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용도를 특정하여 위탁받은 자금을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2] 회사의 경영권 방어 또는 회사의 매각 등을 위하여 위탁받은 주식과 현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3] 부동산의 매도인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의무가 있어 그 불고지행위가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에 해당하는 경우
[4] 부동산의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이 제2의 매수인에게 제1의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없는 처지에 있음을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5] 수뢰자로 지목된 자가 수뢰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 증뢰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55조 제1항 [3] 형법 제347조 제1항 [4] 형법 제347조 제1항 [5] 형법 제129조 제1항 , 제133조 ,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7. 9. 선고 98도4088 판결 (공1999하, 1671)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1도1779 판결 (공2002하, 1448)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도366 판결 (공2002하, 2263)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6988 판결 (공2004하, 1120) [3][4]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1도2698 판결 (공1992, 727)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7도1370 판결 [4] 대법원 1998. 4. 14. 선고 98도231 판결 (공1998상, 1423) [5]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공2002하, 1720)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도4411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도7487 판결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시티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무죄 부분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의 점에 대한 판단
용도를 특정하여 위탁받은 자금을 마음대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도1520 판결 , 대법원 1999. 7. 9. 선고 98도4088 판결 등 참조)
원심 및 제1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 1 등이 공소외 2에게 회사의 경영권 방어 또는 회사의 매각 등을 위하여 이 사건 주식(현물주식 포함)과 현금을 교부한 사실, 피고인이 공소외 2와 공모하여 공소외 2가 위와 같이 위탁받은 이 사건 주식과 현금을 임의로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 및 위 인정 사실과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위와 같이 용도가 특정된 자금을 임의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공소외 2가 공범으로 기소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이유는 없다.
한편, 피고인이 횡령한 현물주식의 수량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수사기관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이를 자백하였고, 그 자백이 허위라거나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을 한 바 없으며, 피해자 공소외 1의 진술과 현물주식지급내역 등 첨부보고의 기재는 피고인의 자백이 진실한 것임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보강증거가 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 공모의 태양에 관한 법리오해, 현물주식 수량에 대한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에 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2. 8. 2. 공소외 3이 경영하던 청조건설 주식회사와 용인시 삼가동 산 163-2 임야의 피고인 소유 지분 97507분의 69548을 포함한 피고인 소유 16필지(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대하여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공소외 3으로부터 계약금조차 교부받지 못한 상태에서, 2002. 8. 21. 공소외 4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260억 원 상당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매매대금 340억 원으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이하 ‘이 사건 제1매매계약’이라 한다)하고, 같은 달 25.경 그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액면금 합계 90억 원 상당의 약속어음 3매를 교부받아 그 즉시 이를 할인하여 사용하였으므로 공소외 4에게 소유권을 이전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대출금 등 금융권채무, 개인채무 등으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형편이어서 피해자 공소외 5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고 피해자로부터 매매대금을 교부받더라도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2002. 10. 19.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피해자 공소외 5가 경영하던 주식회사 더굿씨엠 사무실에서, 위와 같이 공소외 4와 이미 부동산매매계약이 체결되어 공소외 4에게 소유권이전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감춘 채,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매수인 주식회사 더굿씨엠, 매매대금 340억 원, 계약금은 청조건설 주식회사가 지급하기로 하고 공소외 5가 이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이하 ‘이 사건 제2매매계약’이라 한다)하여 마치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줄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달 21. 1차 중도금 명목으로 20억 원을, 같은 해 11. 11. 2차 중도금 명목으로 10억 원을 피고인 명의의 국민은행 통장으로 송부받아 합계 30억 원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제1심 법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자백하였고, 검찰에서도 “자신이 피해자 공소외 5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소외 4와 이미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알리지 아니하였다. 공소외 5를 속인 셈이다. 나중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공소외 5로부터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고는 돌려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여력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미국으로 가버렸다.”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피고인의 자백은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지적 수준, 사회적 지위, 피고인이 제1심 법정에서 거짓으로 자백할 만한 별다른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신빙성 있고, 또한 피고인의 자백은 피해자 공소외 5의 검찰에서의 진술 등에 의하여 보강된다는 이유로,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가)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6. 6. 27. 선고 2006도2864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당초 공소제기된 이 사건 특경법 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자백한 사실, 그러나 위 공소사실에는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의 체결 과정, 피고인이 공소외 4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이 금융권 채무로 인하여 자금압박을 받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이 이 사건 제1매매계약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로부터 1, 2차 중도금을 송금받은 사실 등의 사실관계만 기재되어 있었을 뿐, 편취의 범의와 기망행위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적시가 없었던 사실, 이에 제4회 공판기일에 재판장이 검사에게 기망행위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적시 등을 명한 사실, 그 후 변경된 공소장에서 비로소 편취의 범의와 기망행위의 내용이 특정된 사실, 이와 같이 공소장이 변경된 이후에 이루어진 피고인 신문에서 피고인은 편취의 범의에 대하여 부인하였고, 그 이후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편취의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이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자백한 것은 공소사실에서 적시한 사실관계에 대한 것일 뿐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까지 자백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객관적인 사정들에 관하여 좀더 세밀히 심리하여 본 다음 피고인에게 과연 이 사건 제2매매계약 당시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대한 인정진술만으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한편, 부동산을 매매함에 있어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와 관련된 어떤 구체적인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장차 매매의 효력이나 매매에 따르는 채무의 이행에 장애를 가져와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길 수 있음을 알면서도, 매수인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교부받는 한편, 매수인이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받았더라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매수인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매도인에게 있다고 할 것이므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지만, 매매로 인한 법률관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는 것이어서 매수인의 권리실현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사유까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인바,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제1의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바로 제2의 매매계약의 효력이나 그 매매계약에 따르는 채무의 이행에 장애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할 수 없음은 물론, 제2의 매수인의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실현에 장애가 된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므로 매도인이 제2의 매수인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제2의 매수인을 기망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1도2698 판결 ,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도5021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제2매매계약 당시 피고인이 공소외 4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사정은, 이 사건 제2매매계약의 효력이나 그 매매계약에 따르는 채무의 이행에 장애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볼 수 없음은 물론, 제2매수인의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실현에 장애가 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제2매수인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제2매수인을 기망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제2매수인에게 이 사건 제1매매계약을 알리지 아니한 사실을 자백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제2매수인을 기망하였다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소외 6에 대한 뇌물공여의 점에 대한 판단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한 유죄판결을 할 수는 없으며, 뇌물죄에 있어서 수뢰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뢰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에 증뢰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증뢰자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사람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거나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공소외 6에게 합계 2억 3,500만 원의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인 피고인의 자백 및 공소외 7의 검찰진술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와 같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위 각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없다.
나. 공소외 8에 대한 뇌물공여의 점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과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공소외 8에게 공소외 9를 위한 인사청탁을 한 사실, 피고인이 공소외 10을 통하여 공소외 8의 부탁을 받고 공소외 11을 위한 사무실을 마련해 준 사실을 인정하고도 인사청탁행위와 사무실 마련 요청행위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없다.
3. 유죄 부분에 대한 파기의 범위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특경법 위반(사기)죄 부분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는바, 위 죄는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무죄 부분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