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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4. 8. 26. 선고 2002헌마302 공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확인 (동법 제32조 제1항 제4호, 제4항)]
[공보96호 887~892]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법원의 재판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법원의 재판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국가인권위원회는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기존의 국가기관들과 경합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하는 방법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법원의 재판을 포함하여 모든 인권침해에 관한 진정을 빠짐없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으로 삼아야만 국가인권기구의 본질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입법례를 살피더라도 국가인권기구가 각 나라의 실정에 따라 진정대상을 제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구두심리절차와 엄격한 증거방법을 모두 채택하기 어려운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원의 재판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도 곤란한 측면이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원의 재판을 진정대상으로 삼는다면, 분쟁 또는 인권침해의 해결과정이 무한정 반복되고 지연될 가능성마저 있게 된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법원에 대하여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고, 법원의 담당재판부에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입법자가 법원의 재판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장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1항 제1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 부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법원의 재판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지 아니하나, 기본권침해에 대한 보호의무를 담당하는 법원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은 입법기관인 국회나 집행기관인 행정부에 의한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상급심법원이 하급심법원이 한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시 심사할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기관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경우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차별을 정당화하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국가인권위원회법(2001. 5. 24. 법률 제6481호로 제정된 것) 제30조 제1항 제1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 부분 및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

참조조문
참조판례

나. 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 판례집 9-2, 842, 856-857

당사자

청 구 인 김○균

국선대리인 변호사 문한식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 중 국가인권위원회법(2001. 5. 24. 법률 제6481호로 제정된 것)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1996. 7. 18. 발생한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자 청구외 ○○화재보험주식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청구인에게 양하지 마비 등의 기왕증이 있음을 이유로 청구의 일부만 인용되었다(서울지방법원 97가단139107, 서울지방법원 99나90702). 이에 대한 청구인의 상고(대법원 2001다54397)는 2001. 10. 24. 기각되었다.

(2)청구인은 2001. 11. 27.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청구인의 인권이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며, 장애인이었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아니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인용하도록 대법원에 권고하여 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하였으나(01진인106), 국가인권위원회는 2002. 3. 7.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2001. 5. 24. 법률 제6481호로 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30조 제1항 제1호와 진정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경과하여 진정한 경우에 진정을 각하하도록 한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 등에 근거하여 청구인의 진정을 각하하였다.

(3)이에 청구인은 법 제30조 제1항 제1호, 제32조 제1항 제4호 및 이에 근거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 각하의결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02. 5. 4.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청구인은 법 제30조 제1항 제1호, 제32조 제1항 제4호, 국가인권위원회 2002. 3. 7. 01진인106 각하의결을 위헌확인을 구하는 심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청구인의 진정은 법원의 재판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진정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경과하여 진정하였다는 이유로 각하되었으므로, 청구인과 기본권침해의 관련

성이 있는 부분은 법 제30조 제1항 제1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 부분,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에 한정된다.

(2)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국가인권위원회법(2001. 5. 24. 법률 제6481호로 제정된 것) 제30조 제1항 제1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 부분,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 국가인권위원회 2002. 3. 7. 01진인106 각하의결(이하 “이 사건 각하의결”이라 한다.)이며, 심판대상 중 법률규정 및 관련 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0조(위원회의 조사대상) ① 다음 각호의 1의 경우에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이하 “피해자”라 한다)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

1.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구금·보호시설의 업무수행(국회의 입법 및법원·헌법재판소의 재판을 제외한다)과 관련하여 헌법 제10조 내지 제22조에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한 경우

2.법인, 단체 또는 사인에 의하여 평등권침해의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

②평등권침해의 차별행위라 함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병력을 이유로 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서 특정한 사람(특정한 사람들의 집단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 대한 우대를 차별행위의 범위에서 제외한 경우 그 우대는 차별행위로 보지 아니한다.

1.고용(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 임금 및 임금외의 금품 지급, 자금의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을 포함한다)에 있어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2.재화·용역·교통수단·상업시설·토지·주거시설의 공급이나 이용에 있어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3.교육시설이나 직업훈련기관의 이용에 있어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③위원회는 제1항의 진정이 없는 경우에도 인권침해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

제32조(진정의 각하 등) ① 위원회는 접수한 진정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진정을 각하한다.

1.진정의 내용이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

4.진정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경과하여 진정한 경우. 다만, 진정원인이 된 사실에 관하여 공소시효 또는 민사상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사건으로서 위원회가 조사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청구인의 주장

가.법은 국가인권위원회라는 독립된 기구를 설치하여 인권침해행위를 감시 감독하고 시정조치를 하여 국민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원칙적으로 모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를 예외없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삼아야만 기본권에 대한 두터운 보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법 제30조 제1항 제1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 부분은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기본적 인권의 침해를 당한 국민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여 구제를 받는 길을 막음으로써 청구인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다른 공권력에 의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국민에 비하여 법원의 재판으로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국민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대우하고 있다.

나.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된 날로부터 1개월 후에 청구인이 진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을 근거로 청구인의 진정을 각하하였다. 법원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판결을 한 경우에는 재판이라는 공권력의 행사를 통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고, 이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할 때에는 법원의 최종적인 판결의 선고일이 진정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의 “진정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을 이와 다르게 해석하여 적용한다면 국민의 행복추구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

다.법원의 재판은 청구인의 노동능력상실률과 사고이전의 잔존 노동능력, 기왕증의 기여분 등에 관한 평가를 잘못하여 청구인의 노동능력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잘못을 하였으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에 대한 구제조치 등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헌적인 법률조항들을 들어 청구인의 진정을 각하하였으

므로, 이 사건 각하의결은 취소되어야 한다.

3. 판 단

가.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에 대한 심판청구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사건 각하의결에서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을 진정각하의 근거조문으로 명시하고 있어서 일응 청구인의 기본권침해와 관련성이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청구인은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진정을 하였으므로 ‘진정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은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판결이 확정된 2001. 10. 24.이라고 할 것이므로, 2001. 11. 27.에 한 청구인의 진정은 진정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기본권침해는 청구인의 진정에 대하여 적용할 법률조항이 아닌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을 잘못 적용하여 청구인의 진정을 각하한 이 사건 각하의결로 인한 것이므로,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은 청구인의 기본권침해와 관련이 없다.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을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적용하였다면 청구인의 기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청구인이 주장하는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는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에 대한 위헌을 선언할 필요없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이 사건 각하의결을 심판대상으로 삼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구인의 기본권침해와 관련성이 없는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법 제30조 제1항 제1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에 대한 심판청구

(1) 국가인권위원회의 직무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에 관한 법령·제도·정책·관행의 조사와 연구 및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관한 권고 또는 의견의 표명,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조사, 인권에 관한 교육 및 홍보, 인권침해의 유형·판단기준 및 그 예방조치 등에 관한 지침의 제시 및 권고, 국제인권조약에의 가입 및 조약의 이행에 관한 연구와 권고 또는 의견의 표명, 인권의 옹호와 신장을 위하여 활동하는 단체 및 개인과의 협력, 인권과 관련된 국제기구 및 외국의 인권기구와의 교류·협력 등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한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하는 국가기관이다(법 제3조, 제19조).

(2)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의 조사와 구제

법은 제4장에서 ‘인권침해의 조사와 구제’와 관련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직무와 권한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 제30조 제1항에서는 인권을 침해당하였거나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 피해자 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에 대하여 진정각하 및 관계기관 이송(제32조), 다른 국가기관에 이송(제33조), 수사기관에 수사개시 및 필요한 조치의뢰(제34조), 진정기각(제39조), 합의권고(제40조), 조정(제42조), 구제조치 등의 권고(제44조), 고발 및 징계권고(제45조), 법률구조요청(제47조), 긴급구제조치의 권고(제48조) 등의 조치를 행한다.

즉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인의 상황에 관한 진정을 조사·심리할 권한을 가지며,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제도는 인권침해에 대한 강력한 견제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

(가)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재판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가 문제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제도는 법원에 비하여 접근의 용이성 및 유연성, 소송의 신속성, 전문지식의 이용가능성, 저렴한 비용 등의 장점이 있으며, 국가가 국민의 인권보장이라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자체적으로 마련한 ‘반성장치’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기존의 사법부가 국민의 인권보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한계가 존재한다면 이에 대한 조사권한을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나)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목적은 다른 국가기관에 의하여 수행될 수 없거나 수행되고 있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기존의 국가기관들과 경합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하는 방법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연합의 국가인권기구설립지침서 등의 국제적인 기준에서도 국가인권기구는 사법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하며 최종관할은 법원에 속한다고 하여, 인권보장의 주된 책임이 기존의 국가기관에 있고, 국민의 인권보호의 기본적 구조는 사법제도라고 하고 있다.

다른 법률에 정한 구제절차가 있거나 수사가 개시된 경우에는 진정을 이송하며(법 제33조),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하여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절차가 진행중이거나 종결된 경우에는 진정을 각하(법 제32조 제5호)하는 것도, 인권구제에 있어서 국가인권위

원회가 가지는 보충적 기능의 표지라고 할 것이다.

(다) 또한 법원의 재판을 포함하여 모든 인권침해에 관한 진정을 빠짐없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으로 삼아야만 국가인권기구의 본질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입법례를 살피더라도 국가인권기구가 각 나라의 실정에 따라 진정대상을 제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광범위한 인권침해행위 전반에 대하여 국가인권기구가 조사와 구제를 할 수 있는 나라도 있지만, 캐나다나 뉴질랜드 등과 같이 차별금지 등 각국의 취약한 부분 또는 특정한 영역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일부 입법례를 제외하고는, 국가인권기구의 관할범위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의 영역까지 확대하지 않고 있다.

(라) 그 본질적인 속성상 사법기관에 의한 소송절차에서 도입하고 있는 구두심리절차와 엄격한 증거방법을 모두 채택하기 어려운 국가인권위원회가, 구두심리절차와 엄격한 증거방법에 따라 이루어진 법원의 재판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도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마) 우리 재판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각하의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하여 심리한 다음 본안판단을 한 바 있어(헌재 2004. 2. 26. 2003헌마207 ; 2004.4. 29. 2003헌마538 , 공보 92, 541),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에 관한 결정에 대하여 사법심사와 유사한 통제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원의 재판을 진정대상으로 삼는다면, 분쟁 또는 인권침해의 해결과정이 무한정 반복되고 지연될 가능성마저 있게 된다.

(바)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원의 재판을 진정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법원에 대하여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고(법 제19조 제1호, 제25조 제1항), 법원의 담당재판부에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법 제28조),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이 없는 경우에도 인권침해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법 제30조 제3항).

(사)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법원의 재판을 포함한 모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를 예외없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삼아야만 국가인권기구의 본질에 부합한다거나, 입법자가 법원의 재판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장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아)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다른 공권력에 의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국민에 비하여 법원의 재판으로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국민이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대우를 받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법원의 재판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지 아니하나, 기본권침해에 대한 보호의무를 담당하는 법원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은 입법기관인 국회나 집행기관인 행정부에 의한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상급심법원이 하급심법원이 한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시 심사할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기관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경우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차별을 정당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재판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은 존재하기 때문에, 법원의 재판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또 한 번의 기본권 구제절차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적 분쟁은 재판의 공정성과 신속성에 관한 대립된 법익을 서로 조화롭게 조정하여 어느 선에선가 종결되고 법적 확정력을 부여받아야 하기 때문에, 법치국가에서도 완벽한 권리구제제도란 있을 수 없다.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최종심급이 존재하여야 하므로, 최종심급에 의한 권리침해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 판례집 9-2, 842, 856-857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원의 재판을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각하의결에 대한 심판청구

(1)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은 진정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경과하여 진정한 경우에는 이를 각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청구인은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진정을 하였으므로 ‘진정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은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판결이 확정된 2001. 10. 24.이라고 할 것이므로, 2001. 11. 27.에 한 청구인의 진정은 진정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을 적용하여 청구인의 진정을 각하한 것은 위법한 법적용이라고 할 것이다.

(2) 그런데 앞에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판

단한 이 사건 법률조항 및 법 제3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법원의 재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이 아니므로 각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사건 각하의결에 있어서 청구인의 진정의 내용은 법원의 재판에서 장애인이었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아니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대법원에 권고하여 주길 바란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청구인의 진정의 내용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이 아닌 법원의 재판에 대한 것으로, 이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가 각하 의결을 한 것은 정당하다.

(3) 국가인권위원회가 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을 적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나, 청구인의 진정을 각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이 사건 각하의결은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각하의결이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만큼의 자의적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 중 국가인권위원회법(2001. 5. 24. 법률 제6481호로 제정된 것)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나머지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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