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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3. 1. 17. 선고 2002노645 판결
[국가보안법위반(잠입·탈출)·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국가보안법위반(회합·통신등)][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김진수

변 호 인

변호사 권정호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 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 오인 또는 법리 오해

(가) 1972년 자주·평화·민족대단결 등 3대 원칙을 선언한 ‘7·4 남북 공동 성명’, 1991. 12. 13. 남·북 총리 사이에 서명되고 1992. 2. 19. 발효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의 채택, 1991. 9. 17.에 실현된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 등에 의하여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있는 이상, 북한은 휴전선 이북을 통치하고 있는 독립 국가로서 우리의 우방국이지 반국가단체로 볼 수 없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단정한 잘못이 있다.

(나)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이라 한다) 남측본부는 북한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결성된 이적단체가 아님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 의 이른바 ‘이적단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범민련 남측본부를 이적단체로 단정한 잘못이 있다.

(다) 피고인의 방북과 회합은 정부의 방북 승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며(특히 ‘범민련 3자 협의회’는 정부가 승인한 부문별 모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피고인이 ‘조국 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이하 ‘3대 헌장탑’이라 한다) 앞에서 개최된 기념 행사에 참석한 것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분위기를 맞춰주기 위한 의례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결코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이 되거나, 대한민국에 실질 해악을 가할 명백한 위험성이 존재하는 행위라 할 수 없고, 당시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지 못하였으며, 북한의 활동에 동조한다거나 북한을 이롭게 할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국가보안법상 특수탈출, 찬양·고무, 회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

(라) 증거 설시의 위법

형사 판결에서 증거는 인정사실 전부를 뒷받침하기에 넉넉할 정도로 명확하게 설시되어야 하고, 구체적 인정 사실과의 관련성이 분명하게 표시되어야 하는데, 원심 판결은 증거의 요지란에서 피고인에 대한 여러 개의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를 일괄 설시하는가 하면, 증인 공소외 2 등 9인이 원심 법정에서 한 진술을 ‘증인 공소외 2, 3, 4, 5, 6, 7, 8, 9의 각 전부 또는 일부 법정 진술’이라고 뭉뚱그려 표시하는 등 증거와 범죄사실의 관련성을 명확히 표시하지 않았으며, 더욱이 증인 공소외 4, 5, 7, 8, 9의 법정 진술은 범죄사실과 배치되는 것임에도 이를 유죄의 증거로 거시하는 위법을 범하였다.

(2) 양형 부당

이 사건의 여러 가지 양형 조건에 비추어, 원심의 선고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 부당)

이 사건의 여러 가지 양형 조건에 비추어, 원심의 선고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당원의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 오인 또는 법리 오해 주장

(1) 북한이 반국가단체인지에 대하여

북한이 조국의 평화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 적화 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을 아울러 갖고 있음이 현실인 점에 비추어, 비록 우리 정부가 그 동안 남북 동포간 화해와 협력, 통일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정상 회담을 제의하고, ‘7·4 남북 공동 성명’과 ‘7·7 선언’ 등 대북 관련 개방 정책 선언이 있었고,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하였으며, 남·북한 총리들이 ‘남북 사이의 화해,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하는 등의 사유가 있었다고는 하더라도, 이로써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도4027 판결 , 1997. 2. 28. 선고 96도1817 판결 , 1995. 9. 26. 선고 95도1624 판결 , 1993. 9. 28. 선고 93도173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에 대한 판단은 비록 남북 사이에 정상 회담이 개최되고 그 결과 공동 선언이 발표되는 등 평화와 화해를 위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그에 따라 남북 관계가 더욱 진전되어 남북 사이에 화해와 평화 공존의 구도가 정착함으로써 앞으로 그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현실로는 북한이 여전히 우리나라와 대치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하는 적화 통일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였다는 명백한 징후를 보이지 않고, 그들 내부에 뚜렷한 민주적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상 여전히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달리 남북 정상 회담의 성사로 말미암아 바로 북한이 반국가단체가 아니라거나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이 그 규범력을 상실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도2536 , 2002. 2. 8. 선고 2001도4836호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 오인 또는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에 관한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범민련 남측본부가 이적단체인지 여부에 관하여

통일을 모색하고 북한과 접촉할 때 일관된 조율과 신중한 정책 추진이 필요한 현재의 실정에서, 강령의 일부로 북한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외국군 철수, 핵무기 철수, 휴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대체하는 것,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악법의 철폐 등을 채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된 범민련 남측본부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도2673 판결 , 1997. 5. 16. 선고 96도2696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범민련 남측본부를 이적단체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 오인 또는 국가보안법의 이적단체에 관한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국가보안법상 특수탈출, 찬양·고무, 회합죄에 관한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범민련은 오래 전부터 강령·규약 개정을 위한 범민족회의 개최와 3대 헌장탑 건립 지원 사업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여 왔고, 남측 본부도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 등을 통하여 3대 헌장탑 건립 지원 사업과 8·15 축전 기간 중 강령·규약 개정을 위한 범민족회의 개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온 사실, 6·15 공동선언 이후 민간의 남북 교류 증진을 위해 2001. 5. 경 구성된 ‘6·15 남북 공동 선언 실천을 위한 2001 민족 공동 행사 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라 한다)는 ‘2001년 민족 통일 대축전’(이하 ‘대축전’이라 한다) 개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북측 준비위와 가진 두 차례 실무 접촉에서 대축전의 서울과 평양 동시 개최 및 상호 방문을 주장하다가, 북측이 서울 방문은 곤란하다고 주장하자, 민간 교류의 활성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 등을 고려해서 북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행사를 남북에서 동시에 개최하되 북은 오지 않고 남측에서만 300명이 방북하기로 합의하였으나, 북측은 행사 장소에 관하여 계속 3대 헌장탑 앞을 고수하였던 사실, 우리 정부는 3대 헌장탑 앞에서 북한이 개최하는 행사에 우리 방북단이 참석하는 것은 북한의 통일 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평가되어 북한의 정치 선전·선동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위 장소의 행사 개최는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01. 8. 13. 추진본부측에 방북 불허 통보를 하였다가, 민간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뜻에서 추진본부측의 거듭된 방북 허가 요청을 받아들여 ‘ⅰ) 승인 받은 방북 목적 외 정치적 논의 또는 합의서 채택 금지, ⅱ) 3대 헌장탑 관련 행사 참여 금지, ⅲ) 안전 사고 발생 및 관련 법규 위반시 책임 감수’를 조건으로 방북을 허용하였으며, 추진본부 상임 집행위원장 공소외 10 등 4명에게서 위와 같은 방북 승인 조건을 준수한다는 ‘확약서’를 제출 받고, 2001. 8. 14. 21:00경부터 22:00경까지 명동성당 3층 가톨릭 회관에서 피고인을 비롯한 교육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언동 삼가, 무분별한 통일 논의 자제, 군사 안보 문제 등 남북 관계에 부담을 주는 합의 자제, 방북 기간 중 추진본부 집행부의 통제 협조, 3대 헌장탑 행사 참가 금지’등의 내용을 교육하였으며, 공소외 10 신부도 교육 직후 이번 방북이 위와 같은 조건부 방북 승인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교육 참석자들에게 재차 강조한 사실, 또한 같은 해 8. 15. 경 피고인이 탑승한 북한행 비행기 안에서도 조건부 방북 승인의 점에 대하여 탑승객들에게 안내 방송되었으며, 같은 날 15:00 경 북한 도착 후 평양 고려호텔 1층 로비에서도 공소외 10 신부가 피고인 등에게 3대 헌장탑 행사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고지한 사실, 한편 같은 해 8. 15. 17:00경부터 평양 고려호텔 2층 회의실에서 방북단 일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3대 헌장탑 앞 행사 참가 문제로 방북단 사이에 ‘정부와의 약속이므로 그곳 행사에 참가하여서는 안 된다’는 논란이 있었던 사실, 범민련의 경우 3대 헌장탑 건립에 적극 개입하였고, 남측본부에서는 회원들을 위하여 ‘조국통일 3대 헌장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자까지 발간한 바 있어, 피고인으로서는 3대 헌장탑의 의미와 성격, 정부가 3대 헌장탑 앞 행사를 금지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던 사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원심 판시와 같이 범민련 남측본부의 구성원 자격으로 방북할 수 없게 되자 ‘6·15 남북 공동 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 몫으로 배정된 방북 단원 자격을 취득한 후 범민련 북측본부 구성원 등과 범민련 강령·규약 개정 등 목적 수행을 협의하기 위하여 북한 지역으로 들어가, 3대 헌장탑 앞 기념 행사에 참가하는가 하면, 범민련 북측본부 구성원들과 두 차례에 걸쳐 ‘범민련 3자 협의회’를 개최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정부의 조건부 방북 승인 경위와 내용, 피고인의 방북 목적, 동기, 경위, 방북 후 행적 외에 3대 헌장탑이 지니는 정치적 의미와 3대 헌장탑 앞 기념 행사의 내용, 피고인을 비롯한 범민련 구성원들이 ‘범민련 3자 협의회’에서 협의한 내용(‘범민련 3자 협의회’를 통하여 범민련의 강령과 규약에서 연방제 통일 방안을 삭제하고, 범민족 대회 규정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으나, 이는 범민련의 기본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가보안법의 이적 단체라는 낙인을 벗고 더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전술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탈출, 회합 행위가 정부의 승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거나, 3대 헌장탑 앞 기념 행사 참석 행위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분위기를 맞춰주기 위한 의례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이 되고, 대한민국에 실질 해악을 가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로서, 피고인의 평소 성행, 전력, 학력·지식의 정도, 직업 등에 비추어, 당시 피고인도 그러한 정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한편 국가보안법상 탈출, 찬양·고무, 회합죄는 행위자에게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있음으로써 족하고, 나아가 그러한 목적이나 의도까지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4) 원심의 증거 설시가 위법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결에 어느 증거의 어느 부분에 의하여 어느 범죄사실을 인정한다고 구체적으로 설시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 적시한 증거들로 판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면 이를 위법한 증거 설시라고 할 수 없으며( 대법원 1973.11.13. 선고 73도2216 판결 , 1983. 7. 12. 선고 83도995 판결 , 1987. 10. 13. 선고 87도1240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심 증인 공소외 4, 5, 7, 8, 9가 원심 법정에서 한 진술 중 일부가 원심 판시 범죄사실과 부합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증거 설시가 위법하다는 주장도 이유 없다.

(5) 결국 피고인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나. 쌍방의 양형 부당 주장

살피건대, 피고인의 연령, 성행, 전과, 직업과 환경, 이 사건 입북 동기와 목적, 입북 경위와 북한에서 활동한 내용, 범행 후의 정황, 특히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들로 인하여 대한민국 정부나 국민들의 통일 정책이나 통일의 방법 등에 관하여 미치는 영향 등 이 사건 양형의 기준이 되는 모든 사정을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2년 6월 및 자격 정지 2년 6월)은 적정하다고 보일 뿐 가볍거나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특히 피고인은 누범에 해당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범행 중 형이 중한 특수탈출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데, 원심은 판시 각 죄에 대해 누범 가중과 경합범 가중을 하고 피고인의 정상을 참작하여 작량 감경을 한 다음 그 처단형의 최하한에 해당하는 징역 2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것으로서, 법률상 피고인에 대하여 이보다 가벼운 징역형을 선택할 방법이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성룡(재판장) 김홍준 최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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