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의 의미
[2]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와 도로교통법 제106조 소정의 죄가 고의범인지 여부(적극)
[3]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취지 및 사고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의 정도
[4] 신호대기를 위하여 정차하고 있다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이 떨어져 차가 서행하면서 앞차의 범퍼를 경미하게 충격하자 사고차량 운전자와 동승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를 한 후 피해자가 양해를 한 것으로 오인하고 현장을 떠났고, 피해자의 상해와 피해차량의 손괴가 외견상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경우,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소정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5]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에게 형의 선고유예를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그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2]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는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식하고 도주한 경우에 성립하는 고의범이고,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을 위반하였을 때에 성립하는 같은 법 제106조 소정의 죄도 그 행위의 주체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운전자 및 그 밖의 승무원으로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사실을 인식할 것을 필요로 하는 고의범에 해당한다.
[3]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규정은 아니며, 이 경우 운전자가 현장에서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 피해의 태양과 정도 등 사고 현장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4] 신호대기를 위하여 정차하고 있다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이 떨어져 차가 서행하면서 앞차의 범퍼를 경미하게 충격하자 사고차량 운전자와 동승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를 한 후 피해자가 양해를 한 것으로 오인하고 현장을 떠났고, 피해자의 상해와 피해차량의 손괴가 외견상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경우,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소정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5] 형법 제59조 제1항에 형의 선고를 유예할 수 있는 요건으로 규정된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란 죄를 깊이 뉘우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죄를 뉘우친다고 할 수 없어 형의 선고유예를 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2]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 제106조 [3]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4]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5] 형법 제59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6. 11. 선고 92도3437 판결(공1993하, 2066)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850 판결(공1994하, 2701) 대법원 1995. 11. 24. 선고 95도1680 판결(공1996상, 300)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2475 판결(공1998상, 201)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도3079 판결(공1998상, 1255)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도3315 판결(공1999상, 952)
[2] 대법원 1991. 6. 14. 선고 91도253 판결(공1991, 1972) 대법원 1993. 5. 11. 선고 93도49 판결(공1993하, 1751) [3] 대법원 1991. 2. 26. 선고 90도2462 판결(공1991, 1120)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도2346 판결(공1994상, 227) 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도2691 판결(공1995상, 1191)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포텐사 승용차의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자인바, 1998. 2. 11. 23:00경 혈중알코올농도 0.10%의 주취 상태로 위 차를 운전하여 대구 남구 봉덕동 소재 신천대로 중동교 입구를 팔달교 쪽에서 중동교 쪽으로 시속 불상의 속도로 진행함에 있어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아니하고 운전한 업무상의 과실로 피고인 운전 차량의 앞범퍼 부분으로 피고인의 앞에서 신호대기차 정지하고 있던 피해자 이대관(31세) 운전의 대구 27거8003호 프린스 승용차의 뒷범퍼 부분을 들이받아 피해자로 하여금 요치 3주간의 경추부 염좌상을 입게 함과 동시에 위 프린스 승용차의 뒷범퍼 부분 등을 수리비 금 240,000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도주한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원심은, 제1심이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위와 같은 사고를 내고도 피해자에게 다쳤는지 물어보지 아니하였고, 피해자에게 연락처나 피고인의 인적사항 등을 가르쳐 주지도 아니하였으며, 또한 손해배상을 하겠다고 말하지도 아니한 채 도로가에 정차하라는 피해자의 손짓을 가도 좋다는 뜻으로 속단하여 현장을 떠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소정의 "도주한 때"와 도로교통법 제106조 소정의 "교통사고 발생시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관하여 무죄의 판단을 한 제1심판결(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와 음주운전에 관한 도로교통법위반죄에 대하여는 유죄의 선고를 하였다)을 파기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그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므로 (대법원 1993. 6. 11. 선고 92도3437 판결, 1994. 9. 13. 선고 94도1850 판결 등 참조), 위 특가법위반죄는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식하고 도주한 경우에 성립하는 고의범인 것이다 .
또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을 위반하였을 때에 성립하는 같은 법 제106조 소정의 죄도 그 행위의 주체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운전자 및 그 밖의 승무원으로서 특가법위반죄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사실을 인식할 것을 필요로 하는 고의범에 해당 하는바(대법원 1991. 6. 14. 선고 91도253 판결, 1993. 5. 11. 선고 93도49 판결 등 참조),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규정은 아니며, 이 경우 운전자가 현장에서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 피해의 태양과 정도 등 사고 현장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 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도2346 판결, 1995. 1. 24. 선고 94도2691 판결, 1998. 3. 24. 선고 98도34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직장 상사인 장영진을 가해 차량의 조수석에 태우고 가던 중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러 좌회전 신호대기를 위하여 정차하였는데, 자동변속장치가 된 위 차량의 기어를 주행상태로 둔 채 브레이크 페달만 밟고 정차하였다가 잠시 부주의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이 떨어지자 가해 차량이 서서히 앞으로 진행하여 피해 차량의 뒷범퍼 부분을 충격하게 된 사실, 피고인은 충격의 강도가 경미하여 별일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앉아 있었는데, 피해 차량의 조수석에 타고 있던 배태순이 차에서 내린 다음 가해 차량에 다가와서는 "왜 남의 차를 박아놓고 내리지도 않느냐."고 말하므로 장영진이 먼저 차에서 내리고 피고인도 따라 내려서 피해 차량의 뒷범퍼 부분을 확인하여 보았으나 육안으로는 별다른 피해를 발견할 수 없었던 사실, 그 후 피해 차량의 운전자인 피해자가 차에서 내리므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별 피해가 없는 것 같으니 양해하여 달라. 미안하다."고 사과한 후 뒷차량이 밀리므로 먼저 가해 차량에 타서 차량을 도로변에 대려고 하였고, 그러는 동안 피고인의 일행인 장영진은 피해자가 "접촉사고를 일으키고도 그냥 있으면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면서 계속 나무라자 미안하다며 재차 사과를 한 후, 피해자의 태도가 누그러지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개 숙여 사과를 한 뒤 피해자가 양해를 한 것으로 생각하고 가해 차량으로 돌아온 사실, 피고인은 장영진이 가해 차량에 타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아니하므로 잘 해결된 것으로 생각하였고, 그 때 마침 피해자가 피고인을 향하여 손짓을 하자 이를 가도 좋다는 표시로 알고 가해 차량을 운전하여 사고 현장을 떠난 사실, 한편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충격이 경미하였던 관계로 피해 차량 조수석에 동승하였던 배태순은 아무런 상해도 입은 바 없고, 피해자도 사고 당시에는 몸이 아픈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여 아프다는 말을 한 일이 없다가, 그 다음날 아침에 목이 뻐근한 증세를 느끼고 사고 2일 후인 1998. 2. 13.에야 비로소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피해자가 평소 강직성 척수염을 앓고 있는 2급 장애인이었던 관계로 담당의사는 이학적 및 신경학적 검사를 하고 피해자의 기왕증을 감안하여 전치 3주를 요하는 흉추부 염좌 진단을 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3) 이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로 말미암아 외견상 쉽게 알 수 있는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 차량의 손괴도 일견하여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나아가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도 취하여졌다고 보여지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위와 같은 상해나 손괴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소정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도주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있다고 단정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및 도로교통법 제106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또한, 원심은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일부 무죄의 판단을 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다음 새로 형을 정하면서 피고인이 초범이고 합의하였으며 뉘우치는 점을 참작하여 징역 8월의 선고를 유예하였으나, 형법 제59조 제1항에 형의 선고를 유예할 수 있는 요건으로 규정된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란 죄를 깊이 뉘우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죄를 뉘우친다고 할 수 없어 형의 선고유예를 할 수 없다 고 할 것인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그 범의를 부인하고 있음이 명백하여 유죄로 인정되는 한 개전의 정상이 현저하다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면서 형의 선고를 유예한 것도 잘못이라는 점을 지적하여 둔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