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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5. 1. 29. 선고 74도3501 전원합의체 판결
[대통령긴급조치위반ㆍ법정모욕][집33(1)형,417;공1985.3.15.(748)392]
판시사항

가. 구 헌법(1972.12.27 제정) 당시 선포된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 및 동 제5호에서 해제가 유보된 자에 대한 동 제1호, 제4호의 효력 존속여부

나. 실효된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에 의해 설치된 비상고등군법회의의 판결을 파기하는 경우 동 사건의 관할법원

판결요지

가. (다수의견) 구 헌법(1972.12.27 제정) 당시 선포된 대통령긴급조치중 해제에 관한 특별한 조치가 없는 제2호 및 동 제5호에서 해제가 유보된 자에 대한 동 제1호, 제4호라 하더라도 그 근거법인 구 헌법 제5조 가 1980.10.27 현행 헌법의 제정공포에 따라 폐지됨으로써 일단 실효되었다고 할 것이고, 현행헌법 부칙 제9조와 관련하여 보아도 구 헌법 제53조 는 사전 예방적 조치가 규정되어 있는데 비해 현행 헌법 제51조 는 이와 같은 사전예방적 조치를 배제하고 있는 구 헌법 제53조 의 긴급조치에 대하여는 입법부의 사후 통제기능이 극히 미약하여 실효를 기대할 수 없는 형식적인 규정이 있을 뿐인 반면 헌법 제51조 는 비상조치에 대한 국회의 강력한 통제기능을 규정하고 있는 등 그 발동요건이나 국회의 사후통제 기능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어 우리 제5공화국의 국가이념이나 헌법정신에 위배됨이 명백하여 그 계속효가 부인될 수 밖에 없어 현행 헌법 제51조 의 규정은 위 대통령 긴급조치 제1,2,4호의 법적 근거가 될 수도 없으므로 이점에 있어서도 위 대통령긴급조치 각 호는 현행 헌법의 제정, 공포와 더불어 실효되었다고 봄이 마땅하다.

(보충의견 1) 헌법의 일부 조항이 개정, 공포된 헌법의 조항과 저촉되게 되면 그 저촉되는 한도에서 헌법의 일부 폐지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폐지된 헌법규정을 근거로 하여 제정된 법률은 이를 폐지하는 법률이 없었다 하더라도 헌법개정에 의하여 당연히 폐지되는 것이라 할 것인 바, 구 헌법 제53조 의 위 대통령긴급조치 각 호의 근거규정 부분은 현행 헌법 제51조 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아 그 규정과 저촉되는 것으로서 현행 헌법의 공포와 동시에 폐지되었다 할 것이고 그 폐지된 규정부분을 근거로 하여 선포된 위 긴급조치는 구 헌법 제53조 제5항 이 규정하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해제가 없다 하더라도 개정헌법의 공포에 의하여 폐지되었다 할 것이며 헌법부칙 제9조에서 말하는 이 헌법 시행 당시의 법령이란 그 개정 헌법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폐지되지 아니하고 존속하고 있는 법령을 말한다 할 것이고 개정 헌법의 공포와 더불어 폐지된 법령은 이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헌법 부칙 제9조는 위 긴급조치의 효력존속여부를 가리는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

(보충의견 2) 위 대통령긴급조치는 구 헌법에 근거하여 헌법정지적 작용을 하는 헌법적 효력을 가진 조치이므로 당해 구 헌법이 폐지됨에 따라 그 존재의의를 상실하여 구 헌법과 함께 실효되었다고 볼수 밖에 없으며 또한 일시성과 잠정성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긴급조치의 성격에 비추어 보아도 직접적 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는 그 헌법적 근거가 되었던 구 헌법이 폐지되고 현행 헌법이 제정되면서 특히 위 긴급조치의 효력에 언급한 바 없는 이상 당연히 실효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현행 헌법 제51조 의 비상조치에 관한 규정은 현행 헌법하에서 대통령이 헌법정지적 또는 헌법보완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국가긴급권의 근거로서 마련된 것이지 폐지된 구 헌법하에서 취해진 긴급조치의 효력을 유지 내지 합헌화 시키는 근거로서 마련된 것은 아니므로 가사 현행 헌법 제51조 의 비상조치권과 구 헌법 제53조 의 긴급조치권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 긴급조치의 효력이 현행 헌법하에서 지속될 여지는 전혀 없다.

나. (다수의견) 이미 실효된 위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에 의하여 국방부에 설치된 비상고등군법회의 판결을 파기하는 경우, 위 긴급조치가 실효된 이상 피고인은 군법의 적용자가 아니며 현재 우리나라가 비상계엄하에 있지도 아니하고 또 이건 공소사실이 군형법계엄법이 열거한 어느 죄에도 해당하지 않아 피고인에 대한 재판관할권은 위 비상고등군법회의에 없음은 물론 그에 상당하는 군법회의라고 보이는 국방부 고등군법회의에도 없고 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반 관할법원에 있다 할 것이므로 군법회의법 제439조 를 적용, 위 국방부에 설치되었던 항소심판부인 비상고등군법회의에 상응하는 것으로 불 수 있는 서울고등법원에 이송, 동 법원이 재판해야 할 것이다.

(보충의견) 군법회의의 판결에 대한 상고사건이 대법원에 계속되고 있는 동안 헌법 또는 법률의 개폐나 비상조치, 계엄의 해제 등으로 인하여 군법회의가 그 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가지지 아니하게 되었을 때에는 그때 부터의 그 상고사건에 대한 심판절차는 군법회의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므로 헌법개정 이후의 이 사건 상고심 심판에는 그 심판절차에 관한 군법회의법 제439조를 적용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 397조 를 적용,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해야 한다.

피 고 인

A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B 외 85명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한다.

이유

이 사건 피고인 및 피고인의 변호인 변호사 B 외 85명의 상고이유를 보기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1. 사건의 개요

피고인에 대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4호 위반과 법정모욕 피고사건은 1967.9. 경부터 서울특별시 중구 C에 법률사무소를 개설하여 변호사업에 종사하여 오던 피고인이 1974.6. 초순경 대통령긴급조치위반 등 피고 사건으로 비상보통군법회의에 기소되어 사건이 계류 중이던 공소외 D, E, F, G, H, I, J, K, L, M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되고 또 같은 피고 사건으로 기소되었으나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공소 외 N의 국선변호인으로 지명되어 1974.7.9.17:20경 동 군법회의 법정에서 변론을 함에 있어서 " 이러한 사건에 관계할 때마다 법률공부를 한 것을 후회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본 변호인이 학교에 다닐때 법이 권력의 시녀, 정치의 시녀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였으나 이번 학생들 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법은 정치의 시녀, 권력의 시녀라고 단정하게 되었다. 지금 검찰관들은 나라 일을 걱정하는 애국학생들을 내란죄나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위반, 대통령긴급조치위반 등을 걸어 빨갱이로 몰아치고 사형이니 무기이니 하는 형을 구형하고 있으니 이는 법을 악용하여 저지르는 사법 살인행위라 아니할 수 없고 본 변호인은 기성세대이기 때문에 그리고 직업상 이 자리에서 변호를 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피고인들과 같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겠읍니다. 악법은 지키지 않아도 좋으며 악법과 정당하지 못한 법에 대하여는 저항할 수도 있고 투쟁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학생들은 악법에 저항하여 일어난 것이며 이러한 애국학생들인 피고인들에게 그 악법을 적용하여 다루는 것은 역사적으로 후일에 문제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나치스 정권하에 한 부부가 있었는데 처가 남편과 이혼할 목적으로 남편이 나치스에게 저항하는 욕을 했다고 해서 나치스 당국에 고발하여 형을 살게되었는데 나치스 정권이 무너진 후 남편이 풀려 나와 악법하에서 자기를 고발하였던 처를 고발하여 처에게 처벌을 받게 한 사실이 있읍니다. 또한 러시아인이 당시 러시아는 후진국이라고 말을 한마디한 관계로 러시아 황제로부터 엄중한 처벌을 받은 바 있읍니다" 라는 내용의 변론을 하다가 동 군법회의 심판부로 부터 수차 경고와 제지를 받았음에도 계속 전시한 바와 같이 발설함으로써 대통령긴급조치 제1,4호를 비방하는 동시에 위 법정을 모욕하였다고 하여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의5, 동 조치 제4호의8 위반 및 법정모욕죄 등으로 비상보통군법회의에 기소되어 동 군법회의에서 1974.9.4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의 형이 선고되고 피고인의 항소에 따라 비상고등군법회의에서는 1974.10.11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2.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4호의 존속여부에 관하여

구 헌법(1972.12.27 제정 이하 같다) 제53조 의 대통령긴급조치권에 기하여1974.1.8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폐지를 주장, 발의, 제안, 청원하는 행위,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행위의 금지등을 그 주요골자로 하는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및 대통령긴급조치에 위반하는 자를 심판하기 위하여 비상보통군법회의와 비상고등군법회의를 설치하는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가 선포되고 이어서 같은해 4.3 전국민주청년학생 총연맹 및 그 관련단체를 규제하고 학교내외에서의 학생의 집회, 시위, 성토, 농성 기타의 개별적, 집단적 행위와 정당한 이유없는 출석, 수업, 시험의 거부등을 금지하며 대통령긴급조치에 위반한 학생 및 그 소속학교에 대한 문교부장관의 권한 등을 정하는 것을 그 주요내용으로 하는 대통령긴급조치 제4호가 선포, 시행되었다가 그후 같은해 8.23 대통령긴급조치 제5호에 의하여 위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가 해제되었는데 그 제5호의 2에는 위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의 해제당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또는 제4호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그 사건이 재판 계속중에 있거나 처벌을 받은 자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유보규정을 두었으며 구 헌법에 의하여 선포된 대통령긴급조치는 그후 제1호와 제4호는 위 제5호에 의하여 (단 유보규정이 있음은 앞에 쓴 바와 같다) 그 제3호는 같은 제6호에 의하여 그 제7호는 같은 제8호에 의하여 그 제9호는 대통령공고 제67호에 의하여 모두 해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위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에 대하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한 바가 없어 형식상으로는 위 제2호와 위 제5호에 의하여 그 해제가 유보된 자에 대하여는 위 제1호 및 제4호 (이하 편의상 대통령긴급조치 제1,2,4호라고 약칭한다)는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원래 구 헌법하에서의 대통령긴급조치는 헌법 제53조 가 정하는 국가긴급권에 근거하는 것으로 국가긴급권은 연혁적 으로는 바이마르 헌법이래 국가비상시에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는 예외적 수단을 입헌주의적 헌법적 체계에 마련하여 헌법질서의 파괴를 제도적으로 막고 국가비상시에 있어서의 합법적인 독재적 권력의 행사를 허용하는 반면 여러가지 규정을 마련하여 그 남용을 예방하자는데 그 뜻이 있다고 하겠다.

구 헌법 제53조 는 그 제1항 에 대통령은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정할 때에는 내정, 외교, 국방, 경제, 재정, 사법등 국정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그 제2항 에 대통령은 제1항 의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수 있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그 제3항 제1항 제2항 의 긴급조치를 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한다. 그 제4항 제1항 제2항 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그 제5항 에 긴급조치의 원인이 소멸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그 제6항 에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긴급조치의 해제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으며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대통령에게 긴급조치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였으며 이에 의하여 선포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내지 제9호는 비록 그 해제에 관한 특별한 조치가 없는 대통령긴급조치 제1,2,4호라고 하더라도 그 근거법인 구 헌법 제53조 가 1980.10.27 제5공화국 헌법의 제정공포에 따라 폐지됨으로써 일단 실효되었다 고 할 것이다.

그런데 헌법부칙 제9조는 이 헌법시행 당시의 법령과 조약은 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그 효력을 지속한다고 규정하여 그 계속효 또는 잠정효를 선언하고 있는 바 헌법 제51조 에는 구 헌법 제53조 와 같은 국가긴급권에 관하여 그 제1항 은 대통령은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교전상태나 그에 준하는 중대한 비상사태에 처하여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급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내정, 외교, 국방, 경제, 재정, 사법등 국정전반에 걸쳐 필요한 비상조치를 할 수있다. 그 제2항 은 대통령은 제1항 의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할 수 있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그 제3항 제1항 제2항 의 조치를 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 승인을 얻어야 하며 승인을 얻지 못한 때에는 그때부터 그 조치는 효력을 상실한다. 그 제4항 제1항 제2항 의 조치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단기간내에 한정되어야 하고 그 원인이 소멸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그 제5항 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비상조치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 헌법 제53조 의 긴급조치권이나 헌법 제51조 의 비상조치권이 모두 소위 국가긴급권에 연유하는 것으로 그 적법성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고 국가긴급권은 입헌적 법치주의 기구와 수단으로서는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는 예외적 수단을 입헌주의적, 합법적 체계에 제도적으로 마련하여 헌법질서의 파괴를 합법적 수단에 의하여 예방하고 국가비상시에 있어서의 합법적인 독재적 권력의 행사를 허용하는 반면 여러가지 규정을 두어 그 남용을 예방하자는데 그 뜻이 있다고 함은 앞에 이미 쓴 바와 같다.

국가는 전쟁. 내란 기타의 비상상태에 대처하여 평상시의 합헌적 통치방법으로는 이를 극복할 수 없는 때가 있을 것이므로 소위 위기정부(KRISENREGIERU-NG)에 의하여 병력의 사용 및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일부 또는 전면적 정지, 사법권의 장악등 비상수단을 헌법상 규정하는 것이 바이마르 헌법을 비롯하여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 독일연방공화국기본법(서독기본법) 등 현대적 헌법의 일반적 경향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구 헌법 제53조 의 대통령긴급조치권과 헌법 제51조 의 대통령비상조치권은 그 역사적 연혁이나 그 헌법적 성질에 있어서는 다를 바가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위에 쓴 구 헌법 제53조 헌법 제51조 는 앞에서 쓴 바와 같이 그 규정상 현저한 차이가 있다. 우선 국가긴급권에서 두드러지게 논의되는 소위 사전예방적 조치가 구 헌법 제53조 제1항 에 규정되어 있는데 비해 헌법 제51조 는 이와 같은 사전예방적 조치를 배제하고 있고 구 헌법 제53조 의 긴급조치에 대하여서는 입법부의 사후통제기능이 극히 미약하여 거의 실효를 기대할 수 없는 형식적인 규정이 있을 뿐인 반면 헌법 제51조 는 비상조치에 대한 국회의 강력한 통제기능을 규정하고 있음이 그 명문상 명백하다.

그러므로 구 헌법 제53조 의 대통령긴급조치권이나 헌법 제51조 의 대통령비상조치권은 다같이 그 연혁이나 성질에 있어 강학상의 국가긴급권에 연유하는 것으로 각 그 적법성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각 그 정하는 바 그 발동요건이나 통제기능에 있어 구 헌법 제53조 의 대통령긴급조치권은 헌법 제51조 의 대통령비상조치권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어 우리 제5공화국의 국가이념이나 그 헌법정신에 위배됨이 명백하여 그 계속효가 부인될 수 밖에 없어 헌법 제51조 의 규정은 위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4호의 법적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위 대통령긴급조치 각 호는 1980.10.27 제5공화국헌법의 제정공포와 더불어 실효되었다고 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대통령긴급조치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범행후 법령의 개폐로 그 형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하여 군법회의법 제371조 에 의하여 면소의 판결을 하여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3. 이 사건의 관할법원에 관하여

군법회의법 제439조 제2항 은 그 제1항 의 이유이외의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는 판결로서 사건을 군법회의에 환송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있다. 이는 군통수권상의 이유와 군법회의의 특수한 성격에 연유한 것이나 앞에 이미 설시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의 원심법원인 비상고등군법회의는 그 설치 근거가 된 위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가 그 폐지조치 없이 자동실효된 까닭에 경과조치가 없어 그에 상응하는 관할법원을 정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헌법 제26조 제2항 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기밀, 초병, 초소, 유해음식물 공급, 포로, 군용물, 군사시설에 관한 죄중 법률에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되거나 대통령이 법원의 관할에 관하여 비상조치를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법회의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 군법회의법제2조 에 의하면 군형법 제1조 제1항 내지 제4항 에 규정한 대한민국 군인, 군무원, 군적을 가진 군의학교의 학생생도와 사관후보생, 하사관후보생 및 군적을 가지는 재영중의 학생,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중인 예비역. 보충역 및 제2국민역인 군인 및 ①군사상의 기밀을 적에게 누설한 죄를 범한 자와 그 미수범 ② 부대. 기지. 군항지역 기타 군사시설 보호를 위한 법령에 의하여 고시 또는 공고된 지역, 군수조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하여 지정 또는 위촉된 군수업체와 연구기관부대 이동지역, 부대훈련지역, 대간첩작전지역, 기타 군의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지역등 내에서 적을 위하여 간첩한 자 및 군사상기밀을 적에게 누설한 죄를 범한 자와 그 미수범 ③ 유해음식물 공급죄 ④ 초병에 대한 폭행. 협박의 죄 ⑤ 초병에 대한 집단폭행 협박의 죄 ⑥ 초병에 대한 특수폭행 .협박의 죄⑦ 초병에 대한 집단특수폭행. 협박의 죄 ⑧ 초병에 대한 폭행치사상죄 ⑨초병에 대한 상해죄와 그 미수죄 ⑩ 초병에 대한 중상해죄 ⑪ 초병에 대한 상해치사죄 ⑫ 초병 살해죄와 그 미수죄 및 그 예비음모죄 ⑬ 군용시설물등에의 방화죄 ⑭ 노적군용물에의 방화죄 ⑮ 폭발물 파열죄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군용시설등 손괴죄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노획물 훼손죄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함선, 항공기의 복몰 손괴죄 및 그 미수죄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외국의 군용시설 또는 군용물등에 대한 행위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초소침범죄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간수자의 포로도주 원조죄와 그 미수죄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포로도주원조죄와 그 미수죄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포로탈취죄와 그 미수죄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도주포로 비호죄와 그 미수죄 등을 범한 내외국인은 군법 피적용자로서 군법회의가 그 재판권을 가지며 한편 계엄법 제10조 는 비상계엄지역안에서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국교에 관한 죄. 공안을 해하는 죄. 폭발물에 관한 죄. 공무방해에 관한 죄. 방화의 죄. 통화에 관한 죄. 살인의 죄. 강도의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 총포, 도검, 화약류단속법에 규정된 죄. 군사상 필요에 의하여 제정된 명령에 규정된 죄 및 계엄법제8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계엄사령관의 지시나 제9조 제1항 또는 제2항 의 규정에 의한 계엄사령관의 조치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이에 위반한 자를 군법회의에서 재판할 것을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을 모아볼 때 피고인은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에 의하여 국방부에 설치된 비상보통군법회의와 비상고등군법회의에서 그 긴급조치 제2호와 군법회의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판을 받았을 뿐 앞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위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4호가 실효된 이상 피고인은 군법피적용자가 아니며 현재 우리나라가 비상계엄하에 있지 아니함은 당원에 현저한 사실일뿐더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위 군형법계엄법이 열거한 어느 죄에도 해당되지 않음이 명백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재판관할권은 위 비상고등군법회의에 없음은 물론 그에 상응하는 군법회의라고 보이는 국방부고등군법회의에도 없고 위 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반 관할법원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은 국방부에 설치되었던 항소심판부인 비상고등군법회의에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하여야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군법회의법 제439조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하는 것이다.

이 판결에는 대법원판사 김덕주의 보충의견 동 이회창의 의견 및 동 전상석의 보충의견이 있는 외 관여한 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5. 대법원판사 김덕주의 보충의견

(1) (이 사건 대통령긴급조치의 존속여부에 관하여)

헌법의 어떤 일부분 조항이 개정공포된 헌법의 조항과 저촉하게 되면 그 저촉되는 한도에서 헌법의 일부폐지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폐지된 헌법규정을 근거로 하여 제정된 법률은 이를 폐지하는 법률이 없었다 하더라도 헌법 개정에 의하여 폐지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 대법원 1962.2.8. 선고 4293형상529 판결 참조) 개정전 헌법 제53조 에 의하여 선포되는 대통령긴급조치는 형식적으로 보아 헌법이나 법률은 아니지만 제1항 의 경우는 법률적 효력을 가진다 할 것이고 제2항 의 경우는 법률로서도 제한할 수 없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제한을 가하는 것으로서 헌법적 효력을 가진다 할 것이므로 위 대통령긴급조치가 개정헌법의 조항과 저촉하게 되거나 그 긴급조치의 근거가 된 헌법 조항이 헌법개정에 의하여 폐지된 경우에는 헌법개정에 의하여 헌법이나 법률이 폐지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긴급조치는 개정전 헌법에 의한 해제가 없다하더라도 개정 헌법의 공포와 동시에 폐지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긴급조치가 대통령은 "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취할 필요" (이하 이 사건 대통령긴급조치의 근거규정부분이라 한다)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는 개정전 헌법 제53조 제1항 의 규정부분을 근거로 하여 대통령이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선포한 이른바 사전예방적 긴급조치임은 그 긴급조치의 내용에 의하여 명백한바 1980.10.27 공포된 개정헌법 제51조 에서 대통령비상조치권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이 사건 긴급조치의 근거규정부분을 삭제하고 그 규정부분 대신 "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교전상태나 그에 준하는 중대한 비상사태에 처하여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급속한 조치를 할 필요" 라는 규정을 하고 있으므로 개정전 헌법 제53조 의 이 사건 대통령긴급조치의 근거규정부분은 개정헌법 제51조 의 규정과 저촉되는 것으로서 개정헌법의 공포와 동시에 폐지되었다 할 것이고, 그 폐지된 규정부분을 근거로 하여 선포된 이 사건 대통령긴급조치는 개정전 헌법 제53조 제5항 이 규정하는 대통령의 긴급조치해제가 없다 하더라도 개정헌법의 공포에 의하여 폐지되었다고 할 것이다.

헌법부칙 제9조에서 말하는 " 이 헌법시행 당시의 법령" 이란 그 개정헌법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폐지되지 아니하고 존속하고 있는 법령을 말한다 할 것이고 개정헌법의 공포와 더불어 폐지된 법령은 이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헌법부칙 제9조는 개정헌법의 공포와 동시에 폐지된 이 사건 긴급조치의 존속여부를 가리는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 할 것이다.

(2) (이 사건 상고심 심판절차의 적용법률에 관하여) 군법회의의 판결에 대한 상고사건이 대법원에 계속되고 있는 동안 헌법 또는 법률의 개폐나 비상조치, 계엄의 해제 등으로 인하여 군법회의가 그 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가지지 아니하게 되었을 경우에는 그때부터의 그 상고사건에 대한 심판절차는 군법회의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과 적용법조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은 군법회의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재판권을 가진다는 헌법 제26조 제2항 소정의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고, 이 사건대통령긴급조치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상군법회의는 이 사건 상고심 계속 중인1980.10.27 개정된 헌법의 공포와 동시에 이 사건 대통령긴급조치가 폐지됨으로서 더 이상 존속할 수 없게 되어 이 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게되었다 할 것이므로 군법회의는 개정헌법 시행과 동시에 이 사건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지지 아니하게 되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개정 이후에 있어서의 이 사건의 상고심 심판에는 그 심판절차에 관한 군법회의법 제439조 를 적용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 제397조 를 적용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하여야 할 것이다.

6. 대법원판사 이회창의 의견

(1) 나는 구 헌법 제53조 에 의하여 대통령이 발한 긴급조치 중 아직 해제되지 아니한 제1,2호 및 제4호 조치(이하 이 사건 긴급조치라 한다)가 현행 헌법의 제정시행과 함께 실효되었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의견을 같이 하나 그 이유에는 찬성할 수 없으므로 나의 견해를 밝혀 두고자 한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긴급조치가 구 헌법 제53조 의 폐지에 따라 일단 실효되었다고 하면서도 만일 현행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면 현행 헌법부칙 제9조에 의하여 그 효력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구 헌법 제53조 의 긴급조치권과 현행 헌법 제51조 의 비상조치권을 서로 비교한 후 양자는 현저한 차이가 있어 이 사건 긴급조치는 현행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현행 헌법의 공포시행에 따라 실효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사건 긴급조치는 구 헌법이 폐지됨에 따라 당연히 실효된 것이고 가사 현행 헌법 제51조 의 비상조치권과 구 헌법 제53조 의 긴급조치권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긴급조치의 효력이 현행 헌법하에서 지속될 여지는 전혀 없으므로, 다수의견이 위 비상조치권과 긴급조치권을 서로 비교하여 이 사건 긴급조치가 현행 헌법에 위배되는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 이 사건 긴급조치가 구 헌법의 폐지에 따라 당연히 실효되었다고 보는 이유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가. 헌법 제정권력에 변동이 없이 국가권력 담당자의 교체 또는 국가권력구조의 변혁으로 기존헌법을 폐지 또는 대체하는 것을 헌법의 폐지라고 하며 헌법의 개정과 구별하는 것이 보통이다.

현행 헌법인 제5공화국 헌법은 이른바 유신헌법이라고 불리우던 구 헌법이 규정한 개정절차에 따라 전면 개정된 것으로서 비록 헌법개정의 형식을 취하긴 하였으나 국가권력 담당자가 교체되고 유신헌법의 골간을 이룬 강력한 대통령 권력집중의 통치방식등 권력구조를 변혁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단순한 개정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신 헌법의 제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로써 구 헌법은 폐지되어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구 헌법이 폐지되었다고 하여 구 헌법당시 시행되던 법령이 모두 실효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국가의 동일성과 계속성이 유지되고 있는 이상 일단 정립된 국가행위는 헌법의 변천에 불구하고 그 효력을 유지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구 헌법하에서 시행되던 법령은 현행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며, 현행 헌법부칙 제9조는 이러한 당연한 이치를 선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 그러나 구 헌법 제53조 의 긴급조치권에 근거하여 대통령이 발한 이 사건 긴급조치는 구 헌법하에서 시행되던 일반 법령과는 달리 구 헌법의 폐지와 함께 당연히 실효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가사 위 긴급조치권이 현행 헌법 제51조 의 비상조치권과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긴급조치의 효력이 지속된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인바, 이와 같이 보는 근거는 이 사건 긴급조치의 헌법적 효력과 국가긴급권으로서의 본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로, 구 헌법 제53조 에 근거한 긴급조치는 법률적 효력을 가진 조치( 동조 제1호 )와 헌법적 효력을 가진 조치( 동조 제2호 )로 구분할 수 있는바, 이 사건 긴급조치는 구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 언론. 표현의 자유 및 집회결사의 자유와 재판청구권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헌법정지적 조치에 해당하여 헌법적 효력을 가진 조치라고 볼 수 있다(긴급조치 제9호에 관한 당원 1978.5.23 선고 78도813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이 사건 긴급조치를 구 헌법에 근거하여 헌법정지적 작용을 하는 헌법적 효력을 가진 조치라고 본다면 당해 구 헌법이 폐지됨에 따라 이 사건 긴급조치는 그 존재의의를 상실하여 구 헌법과 함께 실효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으며, 이와 달리 구 헌법에 근거한 헌법정지적 조치가 구 헌법 폐지후 신헌법하에 들어와서도 신 헌법에 대한 헌법정지적 조치로서 그 헌법적 효력을 계속 유지한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이다.

둘째로, 구 헌법 제53조 에 규정된 긴급조치권은 이른바 국가긴급권에 속하는 것으로서 전통적인 국가긴급권이 사후 진압적인 것과는 달리 사전예방적인 조치까지도 포함한 보다 강력한 내용의 것이긴 하나 어찌 되었든 국가긴급권의 일종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원래 국가긴급권은 전쟁, 내란등 국가의 존립과 헌법질서의 유지가 위태롭게 된 상황에서 평화시의 통치방법으로는 이를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에 그 극복의 수단으로 일시적으로 입헌주의를 정지하여 국가권력을 집중하고 국민의 기본권에 제한을 가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하며, 그것은 국가의 권력분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입헌주의의 근본요소를 일시적이나마 배제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입헌주의 이념에 어긋나는 독재권의 행사인 것이나 다만 영속적인 국가의 존립과 헌법질서의 유지라는 보다 큰 목적을 위하여 헌법이 이를 허용하는 것이므로 입헌적 독재 또는 위임독재라고 일컬어진다.

이와 같이 국가긴급권의 본질이 권력을 집중하고 국민의 기본권에 제한을 가하는 독재권의 행사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국가긴급권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일시적이고 잠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결코 영속적이거나 항구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된다고 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으며, 이 사건 긴급조치도 이러한 일시성과 잠정성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헌법의 변천이 있는 경우에도 국가의 동일성과 계속성이 유지되는 이상 일단 정립된 국가행위는 그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위에서 본 국가긴급권의 일시성과 잠정성의 한계에 비추어 본다면 이 사건 긴급조치와 같이 직접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는 그 헌법적 근거가 되었던 구 헌법이 폐지되고 현행 헌법이 제정되면서 특히 위 긴급조치의 효력에 관하여 언급한 바 없는 이상 당연히 실효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일반 법령과 같이 원칙적으로 헌법의 변천에 영향을 받음이 없이 영속적으로 그 효력을 유지한다고 볼 것이 아니다.

현행 헌법 제51조 의 비상조치에 관한 규정은 현행 헌법하에서 대통령이 헌법정지적 또는 헌법보완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국가긴급권의 근거로서 마련된 것이지 폐지된 구 헌법하에서 취해진 긴급조치의 효력을 유지 내지 합헌화 시키는 근거로서 마련된 것은 아니므로, 가사 현행 헌법의 비상조치권과 구 헌법의 긴급조치권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 비상조치권의 규정은 이 사건 긴급조치의 헌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본다.

(3) 다음에 법원은 이 사건 긴급조치의 실효를 판단할 권한이 있는가 하는 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가. 다수의견은 이 사건 긴급조치의 근거규정인 구 헌법 제53조 의 긴급조치권은 현행 헌법 제51조 의 비상조치권과 현저한 차이가 있어 제5공화국의 국가이념이나 그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긴급조치는 현행 헌법하에서 그 계속효를 부인할 수 밖에 없어 결국 현행 제정시행과 더불어 실효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론은 구 헌법상의 긴급조치권과 현행 헌법상의 비상조치권과의 동일성 분석을 통하여 이 사건 긴급조치가 현행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서 결국 이 사건 긴급조치의 실효근거를 현행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에 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바, 현행 위헌법률심사제도하에서 과연 법원이 위와 같은 위헌판단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나. 나는 이 사건 긴급조치는 구 헌법의 폐지에 따라 당연히 실효된 것으로서 그 효력의 종료사유는 구 헌법이 폐지된데에 있고 현행 헌법에 위배된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므로, 위와 같이 헌법의 폐지에 따른 효력의 종료여부를 심사판단하는 일은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위헌여부를 심사하여 그 효력의 존부를 판단하는 위헌판단과 다른 것으로서 법원은 위와 같은 효력의 종료를 판단할 권한이 있다고 본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 긴급조치가 헌법적 효력을 가진 것이라고 하여도 구 헌법의 폐지에 따라 그 효력이 종료된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 법원의 권한에 속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다. 다음에 이 사건 긴급조치를 대통령의 통치행위라고 볼 때 이러한 통치행위의 실효여부를 법원이 심사판단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치행위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법원은 그 합법성을 심사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긴 하나, 통치행위라고 할지라도 헌법의 폐지에 따른 그 효력의 상실여부와 같은 사항은 법원의 심사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통치행위 중에서도 이 사건 긴급조치와 같이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관련된 조치인 경우에는 기본권보장과 헌법보장의 책무를 진 법원으로서는 당연히 그 효력의 존속여부를 심사판단 할 권한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종래에 통치행위를 사법심사에서 제외하는 이론적 근거로 권력분립에서 오는 내재적 한계를 들어 법원은 오로지 사법문제만을 심사할 수 있고 정치문제는 입법부나 행정부에 맡겨진 것으로서 사법권의 한계밖에 있다는 견해가 주장되어 왔으며,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통치행위의 실효여부도 사법부의 심사권한 밖에 있는 것이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헌적 법치주의국가의 기본원칙은 모든 국가행위나 국가작용이 헌법과 법률에 합치할 것을 요구하며 이러한 합법성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사법부의 권능에 속하는 것이다. 다만 통치행위와 같은 고도의 정치행위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법원이 정치의 합목적성이나 정당성을 도외시한 합법성의 심사를 감행함으로써 정책결정이 좌우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법원이 정치문제에 개입되어 그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당할 위험성도 부인할 수 없으므로, 고도의 정치성을 띤 통치행위에 대하여 법원은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함으로써 그 심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을 따름인 것이다.

그러므로 통치행위라고 할지라도 이 사건 긴급조치와 같이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조치에 대하여 그 실효여부를 심사판단하는 일은 법원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사법심사권을 행사하는 데에 지나지 않으며, 결코 사법권의 한계 밖에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7. 대법원판사 전상석의 보충의견

(1) 대법원판사 이회창의 의견이 경청할 만한 탁견이고 또 이사건의 주심법관으로서 이 판결의 이론구성에 동 대법원판사의 의견에 계도된 바 적지않았음을 여기에 솔직히 시인하면서도 굳이 보충의견을 밝힐 수 밖에 없는 것은 첫째로는 동 대법원판사의 의견이 다수의견의 줄거리를 잘못 오해하고 있는 듯하고 둘째로는 다수의견에서 전연 논급되지 않은 점에 관하여서까지 거론하면서 다수의견의 참뜻을 곡해하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2) 첫째 다수의견도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4호는 그 근거법인 구 헌법 제53조 가 1980.10.27 제5공화국 헌법의 제정 공포에 따라 폐지됨으로써 실효되었음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다수의견의 진의는 동 대법원판사의 의견이 지적하듯 만일 이 사건 긴급조치가 현행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면 현행 헌법 부칙 제9조에 의하여 그 효력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전제아래 구 헌법 제53조 의 긴급조치권과 현행 헌법 제51조 의 비상조치권을 서로 비교한 후 양자는 현저한 차이가 있어 이 사건긴급조치는 현행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현행 헌법의 공포 시행에 따라 실효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 아님은 그 판문상 명백하다.

다만 헌법 부칙 제9조에 이 헌법 시행 당시의 법령과 조약은 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그 효력을 지속한다는 규정이 있어 이 점에 논급하였을 뿐 다수의견은 현행 헌법 제51조 의 비상조치권과 구 헌법 제53조 의 긴급조치권을 대비, 고찰하여 보아도 헌법 제51조 의 규정은 위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제2호 및 제4호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위 대통령긴급조치 각호는 1980.10.27 제5공화국 헌법의 제정 공포와 더불어 실효되었다고 함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첨기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3) 그러나 원래 법령의 계속효 또는 잠정효를 선언하는 제5공화국 헌법부칙 제9조 따위의 규정은 그 원인이 무엇이던간에 헌법이 폐지되어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고 정권담당자가 바뀌는 등의 국가변혁시에 그 국가이념이나 헌법정신에 저촉되지 않는 한 구 법령의 계속효 또는 잠정효를 선언하여 각종 범죄를 예방, 처단하고 생활필수품의 안전하고 원활한 유통등을 보장하는등 하여 경제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규정으로서 만약 현행 헌법 제51조 의 규정과 구 헌법 제53조 의 규정이 완전히 일치하여 그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동 대법원판사의 의견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긴급조치가 구 헌법과 함께 실효되었다고는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견도 현행 헌법의 비상조치권이나 구 헌법의 긴급조치권이 다같이 국가긴급권에 연유한다는 것이지 동 의견과 같이 현행 헌법의 비상조치권이 구 헌법하에서 취해진 긴급조치의 효력을 유지 내지 합헌화시키는 근거로서 마련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바는 그 판문 어느 곳에도 없다. 이 사건 긴급조치가 헌법 정지적 작용을 하는 헌법적 조치(이는 비단 헌법전에 수록되어야 할 것이나 헌법전과 독립한 다른 법률에 규정된 헌법적 규정도 마찬가지다)이고 또 전통적 의미의 국가긴급권이 그 본질상 일시적이고 잠정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신, 구 헌법상의 국가긴급권에 관한 규정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긴급조치의 효력은 현행 헌법하에서 지속될 여지가 전연 없다는 동 대법원판사의 의견에는 도저히 찬동할 수가 없다.

다수의견이 우선 이 사건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4호는 그 근거법인 구 헌법 제53조 가 1980.10.27 제5공화국헌법의 제정공포에 따라 폐지됨으로써 실효되었다고 밝히면서도 굳이 헌법 부칙제9조에 관하여 논급한 것은 위 비상조치권과 긴급조치권을 서로 비교하여 이 사건 긴급조치가 현행 헌법에 위배되는 여부를 판단한 다수의견은 무의미한 것이라는 동 대법원판사의 의견과 같은 오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바로 그 의구심에 연유하는 것이다.

(4) 다음 동 대법원판사의 의견과 같이 다수의견이 구 헌법상의 긴급조치권과 현행 헌법상의 비상조치권과의 동일성 분석을 통하여 이 사건 긴급조치가 현행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결국 이 사건 긴급조치의 실효근거를 현행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에 둔 것이 아님은 앞에서 누누히 언급한 바이거니와 동 대법원판사의 의견은 다수의견이 위와 같이 이 사건 긴급조치의 실효근거를 현행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에 둔다면 현행 위헌법률심사제도하에서 과연 법원이 위와 같은 위헌판단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고 하고 있으나 이 점에도 나는 그 견해를 달리한다.

즉 법령의 계속효 또는 잠정효에 관한 판단은 근본적으로 위헌법률심사와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우선 위헌법률 심사제도는 법률의 헌법위반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법률의 형식적 및 실질적 합헌성 즉 법률의 성립과정과 그 내용만을 심사하는데 그칠 뿐 이미 폐지 실효된 법률이거나 이 사건 대통령긴급조치와 같이 그 근거규정인 구 헌법 제53조 가 폐지실효됨으로써 자동 실효된 것은 현재의 법률로서 위헌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동 대법원판사의 의견은 다수의견이 구 헌법 제53조 의 규정과 현행 제5공화국 헌법 제51조 의 규정을 비교, 검토한 점을 들어 위헌법률심사라고 보는 듯하나 여기에서의 비교, 검토는 소위 계속효 또는 잠정효를 가리기 위한 것으로 그것은 근본적으로 법률의 위헌심사와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 즉 이 계속효 또는 잠정효에 관한 규정은 선언적 의미의 당연한 규정일 뿐이므로 국가이념이나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한 위헌법률심사의 절차를 거침이 없이 당연히 그 계속효 또는 잠정효가 인정되는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헌법이 폐지되어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고 정권담당자가 바뀌는 등의 국가 변혁이 있을 때에는 특단의 사정(예컨대, 합헌 판단의 경우)과 특별한 규정조치가 없는 한 (동 대법원판사의 의견은 현행 헌법이 제정되면서 특히 긴급조치의 효력에 관하여 언급이 있어야 한다고 하고 있으나 이와 같이 이를 일반 법령과 다르게 볼 아무 근거도 없다) 법령의 계속효 또는 잠정효에 관하여 사법적 자치에 관한 법률을 비롯하여 그 나라의 모든 법률이 위헌법률심사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법률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법적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고 이것은 동 의견의 표현과 같이 국가의 동일성이나 계속성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다를 바가 없다.

이 점에 관하여 굳이 외국의 입법례를 든다면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제123조가 연방의회회합 이전의 법은 이 기본법에 저촉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효력을 계속한다고 계속효 또는 잠정효를 선언하면서 그 제126조에서는 법이 연방법으로서 그 효력을 계속하느냐의 여부에 관한 의견의 불일치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이를 결정한다고 규정한 것은 계속효 또는 잠정효에 관하여서는 위헌법률심사절차를 거침이 없이 그 기본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이 당연히 계속되고 다만 법원에서 그 효력계속에 관하여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에 한하여 연방헌법재판소에서 이를 결정하게 한 것으로 위에 쓴 견해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보여진다.

끝으로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하여 사법심사가 가능하느냐에 관한 동 대법원판사의 의견은 이 사건 다수의견에는 아무런 논급을 한 바가 없으므로 이점에 관한 의견개진은 이를 피하고 나의 보충의견을 마무리 한다.

대법관 유태흥(재판장) 이일규 강우영 전상석 이정우 윤일영 김덕주 이회창 오성환 김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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