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리더스 담당변호사 이한무)
피고, 피항소인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재단법인 중소기업연구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보 담당변호사 조하늘)
변론종결
2019. 4. 3.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017. 3. 29.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사이의 중앙2017부해73 사건에서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참가인과 1994. 3. 10. 계약기간을 ‘1994. 3. 10.부터 1995. 3. 9.까지’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처음 체결한 후, 계약기간 만료 시마다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하여 오다가, 2013. 12. 31. 계약기간을 ‘2014. 1. 1.부터 2016. 12. 31.까지’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참가인은 2016. 9. 9. 원고에게 원고가 배임수재죄로 벌금 1,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음으로써 공공기관으로서의 참가인의 위신을 크게 손상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유(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로 참가인의 인사규정 제39조(징계), 직원상벌규칙 제9조(징계대상), 제10조(징계양정기준), 제14조(징계의 효력)에 근거하여 원고를 2016. 9. 23.자로 면직한다는 통보(이하 ‘이 사건 면직’이라 한다)를 했다.
원고는 이 사건 면직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2016부해2129)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6. 12. 13.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중앙2017부해73)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 3. 29. 징계사유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징계양정이 적정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한다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했다.
[인정 근거] 다툼 없음, 갑 제1, 2호증, 을가 제5호증, 을나 제2호증(가지번호 있는 서증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참가인의 본안 전 항변과 이에 관한 판단
가. 참가인 주장의 요지
원고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 ,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1호 에 따라 기간제근로자의 지위에 있고,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없다.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은 2016. 12. 31. 계약기간 만료로 종료했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소로써 구제받을 이익이 소멸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기간제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에 관한 법리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기간제법의 시행으로 사용자가 2년의 기간 내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그 기간제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더라도, 위 규정들의 입법 취지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기간제법의 시행만으로 그 시행 전에 이미 형성된 기간제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배제 또는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2528 판결 참조). 나아가 기간제법 제4조 의 규정에 의하여 기간제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형성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 이는 기간법제 제4조 단서에 근거하여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봄이 타당하다.
다. 근로계약관계의 존속 여부에 관하여
을나 제2, 4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참가인이 원고와 1994년경부터 2016년경까지 약 23년여 동안 총 13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순번 | 근로계약기간 | 직위 | 순번 | 근로계약기간 | 직위 |
1 | 1994. 3. 10.~1995. 3. 9.(1년) | 연구원(을) | 8 | 2004. 7. 1.~2005. 6. 30.(1년) | 〃 |
2 | 1995. 3. 10.~1997. 3. 9.(2년) | 〃 | 9 | 2005. 7. 1.~2006. 12. 31.(1년 6개월) | 책임연구원 |
3 | 1997. 3. 10.~1999. 3. 9.(2년) | 연구원(갑) | 10 | 2007. 1. 1.~2009. 12. 31.(2년) | 〃 |
4 | 1999. 3. 10.~2001. 3. 9.(2년) | 책임연구원(을) | 11 | 2010. 1. 1.~2012. 12. 31.(3년) | 전문위원 |
5 | 2001. 3. 10.~2003. 3. 9.(2년) | 책임연구원(갑) | 12 | 2013. 1. 1.~2013. 12. 31.(1년) | 연구위원 |
6 | 2003. 3. 10.~2003. 12. 31.(10개월) | 전문위원(승격) | 13 | 2014. 1. 1.~2016. 12. 31.(3년) | 〃 |
7 | 2004. 1. 1.~2005. 12. 31.(2년) | 전문위원 |
원고를 비롯한 참가인 소속 직원들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경우에 참가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시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보이고, 이와 달리 참가인이 해당 직원의 연구실적 등을 평가하여 그 평가 결과가 일정한 재임용 조건을 충족한지 등 재임용의 적정성을 심사하여 근로계약체결 여부를 정했다고 볼 만한 충분한 자료가 없다.
이런 사실 등을 종합하면, 설령 참가인 주장과 같이 원고가 기간제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더라도,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원고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다고 인정함이 타당하다. 그리고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사정이 근로자의 지위를 박탈하는 사유가 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연구위원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그 근로계약 체결 당시 위와 같이 인정되는 정당한 기대권을 포기했거나 배제하기로 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참가인은 원고에게 이 사건 면직을 통보한 것 외에 별도로 원고와 근로계약 기간 만료 무렵에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다는 의사표시를 했다는 점에 관한 주장과 그 충분한 증거가 없다. 그리고 징계로서의 면직과 갱신거절의 의사표시는 제도의 목적과 요건, 절차, 법적 효과 등이 서로 다르므로 징계로서의 면직 통보를 갱신거절의 의사표시로 간주할 수 없다.
따라서 만약 원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면직이 무효라면, 근로계약기간이 2016. 12. 31. 만료된 후 종전과 같은 내용으로 원고와 참가인이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근로관계는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참가인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징계사유의 존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원고에게 발부된 약식명령은 원고의 행위로 볼 수 없다. 약식명령 상의 범죄행위인 금품수수는 이미 징계시효 2년이 경과했다. 이런 금품수수에 대해 원고가 배임수재죄로 약식명령을 받은 것은 우연한 사정으로, 금품수수와 구별되는 새로운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금품수수에 대한 이중처벌이므로 독자적인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또한, 원고의 금품수수 및 이와 관련된 형사절차 진행 등이 언론에 보도된 바가 없고, 참가인의 징계 전에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이하 ‘공개시스템(ALIO)’이라 한다]에 공시된 것도 아니어서, 원고가 배임수재죄로 약식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은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참가인의 위신이 크게 손상될 여지가 없었으므로, 이 사건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2) 인정사실
가) 참가인의 공공기관으로서 지위
참가인은 1975. 9. 2. 설립허가를 받고 1987. 3. 23. 법인으로 성립하여 중소기업의 건전한 발전과 국제경쟁력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국가경제와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연구, 조사 및 정책제안 등을 사업으로 하는 재단법인이다.
참가인에게도 적용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2006년 무렵에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 및 국민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5년간 주요 경영 정보를 국민에게 공시하는 공개시스템(ALIO)을 도입했고, 2016년 9월경부터 공공기관 임·직원의 징계처분 결과도 공개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원고의 금품수수와 그 적발
원고는 2008. 7. 1.부터 2012. 6. 30.까지 참가인의 (직책 생략)(사무국은 2012. 7. 1. 조직 개편으로 폐지되었다)으로서 참가인의 사무전체를 총괄 지휘·감독하는 업무에서 원장 다음 서열에 있었다. 참가인이 2012. 6. 11.부터 7. 15.까지 사무실 이전을 위한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시공업체 선정 등 인테리어 공사 업무를 총괄하던 원고는 2012. 6. 22.부터 8. 24.까지 시공업체 관계자에게서 3회에 걸쳐 총 3,000만 원(= 2012. 6. 22. 1,000만 원 + 2012. 7. 4. 1,300만 원 + 2012. 8. 24. 700만 원)을 받았다.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은 2015년 12월경 참가인에 대하여 감사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인테리어 공사 수주를 조건으로 위와 같이 3,000만 원을 수수했을 뿐만 아니라 미신고 연구용역 과제를 수행하고 용역비를 착복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 원고에 대한 약식명령과 참가인의 위신 손상
참가인에 대한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은 2016. 2. 2. 참가인에게 아래 내용의 조치를 하고 그 결과를 2016. 4. 1.까지 회신하라고 통보했다.
① 공사 수주 대가로 시공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담당자와 책임자에 대하여 ‘고발’조치 하시기 바랍니다(관련자: 원고 등) |
② 외부 연구 활동을 하면서 신고하지 않고 부당한 이득을 취한 원고에 대하여 문책하고 개인적으로 취한 연구용역비는 회수 바랍니다. |
이에 참가인은 2016. 3. 28. 원고를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원고는 2016. 8. 17. 배임수재죄로 약식 기소되어 2016. 9. 1. 서울남부지방법원(2016고약11869) 에서 벌금 1,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부받았다. 이에 원고가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라) 원고에 대한 징계면직과 그 공시
참가인의 인사위원회는 2016. 9. 7.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심의하여 징계면직(일자: 2016. 9. 23.)을 결정했다.
배임수재 혐의로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통보했고, 검사가 약식기소(벌금 1,500만 원, 처분일: 2016. 8. 17.)를 하고,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2016. 9. 1. 벌금의 약식명령을 했다. 과거 징계 내용을 포함하여 이 모든 사실을 종합 고려 시 공익성 구현을 기관 운영 목표로 삼고 있는 공공기관으로서 연구원(이는 참가인을 지칭한다. 이하 같다)의 위신을 크게 손상한 것으로 판단되어 징계사유(직원상벌규정 제9조) 발생. |
이에 따라 참가인은 2016. 9. 9. 원고에게 이 사건 면직을 통보한 후, 2016. 10. 12.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1조 , 제12조 에 따라 공개시스템(ALIO)에 “징계처분일: 2016. 9. 23., 징계 종류: 면직, 징계사유: 직무관련 부패행위(배임), 고발 여부: 고발”을 등록했다.
마) 이 사건 면직 후의 사정으로서 원고에 대한 유죄판결 확정
서울남부지방법원(2016고정2250) 은 2017. 9. 22. 원고에게 배임수재죄로 벌금 1,000만 원의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원고가 불복해 항소했으나, 서울남부지방법원(2017노2104) 은 2018. 10. 19. ‘시공 후보 업체가 아직 시공업체로 최종 선정되기 전에 원고가 업체 담당자에게 최종 수주를 하면 어느 정도의 사례비를 주느냐고 물어 사례비 지급 여부, 지급비율 등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으므로 결국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취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원고가 다시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2018도17453) 이 2018. 12. 18.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인정 근거] 앞서 든 증거, 갑 제6, 8호증, 을가 제1 내지 3,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이 사건 징계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앞의 모든 인정사실과 갑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추가로 알 수 있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금품수수로 약식명령을 발부받은 것 등으로 말미암아 참가인의 위신을 크게 손상하는 행위를 했다’는 징계사유는 금품수수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징계사유에 해당하여 아직 그 징계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징계사유의 존재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① 독자적인 징계사유로서 ‘참가인의 위신을 크게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
참가인의 인사규정 제39조(징계)와 직원상벌규정 제9조(징계대상)는 “연구원의 제 규정을 위반하였을 때”를 징계사유로 규정하는 것 외에도 “연구원의 위신을 크게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를 별도의 징계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이들 징계사유 중 전자는 참가인의 연구기관으로서 조직의 질서유지를 주요 목표로 하지만, 후자는 참가인이 중소기업 관련 경제문제를 종합적으로 조사, 연구하여 중소기업발전 등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연구기관이라는 사회적 지위나 위신, 또는 참가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보호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그리고 후자의 징계사유는 직원의 행위가 참가인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실질적으로 요하지만 전자의 징계사유는 직원의 비위행위가 참가인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요하지 않는다. 이처럼 전자의 징계사유가 반드시 후자의 징계사유를 충족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후자의 징계사유가 전자의 징계사유에 시간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전자의 징계사유와 후자의 징계사유가 서로 시간적으로 충분히 떨어진 때에는 원칙적으로 서로 간에 사회적 사실관계에서 동일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원고가 금품을 수수함으로써 참가인의 규정을 위반한 것과 그 행위가 수년 후에 발각되어 법원이 원고에게 약식명령을 발하게 함으로써 참가인의 위신이 크게 손상되는 것 사이에 사회적 사실관계에서 동일성이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에 관한 주장과 그 충분한 증명은 없다.
또, 참가인 직원은 직무 외의 행위로써 참가인의 위상을 크게 손상시키면서도 참가인의 제 규정을 위반하지는 않은 경우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 더욱이 참가인이 공공기관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후자의 징계사유는 전자의 징계사유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징계사유로서 합목적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정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은 참가인의 규정을 위반한 직원 행위 자체를 징계대상으로 삼는 것 외에도 연구원의 위신을 크게 손상하는 행위를 별도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고, 그 징계시효는 징계사유별로 따로 진행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참가인 위신의 손상 행위에서 원고의 책임성
원고의 금품수수는 참가인이 아니라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이 참가인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밝혀냈다. 그 직후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이 원고의 금품수수 사실 등을 참가인의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에 통지하고, 그 결과 중소기업청이 참가인에게 원고의 고발을 요구하며 그 결과를 자신에게 통보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인다. 이에 참가인은 원고를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밖에 없었다. 검사는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은 원고에게 약식명령을 발했다.
참가인은 공공기관이어서 외부 기관의 감사를 받을 것이 법령상 예정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징계면직의 심의 당시에 이미 참가인은 공공기관으로서 법령에 따라 임·직원의 부패행위에 관하여 그 개요, 고발 여부, 징계 여부 등을 공개시스템(ALIO)에 등록하여 대외적으로 공개해야만 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원고와 같은 참가인 직원이 직무와 관련한 부정부패를 저지른 때에는, 설령 참가인 자체 내부 감사가 아니더라도, 외부 기관의 감사에서 그 부정부패가 적발되어 비위행위 내용과 고발·징계 여부가 외부로 알려짐으로써 참가인의 위신을 크게 손상할 위험이 항시 있었다. 원고도 참가인 내의 경력, 직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부정부패가 위와 같은 경위로 적발되어 약식명령까지 받은 것은 원고의 책임영역에 속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원고의 책임과 무관하다는 의미에서의 우연한 사정으로 볼 것은 아니다.
③ 징계사유 존부의 심의에서 금품수수의 고려
참가인의 인사위원회는 징계사유의 존부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금품수수를 고려했다. 원고의 행위가 참가인의 위신을 손상했는지 여부와 그 정도는 원고의 범죄행위가 원고의 단순한 부주의에서 비롯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원고가 자신의 참가인 내 지위를 악용하여 부패행위를 저지른 것인지 등 그 범죄행위 내용 여하에 달려 있다. 따라서 참가인 인사위원회가 징계사유의 존부를 심의하는 데에서 원고의 금품수수 내용을 살펴보는 것은 필요한 과정으로 정당하다.
그리고 참가인의 인사위원회가 원고에 대하여 참가인의 부패행위 징계양정기준을 고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징계사유의 존부를 판단하기 위함이 아니라 징계의 양정을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참가인(인사위원회)의 행위를 두고 실질적으로 원고의 금품수수 자체를 징계사유로 삼았다거나 이중으로 처벌했다고 볼 것은 아니다.
④ 참가인 위신의 큰 손상
원고가 중소기업을 상대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의 적발부터 그에 대한 약식명령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참가인은 (직책 생략)의 직무관련 범죄행위마저 제대로 감독하지 못할 정도로 자체 부패 자정능력이 미약하고,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채 주무부처의 지시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목적인 중소기업발전에 역행하는 공공기관이라는 비난 등을 여러 국가기관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이런 사정 등에,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감사 결과에 따른 처분 요구, 징계 운영 현황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시스템(ALIO)에 공시하도록 규정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1조 , 제12조 의 취지, 참가인이 공공기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공정성, 청렴성의 수준 등을 더하여 보면, 참가인 소속 직원이던 원고가 업무관련성 있는 중소기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행위로 약식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은 국민으로 하여금 공공기관인 참가인의 공정성, 청렴성 등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하여 참가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킬 위험성이 충분하다. 그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더라도 매한가지이다.
나.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징계처분에서 징계사유로 삼지 않은 비위행위라고 하더라도 징계종류 선택의 자료로서 피징계자의 평소의 소행과 근무성적, 당해 징계처분 사유 전후에 저지른 비위행위 사실 등은 징계양정에서 참작자료로 삼을 수 있다(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참조). 그리고 징계시효가 지난 비위행위도 징계양정에서 참작자료로 할 수 있다( 대법원 1995. 9. 5. 선고 94다52294 판결 , 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5두46550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인테리어 공사 시공업체 선정 등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업무 관련 상대방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3회에 걸쳐 3,000만 원을 수수했고, 이를 이유로 고발되어 결국 배임수재죄로 벌금 1,000만 원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게다가 이런 금품수수 사실이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의 감사 과정에서 발각되면서 공공기관으로서의 참가인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공정성, 청렴성을 현저히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원고가 수수한 금품의 액수가 3,000만 원으로 다액이다. 그뿐 아니라 원고는 결재 받지 않고 비용을 부당 지출했다는 이유 등으로 2012. 11. 29.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인테리어 공사 부적정과 복지용 회원권 구입의 부적정을 이유로 2014. 11. 11. 정직 5개월의 징계를, 미신고 외부 연구 활동과 용역비 착복으로 2016. 3. 24. 견책의 징계를 각각 받았다.
이런 사유 등을 종합하여 참작하면, 원고가 약 20년여 참가인에 근무한 점, 각종 표창을 수여한 점 등의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참가인이 더 이상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다고 본 징계양정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이 부분 원고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해야 한다.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각하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지 아니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제1심 법원에 환송해야 하지만, 본안판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되었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418조 단서에 따라 이 법원이 본안판결을 한다. 제1심 판결에 대하여 원고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의하여 원고에게 불리하지 않는 제1심 판결을 유지하기로 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