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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4. 14. 선고 98도231 판결
[사기][공1998.5.15.(58),1423]
판시사항

[1] 고지의무위반과 사기죄의 성부

[2] 중고 자동차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할부금융회사 또는 보증보험에 대한 할부금 채무가 매수인에게 당연히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할부금 채무의 존재를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3] 사기죄에 있어서 공소사실의 기망 내용과 다른 기망 행위를 공소장변경 절차 없이 직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재산권에 관한 거래관계에 있어서 일방이 상대방에게 그 거래에 관련한 어떠한 사항에 대하여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장차 계약상의 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길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거래관계를 맺어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관계를 맺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그 재물의 수취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에 대한 고지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재물의 수취인이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

[2] 중고 자동차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할부금융회사 또는 보증보험에 대한 할부금 채무가 매수인에게 당연히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할부금 채무의 존재를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3] 사기죄에 있어서 공소사실의 기망 내용과 다른 기망 행위를 공소장변경 절차 없이 직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2인

상고인

검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피고인들에 대한 사기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할부금이 남아 있는 차량을 매수한 다음 그 차량이 할부금이 없는 차량인 것처럼 매도하여 그 대금을 편취하기로 공모하고, 피고인 1과 2가 김광기로부터 매수한 크레도스 승용차의 할부금이 남아 있음에도 1997. 2. 21. 피고인 2가 마치 김광기인 것처럼 가장하면서 피해자 김병철에게 위 승용차에 남아 있는 할부금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와 대금 9,500,000원에 위 승용차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 자리에서 매매대금 명목으로 금 9,50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고, 피고인 1이 할부금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박정헌으로부터 대금 1,000,000원에 아반떼 승용차를 매수하고도 같은 달 22. 피고인 1, 2가 피해자 한선수에게 위 차량에는 할부금이 남아 있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와 대금 6,000,000원에 위 승용차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 자리에서 매매대금 명목으로 금 6,00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인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검사의 전 입증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해자들에게 위 크레도스 승용차와 아반떼 승용차에 남아 있는 할부금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들과 각 승용차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하여 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수긍할 수 있고, 또한 피고인들이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김병철에게 매도함에 있어서 피고인 피고인 2가 김광기인 것처럼 가장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논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재산권에 관한 거래관계에 있어서 일방이 상대방에게 그 거래에 관련한 어떠한 사항에 대하여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장차 계약상의 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길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거래관계를 맺어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관계를 맺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그 재물의 수취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에 대한 고지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재물의 수취인이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 고 할 것이다(당원 1984. 9. 25. 선고 84도882 판결, 1985. 3. 12. 선고 84도93 판결, 1991. 12. 24. 선고 91도269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 1이 할부금 채무를 승계하기로 하고 김광기로부터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박정헌으로부터 위 아반떼 승용차를 각 매수하고, 피고인들이 김병철과 한선수에게 이를 각 매도하면서 할부금 채무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고지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행위가 고지의무 위반으로서 상대방을 기망한 것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기록상 김광기는 동양할부금융 주식회사로부터 금융을 얻어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수하여 동양할부금융 주식회사에 대하여 할부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박정헌은 보증보험회사의 보증 하에 할부로 위 아반떼 승용차를 매수하였음을 엿볼 수 있으나, 그로 인하여 위 크레도스 승용차와 아반떼 승용차 자체에 대하여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거나, 가압류 집행이 되어 있었다는 등의 사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록 제5책 제25쪽과 제284쪽의 각 자동차등록원부의 기재 참조). 또한 기록상 자동차 매매계약에 따라 김광기나 박정헌의 할부금 채무가 당연히 매수인에게 승계되는 것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전 소유자인 김광기와 박정헌이 각각 매매 목적물인 자동차와 관련하여 할부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자동차 매수인인 김병철과 한선수가 장차 계약 목적물인 자동차의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김병철이나 한선수가 그와 같은 할부금 채무가 있다는 사정에 대하여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각 자동차를 매수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들에게 그에 관한 고지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며 피고인들의 그와 같은 부작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

다만 피고인 1은 김광기의 할부금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김광기로부터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수하면서 김광기를 속여 김광기의 도장을 건네 받아 김광기 몰래 자동차양도행위 위임장에 도장을 찍어 이를 위조하였고, 피고인들이 김병철에게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도하면서 이를 교부하여 행사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원심이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 그대로 확정되었으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김광기의 대리인으로 행세하면서 김병철에게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도하였음을 엿볼 수 있는바(서울지방검찰청 1997년 형제29186호 수사기록 제568쪽의 영수증 참조),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김광기로부터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도할 대리권을 수여받은 바도 없으면서 그와 같은 대리권을 수여받은 양 행세하여 김병철을 기망하고, 김병철은 그에 속아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 김병철은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수하면서 위 자동차양도행위 위임장 외에도 이전등록에 필요한 김광기 명의의 인감증명서, 자동차검사증, 주민등록초본, 책임보험영수증 등의 서류를 교부받았다고 진술하고 있고(사법경찰리가 작성한 김병철에 대한 진술조서, 위 수사기록 제91쪽 참조), 피고인들이 어떻게 그 서류들을 손에 넣었는지에 대하여는 심리가 되어 있지 않다(김광기는 피고인들에 대한 고소장에 피고인 1에게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도한 후 피고인 1이 차가 급히 필요하다고 말하여 할부금 채무 승계절차를 밟지 않고 우선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인도하였는데, 인도 당시 이전등록에 필요한 인감증명서, 자동차검사증, 주민등록초본, 책임보험영수증 등을 위 승용차 안에 보관하여 두었다가 별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차를 인도하여 주었다는 취지로 적고 있다. 그러나 위 고소장은 증거로 채택된 것도 아니고, 피고인들은 그와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또한 위와 같이 대리권이 없으면서도 대리권이 있는 양 행세하여 김병철을 기망하였다고 하는 내용의 사기죄는 그 범행 내용에 있어서 위 공소사실 기재 사기죄와는 다른 것으로서 공소장변경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사기죄를 인정하는 것은 공소사실에 의하여 한정된 심판범위를 넘어서서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박정헌은 할부금 채무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피고인 1에게 위 아반떼 승용차를 매도하고, 피고인 1이 할부금 채무를 승계하는 절차를 밟기도 전에 자동차 이전등록에 필요한 자동차양도행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들이 한선수에게 어떠한 형태로 위 아반떼 승용차를 매도하였는지에 대하여는 기록상 이를 알아볼 자료가 없으나, 위 아반떼 승용차에 대하여 박정헌으로부터 한선수에게 바로 소유권이전등록이 된 점에 비추어 보면, 역시 피고인들이 박정헌의 대리인으로 행세하였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비록 기망에 의한 하자있는 의사표시이기는 하지만, 박정헌은 피고인 1에게 자동차양도행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함으로써 위 아반떼 승용차를 매도할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와 같은 대리권이 있는 이상 그 매수인인 한선수가 피고인들이 박정헌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것으로 믿고 위 아반떼 승용차를 매수하였다 하더라도 거기에 무슨 기망으로 인한 착오가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원심판결에 검사가 논하는 바와 같은 사기죄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이돈희 이임수(주심) 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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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7.12.31.선고 97노7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