체의 활동을 찬양, 고무,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폐지된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 을 수용한 것으로서 이를 적용함에는 그 행위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주관적으로는 반국가단체에 이롭다는 인식을 요한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허장협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의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원심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 거시의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이 1982.3.26. 16:20경부터 동일 17:00경까지 사이에 전주시 덕진동 소재 수궁다방에서 피고인과 같이 전북대학교 사학과 3학년에 다니는 공소외 위성일, 김효정, 장희와 대화하는 자리에서 “내가 광주 제일고교에 다닐 때 학생회장에 출마하여 학견발표를 잘못했다고 형사들한테 붙들려 중앙정보부에 끌려갔었다”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은 사실은 문화원이 아니라 통신사다. 그것은 100키로싸이클 뒷부분에 나오는 모스크바 방송을 들으면 알 수 있다.” “공산주의가 나쁘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사회주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은 정말 나쁜 자본주의자다. 원자력에 투자하는 것을 보면 미국이 얼마나 악랄한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잘사는 길은 미국과 중국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재벌과 군부의 연합세력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하여 반국가단체인 북괴를 이롭게 한 사실을 인정하여, 피고인의 위 소위를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 의율 처단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광주 제일고등학교 재학중이던 1974.9경 학생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학생회장으로 선출되었으나 1975.3경 학도호국단 조직하임명제로 바뀌면서 학생회장직을 내놓게 되자 유신체제 반대데모를 모의하다가 1975.4경 무기정학처분을 받고 곧 해제된 사실이 있었던 바, 본건 범행당일에는 피고인이 재학중인 전북대학교 사학과 3학년 단합대회에서 다량의 소주를 음주한 후 위 다방에서 같은과 여학생인 김효정, 장희 및 남학생 위성일 등과 대화하던 중 종전 의견대립으로 다툰 일이 있던 같은 과 학생 공소외 1로부터 “나는 군복무 시절에 007가방에 실탄을 장전한 권총을 넣어 가지고 도서관에 종종 있었다. 주동자는 발사해도 괜찮다는 상부의 명령이 있었으므로 그때 너희들이 일어났으면 쏘았을 것이다.”라고 공격받은데 대하여 충격을 받고 여학생등 면전에서 실추된 위신을 회복하려는 생각에서 현정권의 물가정책과 시정방법을 비판함과 동시에(이들 언동사실에 대한 공소는 원심에서 검사의 공소장 변경에 의해 철회되었다) 본건 공소사실과 같은 언동을 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기록을 통하여 피고인의 경찰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본건 범행당시 자신의 처지와 환경에 대하여 다소 실의와 불만을 느끼고 현 정권이 유신체제의 연장이라고 생각한 바는 있으나 공산주의를 동경하거나 북괴를 찬양 동조할 마음은 전혀 없었고, 사회주의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말한 것은 서구의 사회복지정책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취지였고, 미국을 비난한 것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미국이 독점하려는 처사를 비판한 것이었고, 미국과 중국을 버려야 우리가 잘 살수 있다고 한 것은 과거 중국의 문화적 영향과 현재 무비판적인 미국문화의 수용태도를 벗어나 우리민족 고유의 독자성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였고, 본건 압수된 서적 등은 시판되고 있는 것들이며 피고인이 사학과 학생으로서 읽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 변소하고 또 부산미국문화원 방화사건에 관한 말에 대하여는 시인하고 있으나 그를 들은 계기는 우연적이었음을 주장하고, 재벌과 군부의 연합세력을 저지하여야 한다는 말은 발설한 바 없다고 부정하고 있으니, 증인 위성일, 김효정, 장희의 제1심 및 원심법정에서의 증언을 종합하여 살펴보더라도 공산주의가 나쁘지 않다는 취지의 말이나 재벌과 군부의 연합세력을 저지하여야 우리가 잘 살게 된다는 취지의 말은 들은 일이 없고, 미국에 대한 비난도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관하여 프랑스가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를 차지하려 한 데 대한 비판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현행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서 반국가 단체의 활동을 찬양, 고무,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폐지된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 을 수용한 것으로서 이를 적용함에는 그 행위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주관적으로는 반국가단체에 이롭다는 인식을 요한다 고 함이 구 반공법 당시의 당원 판례인바, ( 1971.2.23. 71도36 판결 , 1972.6.27. 72도999 판결 , 1973.12.11. 73도2602 판결 , 1976.9.28. 76도2671 판결 등 참조),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이 인정한 피고인의 본건 언동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반국가단체인 북괴의 이익이 될 수 있게 하였는가가 명백치 아니하고 원심과 제1심 판결거시의 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 보더라도 원심이 인정한 정황 하에서 피고인이 본건 행위 당시에 그 언동이 북괴에 이롭다고 인식한 점을 뒷받침할 자료도 미흡하다 아니할 수 없다.

아울러 직권으로 살펴보건대, 피고인의 사상이 빗나가고 있었다는 원심판결설시는 그 빗나감이 공산주의로 기울어진다는 취의임을 추찰할 수는 있다 하겠으나 이를 인정할 확증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본건 피고인이 들었다는 방송이 모스크바방송인지, 북괴의 대남방송인 소위 통혁당의 소리인지 조차 확실치 않고,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은 실은 문화원이 아니라 통신사다”라고방송들은 대로 말했다할지라도 통신사의 뜻을 피고인이 어떻게 이해한 것인지 심리되지 않았을 뿐더러, 피고인의 일기장(증 제1호)에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범인들이 반국가 단체인 북괴 또는 국외 공산계열의 활동을 고무, 찬양 내지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위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거나, 또는 위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이롭게 한다는 정을 알고 그 방화범들을 위대한 인물이라고 낙서한 것인지 그 일기를 타인에게 제시한 사실이 있었는지등 심리를 좀더 한다면 피고인의 공산주의로에 빗나가는 경향 내지 사상성향이 규명되고, 그러한 사상성향을 근거로 범의(미필적 고의 포함)발동 여부를 가린다면, “미국은 정말 나쁜 자본주의자다. 원자력에 투자하는 것을 보면 미국이 얼마나 악날한가를 알 수 있다”라고 한 말도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북괴등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하는 언동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만연히 피고인의 본건 언동 소위를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 의율처단한 것으로서 이는 필경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을 어겨 사실을 오인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므로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인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정철(재판장) 김중서 강우영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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