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 당사자의 확정방법
[2] 계약인수에 있어 양도인이 계약관계에서 탈퇴하는지 여부 및 나머지 당사자와 양도인 사이의 채권채무관계가 소멸하는지 여부(각 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1]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는,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의 당사자로 확정해야 하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내용·목적·체결 경위 등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하여야 한다.
[2] 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수는 계약상 지위에 관한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합의와 나머지 당사자가 이를 동의 내지 승낙하는 방법으로도 할 수 있으며, 나머지 당사자가 동의 내지 승낙을 함에 있어 양도인의 면책을 유보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인은 계약관계에서 탈퇴하고, 따라서 나머지 당사자와 양도인 사이에는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어 그에 따른 채권채무관계도 소멸한다.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3. 3. 선고 93다36332 판결 (공1995상, 1551) 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897 판결 (공2001하, 1455)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4059 판결 (공2004상, 125) [2] 대법원 1987. 9. 8. 선고 85다카733, 734 판결 (공1987, 1544) 대법원 1992. 3. 13. 선고 91다32534 판결 (공1992, 1300)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21662 판결 (공1996상, 1084)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경 담당변호사 김기한외 3인)
피고, 상고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용득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이 사건 도급계약의 당사자 확정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는 2003. 11. 21. 피고 1로부터 사천시 동금동 (지번 생략) 소재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762.93㎡의 여관건물 신축공사를 수급한 사실, 당시 원고는 종합건설면허가 없어 소외 1 주식회사(이하 ‘ 소외 1 회사’라 한다)에게 면허대여료를 지급하고 종합건설면허를 빌려 위 공사를 시공하기로 하고, 피고 1과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수급인 명의는 소외 1 회사로 하되 원고가 소외 1 회사로부터 위 공사를 일괄 하도급받는 형식을 취하여 공사대금도 소외 1 회사를 통해 지급받고, 세금계산서도 소외 1 회사 명의로 피고 1에게 발행·교부하기로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도급계약의 당사자 확정과 관련하여, ① 여관건물을 짓고자 하던 피고 1이 2003. 10.경 외삼촌 소외 1의 소개로 건축업자이던 원고를 알게 되었고, 소외 3의 주선으로 원고가 소외 1 회사로부터 종합건설면허를 빌리게 된 점, ② 여관건물 도급계약 당사자 사이에 공사도급표준계약서보다 우선하여 적용하기로 약정한 건축공사 시공계약서상에는 시공자로 ‘ 소외 1 회사, 원고’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 1로부터 피고 2로 건축주 명의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수급인을 ‘ 소외 1 회사( 원고)’로 하여 원고로부터 건축주 명의변경 확인서를 받은 점, ③ 여관건물 완공 이후인 2004. 12. 1.경 공사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 및 건축주가 직불한 공사자재비 등과 관련하여 진주귀빈예식장 건물 내 커피숍에서 합의할 당시, 수급인측으로는 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4 외에 원고도 참석하였고, 그 자리에서 원고가 “지체보상금 8,500만 원과 건축주가 부담한 설비자재비 등으로 3,400만 원을 공제하고 나머지를 공사대금으로 송금받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피고 1에게 교부한 점, ④ 피고 1 또는 피고 2가 여관건물 신축공사와 관련하여 수급인측에게 공사이행을 촉구하고 지체상금 및 손해배상을 구하겠다거나 하자보수를 요청하는 취지의 우편물을 소외 1 회사뿐만 아니라 원고에게도 보낸 점, ⑤ 원고들이 제1심에서 도급계약상의 수급인임을 전제로 피고들을 상대로 공사대금을 청구하였다가 패소판결을 받게 되자, 소외 1 회사는 원고에게 피고들에 대한 위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에 관한 아무런 권리행사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스스로 위 도급계약상 수급인으로서 계약 당사자가 될 의사였고, 피고들로서도 소외 1 회사와 원고 사이의 종합건설면허 대여관계를 알고 원고와 직접 계약관계를 형성할 의사로써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행위자인 원고와 상대방인 피고들 사이에 원고를 계약 당사자로 한다는 점에 관하여 의사가 일치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는,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의 당사자로 확정해야 하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내용·목적·체결 경위 등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4059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도급표준계약서(갑 제1호증의 1)의 도급인란에 ‘ 피고 1’, 수급인란에 ‘ 소외 1 회사 대표이사 소외 4’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위 공사도급표준계약서에 첨부된 건축공사 시공계약서(갑 제1호증의 2)의 건축주란에는 ‘ 피고 1’, 시공자란에는 ‘상호 소외 1 회사, 대표자 원고’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공사의 건축주가 피고 1에서 피고 2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작성된 공사도급변경계약서(갑 제3호증)의 도급인란에는 ‘ 피고 2’, 수급인란에는 ‘ 소외 1 회사 대표이사 소외 4’라고 기재되어 있고, 원고가 건축주 명의변경을 확인한 사실(갑 제2호증), 원고는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한 후 소외 1 회사로부터 공사잔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소외 1 회사의 하수급인임을 자처하면서 소외 1 회사로 하여금 건축주에게 공사잔대금을 청구해 달라거나 소외 1 회사에게 공사잔대금의 지급을 요구한 사실(을 제1호증의 2, 3, 4), 피고 1은 2003. 12. 30.부터 2004. 7. 30.까지 사이에 7회에 걸쳐 공사대금 합계 2억 4,500만 원을 소외 1 회사의 법인계좌로 송금하였고(을 제6호증의 3 내지 9), 건축주 지위를 인수한 피고 2는 2004. 8. 16.부터 2004. 12. 1.까지 사이에 4회에 걸쳐 공사대금 합계 3억 3,000만 원을 소외 1 회사의 법인계좌로 송금하였으며(을 제6호증의 10 내지 13), 피고들이 원고에게 직접 공사대금을 지급하였거나 원고의 계좌로 입금한 적은 없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들과 원고 사이에 원고를 계약의 당사자로 한다는 점에 의사가 일치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근거로 삼은 사정들은 피고들이 원고를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 계약의 당사자인 수급인 소외 1 회사의 현장소장으로 알고 한 행위라고 볼 수 있는 사정에 불과하고,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원고를 수급인으로 하기로 의사가 일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도급계약의 수급인은 이 사건 도급계약의 성질·내용·목적·체결 경위 등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피고들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원고와 소외 1 회사 중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앞서 본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들은 소외 1 회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고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를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라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당사자의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나 채증법칙에 위배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2. 계약상의 지위 양도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 1이 소외 1 회사에게 이 사건 공사를 도급주었다가 소외 1 회사의 동의하에 건축주 명의를 피고 2로 변경하면서 피고 2와 소외 1 회사와 사이에 공사도급계약을 새로이 체결하였으므로 피고 1은 계약상의 도급인 지위에서 벗어났다는 피고 1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 1은 건축주 명의를 피고 2로 변경한 이후에도 계속하여 2004. 12. 1.경 공사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 및 건축주가 직불한 공사자재비 등과 관련하여 진주귀빈예식장 건물 내 커피숍에서 만나 합의하는 자리에 도급인측으로 참석하여 원고로부터 지체상금과 건축주 직불 설비자재비에 관한 각서를 교부받은 것은 물론 여관건물에서 피고 2와 함께 숙박업을 운영해 오고 있는 사실, 건축주측이 2004. 11. 26.부터 2005. 4. 20.까지 사이에 3회에 걸쳐 미지급 공사대금, 하자보수, 영업손실 등과 관련하여 원고 및 소외 1 회사에게 보낸 우편물에 건축주로 피고들이 함께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피고 1은 여전히 위 계약상의 도급인으로서 공사대금을 지급할 채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 2는 피고 1의 뒤를 이어 원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위 계약에 따른 피고 1의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피고 1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 역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수는 계약상 지위에 관한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합의와 나머지 당사자가 이를 동의 내지 승낙하는 방법으로도 할 수 있으며, 나머지 당사자가 동의 내지 승낙을 함에 있어 양도인의 면책을 유보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인은 계약관계에서 탈퇴하고, 따라서 나머지 당사자와 양도인 사이에는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어 그에 따른 채권채무관계도 소멸된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 1은 피고 2에게 이 사건 건축공사의 도급인의 지위를 양도하고, 수급인인 소외 1 회사가 이에 동의한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소외 1 회사가 피고 1과 피고 2 사이의 도급인의 지위 양도에 대하여 동의하면서 피고 1에 대한 면책을 유보하였다는 자료를 찾을 수 없는바, 그렇다면 피고 1은 이 사건 도급계약관계에서 탈퇴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1이 여전히 위 계약상의 도급인으로서 공사대금을 지급할 채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계약인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