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의 의미
[2] 횡령행위에 대하여 필요한 입증의 정도
[3] 재단법인의 자금을 인출하여 재단이사장과 이사들의 명의로 금융기관에 예치·보관한 것이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반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업무상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한다.
[2]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어디까지나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3] 재단법인의 자금을 인출하여 재단이사장과 이사들의 명의로 금융기관에 예치·보관한 것이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반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6조 [2] 형법 제356조 , 형사소송법 제307조 , 제308조 [3] 형법 제356조 , 형사소송법 제308조
피고인
피고인 1 외 1 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이정락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들의 국선 및 사선 변호인들의 각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피고인들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
이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은 공소외 1 재단법인(이하 재단이라고 한다)의 이사장이고, 피고인 2는 재단의 감사로 재단의 자금 관리업무 등에 종사하던 자로서, 재단의 묘지 분양대금 등 수입금을 가공의 경비를 지출하는 방법으로 인출하여 착복할 마음을 먹고 공모하여, 1990. 1. 24. 서울 강남구 역삼동 648의 23 대흥빌딩 10층의 재단 사무실에서 대현토건 주식회사에게 묘역 조성비로 금 94,620,000원을 지급한 것처럼 위 회사로부터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비치하고 피고인 등이 업무상 보관 중이던 재단의 수입금에서 금 94,620,000원을 인출하여 피고인 명의 등의 통장에 입금한 것을 비롯하여 그 별지 기재와 같이 그 때부터 1990. 10. 31.까지 12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합계 금 1,779,300,000원을 인출함으로써 이를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와 같은 재단 자금의 인출행위는 재단 이사회의 의결사항임에도 피고인들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재단 사장 김국태, 경리직원 김영희, 김태호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 회사 등 거래처로부터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지출결의서 및 경리장부를 작성하게 하고, 해당 금원이 재단으로부터 거래처에 지급되게 한 다음 그 지급액을 반환받는 방법으로 재단으로부터 합계 금 1,779,300,000원을 인출하고, 그와 같이 과다계상된 지출액을 토대로 산출된 세액만을 1989년도 법인세 등으로 납부하였으며, 피고인 1은 전임 이사장 김정숙으로부터 자금 인출에 대한 항의를 받고 1990. 11. 12. 위 인출금에서 거래처에 지급한 부가가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 1,659,986,684원을 재단에 납입하고, 탈루한 1989년도 법인세 및 방위세 합계 금 936,949,073원을 수정신고, 납부한 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다음, 위 인출금은 피고인들이 재단의 비자금으로 조성하여 재단을 위하여 보관하여 온 것이지 이를 횡령한 것이 아니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 1은 위 인출금을 재단 이사인 공소외 2, 3, 4의 각 명의로 개설한 예금통장 9개와 피고인 1 명의의 예금통장 7개에 분산 입금하여 사장이나 경리직원 모르게 관리함으로써 그 돈의 처분에 대하여 재단으로부터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재단의 다른 임직원들이 이를 추적할 수도 없는 상태에 있었고, 또한 위 인출금을 보관하였다는 예금통장의 내역 등에 관한 피고인 1의 진술내용이 일관되지 아니하여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고 달리 인출금의 행방 및 유통과정을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도 미흡하므로, 결국 피고인들은 조세포탈의 목적을 아울러 달성하기 위하여 재단의 공금을 재단의 승인 없이 인출한 것이고 그 인출금은 재단의 관리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설령 피고인들이 인출금을 사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인출시에 이미 이를 재단의 자금이 아닌 피고인들의 소유인 양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히 표현된 것이라고 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업무상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는 것 이고(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도2911 판결 참조),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어디까지나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인바(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인 1은 위 인출금을 자신과 이사 3인의 명의로 비록 전기간에 걸쳐 전액을 예치한 것은 아니더라도 이를 금융기관에 예치하여 관리하고 있었다는 점은 원심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피고인들의 자금 인출행위가 그 인출금을 재단의 자금으로 별도 관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법영득의사의 실행으로 한 것이고, 그 결과 위 예치금도 재단을 위하여 보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그 인정 사실을 토대로 판단한 바를 살펴보면, 우선 피고인 1이 인출금을 관리하고 있던 상황을 재단의 다른 임원이나 경리직원들이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금을 관리한 자가 재단의 자금관리를 최종적으로 관장하는 재단 이사장인데다가 그 인출금을 이사장 자신을 위한 불법영득의사로써 관리하고 있음이 달리 입증되지 아니한 경우라면 그 자금은 여전히 재단의 관리하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위 인출금이 재단의 관리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며, 또 자금 인출행위가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거나 거기에 조세포탈의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등은 어느 것이나 피고인들에게 인출금을 불법영득할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로 삼기 어려운 사정이라 할 것이다.
다만, 피고인 1이 인출금을 재단의 자금으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자금의 유통과정과 분산보관의 내역을 명백히 밝히지 못하고 있는 점은 피고인이 인출금을 자신의 소유와 같이 취급한 것이 아닌가 의심할 만한 사정이 된다고는 하겠으나, 한편 피고인들의 주장을 그 제출한 자료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우선 이 사건 범행일은 1990. 1. 초순 피고인 1이 재단 운영을 맡은 직후인 1990. 1. 24.부터 위 김정숙으로부터 자금 인출에 대한 항의를 받은 이후인 1990. 10. 31.까지에 걸쳐 있고, 그로부터 불과 12일 후에 인출금 전액을 재단에 도로 납입한 점으로 볼 때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를 쉽게 추단하기 어렵다 할 것이고, 위 자금 인출행위는 1989년도 법인세신고를 앞두고 전년도에 비하여 급격한 세액신고의 증가를 피하려는 동기에서 시작된 것으로서 개인적인 영득의 목적에서 직접 비롯한 것은 아니며, 위 인출금을 예치보관한 명의자도 재단과 무관한 자가 아니라 재단의 이사장인 자신과 이사 3인이라는 것이고, 또한 피고인 1은 위 보관 중인 인출금을 사적으로 소비한 바 없을 뿐 아니라 이를 재단을 위하여 쓰겠다고 수차례 공언하였으며, 이 자금을 재원으로 하여 묘원 확장을 위한 토지 구입을 비롯한 재단의 신규사업을 검토 및 추진하여 왔다고 주장하면서 위 신규사업의 추진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있고(수사기록 제826쪽 이하), 자금 인출에 반대하였던 재단 사장 김국태도 위 주장에 일부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바(수사기록 제945쪽 이하),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유죄의 증거로 채용한 모든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자금 인출행위가 바로 그 인출금 전액에 대하여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원심이 그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업무상횡령에 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업무상횡령죄에 있어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2. 피고인 2에 대한 업무상배임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재단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판시 거래처에 대한 지출액을 과다하게 계상하여 지출한 다음 그 차액을 반환받아 그 금액 상당의 이득을 취하고 재단에 손해를 가한 판시 각 업무상배임의 범죄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신빙성이 없는 증거를 채용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은 고소인 김정숙이 재단 본사무소의 소재지이며 이 사건 물품의 납품과 바위 제거공사가 이루어진 천안지역을 관할하는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 고소를 제기함으로써 위 천안지청에서 적법하게 수사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고, 그 밖에 소론과 같이 그 수사절차가 위법하게 진행되었다고 볼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는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부분에 관한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파기될 수밖에 없는바,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위 죄와 판시 각 업무상배임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에 해당한다 하여 1개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