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부터 배제하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여부 및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법원판결의 취소 여부
(2)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가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한 뜻은 헌법이 입법자에게 공권력작용으로 인하여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받은 자가 그 권리를 구제받기 위한 주관적 권리구제절차를 우리의 사법체계, 헌법재판의 역사, 법률문화와 정치적·사회적 현황 등을 고려하여 헌법의 이념과 현실에 맞게 구체적인 입법을 통하여 구현하게끔 위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헌법소원은 언제나 ‘법원의 재판에 대한 소원’을 그 심판의 대상에 포함하여야만 비로소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1) 입법작용과 행정작용의 잠재적인 기본권침해자로서의 기능과 사법작용의 기본권의 보호자로서의 기능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정당화하는 본질적인 요소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평등
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 할 수 없다.
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되도록이면 흠결없는 효율적인 권리구제절차의 형성을 요청하는 법치국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재판청구권은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에 관하여 최소한 한번의 재판을 받을 기회가 제공될 것을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절차적 기본권을 뜻하므로 기본권의 침해에 대한 구제절차가 반드시 헌법소원의 형태로 독립된 헌법재판기관에 의하여 이루어 질 것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법원의 재판은 법률상 권리의 구제절차이자 동시에 기본권의 구제절차를 의미하므로, 법원의 재판에 의한 기본권의 보호는 이미 기본권의 영역에서의 재판청구권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라.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견해는 기본권보호의 측면에서는 보다 이상적이지만, 이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통하여 이루어질 문제라기 보다 입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국민의 기본권(평등권 및 재판청구권등)의 관점에서는 입법형성권의 헌법적 한계를 넘는 위헌적인 법률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
마.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전부 또는 일부 상실하거나 위헌으로 확인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도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위 법률조항은 그러한 한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
(4) 명령·규칙에 근거한 집행행위가 존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헌법위반여부를 구체적인 재판절차에서 심사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령·규칙에 대하여는 주관적 권리구제절차로서 헌법소원의 가능성이 열려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명령·규칙이 위헌으로 결정되어 그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도 법률의 경우와 그 법리가 다를 바 없다.
바. 헌법소원이 단지 주관적인 권리구제절차일 뿐이 아니라 객관적 헌법질서의 수호와 유지에 기여한다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본안판단에 있어서 모든 헌법규범을 심사기준으로 삼음으로써 청구인이 주장한 기본권의 침해여부에 관한 심사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모든 헌법적 관점에서 심판대상의 위헌성을 심사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비록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지만, 헌법 제107조 및 제111조에 규정된 헌법재판소의 권한규범에 부분적으로 위반되는 위헌적인 규정이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위에서 밝힌 이유에 따라 한정적으로 인용될 수 있는 것이다.
사. 헌법재판소의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에는 단순위헌결정은 물론, 한정합헌, 한정위헌결정과
헌법불합치결정도 포함되고 이들은 모두 당연히 기속력을 가진다.
아. (1)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 이미 부분적으로 그 효력이 상실된 법률조항을 적용한 것으로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임이 분명하므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된다할 것이고, 또한 이 사건 대법원판결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재산권 역시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에 따라 취소되어야 마땅하다.
(2) 물론 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의 해석·적용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는 당연히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대한 해석이 전제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의 결정은 단순히 법률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적용함에 있어서 그 법률의 의미와 내용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성심사의 결과로서 법률조항이 특정의 적용영역에서 제외되는 부분은 위헌이라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결코 법률의 해석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단순한 견해가 아니라, 헌법에 정한 권한에 속하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의 한 유형인 것이다.
자. 행정처분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에 의하여 그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아니한 후 다시 원래의 행정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행정소송으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한 청구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한 법원의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되어 그 재판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에 따라 취소되는 경우에는 원래의 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도 이를 인용하는 것이 상당하다.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한대현의 반대의견
가. 헌법은 국가의 사법작용 중 구체적 쟁송에 관한 재판 등 고유한 사법기능과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위헌심사는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하여
나. 입법자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대상에서 제외한 의도는 헌법이 법원에 부여한 구체적 쟁송에 관한 재판이나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위헌심사를 제외하려는 것일뿐 법원이 헌법을 위반하여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을 한 경우까지를 제외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판결은 법원이 스스로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을 하였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법원의 재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판결에 대하여는 위 법 제68조 제1항이 합헌인것과는 상관없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 대법원의 구체적 사건에 관한 재판인 이 사건 판결자체를 직접 취소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권한 및 상호간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 적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는 경우의 후속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어 그 효력을 둘러싸고 법적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판결자체를 직접 취소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 판결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을 법원이 위헌결정의 법리를 달리 해석하여 합헌으로 보아 적용한 점에서 위헌이라고 확인만 하고 그 후속조치는 법원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 행정처분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아니한 후 다시 원래의 그 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허용하는 것은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최종적인 위헌심사권을 대법원에 부여하고 있는 헌법 제107조 제2항과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배치될 뿐 아니라, 이 사건 처분은 헌법재판소가 문제된 법률에 대하여 위헌결정하기 이전에 행하여 진 것이어서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한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처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참조판례
1990. 10. 15. 선고, 89헌마178 결정
1992. 2. 25. 선고, 89헌가104 결정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
청 구 인 이 ○ 범
대리인 변호사 최 승 수
피청구인 동작세무서장( 96헌마173 사건)
주문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2.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3. 피청구인 ○○세무서장이 1992. 6. 16. 청구인에게 양도소득세 금 736,254,590원 및 방위세 금 147,250,910원을 부과한 처분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96헌마173 사건의 피청구인인 ○○세무서장은, 청구인이 자기 처의 명의로 서울 관악구 ○○동 산 57의 12 임야 9,917㎡에 대한 2분의1 지분을 1987. 8.에 취득하였다가 1989. 5.에 양도하고, 또 위 임야에 대한 2분의1 지분을 1989. 5.에 취득하였다가 1989. 7.에 양도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청구인이 타인 명의로 자산을 유상으로 취득한 후 양도하고 부동산을 취득하여 1년 이내에 양도하였기 때문에 구 소득세법시행령(1989. 8. 1. 대통령령 제12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0조 제4항 제2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 소득세법(1990. 12. 31. 법률 제42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4항 단서, 제45조 제1항 제1호 단서에 따라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을 모두 실지거래가액에 의하여 양도차익을 산정하여, 1992. 6. 16. 청구인에게 1989년 귀속분 양도소득세 금 736,254,590원 및 방위세 금147,250,910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과세처분을 하였다.
(2) 청구인은 서울고등법원에 이 사건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995. 7. 6.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자 그 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 중인 1995. 11. 30.에, 헌법재판소는 “구 소득세법 제23조 제4항 단서, 제45조 제1항 제1호 단서(각 1982. 12. 21. 법률 제3576호로 개정된 후 1990. 12. 31. 법률 제42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는 실지거래가액에 의할 경우를 그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세액이 그 본문의 기준시가에 의한 세액을 초과하는 경우까지를 포함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 94헌바40 , 95헌바13 병합)을 선고하였다.
(4) 이에 청구인은, 1996. 5. 6. 이 사건 과세처분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선고로 효력이 상실된 위 법률조항에 근거한 것으로서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공권력의 행사인 위 과세처분으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 받았다는 이유로 위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 96헌마173 )함과 아울러,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상 보장된 자신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고, 이 사건 과세처분은 헌법에 위반된 것으로 마땅히 취소되어야 할 것인데도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무시한 채 위 과세처분이 위법한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과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의 위헌선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96헌마172)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취지와 청구이유를 종합하여 볼 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청구인이 위헌선언을 구하는 것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본문에 한정됨이 분명하므로 위 법률조항의 단서부분은 심판의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과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이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라 함) 및 피청구인 동작세무서장이 1992. 6. 16. 청구인에게 1989년 귀속분 양도소득세 금736,254,590원과 방위세 금 147,250,910원을 부과한 이 사건 과세처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인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청구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은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있는 바, 법원의 재판으로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에 이에 대한 구제수단으로서 헌법소원이 용인되어야 함에도 이를 제외한 것은 다른 공권력에 의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국민에 비하여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대우를 하는 것이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또한 헌법 제107조 제2항이 명령·규칙에 대한 1차적 심사권을 법원에 준 이상 이에 대한 판단을 그르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통제로 헌법소원이 가능하여야 함에도 이를 제외한 것은 위헌이다.
(2) 헌법재판소는 1995. 11. 30. 선고, 94헌바40 , 95헌바13 (병합) 결정에서 “구 소득세법 제23조 제4항 단서, 제45조 제1항 제1호 단서(각 1982. 12. 21. 법률 제3576호로 개정된 후 1990. 12. 31. 법률 제42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는 실지거래가액에 의할 경우를 그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세액이 그 본문의 기준시가에 의한 세액을 초과하는 경우까지를 포함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 사건 과세처분은 이와 같이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결정된 법률조항과 그 위임에 따라 실지거래가액에 의하여 양도차익을 산정할 수 있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위 구 소득세법시행령 제170조 제1항 제2호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선고로 효력이 상실된 법령에 근거하여 한 이 사건 과세처분은 마땅히 취소되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은 일종의 법률해석으로서 법원에 전속되어 있는 법령의 해석·적용권한에 대하여 어떠한 영향을 미치거나 기속력을 가지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위 결정에 따르지 아니하고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법률의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기속력을 가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근거없이 이를 배척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사권을 부정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과 함께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다.
(3) 이 사건 과세처분은 위헌법령을 근거로 한 위헌적인 공권력의 행사로서, 청구인은 이로 인하여 엄청난 세금을 납부하게 되어 재산권을 침해받았을 뿐만 아니라, 조세법의 해석·적용에 있어서 모든 국민을 평등하게 취급하여야 할 의무에 위배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도 침해되었다.
나. 법원행정처장의 의견
(1) 이 사건 대법원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것에 대하여 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2)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 법원의 재판을 포함시키느냐의 문제는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은 위헌이라 할 수 없다.
(3)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을 하였더라도 법률이나 법률조항은 그 문언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 그냥 존속하고 있으므로 한정위헌결정은 법률해석에 불과하다 할 것이고, 한정위헌결정에 표현되어 있는 헌법재판소의 법률해석에 관한 견해는 법원에 전속되어 있는 법령의 해석·적용권한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거나 기속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런데 실지거래가액에 의하여 양도차익을 산정할 것을 규정한 위 구 소득세법시행령조항과 그 위임근거규정인 위 구 소득세법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지금까지의 일관된 견해인바,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 이러한 견해에 입각하여 이 사건 과세처분이 위 법률조항들을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한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산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 여부
(1)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의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의 의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명문으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판단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구체적 규범통제절차에서의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과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분리하여 각각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귀속시킴으로써 헌법의 수호 및 기본권의 보호가 오로지 헌법재판소만의 과제가 아니라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공동과제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헌법소원에 관한 헌법의 규정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가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하여 그 구체적인 형성을 입법자에게 위임함으로써, 입법자에게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구체적인 입법을 통하여 보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헌법소원제도는 일반사법제도와 같이 보편화된 제도가 아니고 헌법소원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마다 헌법소원제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특히 헌법소원의 심판범위에 있어서도 그 내용을 서로 달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적으로 인정된 보편·타당한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헌법소원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한결같이 헌법소원이 공권력작용으로 인하여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받은 자가 그 권리를 구제받기 위한 이른바 주관적 권리구제절차라는 것을 그 본질적 요소로 하고 있다.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가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한 뜻은 결국 헌법이 입법자에게 공권력작용으로 인하여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받은 자가 그 권리를 구제받기 위한 주관적 권리구제절차를 우리의 사법체계, 헌법재판의 역사, 법률문화와 정치적·사회적 현황등을 고려하여 헌법의 이념과 현실에 맞게 구체적인 입법을 통하여 구현하게끔 위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헌법소원은 언제나 ‘법원의 재판에 대한 소원’을 그 심판의 대상에 포함하여야만 비로소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2) 평등권의 침해 여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사법부에 대한 특권을 인정한 것으로서, 이러한 특권의 인정은 결국 다른 공권력으로 인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국민에 비하여 법원의 재판으로 인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국민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대우하는 것이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하려면, 법원의 재판과 다른 공권력의 작용 사이의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 볼 수 없을 때에 비로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입법작용과 행정작용의 잠재적인 기본권침해자로서의 기능과 사법작용의 기본권의 보호자로서의 기능이 바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정당화하는 본질적인 요소이다.
물론, 법원도 재판절차를 통하여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지 아니하나, 기본권침해에 대한 보호의무를 담당하는 법원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은 입법기관인 국회나 집행기관인 행정부에 의한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또한 법원내부에서도 상급심법원은 하급심법원이 한 재판의 기본권침해여부에 관하여 다시 심사할 기회를 가진다는 점에서 다른 기관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경우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은 존재하기 때문에,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한다면 또 한 번의 기본권 구제절차를 국민에게 제공하게 되는 것이므로 더욱 이상적일 수 있다. 그러나 입법자가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관계, 기타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 행정작용과 재판작용에 대한 기본권의 보호를 법원에 맡겨 헌법재판소에 의한 기본권구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위헌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결과, 법원의 최고심급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경우에는 권리구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그러나 법적 분쟁은 재판의 공정성과 신속성에 관한 대립된 법익을 서로 조화롭게 조정하여 어느 선에선가 종결되고 법적 확정력을 부여받아야 하기 때문에, 법치국가에서도 완벽한 권리구제제도란 있을 수 없다. 법적 안정성의 관
점에서 최종심급이 존재해야 하고, 최종심급이 있는 한 최종심급에 의한 권리침해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침해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안전장치는 법치국가적으로 불가피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 할 수 없다.
(3) 재판청구권의 침해 여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법치국가의 원리와 조화되기 어렵고, 헌법 제27조에 보장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재판청구권은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에 관하여 최소한 한번의 재판을 받을 기회가 제공될 것을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절차적 기본권을 뜻하므로 기본권의 침해에 대한 구제절차가 반드시 헌법소원의 형태로 독립된 헌법재판기관에 의하여 이루어 질 것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법원의 재판은 법률상 권리의 구제절차이자 동시에 기본권의 구제절차를 의미하므로, 법원의 재판에 의한 기본권의 보호는 이미 기본권의 영역에서의 재판청구권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되도록이면 흠결없는 효율적인 권리구제절차의 형성을 요청하는 법치국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소결론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보호의 실효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의 법적 상태가 보다 이상적인 것으로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곧 위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견해는 기본권보호의 측면에서는 보다 이상적이지만, 이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을 통하여 이루어질 문제라기 보다 입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국민의 기본권(평등권 및 재판청구권 등)의 관점에서는 입법형성권의 헌법적 한계를 넘는 위헌적인 법률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
나. 한정위헌결정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위와같이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전부 또는 일부 상실하거나 위헌으로 확인된 법률(이하 단순히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이라 한다)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도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위 법률조항은 그러한 한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지 아니할 수 없다.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의 구속을 받고 헌법에의 기속은 헌법재판을 통하여 사법절차적으로 관철되므로, 헌법재판소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은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하여 한 법원의 재판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헌법 제107조 및 제111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결국, 그러한 판결은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수호하기 위하여 설립된 헌법재판소의 존재의의, 헌법재판제도의 본질과 기능, 헌법의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치주의의 원리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편 헌법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음에도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르지 아니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법원 스스로가 ‘입법작용에 대한 규범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헌법은 어떠한 경우이든 헌법재판소의 기속력있는 위헌결정에 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다시 최종적으로 심사함으로써 자신의 손상된 헌법재판권을 회복하고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관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한, 청구인과 같이 권리의 구제를 구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러한 결과는 국민이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을 통하여 확인받았으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위배되는 법원의 재판으로 말미
암아 권리의 구제를 받을 수 없는, 법치국가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적 상태가 발생한다.
(2) (가) 헌법재판소의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에는 단순위헌결정은 물론, 한정합헌, 한정위헌결정과 헌법불합치결정도 포함되고 이들은 모두 당연히 기속력을 가진다.
즉,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여부가 심판의 대상이 되었을 경우, 재판의 전제가 된 사건과의 관계에서 법률의 문언, 의미, 목적 등을 살펴 한편으로 보면 합헌으로, 다른 한편으로 보면 위헌으로 판단될 수 있는 등 다의적인 해석가능성이 있을 때 일반적인 해석작용이 용인되는 범위내에서 종국적으로 어느 쪽이 가장 헌법에 합치되는가를 가려, 한정축소적 해석을 통하여 합헌적인 일정한 범위내의 의미내용을 확정하여 이것이 그 법률의 본래적인 의미이며 그 의미 범위내에 있어서는 합헌이라고 결정할 수도 있고,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위와 같은 합헌적인 한정축소 해석의 타당영역밖에 있는 경우에까지 법률의 적용범위를 넓히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법률의 문언자체는 그대로 둔 채 위헌의 범위를 정하여 한정위헌의 결정을 선고할 수도 있다.
위 두 가지 방법은 서로 표리관계에 있는 것이어서 실제적으로는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합헌적인 한정축소해석은 위헌적인 해석 가능성과 그에 따른 법적용을 소극적으로 배제한 것이고, 적용범위의 축소에 의한 한정적 위헌선언은 위헌적인 법적용 영역과 그에 상응하는 해석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배제한다는 뜻에서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다 같은 부분위헌결정이다(헌법재판소 1992. 2. 25. 선고, 89헌가104 결정).
헌법재판소의 또 다른 변형결정의 하나인 헌법불합치결정의 경우에도 개정입법시까지 심판의 대상인 법률조항은 법률문언의 변화없이 계속 존속하나,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성 확인의 효력은 그 기속력을 가지는 것이다.
(나) 명령·규칙에 근거한 집행행위가 존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헌법위반여부를 구체적인 재판절차에서 심사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령·규칙에 대하여는 주관적 권리구제절차로서 헌법소원의 가능성이 열려 있으므로(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 헌법재판소 1990. 10. 15. 선고, 89헌마178 결정),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명령·규칙이 위헌으로 결정되어 그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도 법률의 경우와 그 법리가 다를 바 없다.
(3)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이 헌법재판
소의 기속력있는 위헌결정에 반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재판도 위에서 밝힌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겠다.
(4) 헌법소원이 단지 주관적인 권리구제절차일 뿐이 아니라 객관적 헌법질서의 수호와 유지에 기여한다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본안판단에 있어서 모든 헌법규범을 심사기준으로 삼음으로써 청구인이 주장한 기본권의 침해여부에 관한 심사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모든 헌법적 관점에서 심판대상의 위헌성을 심사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비록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지만, 헌법 제107조 및 제111조에 규정된 헌법재판소의 권한규범에 부분적으로 위반되는 위헌적인 규정이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위에서 밝힌 이유에 따라 한정적으로 인용될 수 있는 것이다.
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의 취소 여부
(1) 위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을 포함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그러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허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바로 그러한 재판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헌법재판소는 1995. 11. 30. 선고, 94헌바40 , 95헌바13 (병합) 결정에서 구 소득세법 제23조 제4항 단서, 제45조 제1항 제1호 단서(각 1982. 12. 21. 법률 제3576호로 개정된 후 1990. 12. 31. 법률 제42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대하여 “실지거래가액에 의할 경우를 그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세액이 그 본문의 기준시가에 의한 세액을 초과하는 경우까지를 포함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하여 법률의 문언자체는 그대로 둔 채 위헌의 범위를 법률이 적용되는 일부영역을 제한하여 이를 제거하는 한정위헌결정을 하였다.
다시 말하면, 헌법재판소의 위 한정위헌의 결정은 위 법률조항의 문언자체는 그대로 둔 채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여 실지거래가액에 의하여 산출한 세액이 그
본문의 기준시가에 의하여 산출한 세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부분위헌인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의 효력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적용이 배제된 범위내에서 법원을 비롯하여 모든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므로 이로써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내용에 반하는 해석은 할 수 없게 되었다 할 것이다.
(2) 한편, 대법원은 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령의 해석·적용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이므로 비록 어떤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의 결정이 있다 하더라도 법률문언의 변화가 없는 한 당해 법률조항에 대한 해석권은 여전히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의 해석·적용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는 당연히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대한 해석이 전제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의 결정은 단순히 법률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적용함에 있어서 그 법률의 의미와 내용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성심사의 결과로서 법률조항이 특정의 적용영역에서 제외되는 부분은 위헌이라는 것을 뜻한다함은 이미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결코 법률의 해석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단순한 견해가 아니라, 헌법에 정한 권한에 속하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의 한 유형인 것이다.
만일, 대법원의 견해와 같이 한정위헌결정을 법원의 고유권한인 법률해석권에 대한 침해로 파악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유형에서 배제해야 한다면, 헌법재판소는 앞으로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여 존속시킬 수 있는 많은 법률을 모두 무효로 선언해야 하고, 이로써 합헌적 법률해석방법을 통하여 실현하려는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대한 존중과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자제를 포기하는 것이 된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위헌으로 확인된 법률조항이 법률문언의 변화없이 계속 존속된다고 하는 관점은 헌법재판소결정의 기속력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변형결정의 일종인 헌법불합치결정의 경우에도 개정입법시까지 심판의 대상인 법률조항은 법률문언의 변화없이 계속 존속하나, 법률의 위헌성을 확인한 불합치결정은 당연히 기속력을 갖는 것이므로 헌법재판소결정의 효과로서의 법률문언의 변화와 헌법재판소결정의 기속력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3)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미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하였음에도 단지 법률문언이 그대로 존속한다는 이유를 들어 법적용영역에서 이미 배제된 부분까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제 아래 이를 적용하여, 이 사건 과세처분이 헌법에 위반된 위 법률조항을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한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위 과세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을 정당한 것이라고 판단한 끝에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이미 부분적으로 그 효력이 상실된 법률조항을 적용한 것으로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임이 분명하므로 앞에서 밝힌 이유대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된다할 것이고, 또한 이 사건 대법원판결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재산권 역시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에 따라 취소되어야 마땅하다.
라. 이 사건 과세처분의 취소 여부
(1) 행정처분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에 의하여 그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아니한 후 다시 원래의 행정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행정소송으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한 청구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한 법원의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되어 그 재판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에 따라 취소되는 경우에는 원래의 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도 이를 인용하는 것이 상당하다.
원래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행정처분에 대하여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음이 원칙이라고 하겠다. 다만,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앞서 행정소송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고, 이러한 경우 행정소송절차에서 선고되어 확정된 판결과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선고하게 될 인용결정의 기속력과의 관계, 법원의 재판을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성이 문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법원의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는 달리 그 판결의 대상이 된 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법원의 재판과 행정처분이 다 같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위헌성이 명백하므로 원래의 행정처분까지도 취소하여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구제하는 한편, 기본권침해의 위헌상태를 일거에 제거함으로써 합헌적 질서를 분명하게 회복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요청에 부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2) 이 사건 심판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과세처분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한 처분임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한 위 위헌결정이 피청구인이 한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에 대하여도 소급하여 그 효력이 미치는 경우에 해당하고, 이 사건 과세처분에 대한 심판을 위하여 달리 새로운 사실인정이나 법률해석을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인 이 사건 과세처분으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재산권을 침해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에 따라 피청구인이 1992. 6. 16. 청구인에게 한 이 사건 과세처분을 취소하기로 한다.
4. 결 론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5조에 따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지만, 위 법률조항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 것임을 선언하고,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위 각 구 소득세법조항이 헌법에 위반된 것이 아님을 전제로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한 이 사건 대법원판결과 위 각 법률조항에 근거한 이 사건 과세처분을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에 따라 모두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한대현의 다음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이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한 대현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 여부
(1)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는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의 하나로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하여 헌법소원의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를 입법자에게 위임하고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2)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제1항).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제2항).”고 규정하고 헌법 제107조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제1항).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제2항).”고 규정하는 한편 헌법 제111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제1호), 탄핵의 심판(제2호), 정당의 해산심판(제3호),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제4호),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제5호)을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같이 헌법은 국가의 사법작용 중 구체적 쟁송에 관한 재판 등 고유한 사법기능과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위헌심사는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하여 조직된 법원에 맡기는 한편 법원과는 별개의 독립한 헌법재판소를 설치하여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 등 헌법재판기능을 관장하게 하는 이원적인 사법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3) 입법자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원적인 사법제도를 채택하여 구체적 쟁송에 관한 재판을 법원에 맡긴 헌법의 근본취지와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권한 및 상호간의 독립, 우리의 재판제도와 법적안정성 등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므로 그것이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위와같이 헌법상 법원의 고유기능으로 되어있는 법원의 재판을 다른 공권력행사와 달리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평등의 원칙이나 법치주의 원리에 위반되거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판결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이 사건 판결은 다수의견이 밝힌바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이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하여 한 재판으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공권력행사에 해당함은 명백하다.
그런데 다수의견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 사건 재판과 같이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정하고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을 그대로 적용하여 재판을 한 것은 법원이 실질적으로 헌법상 헌법재판소의 권한으로 되어있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을 한 것으로서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권한을 규정한 헌법 제101조, 제107조, 제111조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므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나 헌법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하여 도저히 허용될 수 없고, 한편 입법자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대상에서 제외한 의도는 헌법이 법원에 부여한 구체적 쟁송에 관한 재판이나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위헌심사를 제외하려는 것일뿐 법원이 헌법을 위반하여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을 한 경우까지를 제외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판결은 법원이 스스로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을 하였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법원의 재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판결에 대하여는 위 법 제68조 제1항이 합헌인것과는 상관없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 이 사건 판결의 취소 여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합헌이지만 이 사건 판결에 대하여는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한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정하고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을 하였다는 점에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보면 대법원의 구체적 사건에 관한 재판인 이 사건 판결자체를 직접 취소하는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권한 및 상호간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 적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는 경우의 후속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어 그 효력을 둘러싸고 법적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판결자체를 직접 취소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 판결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을 법원이 위헌결정의 법리를 달리
해석하여 합헌으로 보아 적용한 점에서 위헌이라고 확인만 하고 그 후속조치는 법원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다수의견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행정처분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아니한 후 다시 원래의 그 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허용하는 것은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최종적인 위헌심사권을 대법원에 부여하고 있는 헌법 제107조 제2항과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배치될 뿐 아니라, 이 사건 처분은 헌법재판소가 문제된 법률에 대하여 위헌결정하기 이전에 행하여 진 것이어서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한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처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할 것인데도 다수의견이 본안에 들어가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재판관 이 재 화
주 심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
재판관 한 대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