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선고유예판결을 할 경우 유예되는 형에 대한 판단 요부(적극)
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한 때”의 의미
판결요지
가. 형법 제59조 에 의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는 유예되는 선고형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임규운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직권으로 보건대, 형법 제59조 에 의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할 경우에는 유예되는 선고형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하는바 ( 당원 1975.4.8. 선고 74도618 판결 ; 1988.1.19. 선고 86도2654 판결 참조), 원심판결은 그 주문에서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하면서도 그 이유에서 징역형을 선택하였을 뿐 그 형에 대한 아무런 판단을 한 바 없으니 이는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절차에 위법이 있어 파기를 면할 수 없다.
2. 다음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그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 당원 1980.3.11. 선고 79도2900 판결 ; 1985.9.10. 선고 85도1462 판결 ; 1992.4.10. 선고 91도1831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 후 피해택시 운전사인 공소외 최준우에게만 책임지고 다 물어주겠다고 말하였을 뿐 입술을 다쳐 피를 흘리고 있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위 택시에서 나오는 피해자 김난실에게는 구호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차에 동승하고 있었던 공소외 이덕찬에게만 전화를 하고 오겠다고 한 후 사고장소를 떠난 사실, 위 김난실은 사고현장 부근에서 친척에게 전화한 후 쭈구리고 앉아 있다가 이 사건 사고발생 약 5분 후 출동한 경찰관인 공소외 김인수와 그 친척 등의 도움을 받아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된 사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사고현장을 떠나는 바람에 위 김난실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것을 보지 못하였고, 사고현장에 남아 있던 피고인의 동료인 위 이덕찬 역시 위 김난실의 구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 위 김인수가 위 김난실을 병원으로 후송한 다음 이 사건 사고당사자를 찾았던바 위 이덕찬이 비로소 피고인이 전화하러 갔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위 김난실이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그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현장을 이탈하였다 하여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공소사실을 인정한 제1심판결을 지지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경찰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사고차량을 운전하다가 공소외 최준우가 운전하는 강원 1바 9085호 택시를 충격하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사실은 있으나, 충돌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위 최준우에게 "죄송합니다.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다 물어주겠습니다"고 말하였고, 피해자인 위 김난실이 괜찮다고 하였으며, 또한 동 피해자가 외견상 상해를 입은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여 경찰관인 공소외 김인수가 사고현장에 나온 것을 보고 동료교사인 이용원에게 전화를 하고 오겠다고 말을 한 후 공중전화가 있는 곳으로 갔으나 통화가 되지 아니하였고, 사고현장에서 위 김인수가 위 김난실을 택시에 태워 보내는 것을 보고 처에게 알리기 위하여 가까운 곳에 있는 집으로 갔다가 사고장소로 가기 위하여 집 현관 을 나오던 중 위 김인수를 만났다고 진술하면서,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김난실이 상해를 입게 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도주한 것이 아니라고 시종일관하여 그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위 김난실의 제1심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김난실은 이 사건 사고 직후 택시에서 내려 사고장소 부근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 그 부근에서 거주하고 있는 동서에게 전화를 한 다음, 가게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전화를 받고 나온 동서의 권유로 사고장소에 나온 경찰관에게 인적 사항을 알려 준 다음 병원에 갔고, 위 김난실 스스로는 위 최준우 등에게 병원에 가야겠다고 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이 사건 사고 직후 누군가로부터 괜찮느냐고 물음을 받고 괜찮다고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의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공소외 이덕찬의 제1심법정 및 경찰에서의 진술이나, 사고를 목격한 동료교사인 공소외 이용원의 진술 역시, 위 김난실이 위 이덕찬의 물음에 괜찮다고 하였으며, 그 후 위 이용원이 위 김난실에게 다친 데가 없느냐고 물었던바, 위 김난실이 "괜찮아요 깜짝 놀랐어요" 라고 하였다는 것으로 위 김난실의 진술에 부합되며, 제1심증인 현인섭의 진술 역시 위 김난실이 스스로 다쳤다고 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주위사람들에게 괜찮다고 하였다는 것으로 이에 부합되고, 위 피해택시의 운전사인 공소외 최준우의 검찰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김난실이 외견상으로 피를 흘리는 상황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택시에서 내려 아프다고 한 바도 없어 많이 다친 것 같지 아니하여 위 김난실에 대하여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아니하였다는 것으로, 위 공소외인이 이 사건 사고 직후 위 김난실을 병원으로 후송하는 등의 구호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인은 피고인이 차에서 내려 자신에게 인사를 하면서 “미안하다. 차 수리비를 다 물어 주겠다”고 하여 처음에는 이 사건 사고를 사고처리하지 않으려고 하였다는 것이며 공소외 김인수의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김난실에게 외견상의 상처가 보이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위 김인수의 검찰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현장을 이탈한 후에도 피고인 운전의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던 위 이덕찬 등이 사고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위 김인수가 사고현장으로부터 파출소에 돌아와 차적조회를 통하여 피고인의 주소를 알고 이 사건 사고현장으로부터 100미터 떨어져 있는 피고인의 아파트에 갔던바 피고인이 마침 사고현장에 나오기 위하여 아파트 현관을 나서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김난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외견상 쉽게 알 수 있는 상해를 입지 아니하였고, 따라서 피고인은 사고 당시 위 김난실이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와 같이 인식하면서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 사고장소를 이탈하여 도주하였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직후 위 김난실에 대하여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도주하였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도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위배의 잘못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있다.
이상의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