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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열,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4조의2 위헌제청", 결정해설집 2집, 헌법재판소, 2003, p.353
[결정해설 (결정해설집2집)]
본문

-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 부과의 위헌 여부 -

(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판례집 15-2상, 1)

김 하 열*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부당내부거래를 한 사업자에 대하여 그 매출액의 2%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중처벌금지원칙, 적법절차원칙, 비례성원칙 등에 위반되는지 여부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4조의2(1999. 12. 28. 법률 제60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동법 제23조 제1항 제7호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第24條의2(課徵金) 公正去來委員會는 第23條(不公正去來行爲의 금지)第1項 各號의 1의 規定에 위반하는 不公正去來行爲가 있는 경우에는 당해事業者에 대하여 大統領令이 정하는 賣出額에 100分의 2를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課徵金을 賦課할 수 있다. 다만, 賣出額이 없는 경우등에는 5億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課徵金을 賦課할 수 있다.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① 사업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불공정거래행위”라 한다)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1. 내지 6. 생략)

7.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

(1)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된 SK의 계열회사인 에스케이주식회사 등이 증권예탁금의 예치, 후순위사채의 매입 등의 방법으로 에스케이증권주식회사 등을 부당하게 지원하였다고 하여, 1998. 8. 5.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3조 제1항 제7호, 제24조에 따라 시정명령, 법위반사실 공표명령을 함과 아울러 동법 제24조의2에 따라 위 회사들에게 각기 수 천 만원 내지 수 십 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2) 이에 위 회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전항의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서울고등법원에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98누 13159호)을 제기하였으며, 위 법원은 과징금 부과의 근거규정인 구 공정거래법 제24조의2는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여 직권으로 2001. 9. 11.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한 과징금은 부당한 경제적 이익의 박탈이라는 성격이 없고 오로지 제재로서의 성격만 있으므로 같은 행위에 대한 행정형벌규정과 합쳐 보면 하나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위반자를 거듭 처벌하는 것이어서 이중처벌금지원칙,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의심이 든다.

(2) 오로지 제재적 성격만 있는 이 사건 과징금에 대하여 행정소송 등에 따른 적법타당성이 확정되기 전에도 공정력과 집행력을 인정하는 것은 무죄추정원칙에 반한다는 의심이 들고, 금전적 제재로서 형벌의 일종인 벌금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과징금을 행정청이 행정처분으로 이를 부과하여 제재하는 것은 사법권을 법원에 둔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의심이 든다.

(3)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그 목적을 달성함에는 지원객체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부당지원행위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는 것이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주체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과징금액의 산정에 있어서도 실제로 지원한 금액이나 부당지원행위로 인하여 지원객체가 확보한 부당한 경쟁력의 정도 등을 기준으로 함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지원주체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방법의 적절성을 요구하는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는 의심이 든다.

(1) 과징금은 사업자인 법인을 상대로 행정법규상의 의무이행 확보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행정상의 제재임에 반하여, 행정형벌은 원칙적으로 자연인을 상대로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응보적 제재로서 형사소송절차에 따라 사법부에 의하여 부과된다는 점에서 그 목적, 부과주체, 부과객체, 절차의 면에서 서로 다른 별개의 것이므로 공정거래법상의 의무위반에 대하여 처벌을 함과 동시에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하여 이중처벌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2) 과징금의 액수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과징금 부과처분의 위법 여부 및 액수의 현저한 부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3)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행정형벌이 2년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1억5,000만원 이하에 불과하여 위반억지의 측면에서 미흡한 상태에서 재벌의 선단식 경영으로 인한 공정경쟁 저해행위의 속발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적 약자인 지원객체를 상대로 제재하기보다는 경제적 강자인 지원주체를 대상으로 제재함이 효율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며, 과징금의 상한선을 지원주체

매출액의 2퍼센트로 한 것은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에 대하여 충분한 제재효과와 억지효과를 거두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 유럽연합(EU), 일본 등 외국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과도한 것이 아니어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1. 행정권에는 행정목적 실현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자에 대한 제재의 권한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제재를 통한 억지’는 행정규제의 본원적 기능이라 볼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어떤 행정제재의 기능이 오로지 제재(및 이에 결부된 억지)에 있다고 하여 이를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국가형벌권의 행사로서의 ‘처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바,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4조의2에 의한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은 그 취지와 기능, 부과의 주체와 절차 등을 종합할 때 부당내부거래 억지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행정상의 제재금으로서의 기본적 성격에 부당이득환수적 요소도 부가되어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를 두고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국가형벌권 행사로서의 ‘처벌’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공정거래법에서 형사처벌과 아울러 과징금의 병과를 예정하고 있더라도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며, 이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하여 공정력과 집행력을 인정한다고 하여 이를 확정판결 전의 형벌집행과 같은 것으로 보아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도 할 수 없다.

2. 위 과징금은 부당내부거래의 억지에 그 주된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부당지원을 받은 사업자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만이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할 수 없고, 부당지원을 한 사업자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여 그 2%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책정토록 한 것은, 부당내부거래에 있어 적극적ㆍ주도적 역할을 하는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에 대하여도 충분한 제재 및 억지의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현행 공정거래법의 전체 체계에 의하면 부당지원행위가 있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매출액의 100분의2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액은 매출액의 100분의2를 훨씬 하회하는 수준

에 머무르고 있는바, 그렇다면 부당내부거래의 실효성 있는 규제를 위하여 형사처벌의 가능성과 병존하여 과징금 규정을 둔 것 자체나, 지원기업의 매출액을 과징금의 상한기준으로 삼은 것을 두고 비례성원칙에 반하여 과잉제재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3. 법관에게 과징금에 관한 결정권한을 부여한다든지, 과징금 부과절차에 있어 사법적 요소들을 강화한다든지 하면 법치주의적 자유보장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겠으나, 공정거래법에서 행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과징금을 부과하여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당내부거래를 비롯한 다양한 불공정 경제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 등에 관한 사실수집과 평가는 이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결단에 입각한 것이라 할 것이고, 과징금의 부과 여부 및 그 액수의 결정권자인 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그 구성에 있어 일정한 정도의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고, 과징금 부과절차에서는 통지, 의견진술의 기회 부여 등을 통하여 당사자의 절차적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행정소송을 통한 사법적 사후심사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과징금 부과 절차에 있어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거나 사법권을 법원에 둔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위 과징금은 부당하게 다른 회사를 지원한 기업에게 가해지는 제재금으로서 부당지원자에게 부과되는 것이지, 피지원자에게 부과되는 것이 아니므로 비록 형벌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응징 내지 처벌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바, 비록 기업의 부당지원행위를 응징하고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위법행위와 그에 대한 처벌 내지 제재 사이에는 정당한 상관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헌법상의 자기책임의 원리는 지켜져야 하는바, 매출액의 규모와 부당지원과의 사이에는 원칙적으로 상관관계를 인정하기가 곤란하므로, 부당지원행위에 대하여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당지원이라는 자기의 행위와 상관관계가 없는 매출액이라는 다른 요소에 의하여 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되어 자기책임의 원리에 위배된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행정적 전문성과 사법절차적 엄격성을 함께 가져야 하며 그 규제절차는 당연히 ‘준사법절차’로서의 내용을 가져야 하고, 특히 과징금은 당해 기업에게 사활적 이해를 가진 제재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임을 생각할 때, 그 부과절차는 적법절차의 원칙상 적어도 재판절차에 상응하게 조사기관과 심판기관이 분리되어야 하고, 심판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증거조사와 변론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고, 심판관의 신분이 철저하게 보장되어야만 할 것인데도, 현행 제도는 이러한 점에서 매우 미흡하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된다.

재판관 김영일의 반대의견

위 과징금 조항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에서는 위 재판관 3인의 반대의견과 입장을 같이하며, 나아가 위 과징금은 부당이득환수적 요소는 전혀 없이 순수하게 응보와 억지의 목적만을 가지고 있는 실질적 형사제재로서 절차상으로 형사소송절차와 전혀 다른 별도의 과징금 부과절차에 의하여 부과되므로 행정형벌과는 별도로 거듭 처벌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어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반되고, 위반사실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 이미 법 위반사실이 추정되어 집행되고,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도 배제되어 있으므로 무죄추정원칙에도 위배된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먼저, 형사처벌과 아울러 과징금의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 이중처벌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인바, 이 문제는 행정적 제재와 형사처벌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관한 대단히 근본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즉, 제재적 행정작용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로서, 그러한 권한을 행정에게 인정하고 이에 대해 행정작용적 법리를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사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형사사법적 법리를 적용할 것인지에 관

련되는 문제이다.

다음으로, 지원을 받은 기업이 아니라 부당지원을 한 기업의 매출액을 과징금 부과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 비례성원칙에 반하는 과잉제재인지 여부가 문제되며,

마지막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법적 성격과 구성, 과징금 부과절차의 면에서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도 문제된다.

(1) 행정의 실효성 확보수단에는 ‘직접적 강제수단’과 ‘간접적 수단’이 있다. 전자는 행정이 직접 의무이행상태를 실현시키는 것으로서(행정강제), 행정상 강제집행(여기에는 다시 강제징수, 행정대집행, 직접강제ㆍ집행벌이 포함된다)과 행정상 즉시강제가 있다. 후자는 의무불이행에 대해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간접적ㆍ심리적으로 의무이행을 강요하는 것(행정제재)이다. 여기에는 ① 행정형벌 ② 행정질서벌(과태료) ③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인ㆍ허가의 취소ㆍ정지 등) ④ 새로운 의무이행확보수단(과징금, 위반사실의 공표, 공급거부 등)이 포함된다.

(2) 행정벌이란, 행정법상의 의무위반에 대하여 일반통치권에 기하여 일반사인에게 가하여지는 사후적인 제재라고 개념정의되며, 행정벌의 기능에 대하여는 직접적으로는 과거의 의무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함으로써 행정법규의 실효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고, 간접적으로는 이를 통해 의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장래 행정법상의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는 기능도 가진다고 설명된다.1)

이와 같이 행정벌의 목적과 기능은 본질적으로 ‘제재 + 예방’에 있으며, 여기서 제재와 예방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행정법은 행정법상 의무를 명하거나 금지를 설정함으로써 행정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데,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의무위반시 행정형벌, 과태료, 영업허가의 취소ㆍ정지, 과징금과 같은 불이익을 가할 것을 고지함으로써 일종의 예방효

과를 꾀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의무위반이 벌어졌을 경우 이를 방치하여서는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제재를 가함으로써 의무위반 당사자로 하여금 더 이상 위반을 할 수 없도록 하거나(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취소하거나 정지시킴으로써, 또는 무거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차후에는 위반을 감행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다른 의무자에게도 법규 준수를 유도하게 된다. 요컨대 제재를 통한 예방이 행정벌의 본원적 기능이라 볼 수 있을 것이고, 여기에 불법이득의 박탈, 일정한 행위의 유도와 같은 특유의 목적들이 부가될 수 있을 것이다.

(3) 따라서 어떤 행정제재(행정벌)의 기능이 오로지 제재(및 이에 결부된 예방)에 있다고 하여 이를 형사벌(형사적 제재)이라고 곧바로 단언할 수 없다.

이러한 판단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재를 통한 법 위반의 억지(deterrence)는 형사처벌의 목적일 뿐만 아니라 비형사적(civil) 제재의 목적이 될 수 있다면서, 어떤 제재수단의 목적이 전통적인 형벌의 목적인 억지에 있다 하여 그 제재수단이 형사처벌(criminal)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이중처벌(double jeopardy)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United States v. Ursery, 518 U.S. 267, 292; Hudson v. United States, 522 U.S. 93, 1052)). 또한 어떤 제재가 이중처벌이 되지 않으려면 오로지 구제적(remedial), 즉 전적으로 非억지적(nondeterrent)이어야 한다면 비형벌적(civil) 제재는 모두 이중처벌에 저촉되게 될 것3)이라고 지적하고 있다(id., at 102).

(1) 우리나라의 경우 비형벌적 행정제재의 체계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과태료의 체계로서, 일차적 부과주체는 행정주체가 되나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비송사건절차법에 의한 재판절차로 이관되므로 궁극적으로는 법원이 절차의 주체가 되고 사법원리가 적용된다. 따라서 법원이 부과여부, 부과금액을 결정하며, 당사자-검사-법원의 3면 관계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재판의 집행은 확정 후 검사가 한다.

다른 하나는 영업의 취소ㆍ정지, 과징금 부과 등과 같은 나머지 행정제재의 체계로서, 행정청이 부과주체가 되고, 부과결정에는 공정력과 자기집행력이 인정되어 확정판결 전에도 국세징수의 예에 준하여 집행할 수 있으며, 사인의 불복으로 집행정지가 되지 않으며, 부과결정에 대한 사후심사는 행정소송의 형식으로 그 위법성에 따른 취소만이 가능하고 법원의 재량으로 영업정지 기간을 정한다든지, 과징금의 액수를 정할 수 없다(아래 도표 참조).

<행정형벌, 행정질서벌, 기타 행정제재의 비교>

벌금(행정형벌)
과태료
과징금(영업정지)
부과의 이니셔티브
사법기관(검찰)
행정기관
행정기관
부과객체
행위자
행위자
사업자
절 차
형사소송
비송절차
행정소송
형법총칙의 적용
(고의ㆍ과실ㆍ시효)
있음
없음
없음
법원의 심사범위
전면적
(액수까지 결정)
전면적
(액수까지 결정)
제한적
(취소만 가능)
집 행
확정 후 집행
확정 후 집행
자기집행
(집행부정지)
전 과
기 록
무 관
무 관

(2) 행정범의 비범죄화 경향과 맞물려 많은 행정형벌이 행정질서벌화하고 있으며, 행정형벌 위주의 처벌이 행정목적 달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

는 상황에서 과징금과 같은 새로운 의무이행수단이 도입ㆍ정착되고 있다. 그런데 과징금, 영업정지와 같은 비형벌적 행정제재에 대하여 위 도표에서 본바와 같이 실정법상 형사사법적 법리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는 두 가지 상반된 평가가 있을 수 있다.

(가) 부정적 관점4)

① 행정벌의 본질은 처벌에 있으므로 법치주의적 안전장치 확보를 위해 여기에 대해서도 사법원리가 대폭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형벌의 외양만 탈피하면 헌법, 형사소송법에 의한 엄격한 규제체계를 탈피할 수 있게 된다.

② 과태료에 대해서도 -통설ㆍ판례의 입장과는 달리- 형법총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과태료의 과벌절차에 대하여도 형벌에 버금가는 상세한 절차규정을 두어야 하며, 또한 공소시효와 같은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③ 독자적인 공익목적 없이 처벌의 기능만을 지니고 있는 영업정지, 과징금을 현재와 같이 행정체계의 틀 내에서 부과하는 것에 위헌성의 의심이 있다(무죄추정원칙ㆍ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사법권 및 재판청구권 침해).

(나) 긍정적 관점

① 행정의 효율성, 전문성,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다. 행정형벌, 과태료의 경우 행정법적 의무의 내용을 형성하는 것은 행정기관인데,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제3자기관인 검찰이나 법원이 주도적으로 판단ㆍ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어서는 공익에 관련된 각종의 복잡다기하고 유동적인 경제규제분야(예컨대 환경보전, 식품ㆍ보건, 소비자보호 등)에서 정책입안자나 현장의 정책집행자의 일관되고 전문적인 목적지향적 관리가 불가능하게 된다. 행정기관이 방관자의 입장에서 행정제재의 선택과 집행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정목적 달성에 효율적인 제재수단과 제재수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행정의 경험과 전문성, 자율성과 책임성을 살릴 수 있다. 사법체계를 빈 형벌 위주의 제재로는 한계가 있어 과징금과 같은 새로운 제재수단이 등장ㆍ확립되고 있는 만큼 행정상의 제재에 대하여 행정의 이니셔티브를 상당 부분 인정할 필요가 있다.5)

② 형벌적 차원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구성된 논의들은 국가형벌권이라는 사법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행정법 목적 달성을 위한 - 따라서 행정작용의 실효성 확보라는- 행정권을 대상으로 하는 이질적인 목적의 체제에는 적용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죄형법정주의, 이중처벌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행정형벌과 행정질서벌 사이에는 일사부재리원칙이 적용되지 않게 된다.

물론 단순한 실무상의 편의를 위하여 행정형벌의 성격을 갖는 대상을 행정질서벌의 부과대상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용인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러나 실무상 행정형벌이 행정질서벌로 전환되는 경향에 착안하여, 행정질서벌의 부과에 대해서도 행정형벌에 대해 요구되는 요건을 준용하려는 시도는 찬동하기 어렵다.6)

③ 과태료의 경우, 과태료의 부과요건을 확정한 처분청은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여 비송사건절차가 진행되면 더 이상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고, 오로지 당사자와 검사, 법원에 의하여 재판이 이루어진다. 행정질서벌이 행정법상의 실체적 의무 이행을 확보한다는 측면을 강조한다면 당사자의 이의제기에 대한 후속절차에서도 처분청은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7)

(다) 평가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행정권에게 제재의 권한을 인정할 것인지에 달려 있고, 다음으로는 행정상의 제재에 대해 행정작용적 법리를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형사사법적 법리를 적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는 기본적으로 제도 형성의 문제로서 입법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허가취소ㆍ정지를 법원의 판결에 의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고, 우리의 과태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civil penalty는 법원의 민사소송절차에 의하여 부과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1970년 이후 행정청이 먼저 부과하고 상대방이 다투어 제소하면 제한적 사법심사만을 하는 제도로 바

뀌었는데, 1977년 Atlas Roofing Co. v. OSHRC 판결에서 그 합헌성이 인정되었다.8)이와는 별도로 행정기관에서 위반자에게 일정한 벌금액을 제시하고 위반자가 동의하면 화해(compromise)가 성립되었다고 하여 사건이 종료되는 형태도 있는데, 화해율이 대단히 높다고 한다.9)

독일에서는 진정으로 형벌가치가 있는 행위 아닌 모든 행위(우리 법제상으로는 경미한 형사범죄도 포함)를 질서위반행위(Ordnungwidrigkeiten)라고 하고 이에 대하여 약식의 절차를 거쳐 법원의 판결로 과태료(Geldbuße)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과태료의 1차적인 부과징수권은 소관 행정청에 있으며, 과벌절차에 관한 일반법인 질서위반법이 적용된다.

프랑스의 경우 행정제재금은 행정기관이 부과하나, 법원은 행정소송(완전심리소송)의 형태로 이를 취소하고 갈음하는 처분을 선고할 수 있다고 한다.10)

이와 같이 각국은 행정상 제재의 1차적 부과기관(행정청이냐, 법원이냐), 소송절차 및 법리(민사소송이냐, 약식형사소송이냐, 행정소송이냐)에 관하여 다기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바, 이는 이러한 제도가 각국의 실정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위 (가)의 주장은 목적론적 관점으로서 법치국가적 보장을 강화한다는데 있으나, 현행 과징금 체계의 경우에도 그 부과과정에 있어 행정절차법에 의해 일정한 절차적 보장이 이루어지고, 불복이 있는 자에게는 행정소송에 의한 법원의 사후심사가 행해지므로 재판청구권이 보장되며, 절차적 및 실체적 헌법원리인 적법절차원칙과 비례성원칙의 제한을 받으므로 상당 부분 법치주의적 안전장치는 담보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위 (가)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심사숙고하여 볼 만한 것이기는 하나, 행정의 자율성과 책임성, 적극적 공익실현을 위한 행정의 이니셔티브라는 관점에서 반론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기존 행정법의 이론과 판례와의 단절이 크므로 곧바로 수용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제도론적으로 볼 때, 입법자가 어느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법

에 규정된 형벌이라는 형식의 제재를 가하기로 선택하면서도 그에 맞는 사법원리적 보장을 하지 않은 때에만 위헌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인데, 여기서 제재수단으로서 형벌을 가할 것인가, 비형벌적 수단을 가할 것인가의 여부는 다시 입법자에게 맡겨져 있다.11)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Halper 판결에서 civil penalty의 형사제재적 성격 유무를 실질적ㆍ구체적으로 판단키로 하였다가 Hudson 판결에서 제재의 성격에 관한 판단은 입법자의 의도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으로 변경한 것은 이에 관하여 시사하는 바가 있다.

○ 1994. 6. 30. 92헌바38, 판례집 6-1, 619, 627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른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 원칙은 한번 판결이 확정되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국가형벌권의 기속원리로 헌법상 선언된 것으로서,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거듭 행사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은 원칙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모두 그 “처벌”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다만, 행정질서벌로서의 과태료는 행정상 의무의 위반에 대하여 국가가 일반통치권에 기하여 과하는 제재로서 형벌(특히 행정형벌)과 목적ㆍ기능이 중복되는 면이 없지 않으므로,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형벌을 부

과하면서 아울러 행정질서벌로서의 과태료까지 부과한다면 그것은 이중처벌금지의 기본정신에 배치되어 국가 입법권의 남용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 1995. 7. 21. 94헌마136, 판례집 7-2, 169, 177-178

공정거래법은 법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로서 손해배상(법 제56조), 시정권고(법 제51조), 시정명령 및 법위반사실의 공표(법 제5, 16, 21, 24, 31, 34조), 과징금의 부과(법 제6, 17, 22조, 24조의2, 31조의2, 34조의2), 형벌(법 제66조 내지 제69조)을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벌을 제외한 나머지 제재수단은 그 어느 것이나 위반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경쟁제한의 상태를 배제하여 이를 회복하거나 위반행위자가 당해 위반행위로 취득한 이득의 범위 내에서 이를 박탈하는 데 그치는 것에 불과하므로, 기업범죄 내지 조직체범죄로서 소위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범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위반행위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와 예방을 위하여는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의 행정조치만으로는 부족하고 강한 심리강제효과를 갖는 형벌의 적극적인 활용이 요청된다 할 것이다.

공정거래법위반죄를 친고죄로 하고 공정거래위원회만이 고발을 할 수 있도록 한 전속고발제도는(.......)시정조치나 과징금 등의 행정조치만으로 이를 규제함이 상당할 것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 형벌까지 적용하여야 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 헌재 2001. 5. 31. 99헌가18등, 판레집, 13-1, 1017, 1100-1101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은 원칙적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모두 그 처벌에 포함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실명법상의 의무위반에 대하여 처벌을 함과 동시에 과징금 또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로 이중처벌에 해당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다만,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형벌을 부과하면서 아울러 과징금이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여 대상자에게 거듭 처벌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면 이중처벌금지의 기본정신에 배치되어 국가 입법권의 남용이 문제될 수도 있다 할 것이나, 이는 이중처벌금

지 원칙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러한 중복적 제재가 과잉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므로, 결국 부동산실명법상의 의무위반에 대하여 벌칙 규정을 둔 이외에 과징금 또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 과잉제재에 해당하는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할 것이다.

위 첫 번째 결정에서는 과태료와 행정형벌의 병과가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분명한 판단을 유보하고 그 기본정신에 배치될 수 있다고 하여 다소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음에 반하여, 최근에 나온 세 번째 결정은 그것이 헌법문제는 될 수 있어도 이중처벌금지의 문제가 아니라 과잉금지의 문제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분명히 정리하였다.

○ 대법원 1989. 6. 13. 선고 88도1983 판결

피고인이 거주지를 이전한 후 퇴거신고와 전입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고 이를 납부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 후에 형사처벌을 한다고 해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확정재판이 있을 때에 발생하는 것이고 위의 과태료는 행정법상의 질서벌에 지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 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도158 판결

행정법상의 질서벌인 과태료의 부과처분과 형사처벌은 그 성질이나 목적을 달리하는 별개의 것이므로 행정법상의 질서벌인 과태료를 납부한 후에 형사처벌을 한다고 하여 이를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자동차의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자가 그 허가 목적 및 기간의 범위 안에서 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당해 자동차가 무등록 자동차인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미 등록된 자동차의 등록번호표 또는 봉인이 멸실되거나 식별하기 어렵게 되어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경우까지를 포함하여, 허가받은 목적과 기간의 범위를 벗어나 운행하는 행위 전반에 대하여 행정질서벌로써 제재를 가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해석되므로, 만일 임시운행허가기간을 넘어 운행한 자가 등록된 차량에 관하여 그러한 행위를 한 경우라면 과태료의 제재만을 받게 되겠지만, 무등록 차량에 관하여 그러한 행위를 한 경우라면 과태료와 별도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일반적 견해는 병과가 허용된다고 보고 있으나12), 위헌이라는 설, 그 밖에 이론적으로는 병과가 가능하나 실질적으로 이중처벌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중간적 견해13)가 있다.

위헌론은 -위에서 본바와 같이- 행정벌에 대해서도 사법원리가 대폭 적용되어야 하며, 처벌의 기능만을 지니고 있는 제재를 행정체계의 틀 내에서 부과하는 것에 위헌성의 의심이 있다는 것을 논리적 바탕으로 삼고 있다.

① 행정형벌과 행정질서벌은 다 같이 행정벌에 해당하므로 동일한 위반사실에 관해 병과될 수 없다. 위반사실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동일한(형사소송에 있어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해당하는) 경우 행정질서벌ㆍ행정형벌ㆍ형사벌 중 어느 하나가 확정되면 나머지 두 개는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보아야 한다.

② 공익성이 강한 사업에 대한 영업정지를 갈음하는 변형과징금이나, 부당이득환수형 과징금을 제외한 나머지 과징금은 벌금ㆍ과태료가 과징금으로 둔갑한 것으로서 위헌인바, 공정거래법 제24조의2 소정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과징금이 여기에 속한다. 지원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을 징수하기 때문에 부당이득 환수의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14)

③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과징금 제도는 부당이득환수적 성격을 잃고 행정제재적 성격만 지니고 있어 사실상 형정형벌화하였으므로 과징금처분과 형사처벌을 병과하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하여 위헌이라는 의심이 있다.15)

(가) 우리 판례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헌법 제13조 제1항의 ‘처벌’은 국가형벌권 행사로서의 ‘형사처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형사처벌’의 의미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이 조항의 적용범위가 달라지게 된다.

위 위헌론은 ‘형사처벌’인지의 여부를 어떤 실질적 기준에 따라 정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독자적 공익목적 없이 제재적 성격ㆍ기능만을 지니는 행정제재는 형사처벌이 되고 따라서 이중처벌금지원칙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본바와 같이 행정상의 제재와 형사처벌은 ‘제재를 통한 예방’의 기능과 과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기능 면에서 본질적인 차이점이 없으며,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아니하고 상대적일 뿐만 아니라, 입법현실에서도 어떤 실질적 기준에 따라 부과체계가 분류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형사처벌’인지의 여부는 형법에 규정된 ‘형’을 부과하고 있는지 라는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판별하여야 한다. 따라서 제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형’을 부과하는 것이 아닌 한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이라 할 수 없고, 그리하여 그러한 제재와 ‘형’을 병과하더라도 이중처벌이 아니라고 볼 것이다.

미국연방대법원의 판례 또한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중처벌 해당 여부가 문제되어, 어떤 제재(saction)가 형벌적(criminal)인지, 비형벌적(civil)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법원은 우선적으로 입법자의 의도가 형벌의 딱지(label)를 붙이려고 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제재의 부과권한을 행정청에 부여하였다는 사실은 입법자가 비형벌적 제재를 의도하였다는 증거라고 보았다(Helvering v. Mitchell, 303 U.S. 391, 402; United States v. Spector, 343 U.S. 169, 178; Hudson v. United States, 522 U.S. 93, 105).

(나) 헌법재판소는 법치주의원리와 헌법 제12조에서 도출되는 적법절차원리가 형사절차에 국한되지 않고 행정절차에도 적용됨을 인정하였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판례집 4, 853, 876-878). 그러나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에 규정된 “처벌”에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행정질서벌, 나아가 광의의 행정제재까지 포함된다는 해석에 근거하는 것16)이 아니라, 적법절차원리는 영미에서 발달하였으나 오늘날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일반적인 법치국가원리 또는 기본권제한의 원리로서 정립된 것으로서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의 규정들은 그 적용대상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예시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데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적법절차에 관한 우리 재판소의 판례를, 헌법 제13조 제1항에 규정된 “처벌”의 범위에 관한 해석론과 연결시킬 수는 없다.

(다) 위헌론과 같이 볼 경우 이중처벌금지원칙의 적용범위가 너무 넓어지고, 그 결과 행정목적 실현을 위한 제재의 체계에 경직성을 초래한다.

광의의 행정벌에 해당하는 행정질서벌(과태료),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인ㆍ허가의 취소ㆍ정지 등), 새로운 의무이행확보수단(과징금, 위반사실의 공표, 공급거부 등)은 어느 것이나 그 본질이 제재에 있음은 위에서 본바와 같다. 위헌론의 논리를 일관하자면 이 중 어느 하나와 형사처벌을 병과하여도, 예컨대 유해식품 제조업자에 대하여 영업허가 정지와 벌금을 병과하더라도 이중처벌에 해당하게 되며, 나아가 행정벌간의 병과 또한, 예컨대 영업정지와 과징금을 병과하거나 영업정지와 위반사실의 공표를 병과하는 것도 이중처벌에 해당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행정권에는 행정목적 실현을 위하여 행정법 위반자에 대한 제재의 권한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고, 복잡다기한 행정현상에 대응하여 다양한 의무이행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또한 행정제재간에도 그 지향점과 효과에 차이가 있으므로 복수의 행정제재를 병과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요컨대 행정은 제재의 총량을 고려하는 가운데 제재의 구체적 기능과 효과를 적합한 복수의 제재수단에 분배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제재의 총량이 100이라고 할 때 이 모두를 영업정지에 투하하여 ‘영업정지 100일’의 처분을 하기 보다 ‘영업정지 50일 + 벌금 500만원’이 보다 효과적인 경우도 있고(행정제재와 형사벌의 병과), ‘영업정지 30일 + 과징금 300만원 + 위반사실의 공표’(행정제재의 병과)가 보다 효율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위헌론에 의하면 이러한 행정의 탄력성은 발휘될 수

없다.

거꾸로 보자면,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과징금 500만원과 벌금 500만원을 병과하는 것이 이중처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더라도, 입법자는 동일한 총량을 한 쪽만의 제재를 통하여, 즉 벌금 1천만원이나 과징금 1천만원을 부과함으로써 추구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총량인 것이다.

행정벌, 행정강제, 인ㆍ허가의 취소ㆍ정지와 같은 종래의 수단만으로는 행정기능의 확대와 질적 고도화에 따른 행정현상의 변화에 상응하는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어, 이를 보완하는 여러 가지 새로운 의무이행확보수단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위헌론과 같이 이중처벌금지원칙을 도식적으로 폭넓게 적용하게 되면 행정형벌 또는 한 종류의 행정제재밖에 선택할 수 없게 되어 오늘날의 행정현실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게 된다.

미국연방대법원도 제재를 통한 억지 목적이 있다고 하여 이를 모두 형사적(criminal) 처벌이라 보아 이중처벌금지원칙을 적용하여서는 은행과 같은 분야에서 국가의 효율적인 규제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Hudson v. United States. 522 U.S. 93, 10517)

(라) 위헌론이 행정권에 의한 제재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코자 한다는 바람직한 지향점에 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극단적으로는 입법자가 하나의 동일한 법규위반에 대하여 영업정지와 과태료, 과징금을 모두 부과하며 나아가 양벌규정을 통하여 행위자 및 법인에 대하여 벌금형까지 가하는 경우를 상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중처벌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여 부당한 과잉제재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것을 포기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먼저, 과태료와 과징금은 대체로 그 부과대상 행위의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과태료는 대개 신고, 보고, 장부비치 등의 의무태만 행위에 대하여 부과되는 반면, 과징금은 실체적 의무위반행위에 대하여 부과된다. 공정거래법상으로도 이러한 구분이 지켜지고 있으며 중복 부과하고 있지 않다.18)

다음으로, 행정제재간에 병과금지 조항을 둠으로써 중복규제를 피할 수 있는데, 현행법상 이런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과태료와 과징금 간의 중복금지의 예로는 식품위생법19),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항공법, 해운법20)등을 들 수 있고, 그 밖에 과징금과 배출부과금과의 중복금지21), 다른 법률에 의한 행정제재와의 중복금지를 볼 수 있다.22)

마지막으로, 과징금과 벌금의 병과가 예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중부담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둘 수 있다. 이러한 장치로는 공정거래법 뿐만 아니라 항공법23), 해운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전속고발제, 그리고 환경범죄의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24)에서 보는 바와 같은 병과금지 조항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입법적 장치에 더하여 궁극적으로 과잉부담을 제어할 수 있는 헌법원리가 있다. 제재의 병과를 인정하더라도 비례성원칙(‘위반행위에 비하여 제재의 총량이 과잉되어서는 아니된다’)이라는 헌법적 견제원리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물론 이중처벌금지원칙에 비하여 비례성원칙은 이를 적용하여 심사하기에 더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나, 이중처벌금지원칙이라는 도식적 판단구도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구체적이고, 개별사안에 근접한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행정제재의 특성에 상응하는 법리가 동원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컨대, 위반사실의 공표에 대하여는 인격권에 의한 고려를 통하여 심사를 더 풍부히 할 수 있고, 공급거부에 대하여는 부당결부금지원칙이라는 법리가 비례성원칙(특히 적합성원칙)을 통하여 심사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연방대법원의 위 Hudson 판결은 적절하게도, 이전의 Halper 판결에서 우려했던 불합리한 처벌의 문제는 미국헌법의 다른 조항, 즉 적법절차조항이나 평등보호조항에 의하여 이미 보호장치가 제공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지금까지 비형벌적인 제재라고 보았던 것들에까지 이중처벌조항의 적용을 확장하는 것은 “징벌적”이냐 “비징벌적”이냐를 구분하려는 데서 오는 혼란 때문에 곤란하다고 보고 있다(id., at 102-10325)).

(마) 이중처벌의 여부는 제재의 객체가 법인일 경우에, 법인의 책임의 성격과 관련하여 고찰할 필요가 있다.

형법상 법인의 범죄능력, 책임능력, 형벌능력을 인정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논의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 범죄능력에 관하여 긍정설, 부정설, 부분적 긍정설이 있고, 책임능력에 대하여도 긍정설과 부정설이 갈리고, 범죄능력을 부정하면서도 형벌능력을 인정하는 견해 등 다양하다. 모두를 인정하는 견해26)에 의하면 법인에 대한 처벌조항은 법인 스스로의 행위와 책임에 대한 처벌이 된다. 그러나 통설과 판례는 법인의 범죄능력과 책임능력을 부인하는 바탕 위에 서 있으며, 양벌규정에 의하여 법인을 처벌하는 경우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크게 무과실책임설과 감독소홀에 대한 과실책임설로 나뉘어 있다.27)

이에 반하여 행정제재의 경우 법인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행위자로서 스스로 책임을 지게 된다. 예를 들어 식품위생법상 영업정지, 과징금과 같은 행정제재의 객체는 “영업자”이고, 공정거래법의 경우 “사업자”이다. 법인이 영업자나 사업자인 이상 그러한 행정제재는 법인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일 뿐, 자연인-법인의 2원적 체계가 문제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록 동일한 사안에서 법인에게 행정제재와 형사처벌이 병과된다 하더라도 그 근거나 성격은 전혀 다르다고 할 것이다. 전자는 법인 자신의 행위에 대한 고유한 책임이며, 행정제재금으로 인한 금전적 부담은 궁극적으로 주주에게 귀속된다. 이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 위법행위의 주체와 책임자는 행위자인 자연인인데 다만 정책적 고려에서 법인에게도 형벌책임을 부과하는 것에 불과하다.28)

이런 점에서 법인에 대한 이중처벌금지원칙의 적용은 더욱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바)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위헌론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입법과 판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1) 프랑스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경쟁평의회가 반경쟁적 행위에 대하여 제재금을 가하도록 되어 있다. 제재금(sanction pecuniaire)이라는 명칭,

제재금의 부과가 재량으로 되어 있는 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부과액의 기준을 매출액으로 하는 점(그 상한은 매출액의 10%로써 우리 보다 더 높다), 위반사실의 경중, 경제에 미친 손해의 중대성, 피해를 입은 기업이나 단체의 상태에 비례하여 제재금액을 산정토록 하고 있는 점29)등에 비추어 -뒤에서 보게 되는 바와 같이- 우리 공정거래법상의 과징금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제재의 성격을 갖되 약간의 이득환수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것이라 이해함이 상당하다.

경쟁평의회는 이러한 제재금과 형벌의 병과에 대하여, 그 제재대상자가 동일하지 아니하여, 즉 사업자인 법인은 제재금을, 자연인은 형벌을 받는 것으로서 별개의 제재를 받기 때문에 이중처벌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하며30), 헌법평의회도 행정제재와 형벌의 병과가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으며 단지 형평과 비례의 원칙에 입각하여 판단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2) 독일

기본법 제103조 제3항은 “누구도 동일한 행위를 이유로 일반형법에 근거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해석에 관하여, 질서위반행위(Ordnungswidrichkeiten)에 대한 과태료, 징계법에 의한 징계벌, 행정법원이 내리는 제재(운전면허의 취소, 영업금지, 수렵허가증의 압류) 등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자31),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이다.

○BVerfGE 21, 391ff.에서는, 동일사안에 관하여 형사처벌(Kriminalstrafe)외에 군사징계법(Wehrdisziplinarordnung)에 의한 징계벌(Laufbahnstrafen32))을 또 다시 부과하더라도 기본법 제103조 제3항에 규정된 이중처벌(Doppelbestrafung)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 BVerfGE 43,101ff.에서는, 질서위반행위로 인한 과태료 미납자에 대

하여 납부강제구금(Erzwingungshaft)를 인정하더라도, 그리고 집행된 구금일에 상응하여 과태료를 공제하여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본법 제103조 제3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EU

EU 경쟁법의 제1차적 법원(法源)은 EEC 설립조약 제81조 내지 제89조이고, 이를 보충하는 것으로 이사회규칙 제17호가 있다.

설립조약 제81조(개정전 85조)는 경쟁제한적 목적ㆍ효과를 가지는 사업자간의 협정, 사업자단체의 결정, 협조행위를 규제하고 있으며, 동 조약 제82조(개정전 86조)는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83조는 제81조, 제82조의 적용에 필요한 규칙 또는 지침의 제정을 위임하고 있고, 이를 받은 이사회규칙 제17호 제15조 제2항은 집행위원회가 조약 제81조, 제82조를 위반한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1,000 내지 1백만 계산단위(units of account) 또는 직전 사업년도 매출액의 10% 중 큰 쪽의 액수까지 제재금(fine)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재금액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위반의 경중 및 계속기간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이어서 동항 제4항은 그 부과결정이 형사벌이 아님을 명정하고 있다(“Decisions taken pursuant to paragraph 1 and 2 shall not be of a criminal law nature”).33)제재금 또는 이행강제금 부과결정에 대하여는 유럽재판소가 이를 취소, 감액, 증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17조).

4)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형사처벌(criminal punishment)을 거듭하는 경우에만 이중처벌이 되며, 형사처벌인지의 여부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의도에 준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전통적인 입장으로서 1989년의 Halper판결로 한 차례 일탈이 있었으나 1997년의 Hudson판결에 의하여 다시 현재에도 견지되고 있다. Hudson 사건은 은행관련법 위반자의 동일한 위반행위에 근거하여 행정기관인 OCC(Office of Comptroller of Currency)가 제재금(monetary penalty)과 자격정지(occupational debarment)의 제재를 가한 다음, 다시 형사기소(indictment)를 한 사안인데, 연방대법원은 이중처벌이 아니라고 하면서 Halper 판결은

잘못된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1980년대초 과징금이 입법으로 등장한 이래 2002년 6월까지 79개 법률에서 과징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부처별로 보면, 산업자원부가 14건으로 가장 많고, 보건복지부(12건), 건설교통부(11건), 재정경제부(6건), 공정거래위원회(6건)의 순이라고 한다.34)

과징금의 종류가 이와 같이 다양한 만큼 과징금의 성격 또한 일률적으로 정립하기 어렵고, 입법현실 또한 일관된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하여 과징금의 유형과 성격에 관하여는 다기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그 논의들은 특정한 과징금 모델을 중심으로 전개된 것이거나, 입법현실의 변화로 지금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들을 종합하여 정리하자면 과징금의 유형은 일응 다음과 같이 3분할 수 있다.35)

(가) 제1유형(영업정지 대체형)

영업정지 처분을 하게 되면 오히려 일반 국민에게 불편을 야기할 경우에 그에 갈음하여 부과하는 것으로서(이른바 “변형된 과징금”이라 불려지고 있다), 현행법상 과징금의 주류를 이루는 유형이다. 식품위생법 제65조의 과징금을 예로 들 수 있다.36)

(나) 제2유형(이득환수형)

의무위반행위로 인하여 획득한 이득을 환수하는 데에 주된 착안점이 있는 유형으로서, 현행법상 찾아보기 쉽지 않다(예: 조선산업의정상적경쟁조건에관한법률 제10조37))

(다) 제3유형(사후제재형)

제재 및 이를 통한 의무이행 확보(예방)에 중점을 두되, 부분적으로 이득환수적 요소도 가미될 수 있는 유형. 금융지주회사법 제64조, 제65조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38)

결국 다양한 과징금 유형을 모두 포괄하려면, 과징금이란 “행정작용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법상의 새로운 수단의 하나로서 금전상의 제재를 그 본질적 속성으로 하는 것”39), 또는 “법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정권에 기초하여 부과하는 금전적 부담”40)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정거래법상의 과징금의 성격에 관하여는 크게 부당이득환수의 기능을 강조하는 견해41), 행정제재벌의 성격을 강조하는 견해42), 양자의 성격을 겸비한 것으로 보는 견해43)가 있다.

○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두6206 판결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1999. 2. 5. 법률 제5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의 과징금 부과는 비록 제재적 성격을 가진 것이기는 하여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법 위반행위에 의하여 얻은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기 위하여 부과되는 것이고, 같은 법 제55조의3 제1항에서도 이를 고려하여 과징금을 부과함에 있어서는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 기간과 횟수 외에 위반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도 아울러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하여 부과되는 과징금의 액수는 당해 불공정거래행위의 구체적 태양 등에 기하여 판단되는 그 위법성의 정도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이득액의 규모와도 상호 균형을 이룰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균형을 상실할 경우에는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에 해당할 수가 있다.”

○ 서울고등법원 1996. 2. 13. 선고 94구36751 판결

“과징금제도는 원래 행정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자가 그 의무위반으로 취득한 경제적 이익을 박탈함으로써 경제적 불이익을 박탈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그 성격이 변화되어 이제는 영업정지와 같은 제재적 처분에 갈음하여 과하여지는 금전적 제재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반드시 부당이득의 발생을 전제로 하여 부과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공정거래법상의 과징금은 그 도입시에는 일본의 독점금지법을 모델로 하여 부당이득 환수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였다. 과징금의 부과여부는 물론 구체적으로 실현한 부당이득에 대응하는 것으로 정해진 과징금의 액수에 관하여도 공정거래위원회에게 재량이 없었다. 제정당시의 공정거래법 제6조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하게 인상한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인하하지 아니한 때 당해 사업자에 대하여 가격의 인하명령을 한 날로부터 당해명령에 따라 실제로 가격을 인하한 날까지의 기간에 대한 가격인상의 차액으로 얻은 수입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토록 하여 이러한 유형의 과징금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과징금을 위반기간 동안의 매출액, 주식의 취득가액, 채무보증액 등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기준을 추상화하는 동시에 추정적 이득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변경

하는 한편 과징금의 부과여부나 구체적인 과징금액을 정하는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으로 하였다.

그러다 1996. 12. 30. 법률 제5235호로 개정된 제5차 개정법(현행 법률)에서는 과징금의 법적 성격을 사실상 부당이득환수적 성격에서 행정제재적인 것으로 변화시켜 부당이득환수적 요소는 대부분 제거되었다.44)따라서 부당이득환수를 중점으로 이해하는 견해는 현행 제도에는 더 이상 맞지 않는 견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과징금은 순수하게 부당이득액을 환수하는 제도라고 하기 보다, 기본적으로는 사후 제재의 성격을 지니며 이를 통하여 의무이행 및 위반의 억지를 확보하려는 행정제재금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부당이득 환수적 요소가 전혀 없다고도 볼 수 없다.45)

① 법 제17조의 경우와 같이 위반행위액을 과징금액의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경우에는 과징금과 부당이득 사이에 상당한 비례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

② 법은 많은 경우에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액을 책정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자가 법 위반행위를 하는 것은 종국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또한 법 위반행위는 통상 그러한 효과를 낳을 것이라 추정하여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제적 이익 증가의 지표로서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은 것도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추상적이나마 일정하게 추정한 경제적 이득을 환수한다는 요소를 인정할 수 있다.46)

③ 모든 과징금 부과시에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회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는 점(제55조의3)도 이득환수적 요소로 이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정거래법상의 과징금은 행정제재금적 성격에 불법이득환

수적 요소도 다소간에 부가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생각된다(위에서 본 제3유형).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제하고 있는 부당지원행위에는 개인사업자의 부당지원행위도 포함될 수 있지만, 주로 규제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대기업집단 내의 계열회사간의 부당지원행위인 이른바 부당내부거래일 것이다. 부당내부거래라 함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에 대하여 상품, 용역, 자금, 자산, 인력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함으로써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말한다(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부당내부거래가 초래하는 폐해를 보면 첫째, 퇴출되어야 할 효율성이 낮은 부실기업이나 한계기업을 계열회사의 형태로 존속케 함으로써 당해 시장에서 경쟁자인 독립기업을 부당하게 배제하거나 잠재적 경쟁자의 신규 시장진입을 억제함으로써 시장의 기능을 저해한다. 둘째, 계열회사간에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부당내부거래는 독과점적 이윤을 상호간에 창출시키게 되고, 그 결과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들의 독점력을 강화함으로써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야기한다. 셋째, 부당내부거래는 우량 계열기업의 핵심역량이 부실 계열기업으로 분산ㆍ유출되어 우량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됨에 따라 기업집단 전체가 동반 부실화할 위험을 초래한다. 넷째, 부당내부거래는 또한 기업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주주, 특히 소액주주와 채권자 등의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이러한 폐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하여 1996. 12. 30. 법률 제5235호로 공정거래법을 개정, 부당내부거래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여 이를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시정조치, 과징금,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부당지원을 받은 사업자가 아니라 부당지원을 한 사업자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앞에서 본바와 같이 위헌론은 이 점에 착안, 아무런 경제적 이득이 없는 지원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하여 과징금을 징수하는 것이므로 부당이득 환수의 요소가 전혀

없고 오로지 행정제재적 또는 처벌적 요소만 존재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과징금제도는 각 사업자를 고립시켜서 고찰하기 보다는, 지원을 주고 받는 대규모 기업집단 전체 또는 상호간의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고 본다. 대규모 기업집단간의 부당 내부거래는 일시적으로는 지원을 하는 기업에 손해를 미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력 집중을 통하여 기업집단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주고, 서로 긴밀히 연결된 기업집단의 특성에 비추어 결국은 지원기업도 부당이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회사들간의 지원행위에 대하여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요컨대 부당지원이라는 행위의 속성상 지원을 주고받는 기업들간에는 공동의 연대성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경제행위 내지 부당이득의 연대성에 착안하여 과징금 부과의 목적을 보다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당사자를 부과객체로 설정한 것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과징금의 특성이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과징금에 부당이득환수적 성격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떤 행정제재의 기능이 오로지 제재(및 이에 결부된 예방)에 있다고 하여 이를 형사처벌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과징금은 그 취지와 기능, 부과의 주체와 절차(형사소송절차에 따라 검사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부과되는 형사처벌과 달리 과징금은 공정거래위원회라는 행정기관에 의하여 부과되고 이에 대한 불복은 행정쟁송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등을 종합할 때 부당내부거래 억지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행정상의 제재금으로서의 기본적 성격에 부당이득환수적 요소도 부가되어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를 두고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국가형벌권 행사로서의 ‘처벌’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공정거래법에서 형사처벌과 아울러 과징금의 병과를 예정하고 있더라도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부당지원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과 아울러 과징금의 병과를 예정하는 것이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제재들의 총합이 법 위반의 억지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 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비례성의 원칙은 준수되어야 한다. 다만,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 제119조에 규정된 경제질서 조항의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 제119조는 자유와 경쟁에 기초한 경제질서를 보장하기 위하여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와 조정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국가에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자는 경제현실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전망, 목적달성에 소요되는 경제적ㆍ사회적 비용, 당해 경제문제에 관한 국민 내지 이해관계인의 인식 등 제반 사정을 두루 감안하여 독과점 규제와 공정거래의 보장을 위하여 가능한 여러 정책 중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제정책을 선택할 수 있고, 입법자의 그러한 정책판단과 선택은 그것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경제에 관한 국가적 규제ㆍ조정권한의 행사로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과징금은 위에서 본바와 같이 정확한 부당이득환수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지원행위의 억지에 그 주된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부당지원을 받은 사업자에 대하여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만이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할 수 없다.

과징금의 취지가 제재를 통한 부당지원행위의 억지에 있는 이상 입법자는 누구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위반행위를 보다 효율적으로 차단하고 시장의 경쟁질서를 효과적으로 회복ㆍ유지하게 될 것인가라는 정책적 관점에서 과징금 부과의 객체를 정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입법자는 이 점에서 지원을 한 기업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 본 것이고, 또한 비록 그것이 지원을 받는 기업으로부터 부당이득을 직접 환수하

는 방법은 아니라 할지라도 서로 긴밀히 연결된 기업집단 내 계열기업들 간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지원을 한 기업에 대한 제재와 억지는 결국 지원을 받는 기업이 속한 시장의 경쟁질서를 회복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본 것인 바, 입법자가 선택한 이러한 수단이 공정한 경쟁질서 보호에 부적절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입법자는, 부당지원행위에 관하여 형사처벌의 가능성과 병행하여 과징금 규정을 두고 있으며, 과징금액의 산정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당해 사업자의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100분의 2를 상한으로 하는 범위 내에서, 매출액이 없는 경우에는 5억원의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업자가 법 위반행위를 하는 것은 종국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을진대, 사업자의 매출액을 그러한 경제적 이익 증가의 지표로 보고서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아 과징금액의 상한을 책정토록 한 것은 나름대로 수긍할 만한 합리성이 있다 할 것이고, 기업집단 내의 부당내부거래에 있어 적극적ㆍ주도적 역할을 하는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에 대하여도 충분한 제재 및 억지의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에서 그 매출액에 대한 일정 비율(2%)을 책정하여 그 한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토록 한 것은, 여기에 형사처벌의 정도(2년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이하의 벌금)를 보태어 보더라도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정한 수단이 아니라거나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라고 하기 어렵다.47)

뿐만 아니라 현행 공정거래법의 전체 체계에 의하면 부당지원행위가 있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매출액의 100분의2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1항은 과징금을 부과함에 있어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회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등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개

별 부당지원행위의 불법의 정도에 비례하는 상당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만 과징금을 부과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3항은 이러한 취지를 구체화하도록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시행령 제61조 별표2는 부당지원행위의 과징금부과기준을, 지원금액이 산출가능한 경우에는 당해 지원금액 이내로, 지원금액이 산출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에는 당해 지원성 거래규모의 100분의10 이내로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편으로는 부당지원금액이 대단히 거액이어서 매출액의 100분의2를 상회하더라도 지원금액 만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출액 기준 이내에서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 부당지원금액이 매출액의 100분의2에 훨씬 미치지 못하더라도 매출액 기준으로 부과할 수는 없고 그 지원금액을 한도로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중적 제한장치의 결과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액은 매출액의 100분의2를 훨씬 하회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48)

그렇다면 부당지원행위의 실효성 있는 규제를 위하여 형사처벌의 가능성과 병존하여 과징금 규정을 둔 것 자체나, 지원기업의 매출액을 과징금의 상한기준으로 삼은 것을 두고 비례성원칙에 반하여 과잉제재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절차적 적법절차의 법리는 미국 수정헌법 제5조제14조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통하여 형성되어 왔는바, 절차적 적법절차의 요체는 고지

(notice)와 청문(hearing), 공정한 결정권자(impartial decisionmaker)에 있다.49)

어느 정도로 절차적 보장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크게 다섯가지 문제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 어떠한 종류의 고지절차가 이루어져야 하는가 ② 청문은 언제 이루어져야 하는가, 즉 권리박탈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는가 혹은 권리박탈 후에도 행하여질 수 있는가 ③ 어떠한 종류의 청문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예를 들면 대심적(adversarial) 청문절차가 이루어져야 하고, 행정부는 국선변호인을 선임하여 주어야 하는가? ④ 입증책임은 어느 쪽에서 부담하는가 및 어느 정도의 입증책임(즉 단순한 증거우위,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 또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는 정도의 증거)이 적용되는가? ⑤결정권자는 누구여야 하는가? 반드시 판사여야 하는가 아니면 판사 이외에 다른 자로 충분한가?

Mathews v. Eldridge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3가지의 일반적인 심사기준을 제시하였고, 이는 그 후의 판례를 통하여 확립되었다. ① 개인에 대한 이익의 중요성. 그 이익의 중요성이 크면 클수록 절차적 보장의 요청 또한 더 크다. ② 사실확인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부가적인 절차의 가치. 추가적인 절차로 인하여 더 낫고 정확하며 오류가 적은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면 할수록, 그러한 절차적 요청의 개연성은 커진다. ③ 그러한 절차를 요청함으로써 국가(정부)가 안게 될 부담. 절차에 대한 비용이 크면 클수록 그 절차적 요청의 개연성은 적어진다.

Mathews 테스트는 복지급여의 중단, 공무원의 해고, 친권의 박탈, 학교의 학생에 대한 징계처분(정학, 체벌), 아동의 자유박탈, 수형자에 대한 불이익처분, 징벌적 손해배상, 몰수절차와 같은 사안들에서 적용되고 있다. 적용의 결과는 한마디로 정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어떠한 절차가 요구되는지는 개인이익의 중요성, 사실확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의 가치, 그리고 행정효율성에 대한 정부의 이익과 같은 다양한 이익들을 형량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 미국의 판례라고 정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절차적 적법절차의 요체는 ‘청문의 기회 보장’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헌재 1994. 7. 29. 93헌가3등, 판례집 6-2, 1, 11

“이 사건 규정에 의한 직위해제처분은 실질상 징계처분의 일종인 정직(停職)과 비슷한 처분인데도 불구하고 징계절차 또는 기타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하여 교원의 직위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사실만을 이유로 해서 임면권자의 일방적인 처분으로 직위해제를 행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징계절차에 있어서와 같은 청문의 기회가 보장되지 아니하여 당해 교원은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증거를 제출할 방법조차 없는 것이니 그러한 의미에서 적법절차가 존중되고 있지 않다고 할 것이다.”

○ 헌재 1996. 1. 15. 95헌가5, 판례집 8-1, 1, 16-17

“중형에 해당되는 사건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출석 기회조차 주지 아니하여 답변과 입증 및 반증 등 공격ㆍ방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불출석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전혀 물을 수 없는 경우까지 궐석재판을 행할 수 있게 한 반국가행위자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 제7조 제5항은 절차의 내용이 심히 적정하지 못하여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한다”

○ 헌재 2002. 6. 27. 99헌마480, 판례집 14-1, 616, 634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에 의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전기통신) 취급거부ㆍ정지ㆍ제한 명령 제도는 실질적인 피규제자인 전기통신이용자에게 의견진술권이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아니한 점에서 적법절차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의 성격은 독립적인 규제위원회라고 설명되고 있다.50)물론 독립적 위상의 면에서 미국의 FTC를 비롯한 독립규제위원회에 비하여 미흡하지만, 우리나라의 수많은 합의제 행정기관

중 중앙노동위원회, 방송위원회와 더불어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의 그것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51)그 이유로는 ① 규제행정의 업무를 담당한다, ② 정책결정기능(행정입법 및 처분의 행위형식을 취한다)과 쟁송 재결(裁決) 기능을 모두 갖고 있어, 대체로 준입법권 및 준사법권을 가지고 있다, ③ 행정관청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어 직무상의 독립 뿐 아니라 기구상의 독립성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케 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하에 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법 제35조).

위원회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그 중 4인은 비상임위원으로서,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나머지 위원은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제37조). 위원의 임기는 3년이고, 1차에 한하여 연임이 가능하다(제39조). 위원은 신분보장을 받으며,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다(제40조, 제41조).

위원의 자격은 공정거래 경험이 있는 2급이상의 공무원, 판사ㆍ검사ㆍ변호사 경력 15년이상인 자, 대학교수 경력 15년이상인 자, 기업경영ㆍ소비자보호활동 15년이상 경력자로 되어 있다(제37조 제2항).52)

행정절차에 관한 일반법인 행정절차법은 위원회의 사건처리절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 동법시행령 제2조 제6호).

위원회의 법위반 사건에 대한 처리는 조사-심판-불복의 3단계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조사는 신고나 직권에 의하여 착수되며, 사무처 공무원인 심사관(국장 또는 지방사무소장)이 담당한다. 심사관은 조사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하여

위원회에 제출한다[공정거래위원회회의운영및사건절차등에관한규칙(이하 “규칙”이라 한다) 제28조, 제29조].

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은 공개되며,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시정명령, 과징금납부명령, 고발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시정조치명령에 대하여는 당사자에게 집행정지신청권이 있다(법 제53조의2).

과징금을 납부기한(원칙적으로 60일)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가산금을 징수하며,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한다(법 제55조의5).

위원회의 처분에 대하여 불복이 있는 자는 처분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심의, 재결은 위원회의 전원회의에서 이루어진다. 이의신청을 거치지 않고도 위원회의 처분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의 심사관에 해당하는 업무를 행정법판사(administrative law judge)가 담당한다. 이들은 청문을 주재하고 청문결과에 따른 1차적 결정권한을 가진다. 이들은 법원의 판사에 준하는 독립성이 요구된다고 보아, 선출과 임용, 관리 등에 대하여 특별한 고려가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행정법판사는 연방인사국에서 선출하는데, 변호사자격이 있는 자로서 7년이상의 경력자 중에서 시험을 거쳐 선출하며, 이들은 윤번제로 사건을 배당받는다고 한다.53)

현행 처리절차는 대심적 심리구조와 준사법적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위원회의 심리와 의결은 공개한다(법 제43조). 위원에 대한 제척ㆍ기피ㆍ회피제도가 있다(법 제44조). 위원회는 조사결과를 서면으로 당해 사건의 당사자에게 통지하여야 하며(법 제49조 제3항),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기 전에 반드시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제52조 제1항), 당사자는 위원회의 회의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자료를 제출할 권리를 부여받고 있다(동조 제2항). 또한

당사자에게 자료의 열람ㆍ복사요구권을 주고 있다(제52조의2).

법 제48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규칙은 대심적 구조를 보다 강화하고 있다.

① 심사관이 작성한 심사보고서를 피심인에게 송부(규칙 제28조, 제29조), ② 피심인에게 위원회 회의 개최의 일시, 장소 등을 통지하고, 피심인에게 개최일시 변경신청권 부여(규칙 제33조), ③ 피심인의 출석하에 회의 개의(규칙 제34조), ④ 피심인에 대한 인정신문(규칙 제35조), ⑤변호사 등의 대리인 선임권(규칙 제36조), ⑥ 피심인의 모두절차에서의 진술권(규칙 제38조), 최후진술권(동 제43조), 질문권(동 제39조), ⑦ 피심인의 증거조사 신청권(규칙 제41조), ⑧ 시정명령, 과징금 납부명령, 고발 등을 의결하는 경우 주문, 이유 등을 기재한 의결서 또는 결정서를 작성하고(규칙 제54조), 이를 피심인 등에게 통지(동 제56조)

위원회는 미국의 FTC에 비하면 그 구성, 절차의 면에서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구성의 면에서 볼 때, 임명절차에서 국회의 관여가 없다는 점, 위원에 대하여 위원장의 제청권한이 인정된다는 점, 비상임위원의 비율이 높다는 점은 독립성의 관점에서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54)

법위반 사건의 조사과정에서 미국의 행정법판사와 같은 법전문가에 의한 독립적 직무수행이 이루어지는 대신 사무처 소속의 일반 행정공무원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위원회제도의 의미를 잃게 될 염려가 있다.55)

그러나 미국의 제도는 미국 역사의 독특한 정치적, 법적 문제상황에 즉응하여 발달되어 온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규제행정위원회의 등장 배경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원래 미국의 보통법원리상 규제기능은 사법부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산업의 발달에 따른 사회변화는

전문성, 기술성을 요하는 규제기능은 법관들로 구성된 사법부에 의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없다는 인식을 낳고, 이에 따라 보통법으로 규율할 수 없는 실제적 상황에서 적절한 규범정립기능을 행하고, 전문ㆍ기술적 규제영역에서 스스로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준사법적 역할을 담당할 행정기관을 창설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다만, 그러한 행정기관은 당시 미국정치의 파당주의에 대한 경계심과 엄격한 삼권분립 관념에 근거한 행정부에 대한 인식에 터잡아 삼권으로부터 독립된 조직으로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요컨대 미국의 독립규제위원회는 규제행정영역에서 사법기능의 부적절성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56)

요컨대, 보통법의 정신과 사법국가체계를 전제로 한 미국의 경우 규제행정위원회를 설치하더라도 당연히 그에 대한 준사법적 원리의 요청이 강하게 된다. 이에 반해 성문법에 근거한 독일과 프랑스의 행정법 체계를 계수한 우리나라에서는 행정에 의한 규제라는 관념을 체계의 전제로서 친숙하게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사후적 사법심사를 보장하는 한 법치국가원리나 재판청구권의 관점에서 별다른 헌법적 이의가 없다는 것에 토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① 1차적 결정권자인 위원회의 구성에 있어 일정한 정도의 독립성이 확보되어 있고, 과징금 부과절차에서는 대심구조를 취하면서 통지, 청문 등을 통하여 당사자의 절차적 참여권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는 점, ② 행정소송을 통한 법원의 사후심사가 보장되어 있는 점, ③ 더 이상의 사법적 절차나 원리를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사법기능과 행정기능의 장단점을 비교하여(전자의 장점은 공정성, 중립성, 절차적 보장성이라 할 것이고, 후자의 장점은 전문성, 행정목적의 통합적 구현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비교교량에 있어서는, 규제행정위원회가 수행하는 준사법적 기능은 정책결정 및 집행기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57)을 고려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인 점을 종합할 때, 공정거래위원회의 현행 과징금 제도가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법치국가원리, 재판청구권, 사법권의 귀속에 관한 헌법규정을 종합하여 보아도 위헌이라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위 결정요지에서 본바와 같이, 부당지원행위에 대하여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헌법상의 자기책임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과징금 부과절차에 있어서 준사법절차적 내용이 매우 미흡하여 적법절차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재판관 3인의 위헌의견과, 이에 더하여 이중처벌금지원칙과 무죄추정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재판관 1인의 위헌의견이 있었다.

(1) 헌법재판소의 기존판례는 행정제재와 형사처벌의 병과는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저촉되지 않고, 다만 비례성원칙에 의한 심사를 받을 뿐이라고 하였는데, 이 결정은 이러한 기존 판례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 헌법이론적인 면에서, 국가작용 중 행정권의 역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행정제재와 형사처벌의 관계를 헌법적으로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해명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고,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제검찰로서의 역할에 대해 일각에서 부정적 시각이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이와 관련하여 과징금 제도에 대하여 학계와 실무계에서 그간 위헌 여부에 관한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헌법재판소가 적어도 위헌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림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유권적 마무리가 지어졌다는 점에 이 결정의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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