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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4. 10. 28. 선고 2003헌가18 판례집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4호 위헌제청]
[판례집16권 2집 86~103]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심리기간중 당해 소송의 대상인 출국금지처분의 출국금지기간 만료로 소의 이익이 소멸되었으나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예외적으로 심판이익을 인정한 사례

2. 거주·이전의 자유의 기능과 내용

3.법무부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의 추징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자에게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4호가 과잉금지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이중처벌금지원칙 등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이 사건 제청신청인은 추징금 미납을 이유로 출국금지처분을 받아 출국금지가 되었으나 그 이후 출국금지기간만료로 해제되어 당해 소송에서 출국금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는 그 권리보호이익을 상실하여 심판대상 법조항에 대한 위헌여부를 판단할 소의 이익은 소멸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 심판대상 법조항의 위헌여부는 거주이전의 자유 중 출국의 자유와 관계되는 중요한 헌법문제라고 볼 수 있고, 이 문제에 대하여 아직 우리 재판소에서 해명이 이루어진 바도 없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또는 이 사건과 무관하게 심판대상 법조항에 의거한 출국금지처분이 재차 이루어져 출국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침해의 논란이 반복될 것도 명백하므로 이에 대한 위헌여부의 심판이익이 있다.

2.거주·이전의 자유는 국가의 간섭없이 자유롭게 거주와 체류지를 정할 수 있는 자유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개성신장을 촉진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다른 기본권들의 실효성을 증대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에서 체류지와 거주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자유영역뿐 아니라 나아

가 국외에서 체류지와 거주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해외여행 및 해외 이주의 자유’를 포함하고 덧붙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이탈할 수 있는 ‘국적변경의 자유’ 등도 그 내용에 포섭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는 필연적으로 외국에서 체류 또는 거주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을 떠날 수 있는 “출국의 자유”와 외국체류 또는 거주를 중단하고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입국의 자유’를 포함한다.

3.가.출국금지의 대상이 되는 추징금은 2,000만 원 이상으로 규정하여 비교적 고액의 추징금 미납자에 대하여서만 출국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실무상 추징금 미납을 이유로 출국금지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재산의 해외도피 우려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4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는 출입국관리법시행령출국금지업무처리규칙의 관련 조항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살피면 일정한 액수의 추징금 미납사실 외에 ‘재산의 해외도피 우려’라는 국가형벌권실현의 목적에 부합하는 요건을 추가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출국과 관련된 기본권의 제한을 최소한에 그치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간접강제(민사집행법 제261조)제도나 재산명시명령의 불이행에 대한 감치(민사집행법 제68조)처분, 강제집행면탈죄(형법 제327조)로 처벌하는 규정과, 사기파산죄(파산법 제366조) 등과 대비하여 볼 때 재산의 해외도피 우려가 있는 추징금 미납자에 대하여 하는 출국금지처분이 결코 과중한 조치가 아닌 최소한의 기본권제한조치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나아가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는 자에 대한 출국금지로 국가형벌권 실현을 확보하고자 하는 국가의 이익은 형벌집행을 회피하고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키려는 자가 받게되는 출국금지의 불이익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 이처럼 고액 추징금 미납자에게 하는 출국금지조치는 정당한 목적실현을 위해 상당한 비례관계가 유지되는 합헌적 근거 법조항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이다.

나.출국금지의 대상이 되는 금액의 액수를 직접 규정하지 않고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는 있으나 법원에서 선고하는 벌금이나 추징금 액수는 경제현실에 따라 변동될 수 있고, 법의식 및 사회관념의 변화에 따라 출국금지의 상당성을 인정하는 금액이 다를 수 있

으므로 출국금지의 기준 금액을 현실의 상황변화에 맞게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크다. 그렇다면 법률에서 직접 출국금지의 기준이 되는 추징금의 액수를 규정하기 보다는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보다 상당하다.

또한 이 사건 법조항이 출국금지처분의 사유가 되는 추징금의 미납액수 하한을 정하는 기준과 범위를 명시적으로 설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추징금 미납자를 그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일정한 금액 이상의 추징금을 미납하는 경우에 출국금지처분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출입국관리법의 전반적 체계와 관련 규정들에 비추어 보면 사회적 상당성있는 금액이 규정될 것임을 알 수 있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다.추징은 몰수에 갈음하여 그 가액의 납부를 명령하는 사법처분이나 부가형의 성질을 가지므로, 주형은 아니지만 부가형으로서의 추징도 일종의 형벌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정액수의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자에게 내리는 출국금지의 행정처분은 형법 제41조상의 형벌이 아니라 형벌의 이행확보를 위하여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정조치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 법조항에 의한 출국금지처분은 헌법 제13조 제1항 상의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1.추징금은 몰수의 대상인 물건을 몰수하기가 불가능한 경우에 추징하는 가액(형법 제48조 제2항)으로서, 심판대상 법조항과 같이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4호에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벌금’의 경우 이를 납입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신병확보가 수반되는 노역장유치가 가능함(형법 제70조)에 비하여, ‘추징금’의 경우에는 형벌의 성격을 갖고는 있으나 민사집행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즉, 추징금에 대하여는 검사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하는데, 동 명령은 집행력있는 채무명의와 동일한 효력이 있고 그 집행에는 민사집행법의 집행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형사소송법 제477조). 또한 강제집행이 개시되면 추징금에 대한 시효가 중단된다(형법 제80조).

이와 같이 추징금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여 국가의 형벌권을 실현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적은 수단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징금 납부를 강제하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하는 것은 필요한 정도를 넘은 과도한 기본권제한이어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신병확보의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추징금징수라는 행정편의를 위하여 출국금지 조치를 허용하는 것은 오늘날 글로벌화된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해외에서의 견문 및 직업활동을 통한 개성신장, 각종 정보의 교류, 문화적 편견 없는 인격의 형성 등을 위하여 국민이 누려야 할 헌법상의 중요한 기본권인 해외여행의 자유 내지는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현저히 잃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 법조항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출국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2.심판대상 법조항은 추징금 미납액수의 하한설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도 않은 채 행정입법인 법무부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그 미납액수의 하한이 어느 범위에서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정해질지를 전혀 예측하거나 그 대강이라도 인식할 수 없게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자의적인 결정으로 인하여 추징금 미납액수의 하한이 수인 및 기대불가능할 정도로 축소될 염려마저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요컨대, 심판대상 법조항은 추징금 미납액수 하한의 범위나 기준 등을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이를 전적으로 법무부령에 위임하고 있는바, 이는 포괄적 위임입법으로서 헌법 제95조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원리 및 민주주의원리에서 파생하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심판대상조문

출입국관리법(2001. 12. 29. 법률 제6540호로 개정된 것) 제4조(출국의 금지) ① 법무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국민에 대하여는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1.~3. 생략

4. 법무부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의 벌금 또는 추징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자

5.~6. 생략

형법 제80조(시효의 중단) 시효는 사형, 징역, 금고와 구류에 있어서는 수형자를 체포함으로, 벌금, 과료, 몰수와 추징에 있어서는 강제처분을 개시함으로 인하여 중단된다.

형사소송법 제477조(재산형 등의 집행) ① 벌금, 과료, 몰수, 추징, 과태료, 소송비용, 비용배상 또는 가납의 재판은 검사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한다.

② 전항의 명령은 집행력 있는 채무명의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③제1항의 재판의 집행에는 민사집행법의 집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단, 집행 전에 재판의 송달을 요하지 아니한다.

② 법 제4조 제1항 제4호에서 “법무부령이 정하는 금액”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금액을 말한다.

1. 생략

2. 추징금:2천만 원

③, ④ 생략

참조판례

1. 헌재 1993. 12. 23. 93헌가2 , 판례집 5-2, 578, 590-591

헌재 2000. 7. 20. 99헌가7 , 판례집 12-2, 17, 25

2. 헌재 1996. 8. 29. 95헌바36 , 판례집 8-2, 90, 99

헌재 1991. 2. 11. 90헌가27 , 판례집 3, 11, 29-30

헌재 1998. 6. 25. 95헌바35 등, 판례집 10-1, 771, 793

헌재 1995. 11. 30. 91헌바1 등, 판례집 7-2, 562, 592

헌재 1998. 11. 26. 97헌바31 , 판례집 10-2, 650, 662

헌재 1995. 7. 21. 94헌마125 , 판례집 7-2, 155, 166

헌재2002. 6.27. 2000헌마642 등, 판례집 14-1, 644, 656-657

헌재 1994. 6. 30. 92헌바38 , 판례집 6-1, 619, 627

헌재 2002. 7. 18. 2000헌바57 , 판례집 14-2, 1, 18

헌재 2003. 6. 26. 2002헌가14 , 판례집 15-1, 624

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 판례집 15-2상, 1, 10-13

헌재 1993. 12. 23. 89헌마189 , 판례집 5-2, 622, 645

헌재 1995. 11. 30. 93헌바32 , 판례집 7-2, 598, 607

헌재 1998. 2. 27. 96헌마371 , 판례집 10-1, 184, 194-195

헌재 1996. 8. 29. 94헌마113 , 판례집 8-2, 141, 164

헌재 1999. 5. 27. 98헌바70 , 판례집 11-1, 633, 643-644

헌재 2003. 4. 24. 2002헌가15 , 판례집 15-1, 360, 367

대법원 2001. 7. 27. 2001두3365

대법원 1979. 4. 10. 78도3098

대법원 1988. 6. 21. 88도551

당사자

제 청 법 원 서울행정법원

제청신청인 김○춘

대리인 법무법인 신촌

담당변호사 이영모

당 해 사 건 서울행정법원 2003구합24144 출국금지 처분취소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제청신청인은 1998. 8.경 관세법위반죄 등으로 기소되어, 1998. 11. 17. 서울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730,000,000원 및 168,330,000원을 선고받고, 2000. 7. 11. 서울고등법원에서 형의 선고유예 및 추징금 167,830,000원을 선고받았으며, 2002. 12. 6.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어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2)2003. 7. 2. 법무부장관은 제청신청인이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4호에 근거하여 2003. 7. 1.부터 2003. 12. 31.까지 제청신청인의 출국을 금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3)제청신청인은 2003. 8. 6. 서울행정법원 2003구합24144호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다.

(4)2003. 9. 4. 서울행정법원은 제청신청인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이 이유있다고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 제청결정(서울행정법원 제12부 2003아1633)을 하였다. 이 제청결정은 2003. 9. 16. 대법원을 경유하여 2003. 9. 19. 우리 헌법재판소에 접수되었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출입국관리법(2001. 12. 29. 법률 제6540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4호 중 추징금 부분(이하 “심판대상 법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고, 심판대상 법조항과 관련법령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4조(출국의 금지) ① 법무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국민에 대하여는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1.~3. 생략

4.법무부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의 벌금 또는 추징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자

5.~6. 생략

① 생략

② 법 제4조 제1항 제4호에서 “법무부령이 정하는 금액”이라 함은 다음 각호의 금액을 말한다.

1. 생략

2. 추징금:2천만 원

③, ④ 생략

형법 제80조(시효의 중단) 시효는 사형, 징역, 금고와 구류에 있어서는 수형자를 체포함으로, 벌금, 과료, 몰수와 추징에 있어서는 강제처분을 개시함으로 인하여 중단된다.

형사소송법 제477조(재산형 등의 집행) ① 벌금, 과료, 몰수, 추징, 과태료, 소송비용, 비용배상 또는 가납의 재판은 검사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한다.

②전항의 명령은 집행력있는 채무명의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③제1항의 재판의 집행에는 민사집행법의 집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단 집행 전에 재판의 송달을 요하지 아니한다.

2.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

(1) 과잉금지원칙의 위배

심판대상 법조항의 취지는 추징금을 미납한 국민이 출국을 이용하여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는 등으로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함에 주된 목적이 있다 할 것인데, 추징금을 미납한 국민에 대해서는 검사의 명령에 의한 강제집행이 가능하고(형사소송법 제477조 제1항), 검사의 강제집행이 개시되면 추징금에 대한 시효가 중단(형법 제80조)됨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 법조항이 일정 금액 이상의 추징금 미납사실 자체만으로 곧바로 출국금지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2)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의 위배

심판대상 법조항은 출국금지처분의 사유가 되는 추징금의 미납액수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한 한계를 두지 아니한 채 이를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고, 출국이 금지되는 추징금 미납액수의 하한이 대강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를 예측할 수가 없게 되었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1) 과잉금지원칙의 위배여부

심판대상 법조항은 추징금 미납자가 재산을 은닉하고 있어 재산보유현황이나 재산의 소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기 위하여 출국을 하려는 경우 추징금 집행, 즉 형벌권 실현의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으로 출국을 금지하는 것이다. 또한 추징금 액수에 대하여 2,000만 원 이상으로 규정하여 비교적 다액의 추징금 미납자에 대하여만 출국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추징금 미납사실 외에 ‘재산의 해외도피 우려’라는 국가형벌권 실현확보 목적에 부합하는 요건을 요구함으로써 최소한도의 기본권 제한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려는 자에 대하여 그 출국을 금지하여 국가형벌권 실현을 확보함으로써 얻게 되는 국가의 이익 내지 국가법질서 수호의 공익은 형벌집행을 회피하고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키려는 자가 받게되는 출국금지의 불이익보다 현저히 크다.

(2)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의 위배여부

출국금지의 대상이 되는 추징금의 액수를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법원에서 선고하는 벌금이나 추징금 액수는 경제현실에 따라 변동이 될 수 있고, 사회관념의 변화에 따라 출국금지의 상당성을 인정하는 금액의 액수가 변동가능하다는 점에서 상황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출입국관리법의 전반적 체계와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출국금지를 통하여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시킬 정도의 사회적 상당성있는 금액이 시행령에 규정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다. 제청신청인의 의견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와 대체로 유사하고 그 외 이중처벌금지원칙의 위배를 추가하고 있다. 즉 추징금의 납부의무자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국외출국금지처분은 확정된 형사사건과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거듭 처벌하는 것과 다르지 아니하므로, 이는 이중처벌금지원칙의 헌법이념에 위반된다.

3. 판 단

가.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이 사건의 경우 당해사건이 제청법원에 적법하게 계속중이고, 심판대상 법조항은 당해 사건 처분에 직접 적용되는 것으로서 이 사건 법조항이 위헌이라면 이를 적용근거로 한 당해사건의 처분은 위법한 것으로 그 판단결과에 따라 당해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기 때문에 당해사건의 재판에 전제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 사건 제청신청인은 추징금 미납을 이유로 2003. 7. 1. 출국금지처분을 받아 2004. 6. 30.까지 출국금지가 되었으나 그 이후 출국금지기간만료로 해제되었다.

따라서 당해소송에서 출국금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는 그 권리보호이익을 상실하여 심판대상 법조항에 대한 위헌여부를 판단할 소의 이익은 소멸되었다.

그러나 설사 심리기간중 소의 이익이 소멸되었더라도 헌법재판소로서는 제청당시 전제성이 인정되는 한 예외적으로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그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재 1993. 12. 23. 93헌가2 , 판례집 5-2, 578, 590-591; 2000. 7. 20. 99헌가7 , 판례집 12-2, 17, 25).

이 사건 심판대상 법조항의 위헌여부는 거주이전의 자유 중 출국의 자유와

관계되는 중요한 헌법문제라고 볼 수 있고, 이 문제에 대하여 아직 우리 재판소에서 해명이 이루어진 바도 없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또는 이 사건과 무관하게 심판대상 법조항에 의거한 출국금지처분이 재차 이루어져 출국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침해의 논란이 반복될 것도 명백하므로 이에 대한 위헌여부의 심판이익이 있다.

나. 본안 판단

(1) 심판대상 법조항의 도입배경

1963. 3. 5. 법률 제1289호로 제정된 출입국관리법에서부터 1999. 2. 5. 법률 제5755호의 개정법률까지 심판대상 법조항은 존재하지 아니하였다. 1988. 12. 31. 법무부령 제315호로 제정된 출국금지업무처리규칙이 1992. 3. 12. 법무부령 제360호로 개정되면서 동 규칙 제2조의2 제1항 제3호에 처음으로 심판대상 법조항의 내용이 들어가게 되었다. 이것은 1995. 7. 10. 법무부령 제408호로 전문개정된 동 규칙 제3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되고 2002. 8. 10. 법무부령 제524호로 동 규칙 제3조가 개정될 때까지 존속되어 왔다.

2001. 12. 29. 법률 제6540호로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에 심판대상 법조항이 도입된 취지는 법무부령인 출국금지업무처리규칙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에 대한 출국금지대상자의 구체적인 기준을 법률에 직접 규정함으로써(법 제4조 제1항)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에 의한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취지를 살리도록 한 것이다.

나아가 재산의 해외 도피 우려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일정 금액 이상의 추징금 미납 사실 자체만으로 바로 출국금지처분을 하는 것은 형벌을 받은 자에게 행정제재의 목적으로 한 것으로 출국금지업무처리규칙 제2조 제2항에 위반되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1두3365 판결)이 있은 후, 같은 해 12. 29. 위 법률 제6540호로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에 심판대상 법조항이 도입되었다.

(2)심판대상 법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기본권과 그 제한목적의 정당성

우리 헌법 제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거주와 체류지를 정할 수 있는 자유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개성신장을 촉진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다른 기본권들의 실효성을 증대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에서 체류지와 거주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

는 자유영역뿐 아니라 나아가 국외에서 체류지와 거주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를 포함하고 덧붙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이탈할 수 있는 ‘국적변경의 자유’ 등도 그 내용에 포섭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는 필연적으로 외국에서 체류 또는 거주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을 떠날 수 있는 “출국의 자유”와 외국체류 또는 거주를 중단하고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입국의 자유’를 포함한다.

심판대상 법조항은 일정금액 이상의 추징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자에게 법무부장관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 제14조상의 거주·이전의 자유 중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조항은 추징금을 미납한 국민이 출국을 이용하여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는 방법으로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추징금에 관한 국가의 형벌권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으므로 그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3) 과잉금지원칙의 위배여부

국가가 고액의 추징금 미납자에게 출국금지처분을 하는 것은 적어도 국가가 추징금에 관한 형벌권을 실현하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출국금지의 대상이 되는 추징금은 2,000만 원 이상으로 규정하여 비교적 고액의 추징금 미납자에 대하여서만 출국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실무상 추징금 미납을 이유로 출국금지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재산의 해외도피 우려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법무부령인 출국금지업무처리규칙 제2조 제1항도 추징금 미납자에 대한 출국금지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단순히 공무수행의 편의나 형벌 또는 행정벌을 받은 자에 대한 행정제재의 목적으로 할 수는 없으며(동 규칙 제2조 제2항), 출국금지는 유효한 여권을 소지한 자에 대하여 가능하고(동 규칙 제2조 제3항), 출국금지 여부를 심사·결정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출국금지업무처리규칙 제2조에 규정된 기본원칙, 출국금지대상자의 성별·연령·학력·성행 및 범죄사실, 출국금지대상자의 가족관계 및 사회적 신분, 출국금지대상자의 해외도피가능성 유무 등을 반드시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동 규칙 제10조). 특히 출국금지요청서에는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소명자료를 첨부하도록 하면서(동 규칙 제5조 제2항), 미납자가 재산의 해외도피 목적으로 국외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료, 가족 등의 국외이주 또는 장기국

외체류사실 입증자료(미납자 가족의 출입국사실조회서 또는 국외이주사실이 기재된 주민등록등본), 재산의 해외도피 목적으로 국외도주할 우려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관계공무원의 조사보고서(추징금처분의 범죄사실, 미납자의 성별·연령·직업·성행이나 사회적 신분, 미납자의 경제적 활동과 그로 인한 수입의 정도, 재산상태와 그간의 추징금납부의 방법 및 납부금액정도, 출입국여부와 그 목적·기간·행선지·해외에서의 활동내용·소요자금의 수액과 출처, 미납자의 가족관계, 가족의 생활정도 및 재산상태·직업·경제활동, 재산을 은닉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자료) 등을 제출토록 하고, 출국금지심의위원회에서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여 출국금지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출입국관리법시행령출국금지업무처리규칙의 관련 조항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살피면 일정한 액수의 추징금 미납사실 외에 ‘재산의 해외도피 우려’라는 국가형벌권실현의 목적에 부합하는 요건을 추가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출국과 관련된 기본권의 제한을 최소한에 그치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제도는 채무의 이행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그 기간 내에 이행을 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늦어진 기간에 따라 일정한 배상을 하도록 명하거나 즉시 손해배상을 하도록 명할 수 있는 간접강제(민사집행법 제261조)제도나 재산명시명령의 불이행에 대한 감치(민사집행법 제68조)처분, 강제집행을 회피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손괴·허위양도하는 등 채권자를 해한 자를 강제집행면탈죄(형법 제327조)로 처벌하는 규정과,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을 은닉·손괴 또는 채권자에게 불이익하게 처분을 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사기파산죄(파산법 제366조)등과 대비하여 볼 때 재산의 해외도피 우려가 있는 추징금 미납자에 대하여 하는 출국금지처분이 결코 과중한 조치가 아닌 최소한의 기본권제한조치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나아가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는 자에 대한 출국금지로 국가형벌권 실현을 확보하고자 하는 국가의 이익은 형벌집행을 회피하고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키려는 자가 받게되는 출국금지의 불이익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고액 추징금 미납자에게 하는 출국금지조치는 정당한 목적실현을 위해 상당한 비례관계가 유지되는 합헌적 근거 법조항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라 할 것이다.

(4)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의 위배여부

헌법 제95조는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

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이란 법률에 이미 부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부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1996. 8. 29. 95헌바36 , 판례집 8-2, 90, 99 참조).

그러나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규제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다른 것으로 다양한 사실관계를 규율하거나 사실관계가 수시로 변화될 것이 예상될 때에는 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될 수밖에 없다(헌재 1991. 2. 11. 90헌가27 , 판례집 3, 11, 29-30; 1998. 6. 25. 95헌바35 등, 판례집 10-1, 771, 793 참조).

또한 위임의 구체적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해 법률의 전반적 체계와 관련규정에 비추어 위임조항의 내재적인 위임의 범위나 한계를 객관적으로 분명히 확정할 수 있다면 이를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백지위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은 그간 우리 재판소가 누누이 밝힌 바 있다(헌재 1995. 11. 30. 91헌바1 등, 판례집 7-2, 562, 592; 1998. 11. 26. 97헌바31 , 판례집 10-2, 650, 662 참조).

이 사건 심판대상 법조항으로 돌아와 볼 때 출국금지의 대상이 되는 금액의 액수를 직접 규정하지 않고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는 있으나 법원에서 선고하는 벌금이나 추징금 액수는 경제현실에 따라 변동될 수 있고, 법의식 및 사회관념의 변화에 따라 출국금지의 상당성을 인정하는 금액이 다를 수 있으므로 출국금지의 기준 금액을 현실의 상황변화에 맞게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크다. 그렇다면 법률에서 직접 출국금지의 기준이 되는 추징금의 액수를 규정하기 보다는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보다 상당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법조항이 출국금지처분의 사유가 되는 추징금의 미납액수 하한을 정하는 기준과 범위를 명시적으로 설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추징금 미납자를 그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일정한 금액 이상의 추징금을 미납하는 경우에 출국금지처분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헌재 1995. 7. 21. 94헌마125 , 판례집 7-2, 155, 166; 2002. 6. 27. 2000헌마642 등, 판례집 14-1, 644, 656-657 참조).

나아가 앞서 설시한 바와 같이 출입국관리법의 전반적 체계와 관련 규정들에 비추어 보면 사회적 상당성있는 금액이 규정될 것임을 알 수 있어 위임입

법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5) 이중처벌금지원칙 등의 위배여부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른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 원칙은 한번 판결이 확정되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국가형벌권의 기속원리로 헌법상 선언된 것으로서,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처벌’은 원칙적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모두 그 ‘처벌’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할 것이다”(헌재 1994. 6. 30. 92헌바38 , 판례집 6-1, 619, 627; 2002. 7. 18. 2000헌바57 , 판례집 14-2, 1, 18; 2003. 6. 26. 2002헌가14 , 판례집 15-1, 624; 2003. 7. 24. 2001헌가25 , 판례집 15-2상, 1, 10-13 참조).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추징은 몰수에 갈음하여 그 가액의 납부를 명령하는 사법처분이나 부가형의 성질을 갖는다(대법원 1979. 4. 10. 78도3098 판결; 대법원 1988. 6. 21. 88도551 판결). 그렇다면 주형은 아니지만 부가형으로서의 추징도 일종의 형벌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일정액수의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자에게 내리는 출국금지의 행정처분은 형법 제41조상의 형벌이 아니라 형벌의 이행확보를 위하여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정조치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 법조항에 의한 출국금지처분은 헌법 제13조 제1항 상의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출입국관리법(2001. 12. 29. 법률 제6540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1항 제4호 중 추징금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 법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가.추징금 미납자에 대한 출국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심판대상 법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1)헌법 제14조가 보장하는 ‘거주ㆍ이전의 자유’는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체류지와 거주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이다. 이러한 거주ㆍ이전의 자유는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체류지와 거주지를 정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여러 가지 자유와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개성을 신장시키고 행복을 추구하며 ‘인간다운 생활’을 모색하는 경제적인 자유인의 필수적인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다.

거주ㆍ이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는 국내에서 체류지와 거주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국내에서의 거주ㆍ이전의 자유 뿐만 아니라 체류지와 거주지를 국외로 정할 수 있는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를 포함하며, 후자에는 외국에서 체류 또는 거주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를 떠날 수 있는 ‘출국의 자유’가 당연히 포함된다(헌재 1993. 12. 23. 89헌마189 , 판례집 5-2, 622, 645).

물론 거주ㆍ이전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조항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예컨대 군사작전상 필요한 경우나 국민보건상 필요에 의하여 군사작전지역이나 전염병감염지역으로의 여행ㆍ거주ㆍ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든가, 국제외교상 또는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미수교국 내지 분쟁지역에의 여행이나 이주를 제한한다든가, 범죄수사상 불가피한 경우(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1호)나 형사재판에 계속중인 경우(같은 조항 제2호) 또는 징역형ㆍ금고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같은 조항 제3호)에는 출국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2)심판대상 법조항은 법무부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의 추징금 미납자에 대하여도 법무부장관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심판대상 법조항은 추징금을 미납한 국민이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는 등으로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여 국가의 형벌권을 실현하고자 하는 입법목적{2004. 4. 6. 접수된 법무부장관 의견서 4면. 대법원 2001. 7. 27. 2001두3365, 공2001. 9. 15.(138), 1993 참조}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는 ‘출국금지 조치’라는 수단을 채택하고 있다.

살피건대, 국가형벌권의 실현이라는 입법목적 자체는 헌법적 정당성을 갖는 것이고, 심판대상 법조항이 출국금지라는 행정처분을 통하여 추징금의 납부를 간접적으로 강제함으로써 이러한 국가형벌권의 실현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추징금은 몰수의 대상인 물건을 몰수하기가 불가능한 경우에 추징

하는 가액(형법 제48조 제2항)으로서, 심판대상 법조항과 같이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4호에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벌금’의 경우 이를 납입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신병확보가 수반되는 노역장유치가 가능함(형법 제70조)에 비하여, ‘추징금’의 경우에는 형벌의 성격을 갖고는 있으나 민사집행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즉, 추징금에 대하여는 검사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하는데, 동 명령은 집행력있는 채무명의와 동일한 효력이 있고 그 집행에는 민사집행법의 집행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형사소송법 제477조). 또한 강제집행이 개시되면 추징금에 대한 시효가 중단된다(형법 제80조).

이와 같이 추징금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여 국가의 형벌권을 실현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적은 수단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징금 납부를 강제하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하는 것은 필요한 정도를 넘은 과도한 기본권제한이어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신병확보의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추징금징수라는 행정편의를 위하여 출국금지 조치를 허용하는 것은 오늘날 글로벌화된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해외에서의 견문 및 직업활동을 통한 개성신장, 각종 정보의 교류, 문화적 편견없는 인격의 형성 등을 위하여 국민이 누려야 할 헌법상의 중요한 기본권인 해외여행의 자유 내지는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현저히 잃고 있는 것이다.

(3)그러므로 심판대상 법조항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출국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나.설사 추징금 미납자에 대한 출국금지가 헌법상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심판대상 법조항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및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1)우리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1995. 11. 30. 93헌바32 , 판례집 7-2, 598, 607).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에 대한 입법권한의 위임에 관한 규정이지만,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

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95조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가 입법사항을 부령에 위임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경우에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해야 할 것이다(헌재 1998. 2. 27. 96헌마371 , 판례집 10-1, 184, 194-195 참조).

한편 우리 헌법재판소는 예측가능성의 판단방법에 관하여 “법률의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 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할 것이며, 다만 구체적인 범위는 각종 법령이 규제하고자 하는 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할 것이므로 일률적 기준을 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이미 대통령령 또는 부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 또는 부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여기서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헌재 1996. 8. 29. 94헌마113 , 판례집 8-2, 141, 164 참조).

(2)또한 헌법은 법치주의를 그 기본원리의 하나로 하고 있으며, 법치주의는 행정작용에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의 근거가 요청된다는 법률유보를 그 핵심적 내용의 하나로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즉, 행정작용이 미치는 범위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그 내용도 복잡·다양하게 전개되는 것이 현대행정의 양상임을 고려할 때, 형식상 법률의 근거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국가작용과 국민생활의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요소마저 행정에 의하여 결정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바, 이러한 결과는 국가의사의 근본적 결정권한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 있다고 하는 의회민주주의의 원리에 배치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헌재 1999. 5. 27. 98헌바70 , 판례집 11-1, 633, 643-644).

(3)살피건대, 오늘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기본

권인 국민의 출국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경우에는 그 규율범위에 대하여 법률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이 보다 엄격하게 요구된다 할 것이다. 즉, 출국금지조치의 요건이 되는 추징금 미납액수를 정함에 있어 그 하한은 필수적인 요소로서 국민의 기본권실현에 관련된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사항이라 할 것이므로 그 내용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심판대상 법조항은 추징금 미납액수의 하한설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도 않은 채 행정입법인 법무부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그 미납액수의 하한이 어느 범위에서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정해질지를 전혀 예측하거나 그 대강이라도 인식할 수 없게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헌재 2003. 4. 24. 2002헌가15 , 판례집 15-1, 360, 367 참조), 행정부의 자의적인 결정으로 인하여 추징금 미납액수의 하한이 수인 및 기대불가능할 정도로 축소될 염려마저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요컨대, 심판대상 법조항은 추징금 미납액수 하한의 범위나 기준 등을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이를 전적으로 법무부령에 위임하고 있는바, 이는 포괄적 위임입법으로서 헌법 제95조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원리 및 민주주의원리에서 파생하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심판대상 법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경일 송인준(주심)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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