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을 점유하는 경우에도 자주점유의 추정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지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1] 민법 제197조 제1항 , 제245조 제1항 [2] 민법 제197조 제1항 , 제245조 제1항
참조판례
[1][2]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42112 판결 (공2008상, 133)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8다92268 판결 (공2010하, 2072) [1]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공1997하, 2501) [2] 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5다33541 판결 (공2006상, 114)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 담당변호사 전상엽 외 2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는 사정명의인인 소외 1이 따로 존재하고 있음이 밝혀진 이상 그 추정력이 번복되어 원인무효라 할 것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유물의 보존행위로 말소를 구하는 원고에게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토지 중 9/10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20년 이상 점유하여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조선총독부 경기도지사는 1938. 12. 1. 조선도로령(1938. 4. 4. 제령 제15호) 제14조 에 의하여 조선총독부 경기도 고시 제243호로 광주~광장 간 제29번 지방도로의 노선인정을 한 사실, 이 사건 토지는 1971. 8. 31.경부터 국도 3호선으로 지정되어 도로로 사용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이 사건 토지와 함께 분할된 나머지 토지들이 모두 위 소외 1 명의로 구 토지대장이 복구되었으나 이 사건 토지만 피고 명의로 복구되었다는 점만으로는 이 사건 토지가 제29번 지방도로에 포함되었다거나 국도 3호선으로 지정되기 이전에 도로로 사용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광로29호 도로로 시설결정 고시된 1971. 4. 7.경부터 현재까지 도로로 점유·사용하여 오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도로로 점유·사용함에 있어 지방재정법이나 국유재산법 등에 정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았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토지에 관한 지적공부 등이 6·25 전란으로 소실되었거나 기타의 사유로 존재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이를 제출하지 못하는 등의 사정으로 인해 그 점유 개시 당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점유에 대해서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졌다고 판단하여, 위 항변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아래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의 취득시효 항변을 배척한 것은 수긍할 수 없다.
3. 부동산의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을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 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며, 이러한 추정은 지적공부 등의 관리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리고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고 할 것이나 (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토지에 관한 지적공부 등이 6·25 전란으로 소실되었거나 기타의 사유로 존재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적공부 등에 소유자로 등재된 자가 따로 있음을 알면서 그 토지를 점유하여 온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점유의 경위와 용도 등을 감안할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 개시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권 취득의 법률요건이 없이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토지를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이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토지에 관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5다33541 판결 ,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42112 판결 ,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8다9226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와 함께 소외 1의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인 소외 2(지분 1/10)는 피고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단304495호 로 원고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09. 8. 11.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적어도 1953. 3. 20.경부터 도로의 일부로 점유·사용하여 오면서 1973. 3. 20.경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그 청구가 기각되었고, 소외 2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점, ② 이 사건 토지가 1938. 12. 1.경 조선도로령에 따라 국도 3호선이나 제29번 지방도로 부지로 지정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더라도, 갑 제17호증의 1, 2(각 도로공사계획도)나 갑 제18호증의 1 내지 3(지적원도, 도로공사계획도, 폐쇄 지적도)의 영상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토지는 그 인근의 토지와 함께 제29번 지방도로 부근에 있던 다른 도로의 부지로 사용되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는 점, ③ 이 사건 토지와 그 주변 토지 일대에 1971. 4. 7. 건설부 고시 제198호로 광로29호 도로가 시설결정 고시되었고, 위 도로는 1971. 8. 31. 일반국도노선지정령이 제정되면서 국도 3호선의 일부가 된 점, ④ 1972. 2. 18. 서울특별시 고시 제24호로 인가받은 도시계획사업실시계획에 따라 가락동~대왕교 간 도로가 신설되었고, 1981. 1. 16. 서울특별시 고시 제14호로 인가받은 도시계획사업실시계획에 따라 송파로 확장 및 포장공사가 있었는데, 이 사건 토지가 위 공사에 따라 사용 또는 수용할 재산으로 토지조서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부터 도로로 사용되고 있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기존의 도로를 통폐합하여 새로운 도로를 개설, 확장하는 과정에서 사업 부지에 편입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⑤ 1963. 2. 5. 각령 제1191호로 ‘1급국도와2급국도의노선지정의건’이 제정되었고, 1966. 12. 27. 대통령령 제2845호로 개정되었는데, 개정된 제1조와 [별표] 제1호에 의하면, 1급국도 제3호는 “삼천포선, 초산선”으로, 경상남도 삼천포시를 기점으로 평안북도 초산군 초산면(초산교)을 종점으로 하고, 경기도 광주군 실촌면, 도척면, 초월면, 광주면, 중부면, 동부면, 서부면, 서울특별시 성동구 천호동, 중구 을지로·태평로 등을 그 주요 경유지로 하는바, 위 도로는 1971. 8. 31. 일반국도노선지정령에 따라 국도 3호선으로 지정된 도로와 동일한 도로로 보이는 점(‘1급국도와2급국도의노선지정의건’은 ‘1급국도와2급국도의노선지정령’으로 그 명칭이 변경되었다가, 1971. 8. 31. 일반국도노선지정령 시행과 동시에 폐지되었다), ⑥ 원고의 선대인 소외 1이 1911. 6. 30. 사정받은 경기 광주군 중대면 장지리(이후 서울 송파구 장지동으로 행정구역이 변경되었다) (지번 1 생략) 분묘지 141평에서 이 사건 토지와 서울 송파구 장지동 (지번 2 생략) 도로 63㎡, 같은 리 (지번 3 생략) 분묘지 132㎡, 같은 리 (지번 4 생략) 대 102㎡가 분할되었고, 위 각 토지에 관한 등기부 및 토지대장 등은 6·25 전란으로 멸실되었다가 1953. 3. 20.경 복구되었는데,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복구된 구 토지대장의 소유자란에는 “국(국)”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반면, 같은 토지에서 분할된 다른 토지에 관하여 복구된 구 토지대장의 소유자란에는 모두 사정명의인인 “소외 1”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⑦ 이 사건 토지는 국유재산으로서 피고의 관리하에 계속하여 도로로 점유·사용되어 오다가 1990. 4. 23. 피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된 반면, 같은 토지에서 분할된 다른 토지에 관하여는 모두 1990. 5. 7. 소외 3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된 점, ⑧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점유를 개시한 이래 위와 같이 소외 2가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보존등기말소청구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이 사건 토지의 도로로서의 점유·사용이나 피고의 소유에 관하여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자료가 없는 점, ⑨ 피고는 1990. 2. 20.경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 촉탁을 하면서, 그 촉탁서의 등기원인과 연월일 부분에 “1948. 9. 11. 권리귀속”을, 신청조항 부분에 “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 제1항 ”을 기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적어도 1953. 3. 20.경부터 도로의 일부로 점유·사용하여 왔고,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를 점유하였음이 입증되었다고는 할 수 없어, 여전히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지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의 점유가 무단점유에 해당하고 자주점유 추정이 깨어졌다고 단정하여 피고의 시효취득의 항변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 번복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이 부분은 상고법원인 이 법원이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07조 에 의하여 다음과 같이 자판한다.
위에서 본 바에 따르면, 피고의 취득시효 항변은 이유 있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