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법인의 운영자나 관리자가 회계로부터 분리시켜 별도로 관리하는 ‘비자금’이 법인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법인의 자금을 빼내어 착복할 목적으로 조성한 것임이 명백히 밝혀진 경우, 조성행위 자체로써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 피고인들이 회사의 비자금을 보관·관리하고 있다가 사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회사를 위하여 인출·사용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필요한 증명의 정도
[2] 횡령한 재물의 가액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기준이 되는 하한 금액을 초과한다는 점에 대하여 필요한 증명의 정도
[3]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방법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55조 제1항 , 제356조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 형사소송법 제307조 , 제308조 [3] 형법 제355조 제2항 , 제356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공1994하, 2679)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5459 판결 (공2002하, 2136) 대법원 2006. 6. 27. 선고 2005도2626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4784 판결 [2]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도2857 판결 (공2013상, 1072) [3]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공2004하, 1480)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3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피고인 1, 피고인 3이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고 한다) 위반(횡령)의 점 및 피고인 3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2009. 1. 14.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2013. 11. 12.까지 재직하였고, 피고인 3은 피해자 회사의 임원으로서 피고인 1의 대표이사 취임 이후 임직원 급여 등을 담당하는 총무·지원부서인 GSS(Group Shared Service) 부문장 등으로 근무하였다.
피고인 1, 피고인 3은 공모하여, 2009. 3. 25.부터 2013. 9. 25.경까지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임원들에게 역할급(CRA: CEO Recognition Award)으로 합계 27억 5,700만 원을 지급하면서 그중 일부를 미리 공제하거나 반환받아 합계 11억 6,850만 원의 비자금(이하 ‘이 사건 비자금’이라고 한다)을 조성하여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개인적인 경조사비, 유흥비 지급 등의 용도로 사용함으로써 11억 6,850만 원을 횡령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 1, 피고인 3과 비자금 관리인 공소외 2 및 역할급을 반환한 일부 임원만이 비자금 조성을 알고 있었고, 그 외 피해자 회사의 주주와 이사 등 나머지 구성원들은 비자금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던 점, ② 피고인 1의 경우 현금성 경비를 포함하는 업무 관련 비용의 지출을 위한 정상적인 절차가 마련되어 있었음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비정상적으로 이 사건 비자금을 조성한 뒤 회사의 통제 없이 사용한 점, ③ 피고인 1이 이 사건 비자금의 대부분을 경조사비와 격려금 등으로 지출하였다는 증인 공소외 3, 공소외 4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피고인 3의 같은 취지 주장에 부합하는 피고인 3 제출의 경조사 내역 등과 사실확인서 역시 믿기 어려우며, 달리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비자금 사용과 관련한 장부 등 구체적인 자금 사용내역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빙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④ 설령 일부 경조사비나 격려금이 피해자 회사를 위해 지출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1은 업무추진비와 직책급을 수령하였고, 피고인 3은 역할급을 수령하였으므로, 이러한 경조사비 등을 이 사건 비자금에서 지출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 1, 피고인 3은 공모하여 이 사건 비자금을 주로 피해자 회사의 업무 수행이 아닌 개인 용도에 소비한 것이어서 위 피고인들에게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에 따라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일부 이유무죄)로 인정하였다.
다. 불법영득의사 및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에서의 이득액 관련 피고인 1,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1)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법인의 회계장부에 올리지 않고 법인의 운영자나 관리자가 회계로부터 분리시켜 별도로 관리하는 이른바 비자금은, 법인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법인의 자금을 빼내어 착복할 목적으로 조성한 것임이 명백히 밝혀진 경우에는 조성행위 자체로써 불법영득의 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대법원 2006. 6. 27. 선고 2005도2626 판결 등). 또한 보관·관리하던 비자금을 인출·사용하였음에도 그 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용처에 그 비자금이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 자료는 현저히 부족하고 오히려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였다는 신빙성 있는 자료가 훨씬 많은 것과 같은 경우에는 비자금의 사용행위가 불법영득의 의사에 의한 횡령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피고인들이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비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제시한 경우에는 피고인들이 보관·관리하고 있던 비자금을 일단 다른 용도로 소비한 다음 그만한 돈을 별도로 입금 또는 반환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함부로 그 비자금을 불법영득의사로 인출·사용함으로써 횡령하였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5459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피고인들이 회사의 비자금을 보관·관리하고 있다가 사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회사를 위하여 인출·사용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비자금의 조성 동기, 방법, 규모, 기간, 보관 및 관리방식 등에 비추어 비자금이 조성된 후에도 법인이 보유하는 자금의 성격이 유지되었는지 여부, 그 비자금의 사용이 사회통념이나 거래관념상 회사의 운영 및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회사가 비용부담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는 용도에 지출되었는지 여부, 비자금 사용의 구체적인 시기, 대상, 범위, 금액 등이 상당한 정도의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는 기준에 의하여 정해졌는지 여부를 비롯하여 비자금을 사용한 시기, 경위,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비자금 사용의 주된 목적이 개인적인 용도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478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이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증명하여야 하고, 그만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형법 제355조 제1항 의 횡령죄 및 제356조 의 업무상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고 재물의 가액이 얼마인지는 양형 판단에서 고려할 사유가 될 뿐이다. 반면 횡령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죄는 횡령한 재물의 가액이 5억 원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일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되어 있고 그 가액에 따라 그 죄에 대한 형벌도 가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의 원칙, 그리고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려면, 횡령한 재물의 가액이 특정경제범죄법의 적용 기준이 되는 하한 금액을 초과한다는 점도 다른 구성요건 요소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증명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도285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 1이 피해자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피고인 1, 피고인 3은 2009. 3. 25.부터 2013. 9. 25.까지 임원들에게 역할급으로 합계 27억 5,700만 원을 지급하면서 그중 일부를 미리 공제하거나 반환받는 방식으로 2009년 2억 9,600만 원, 2010년 2억 8,000만 원, 2011년 2억 8,000만 원, 2012년 2억 5,350만 원, 2013년 5,500만 원, 합계 11억 6,45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였다. 피해자 회사 GSS 부문 소속 계약센터장 등으로 근무한 공소외 2는 이와 같이 조성된 이 사건 비자금을 보관·관리하였다.
피고인 3은 대표이사 비서실장인 공소외 3에게 대표이사의 경조사비와 기타 경비 등이 필요할 경우 비자금의 보관·관리에 관한 실무담당자인 공소외 2에게 요청하여 사용하라고 하였고, 공소외 3 역시 비서실장을 그만두면서 후임 비서실장인 공소외 4에게 같은 취지로 전달하였다. 공소외 2는 피고인 3이 지시한 바에 따라 공소외 3이나 공소외 4가 요청하면 대표이사 비서실에 이 사건 비자금을 현금으로 전달하였고, 비정기적으로 피고인 3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도 이 사건 비자금에서 현금을 전달하였다.
② 한편 피고인 1의 전임 대표이사 재직 당시에는 모든 임원들로부터 직급별로 정해진 비율에 따라 급여 중 일부를 일률적으로 되돌려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후 이를 대표이사 비서실에서 경조사비 등 현금성 경비로 사용하였다. 2009. 1.경 피고인 1로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전임 비서실장인 공소외 5는 임원들로부터 받은 것으로서 경조사비로 쓸 경비라고 하면서 남은 비자금 약 1억 5,000만 원을 공소외 2에게 인계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전임 대표이사 당시 조성하여 사용한 비자금도 그 규모가 많게는 연간 2억 원가량 되어, 피고인 3이 사용한 부분을 제외하면 피고인 1이 재임한 기간에 조성·사용된 비자금과 별 차이가 없는 정도인데, 당시 그 비자금이 피해자 회사와 무관하게 대표이사 개인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는 없다.
③ 피고인 1은 이 사건 비자금을 피해자 회사를 위한 경조사비, 격려금, 비서실 운영비, 기타 업무 관련 접대성 경비 등으로 사용하였다고 수사기관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 3 역시 이 사건 비자금을 피해자 회사를 위한 경조사비 및 업무 관련 격려금 및 지원비 등으로 사용하였다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
④ 이에 대하여 검사는 피고인 1의 경조사비 지출이 개인적인 친분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직원들 사이에서 교환된 이메일, 경조사비 명단 등을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만으로 피고인 1이 사용했다는 경조사비 전부가 회사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개인적 친분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면 피고인 1, 피고인 3이 위 피고인들의 변소 내역과 달리 이 사건 비자금을 경조사비, 격려금 등이 아닌 유흥비 기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는 전혀 제출된 바가 없다.
⑤ 피고인 1은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는 방법으로도 경조사비나 격려금 등을 조달할 수 있기는 하였으나, 피해자 회사의 업무추진비 운용기준 관련 기본방침 등에 의하면 경조사비(접대비)는 법인세법상 손비 인정 범위 내에서 운용이 되어야 하고, 격려금은 사후적으로라도 관련 증빙이 제출되어야 하는 등 사용 금액과 방법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 반면 현실적으로는 집행기준 금액만 지출하거나 증빙을 갖추기가 곤란한 경우가 생겨 별도의 현금성 경비를 마련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 1은 2012. 9.경 대표이사에 대한 연 2억 원의 직책급(세금 공제 후 연 1억 1,640만 원)이 신설된 이후에는 그 직책급을 대표이사 비서실장 명의의 계좌로 이체하여 경조사비, 비서실 경비 등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한편, 2012년 4/4분기부터는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신설되는 직책급의 액수만큼 비자금을 줄여서 조성하였다.
⑥ 원심은 피고인 1, 피고인 3이 이 사건 비자금을 ‘주로’ 피해자 회사의 업무 수행이 아닌 개인 용도에 소비한 것이라거나, 피고인 1이 지출한 경조사비의 ‘상당한 부분’이 피해자 회사의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1 개인의 친분관계에 의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판단하고 있어, 그 판시 이유 자체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비자금 중 일부가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지출되었을 개연성을 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인 1, 피고인 3이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일부 경조사비나 격려금을 지급하였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모두 이 사건 비자금이 아닌 업무추진비나 직책급 등에서 지출되었다고 보았으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위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위 피고인들이 업무추진비나 직책급 등을 지급받았다는 사정 외에는 없고, 기록을 더 살펴보아도 위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지출하였다는 경조사비나 격려금 등이 전액 이 사건 비자금이 아닌 업무추진비나 직책급 등에서 지출되었다고 볼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⑦ 피고인 3은 피해자 회사 직원 상당수가 소속된 GSS 부문장 등을 역임하면서 피고인 1을 대신하여 여러 곳의 현장 지사 조직과 인사 및 노사관리 업무를 총괄하였고, 스포츠 관련 업무에서도 구단주 대행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피고인 3의 회사 내 지위와 업무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 회사의 직원 및 퇴직 직원 등에 대한 경조사비나 현장 격려금 등을 지출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제1심 증인으로서 피해자 회사 연합산악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공소외 6과 피해자 회사 홈고객부문 홈고객협력팀에서 근무하던 공소외 7의 법정 진술도 이에 부합한다.
3)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1이 상당한 규모의 대기업인 피해자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회사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통상적인 회계처리가 곤란한 현금성 경비로 충당하기 위하여 이 사건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러한 목적으로 그중 상당액을 사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비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 등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비자금 전부가 피고인 1, 피고인 3의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사용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그중 상당 부분은 회사의 운영 및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지출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피고인 1이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후 직책급을 신설하여 현금성 경비의 지출 수요에 대응하는 제도를 마련하였지만, 전임자 재임 시절에 조성·사용되었던 비자금의 규모 등과 견주어 볼 때 업무추진비나 직책급만으로도 그러한 자금수요가 모두 충족될 수 있었고, 이 사건 비자금은 오로지 위 피고인들의 개인적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한편 비자금은 회계상 투명성이 없는 것이므로 이를 인출·사용한 것 자체로 개인적 용도에 임의소비하여 횡령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행위자가 그 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관하여 수긍할 만한 사유를 제시하여 설명하지 못하고 객관적으로도 회사를 위하여 지출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제시되지 못하는 등의 경우에나 허용된다. 이 사건에서처럼 사용된 자금의 상당 부분이 회사를 위하여 지출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이 드러난 경우에는 증명책임의 원칙으로 돌아가 개별 사용행위와 관련하여 임의사용을 추단하기에 충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은 검사가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 위 피고인들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내역을 밝히고 그 객관적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하여, 조성된 비자금 전부가 회사 경영과 무관하게 개인적인 경조사비 또는 유흥비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범죄 구성요건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에 배치된다.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조성된 전체 비자금 중 개인적 목적과 용도로 지출·사용된 금액 부분을 따로 구분하여 특정하기 어려운 이상, 피고인 1, 피고인 3이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이 사건 비자금을 횡령함으로써 취득한 재물의 금액 규모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11억 6,850만 원 전액이라거나 또는 적어도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2호 에서 정한 이득액의 하한인 5억 원 이상이라는 구성요건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 피고인들이 횡령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이 사건 비자금 중 남아있는 일부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11억 2,350만 원이라고 보아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2호 를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 특정경제범죄법의 이득액 및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위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일반적인 업무상배임죄에서 고의의 증명 방법과 마찬가지 법리가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인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여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고, 정책적인 차원에서도 영업이익의 원천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당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감안하더라도, 배임죄의 고의는 문제 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 및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한 행위임이 인정될 경우에 한하여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도 단지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등 참조).
제1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해자 회사가 판시 회사들의 주식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1, 피고인 2가 임무위배를 하였다거나 위 피고인들이 배임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부분 및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각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원심은 이러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 부분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배임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 1, 피고인 3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 및 피고인 3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