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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4531 판결
[사기][공2004.7.1.(205),1117]
판시사항

[1]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의 의미 및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매매잔금을 지급 받음에 있어 매수인이 착오에 빠져 지급해야 할 금액을 초과하여 교부한 돈을 수령한 행위가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를 구성하는 경우

[2] 매도인이 매매잔금을 교부받을 당시 매수인이 자기앞수표 1장을 착오로 보태어 함께 교부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수령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그 중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 할 것인바,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잔금을 지급함에 있어 착오에 빠져 지급해야 할 금액을 초과하는 돈을 교부하는 경우, 매도인이 사실대로 고지하였다면 매수인이 그와 같이 초과하여 교부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매도인이 매매잔금을 교부받기 전 또는 교부받던 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으로서는 매수인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여 매수인의 그 착오를 제거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지므로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매수인이 건네주는 돈을 그대로 수령한 경우에는 사기죄에 해당될 것이지만, 그 사실을 미리 알지 못하고 매매잔금을 건네주고 받는 행위를 끝마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을 경우에는 주고 받는 행위는 이미 종료되어 버린 후이므로 매수인의 착오 상태를 제거하기 위하여 그 사실을 고지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의 불이행은 더 이상 그 초과된 금액 편취의 수단으로서의 의미는 없으므로, 교부하는 돈을 그대로 받은 그 행위는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사기죄를 구성할 수는 없다.

[2] 매도인이 매매잔금을 교부받을 당시 매수인이 자기앞수표 1장을 착오로 보태어 함께 교부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수령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나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최춘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그 중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 할 것인바 ( 대법원 2000. 1. 28. 선고 99도2884 판결 참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매매잔금을 지급함에 있어 착오에 빠져 지급해야 할 금액을 초과하는 돈을 교부하는 경우, 피고인이 사실대로 고지하였다면 피해자가 그와 같이 초과하여 교부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인이 매매잔금을 교부받기 전 또는 교부받던 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여 피해자의 그 착오를 제거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지므로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피해자가 건네주는 돈을 그대로 수령한 경우에는 사기죄에 해당될 것이지만, 그 사실을 미리 알지 못하고 매매잔금을 건네주고 받는 행위를 끝마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을 경우에는 주고 받는 행위는 이미 종료되어 버린 후이므로 피해자의 착오 상태를 제거하기 위하여 그 사실을 고지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의 불이행은 더 이상 그 초과된 금액 편취의 수단으로서의 의미는 없으므로, 교부하는 돈을 그대로 받은 그 행위는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사기죄를 구성할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

2. 원심은, 그의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매도인 최광연을 대리한 피고인이 2001. 7. 17. 매수인 서봉연을 대리한 피해자와 사이에 서울 관악구 봉천11동 1707-1 은천아파트 1단지 102동 1004호에 관하여 매매대금 88,269,000원으로 정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으로 1,000만 원을 지급받았으므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지급하여야 할 잔금이 78,269,000원인 사실 및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그 잔금을 지급받음에 있어 5,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3장(농협중앙회 발행, 수표번호 바가 49796125, 49796126, 49796127)을 받았고, 그 외에 피해자로부터 5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농협중앙회 발행, 수표번호 바가49796129)을 은천아파트 207동 201호의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별도로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위의 5,000만 원권 1장, 1,000만 원권 3장의 자기앞수표들 외에 이 사건 매매잔금 명목으로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5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농협중앙회 발행, 수표번호 바가49796130)도 피해자가 위의 자기앞수표들과 마찬가지로 은천아파트 207동 201호의 매매대금 명목으로 받은 것인데 그 뒷면에는 피고인의 배서가 되어 있으므로, 이는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에게 교부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은 그 자기앞수표를 받게 된 경위에 대하여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피해자의 주장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은 2001. 8. 11.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3장 중 2장(수표번호 바가49796125, 49796127) 및 5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수표번호 바가49796130)을 국민은행 반포지점에서 교환하면서 배서함에 있어 동일하게 각 그 뒷면에 피고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재한 반면,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나머지 1장(수표번호 바가49796126)은 한빛은행 도시개발공사지점에서 교환하면서 배서함에 있어 그 뒷면에 피고인의 주민등록번호만 기재하였는바, 이와 같이 피해자가 매매잔금 명목으로 함께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그 500만 원권 자기앞수표를 피고인도 매매잔금 명목으로 받았다고 인정하고 있는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2장과 함께 사용한 반면, 당사자 사이에 추가지급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그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은 위의 다른 수표들과 구분하여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은 경찰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주었다는 그 자기앞수표들에 대한 조회 결과 피고인의 배서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불리한 상황이 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진술을 하는 등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반면, 피해자는 경찰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는 점 등 그의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피고인에게 매매잔금을 지급함에 있어 피해자의 착오로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추가로 지급하게 되었던 사실 및 피고인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그 자기앞수표를 말없이 수령하고 돌려주지 아니하였다는 요지의 사실을 인정하여 피고인에 대한 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기록 중의 증거들과 대조하여 본즉, 피해자가 착오로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피고인에게 덧붙여 교부하여 피고인이 이를 교부받았다는 원심의 사실인정 부분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원심이 거기서 더 나아가 피고인은 이 사건 잔금을 교부받을 당시 피해자가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착오로 보태어 함께 교부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말없이 받았다고 단정한 것은 수긍되지 않는다.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착오로 매매잔금 중에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더 넣은 채 함께 교부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는 될 수 있어도 그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가 잔금으로 주는 것을 교부받기 전에 또는 교부받으면서 피해자가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더 보탠 채 함께 교부한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또는 알면서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또한, 기록상 이를 인정할 만한 다른 자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해자가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더 보탠 채 교부한다는 사정을 피고인이 알면서 교부받았다고 단정한 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와 점유이탈물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인바, 같은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기에 이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더욱 심리한 후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조무제(주심) 이용우 박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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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3.7.22.선고 2002노1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