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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공1994.10.15.(978),2679]
판시사항

가.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범행의 일시, 방법 등을 공소사실과 일부 다르게 인정한 것이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나. 불법령득의사의 실현행위로서 횡령행위의 입증정도

다. 학교법인 회계관리 중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금을 전용한 것이 곧바로 횡령행위가 되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의 동일성 범위 내에서 다소 다르게 인정할지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어긋난다 할 수는 없으므로, 공소사실과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 사이에 범행일시와 방법 등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있는 부분도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할 뿐만 아니라, 공소사실이나 법원이 인정한 사실이 그 전체범행의 시기와 종기 및 피해자가 동일하고, 법원이 인정한 피해액수 또한 공소사실의 범위를 넘어선 것은 아니며,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액수에 해당하는 금원에 관하여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자료도 제출하고 있다면,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일부 공소사실과 달리 인정하였다 하여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나.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인바, 피고인이 자신이 위탁받아 보관하고 있던 돈이 모두 없어졌는데도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일응 피고인이 이를 임의소비하여 횡령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있다면 피고인이 위탁받은 돈을 일단 타용도로 소비한 다음 그만한 돈을 별도로 입금 또는 반환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함부로 위탁받은 돈을 불법영득의사로 인출하여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다. 사립학교법같은법시행령이 특히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금에 대하여 그 사용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피고인이 교비회계에 속하는 입학금 등을 송금받은 것은 학교법인의 용도에 전용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기는 하지만,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금을 다른 회계에 전용하는 것이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 전용 자체만으로 곧바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횡령행위가 된다고 할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고인,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최석완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제기된 횡령금액 금 5,340,000,000원 중 금 5,140,000,000원을 서울에서 관리하는 은행계좌로 송금받거나 직접 교부받은 사실은 있으나 이를 모두 공소외 학교법인 산하 전문대학으로 다시 송금하거나 위 전문대학 증축공사비로 사용하였을 뿐 횡령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함에 대하여(나머지 금 200,000,000원에 대하여는 위 전문대학 등을 설치·경영하는 공소외 학교법인 명의의 통장에 입금되었다가 위 전문대학 건축공사비 일부로 지출되었을 뿐이라는 피고인의 변소가 받아들여져 제1심에서부터 무죄로 인정되었다),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1981년경 위 학교법인을 설립한 후 등기부상으로는 이사이나 실질적인 설립자로서 그 산하 위 전문대학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며 위 대학의 회계관리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는바, 1992.3.1.부터 1993.4.19.까지 사이에 위 대학 학생들로부터 입학금, 수업료, 실험실습비, 기성회비 등으로 합계 금 8,201,533,536원을 수납한 사실, 위 학교법인은 1985.8.29. 이사회를 열어 학교회계에 속하는 입학금, 수업료, 실험실습비, 기성회비 등을 경주의 은행에 보관하지 아니하고 보다 높은 이자소득을 올릴 수 있고 학교 증축비에 사용할 은행 융자를 얻기 편하도록 하기 위하여 서울에 거주하는 피고인에게 송금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를 관리·운용하도록 결정하였는바, 이에 따라 피고인은 위 전문대학 서무과 직원인 공소외 정자미 등으로 하여금 1992.3.19.부터 1993.4.19.까지 사이에 학교회계에 속하는 돈 중 합계 금 5,140,000,000원을 피고인이 지정하는 은행계좌에 송금하게 하거나 일정한 금액이 예금된 통장 또는 현금으로 교부받았는데, 피고인이 송금받은 계좌 중 상당 부분은 가명계좌이고, 또 송금받은 돈에 대하여 수 회에 걸쳐 수표 또는 현금으로 은행 입출금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돈의 궁극적인 사용처에 대한 추적이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인 사실, 피고인은 1992.4.24. 위 전문대학에 학교 운영자금으로 금 150,000,000원을 송금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1993.4.19.까지 사이에 학교운영비 또는 이사장 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합계 금 2,648,495,000원을 반환하였고, 피고인이 송금받은 금 5,140,000,000원 중에는 피고인이 반환한 돈 중에서 위 정자미 등이 다시 송금한 것도 일부 포함되어 있는 사실, 피고인은 위 금 5,140,000,000원의 사용처나 자금운용으로 인한 수익금에 대하여 정확한 기재를 하지 아니한 채 필요에 따라 위와 같이 위 전문대학의 운용자금으로 일부 송금하였으나 위 자금운용으로 인한 수익이 얼마인지 전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수익금도 바로 위 전문대학의 수입으로는 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은 위 자금운용에 대한 결산을 사립학교법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위 전문대학 예산·결산자문위원회의 자문에 부치거나 관할청에 제출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학교법인의 재산과 회계에 관한 규정들인 사립학교법 제29조, 제30조, 제31조,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14조의 각 규정내용을 든 다음, 이와 같이 사립학교법같은 법 시행령이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위하여 학교법인으로 하여금 학교법인의 회계결산을 예산·결산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관할청에 제출하게 하고, 특히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금에 대하여는 그 사용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 전문대학 서무과 직원으로 하여금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금을 인출하게 하여 피고인이 지정하는 예금계좌에 입금시키거나 또는 피고인이 일정한 금액이 예금된 통장을 교부받은 다음 이를 인출하여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결산에 대하여 위 전문대학의 예산·결산자문위원회의 자문에 부치거나 관할청에 결산을 제출할 필요도 없어 결국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금에 대하여 위 전문대학의 관리를 벗어나게 하는 것으로서 횡령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고, 위와 같이 피고인이 위 전문대학에 금 2,648,495,000원을 반환하였다 한들 피고인이 위 전문대학으로부터 받은 돈을 인출하여 사용함으로써 이에 대한 위 전문대학의 관리를 벗어나게 한 이상 이미 불법영득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외부에 표현되어 횡령죄는 완성되었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였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횡령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며, 위 금 5,140,000,000원 중에는 피고인이 반환한 돈에서 일부 다시 송금받은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위 전문대학에 반환함으로써 그 돈이 교비회계에 속하게 된 이상 이를 다시 송금하게 하여 임의로 사용하는 행위는 새로이 횡령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고, 다만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금으로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및 물건비,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또는 이를 위한 차입금의 상환원리금에는 사용할 수 있으므로 위 금 5,140,000,000원 중 피고인이 바로 학교운영비로 반환하였거나 학교시설을 위한 차입금의 상환원리금에 사용한 돈에 대하여는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횡령금액에서 제외하여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서,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여 피고인이 인출 후 바로 학교운영비로 송금하였거나 위 전문대학의 증축건설비로 지급한 것 또는 피고인이 위 전문대학 증축공사비로 사용하기 위하여 차용한 금원을 변제한 것으로 자금유통과정이 명백히 확인된 합계 금 2,026,000,000원에 대하여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인정하는 한편(제1심에서 무죄로 인정된 금 200,000,000원 부분에 대하여는 제1심과 같은 이유로 무죄로 인정하였다), 그 나머지 합계 금 3,114,000,000원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송금받거나 통장으로 교부받아 금융기관에의 입출금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인 예금계좌로부터 현금이나 수표로 인출한 이후부터 그리고 현금으로 교부받은 돈은 그 교부받은 이후부터 각 그 돈의 행방과 사용처가 확인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최종 인출시 또는 현금으로 교부받은 때에 이를 횡령하였다고 하여 유죄로 인정하고 있다.

2. 변호인 변호사 이정락의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의 동일성 범위 내에서 다소 다르게 인정할지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어긋난다 할 수는 없다할 것이다(당원 1990.11.13. 선고 90도15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1992.3.1.부터 1993.4.19.까지 위 전문대학 학생들로부터 입학금 등 합계 금 8,201,533,536원을 수납하여 조흥은행 경주지점 또는 국민은행 경주지점의 예금계좌에 업무상 보관 중, 1992.3.19.부터 1993.4.19.까지 사이에 서무과 직원 등으로 하여금 위 각 예금계좌에서 일부씩을 인출하게 하여, 피고인이 지정하는 각 예금계좌로 송금하도록 하거나 / 가명계좌로 입금하게 한 다음 그 예금통장과 도장을 교부받거나, 그 인출한 현금을 직접 전달받는 방법으로 합계 금 5,340,000,000원을 인출하여 임의소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것으로 위 조흥은행 경주지점 또는 국민은행 경주지점으로부터 인출한 때에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임에 대하여,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피고인이 같은 기간 중 위와 같이 송금받거나 통장으로 교부받아 금융기관에의 입출금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인 예금계좌로부터 현금이나 수표로 인출하여서 또는 위와 같이 직접 현금으로 교부받아 각 그 무렵 임의소비함으로써 합계 금 3,114,000,000원을 횡령하였다는 것으로, 피고인이 송금받거나 통장으로 교부받은 돈에 대하여는 그 추적이 가능한 최종적인 예금계좌로부터 인출한 때에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이어서 이 부분에 관한 한 공소사실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 사이에 그 범행일시와 방법 등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와 같이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도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던 위 전문대학의 입학금 등을 임의로 인출, 소비하였다는 점에 있어서 그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범죄사실은 포괄 일죄라 할 것인데, 공소사실이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이 그 전체범행의 시기와 종기 및 피해자가 동일하고, 원심이 인정한 피해액수 또한 공소사실의 범위를 넘어선 것은 아니며, 더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와 같이 인출한 돈도 모두 위 전문대학으로 다시 송금하거나 위 전문대학 증축공사비로 사용하였을 뿐이어서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그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충분한 자료도 제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 원심이 위와 같이 일부 공소사실과 달리 인정한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는 없었다고 보여지므로, 원심이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그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하였다 하여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결국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불고불리의 원칙을 위배하고 공소사실의 동일성과 심판의 범위 및 포괄 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 없다.

3. 변호인 변호사 이정락의 상고이유 제2,3점 및 변호인 변호사 최석완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원심이 피고인이 송금받거나 통장으로 교부받은 돈 또는 현금으로 교부받은 돈(이하 송금받은 돈이라고 한다)을 인출, 사용한 것 중 일부에 대하여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인정하면서 그 나머지 일부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횡령하였다고 유죄로 인정한 것은 요컨대 1985.8.29.자 위 학교법인의 이사회 결의에 따라 입학금 등의 관리·운용을 위하여 피고인이 돈을 송금받은 것 또는 송금받은 돈을 다시 다른 금융기관에 입금한 것 자체는 단순한 보관방법이나 보관처의 변경에 불과하여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하지만 금융기관에서 인출 등을 함으로써 소비하기 쉽게 현금화한 때에는 그 돈이 곧바로 학교운영비 또는 증축공사비로 사용되었음이 공식적인 자금유통과정으로써 확인되지 아니하는 한 피고인이 일단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어 그 인출시에 위 학교법인의 관리를 벗어나게 함으로써 이를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처분하려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히 외부에 표현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그 때에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도 어디까지나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인바, 피고인이 자신이 위탁받아 보관하고 있던 돈이 모두 없어졌는데도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일응 피고인이 이를 임의소비하여 횡령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아니하고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그 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있다면 달리 피고인이 그 위탁받은 돈을 일단 타용도로 소비한 다음 그만한 돈을 별도로 입금 또는 반환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함부로 그 위탁받은 돈을 불법영득의사로 인출하여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은 위와 같이 송금받은 합계 금 5,140,000,000원을 모두 위 전문대학으로 다시 송금하였거나 위 전문대학 증축공사비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음이 분명한 바,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횡령하였다는 바로 그 기간 중에 피고인은 위 전문대학에 학교운영비 또는 이사장 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합계 금 2,648,495,000원을 반환하였다는 것으로 그 중 금 440,000,000원은 수표 추적을 통하여서도 명백히 확인된다는 것이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위 학교법인은 1988년경 이래 위 전문대학의 증축공사를 계속하여 시행하여 오고 있음이 인정되고, 피고인은 1992년 이후 지출된 공사비만도 40억원 가량이 된다는 자료로서 각종 공사도급계약서와 공사비 영수증 및 확인서 등을 제출하고 있는 데다가 증인 김석구, 이승찬, 원종헌도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으며,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송금받은 돈 중 합계 금 1,586,000,000원은 위 증축공사비 또는 증축공사를 위하여 차용한 금원의 변제에 실제 사용되었음이 확인된다는 것인 반면, 원심이 들고 있는 유죄의 증거들을 아무리 살펴 보아도 피고인이 송금받은 돈을 일단 임의소비한 다음 별도의 돈으로 위 학교운영비로 반환하거나 증축공사비로 지출하였다고 인정되지는 아니한다.

그렇다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위 학교법인의 자금증식 등을 위하여 위 입학금 등을 보관하며 지출·관리하는 입장이었으므로 피고인이 위 학교법인을 위하여 지출한 자금의 출처가 피고인이 위 학교법인을 위하여 보관하던 자금과 관련이 없다는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함부로 피고인이 위 학교법인의 자금을 일단 횡령한 후 다른 자금으로 지출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더욱이 위 학교법인으로부터 자금증식 등을 위하여 피고인 수중으로 자금이 유입된 시기와 같은 무렵에 피고인이 위 학교법인을 위하여 지출한 금 원에 대하여는 특별히 그 유입자금으로 지출된 것이 아니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피고인이 이를 굳이 타에 소비하고 다른 자금으로 위 학교법인을 위하여 지출한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307조의 증거재판주의에 위배하여 증거 없이 함부로 사실을 인정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물론 피고인이 송금받은 돈에 대하여 수 회에 걸쳐 수표 또는 현금으로 은행 입출금 과정을 반복하여 그 돈의 사용처에 대한 추적을 어렵게 하였고, 그 사용처나 자금운용으로 인한 수익금에 대하여 정확한 기재를 하지 아니한 점 등은 피고인이 송금받은 돈을 자신의 개인용도에 일단 사용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기에 족한 사정이 된다 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위와 같이 송금받은 돈의 사용처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여 줄 수 있는 상당한 자료도 제출하고 있는 마당에 그러한 의심을 갖게 하는 일부 사정이 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이 위 송금받은 돈 중 인출 후 바로 학교운영비로 송금하였거나 위 전문대학의 증축건설비로 지급한 것 또는 피고인이 위 전문대학 증축공사비로 사용하기 위하여 차용한 금원을 변제한 것으로 자금의 유통과정 자체가 투명하게 확인되는 것 이외에는 모두 피고인이 일단 개인용도에 소비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사립학교법같은법시행령이 특히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금에 대하여 그 사용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피고인이 교비회계에 속하는 입학금 등을 송금받은 것은 법인의 용도에 전용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기는 하지만,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금을 다른 회계에 전용하는 것이 사립학교법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 전용 자체만으로 곧바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횡령행위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결국 원심이 위 금 3,114,000,000원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이 송금받은 후 일단 타용도로 임의소비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적어도 자금의 흐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그 인출된 돈이 바로 학교운영비 또는 증축공사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보다 세밀히 심리하여 보지 아니한 채 위 돈을 학교운영비 또는 증축공사비 등으로 사용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피고인이 송금받은 바로 그 돈으로 위와 같은 비용에 지출하였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아니하고 있고 피고인이 자금추적을 어렵게 하는 등 일단 개인용도에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위 돈 전부를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로 그 통장에서 인출하는 등으로 즉시 횡령하였다고 단정해 버린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증거재판주의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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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4.2.23.선고 93노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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