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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증재등)]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사건[공2018하,1203]

판시사항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2] 부동산 매도인인 피고인이 매수인 갑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갑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 을 등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어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갑 등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하고,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배임죄는 타인과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②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국민의 기본적 생활의 터전으로 경제활동의 근저를 이루고 있고, 국민 개개인이 보유하는 재산가치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렇듯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③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다( 민법 제565조 참조). 그런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으로 믿고 중도금을 지급한다. 즉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하여 중도금을 지급하고, 매도인 또한 중도금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급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받는다. 따라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 이러한 신임관계에 있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고의로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④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 이러한 판례 법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억제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고, 현재 우리의 부동산 매매거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여전히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왜곡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는 유지되어야 한다.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인 보호를 위한 처벌의 필요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형법의 문언에 반하거나 그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여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도외시한 해석일 뿐 아니라, 동산 이중매매와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매도인 또는 채무자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원판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먼저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배임죄의 본질은 본인과의 내부관계 내지 신임관계에서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된 것이어야 하고, 사무 자체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계약 체결과 동시에 그 계약의 효력으로 매도인에게는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가 발생하고, 매수인에게는 매매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매도인이나 매수인의 이러한 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매도인의 재산권이전의무나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본래부터 상대방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도 아니고,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위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계약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매매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에서 당사자들은 각자의 계약상 권리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에게 그 반대급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향적 거래관계에 있을 뿐이다. 설사 매도인에게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거나 매수인의 재산취득사무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도 그 ‘협력의무’의 본질은 소유권이전의무를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그 부당함은 마찬가지이다.

만약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가정하면, 쌍무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상대방인 매수인에게도 매도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균형이 맞다. 그러나 판례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을 먼저 이전받은 매수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매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인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를 부정한 바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상대방에 대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유무를 달리 보는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르면,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았다면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판례는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물권을 취득하기 전에는 채권자로서 대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할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에 있어서 보호 정도를 달리할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대법원이 종래 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선고한 판시와 배치된다.

[2] 부동산 매도인인 피고인이 매수인 갑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갑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 을 등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어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 등이 피고인에게 매매계약에 따라 중도금을 지급하였을 때 매매계약은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피고인은 갑 등에 대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인 갑 등의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 점, 갑 등이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 부동산을 인도받지 못하자 피고인에게 보낸 통고서의 내용은, 갑 등이 피고인에게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취지일 뿐 그 자체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 등에 대한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하여 부동산을 을 등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점, 비록 피고인이 당시 임차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갑 등에게 이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었고, 갑 등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말들을 주고받았더라도,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고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신임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갑 등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하고, 또한 매매계약은 당시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았고, 설령 피고인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선관 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이 사건의 주요 경위는 아래와 같다.

(1) 피고인은 2014. 8. 20. 피해자들에게 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동 소유인 서울 금천구 (주소 생략)에 있는 ‘○○○○’ 지하 1층 △△△호(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13억 8,000만 원에 매도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이 계약 당일 계약금 2억 원, 2014. 9. 20. 중도금 6억 원, 2014. 11. 30.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와 상환으로 잔금 5억 8,000만 원을 지급받고 2014. 11. 30.까지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한다는 내용이었다.

(2)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계약 당일 2억 원, 2014. 9. 30. 중도금 6억 원을 지급받았다.

(3) 피고인은 2015. 4. 13. 공소외 4, 공소외 5(이하 ‘공소외 4 등’이라 한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15억 원에 매도하고 2015. 4. 17.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취지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배임의 고의나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른바 ‘부동산 이중매매’를 한 매도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2.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매도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가. 형법 제355조 제2항 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그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여 그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에 있다. 따라서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그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배임죄의 구성요건행위인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57 판결 등 참조).

나.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 등 참조).

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배임죄는 타인과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2)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국민의 기본적 생활의 터전으로 경제활동의 근저를 이루고 있고, 국민 개개인이 보유하는 재산가치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렇듯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3)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다( 민법 제565조 참조). 그런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으로 믿고 중도금을 지급한다. 즉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하여 중도금을 지급하고, 매도인 또한 중도금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급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받는다. 따라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 이러한 신임관계에 있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고의로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4)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 (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 ,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 ,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도1517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 법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억제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고, 현재 우리의 부동산 매매거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여전히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왜곡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는 유지되어야 한다.

라. 한편 부동산의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까지 수령한 후 제3자와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당초의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거나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것으로 믿었고 그 믿음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인정된다(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53 판결 ,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6도1140 판결 등 참조).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나. 매도인인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하였고, 그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아래의 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중매매를 할 당시 피해자들과의 신임관계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나 불법이득의 의사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해자들은 이 사건 부동산에서 식당 영업을 하기 위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인도 이를 알고 있었다.

(2) 피고인은 이중매매 당시, 이 사건 부동산 임차인과의 분쟁으로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고, 피해자들은 피고인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손해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소유권을 이전받지 않으려고 하였다.

(3)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에 관한 신뢰와 기대, 신임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의 소유권 취득에 협력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당일 2억 원, 2014. 9. 30. 중도금 6억 원을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잔금 지급기일인 2014. 11. 30.이 지나도록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지 못하였다.

(2) 피해자들은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지 못하자 2014. 12. 17.경 피고인에게 통고서(이하 ‘이 사건 통고서’라 한다)를 보냈다. 그 내용은 ‘피고인이 요구조건(인도 유예기간 3개월 동안 예상수익 월 2,025만 원 내지 2,430만 원씩의 비율에 의한 돈을 매매대금 잔금에서 공제하는 내용 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 계약금, 중도금과 특별손해까지 청구하겠으니 2014. 12. 31.까지 결정하라’는 것이다.

(3) 피해자 공소외 6은 2015. 4. 7. 피고인에게 전화로 ‘소유권을 주시면 임차인과의 소송은 피고인이 마무리 해주실 거예요?’, ‘이 사건 통고서를 보낸 변호사에게, 최종 목적은 부동산 매매이고, 일단은 합의가 우선이니, 해지는 보류하고 일단 기다리라고 말했다’, ‘나도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인데, 매매계약을 파기할 거면 진즉에 했지, 여태까지 기다렸겠느냐’는 취지로 말하였다.

(4) 피고인은 2015. 4. 13. 공소외 4 등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15억 원에 매도하고 2015. 4. 17.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5)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이미 공소외 4 등에게 매도한 이후인 2015. 4. 14.경 피해자 공소외 6과 통화를 하면서, 공소외 4 등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한 사실을 말하지는 않으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없던 일로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6은 ‘그거는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다’, ‘다음 주에 소유권 이전해 주시고, 합의금을 6,000만 원으로 해 주세요’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고인이 2015. 4. 15. 지급받은 대금을 반환하겠다고 하자 피해자 공소외 6은 이를 거부하면서 ‘소유권이전 조건으로 지금까지 기다린 기간에 대해서 잔금으로 공제하는 것으로 말씀드렸는데 무슨 말씀입니까?’라고 반문하였다.

(6) 피해자들은 2015. 4. 21. 피고인을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그 소장 부본 송달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중도금을 지급하였을 때 이 사건 매매계약은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피고인은 피해자들에 대하여 그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인 피해자들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었다.

(2) 이 사건 통고서의 내용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취지일 뿐, 그 자체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공소외 4 등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4) 비록 피고인이 당시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피해자들에게 이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었고, 피해자들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말들을 주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고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신임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5)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들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또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당시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았고,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 의사도 인정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한편 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증재 등)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 기재가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부동산 매도인은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없으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으므로 그때부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러한 지위에 있는 부동산 매도인이 목적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매하는 것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것이어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인 보호를 위한 처벌의 필요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형법의 문언에 반하거나 그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여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도외시한 해석일 뿐 아니라, 동산 이중매매와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매도인 또는 채무자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원판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나. 형사재판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피고인을 포함한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대한민국헌법과 형사법에 규정되어 있는 죄형법정주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인권보장 관련 규정은 오랜 기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어렵게 획득한 역사적 산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이다.

죄형법정주의에 의하면,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죄형법정주의는 당연히 명확성의 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범죄와 형벌은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규정하는 것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나아가 그 법률조항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형벌법규를 해석할 때에는 그 입법목적이나 전체적 내용, 구조 등을 살펴보아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찾을 수 있어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도3600 판결 등 참조). 그러니 형벌법규는 명확성의 원칙에 맞게 제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명확성의 원칙에 맞게 해석하여야만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원은 형사정책상의 처벌 필요성, 민사적 구제수단의 불비를 보완할 정책적 필요성, 국민의 비난 여론 등을 핑계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에 명확히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포섭하려는 태도를 지양하여야 한다.

다. 배임죄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 제2항 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의하면 배임죄의 구성요건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손해’를 핵심적인 요소로 한다. 그것들 하나하나를 명확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이다.

(1) 먼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판례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 볼 필요가 없다.”라고 한다(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783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판례는 배임죄에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매우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개념 자체가 일의적으로 확정할 수 없는 추상적 개념인 데다가 거의 모든 계약관계에서는 상대방을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자칫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거나, 채무불이행 책임조차 인정되지 않는 사안임에도 쉽게 신의칙에 기대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볼 위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다수의견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신임관계가 발생하였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볼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하여 그 범위를 확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설시하면서도, 뒤이어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판시를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판시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내용은 과연 무엇이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도저히 확정할 수 없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켜 버렸고, 법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이해될 우려가 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임차인의 부동산 인도 거부로 인해 매매계약의 목적 달성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함에 따라 부동산 인도나 소유권이전보다는 계약관계의 종료 방법과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관계에 있었는데, 다수의견은 이러한 관계에서도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소유권이전을 위한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함으로써 위와 같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2) 한편 대법원은 배임죄에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함은 재산적 가치의 감소를 뜻하는 것으로서 이는 재산적 실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고,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도3102 판결 ,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371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함으로써 범죄의 성립 범위를 넓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손해에 상응하는 재산상 이익의 일정한 액수 그 자체를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범위 또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배임죄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와 ‘손해’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마당이라면 또 다른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개념은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배임죄 적용이 무한히 확장될 가능성과 무고한 사람을 처벌할 위험성을 제한할 필요는 더욱 절실하다.

(3)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먼저 그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배임죄의 본질은 본인과의 내부관계 내지 신임관계에서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된 것이어야 하고, 그 사무 자체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임차권을 이중으로 양도한 사안에서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임차목적물을 인도하여 줄 양도인의 의무( 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도811 판결 ,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216 판결 참조), 금전채무를 변제할 것을 약정하면서 자기 소유인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하고도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그런 약정에 따른 임무( 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2127 판결 참조), 공사대금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신축 연립주택의 분양권을 위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도 다른 사람에게 해당 연립주택을 처분해 버린 사안에서 채권자가 연립주택을 분양하고 그 분양대금을 그 채권에 변제충당하는 행위를 수인하여야 할 소극적 의무(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참조), 채권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약정을 이행할 의무(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등은 계약에 따른 민사상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라.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계약 체결과 동시에 그 계약의 효력으로 매도인에게는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가 발생하고, 매수인에게는 매매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매도인이나 매수인의 이러한 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매도인의 재산권이전의무나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본래부터 상대방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도 아니고,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위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계약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매매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에서 당사자들은 각자의 계약상 권리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에게 그 반대급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향적 거래관계에 있을 뿐이다.

설사 매도인에게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거나 매수인의 재산취득사무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도 그 ‘협력의무’의 본질은 소유권이전의무를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그 부당함은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이미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

다수의견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일정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러한 소유권이전의무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때부터 발생하여 계약이 효력을 잃거나 의무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하여 존재하는 채무이다. 중도금이 수수되어 한쪽 당사자가 마음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여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의 성질이 달라지거나 대금을 지급받는 대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볼 합당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중도금이 지급되었다는 사정은 계약금이 교부됨으로써 양 당사자에게 유보되었던 약정해제권, 즉 별도의 손해배상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들어섰음을 의미할 뿐, 매도인이 그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다거나 본래부터 매도인 자기의 사무인 소유권이전의무가 매수인의 사무로 변했다거나 일방이 소유권을 이전하고 상대방이 그 대가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매매당사자 사이의 관계가 변했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다수의견이 말하는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란 실상 채무를 불이행하여 매수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는 민사상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매수인에게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배임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 주장은 “어느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 한다(No one shall be imprisoned merely on the ground of inability to fulfil a contractual obligation).”라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Article 11)의 규정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마. 만약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가정하면, 쌍무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상대방인 매수인에게도 매도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균형이 맞다. 그러나 판례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을 먼저 이전받은 매수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매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인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를 부정한 바 있다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 다수의견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상대방에 대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유무를 달리 보는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르면,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았다면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판례는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 ,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물권을 취득하기 전에는 채권자로서 대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할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에 있어서 보호 정도를 달리할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나 처벌 필요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등기협력의무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라는 작위적 개념을 이용하여 자기의 사무에 불과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변질시켜,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배임죄의 적용범위를 부당히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대법원이 종래 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선고한 판시와 배치된다. 즉 대법원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매매계약의 경우, 쌍방이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매매목적물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않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

이러한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 계약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매매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매매계약에 따른 매도인의 주된 의무는 대금을 지급받는 대가로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고,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다. 위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지 않는 한 다수의견의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사. 그런데도 굳이 부동산은 등기에 의하여 공시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대법원은 이미 부동산의 경우에도 채권담보 목적으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채권자에게 이전해주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 비록 대물변제예약 사안이지만 피고인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사건 이중매매에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와 그 의무위반의 내용은 전혀 다르지 않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도 같게 다루는 것이 옳다.

아. 다수의견은 부동산이 가지는 재산적 특수성과 부동산 거래가 가지는 사회경제적 의미의 중대성, 그리고 부동산 매매대금이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 관행과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 현실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여 이를 억제할 정책적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를 동산 이중매매와 달리 취급하여야 할 이유를 찾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바람직한 법률해석의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임은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또한 중도금이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매수인의 사무로 변했다거나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또한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자.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오래된 법언이 있다. 그러한 법원칙 위에 여러 가지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계약을 지키지 아니하려는 당사자에 맞서 계약이 계약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하고 매수인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법원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매수인을 보호하여 매도인에게 그 이행을 명하거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 법원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다.

다수의견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로 처리하면 족한 사안에 국가형벌권으로 개입하고 있고, 더욱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허물어가면서까지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을 통하여 채무불이행을 형벌로 처벌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이론적 근거는 매우 불충분하거나 전혀 타당하지 않다.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인 간의 경제활동 영역에서 민사적 수단에 의한 합리적인 분쟁 해결을 도모하기 전에 형벌법규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우리 헌법질서에 비추어 보아도 바람직하지 않다. 과도한 국가형벌권의 개입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부동산의 재산적 가치와 사회경제적 중대성, 이중매매를 방지하여 안정적인 부동산 거래관계를 유지시킬 정책적 필요성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차이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증인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의 뒷받침으로 이중매매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형사처벌이라는 권력적 수단에 의존해 왔을 뿐 이와 같은 자율적 해결을 시도조차 한 적이 없었다. 사적 영역에서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여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장경제의 이념과 그동안 이룩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발전, 시민의식의 성숙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 이중매매는 충분히 시장경제질서에 맡겨 해결할 수 있다고 보이고, 국가형벌권의 개입은 축소시켜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다수의견이 부동산 가치의 중대성이라는 고전적 이념에 사로잡혀, 죄형법정주의를 근간으로 하여 국민의 인권보호를 추구해 온 그동안의 대법원의 노력에 역행하는 결단을 내리는 데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가.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함부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332 판결 등 참조).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개별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고 어느 정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적용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없는 한,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구에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 2002. 4. 25. 선고 2001헌가27 전원재판부 결정 ,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 등 참조).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형벌법규의 입법목적, 전체적 내용과 구조 등을 살펴 그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는 것은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법관의 당연한 임무이고,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나. 배임죄에 관한 형법 제355조 제2항 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정하고 있다. 배임죄의 주체나 행위유형을 열거하거나 예시하여 그 요건을 단순히 범죄행위에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법관이 그 구성요건요소를 해석을 통하여 확정하여 범죄행위에 적용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요소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는 ‘재산상의 이익’, ‘손해’와 마찬가지로 사전적 또는 형식적 의미만으로는 그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거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규범적 구성요건요소이다.

다.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 있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이러한 본질에 입각하여 배임죄 구성요건에 관한 해석기준을 세워 왔다. 최근까지도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피고인이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과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이나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반대의견은 임무위배행위를 무엇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종래 판례가 임무위배행위를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추상적 개념을 사용해서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고 하면서,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이 임무위배행위의 내용을 도저히 확정할 수 없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켜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위에서 보았듯이 배임죄의 개별 구성요건요소는 사전적·형식적 의미만으로는 그 정확한 의미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규범적 구성요건요소이다. 종래 판례가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규범적이고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배임죄 구성요건을 해석해 온 것은 현실에서 문제 되는 사무 처리의 유형이 다양하고, 이행단계나 처한 상황에 따라 처리 사무의 내용이 달라지므로, 사무의 성질이나 구체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본인을 위하여 취해야 할 임무를 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형벌법규를 해석하는 데 법관에 의한 해석이 불필요할 정도로 명확한 일의적 개념만을 사용하여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배임죄 자체가 신임관계에서 비롯된 신뢰를 위반하는 행위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무위배행위는 곧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고 문언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배임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신임관계를 기초로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자라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배임죄는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뢰위반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범죄가 아님은 분명하다. 모든 유형의 계약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타인의 사무’라는 개념 자체는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이르러야 한다.’고 하여 배임죄 성립이 무한히 확대되는 것을 제한해 왔다. 이러한 판례 법리를 계약위반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계약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형사법으로 보호해야 할 정도의 신임관계가 발생하였는지, 형사벌의 개입을 정당화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을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해석의 기준과 방법에 대해 반대의견이 어떠한 이유로 임무위배행위를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켰다고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라. 반대의견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요소 중 ‘타인의 사무'는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자기의 사무’에 불과하여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무’ 자체의 성질만을 가지고 ‘타인의 사무’와 ‘자기의 사무’를 일도양단하듯이 명확하게 판가름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사무의 유형이나 성질, 계약관계에 있는 경우 계약상 의무의 유형이나 의무위반행위의 모습만을 가지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무의 본질적인 내용이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문언적 해석만으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확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타인의 사무’의 의미를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그 타인을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다.

어떤 사무가 ‘타인의 사무’인지, ‘자기의 사무’인지 또는 ‘타인을 위한 사무’인지 확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반대의견도 ‘타인의 사무’라고 보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위임계약에 따라 수임인이 처리하는 사무는 위임인으로부터 위탁받은 사무를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타인의 사무’이기도 하지만 약정된 자신의 보수를 얻기 위해 자신의 고유한 업무로서 처리한다는 측면에서는 ‘자기의 사무’이기도 하다.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라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는 매도인 자신의 채무로서 자기의 사무라고 할 수 있으나, 매수인의 입장에서 재산을 취득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수인의 사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정한 이행 단계에 이른 시점에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는 매수인의 부동산에 대한 재산적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무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거래관계의 내용이나 성질, 거래의 관행 등에 따라 자기의 사무이자 타인의 사무인 경우가 있고, 반대의견이 논하는 대향적 거래관계라는 사정만으로 타인의 사무가 될 수 없다고 할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담하는 계금지급의무는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에 불과하지만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게 되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할 임무가 있고(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 참조), 이때 계주의 계금지급의무는 계주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인 계원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모두 징수하였는데도 그 임무를 위배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정된 계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1967. 6. 7. 선고 67도118 판결 ,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 등 참조). 또한 같은 전제에서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의 재산 관리·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 때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매매, 담보권 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타인의 사무’의 유형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다종다양한 거래관계를 자기의 사무와 타인의 사무로 명확히 나눌 수 있다는 전제에서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가 되는 경우를 부정하는 반대의견의 논지는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다종다양한 거래관계의 실질을 반영하지 못하는 형식적 법해석에 불과하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인지 여부,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나아가 어떠한 경우에 그와 같은 전형적·본질적인 내용, 중요한 내용을 이루게 되는지는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거래관계의 내용이나 성질,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마. 반대의견은,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약정에 따른 ‘매도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인 매수인의 사무’가 아니고, 중도금이 수수되었더라도 그 성질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비롯되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신임관계를 단지 민사상 계약의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한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종래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계약상의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다. 부동산등기에 관한 공동신청주의 아래에서 매도인이 거래 상대방인 매수인의 부동산 등기절차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통상적인 부동산 매매계약의 실질이나 거래의 관행상 부동산 매매계약의 체결 단계에서 매도인에게 매수인에 대한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매수인이 매매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등 본격적인 이행의 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매도인도 그에 대응해서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부동산 소유권을 보존하고 관리할 임무, 즉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판례는 그러한 상태에 이르렀는데도 매도인이 신임관계를 고의적으로 저버리는 배신적 처분행위로 목적부동산에 관한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왔을 뿐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배임죄로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다른 계약의 유형에서도 계약을 체결한 단계에서는 신임관계가 인정되지 않지만 일정한 계약의 이행 단계에 이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에 신임관계가 형성된다고 보고 있다. 가령 위에서 본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 ,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한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 한다’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고의적 배신행위로 이행불능을 야기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한 구금’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사적 영역에 형벌권을 개입시키는 것은 자제되어야 하지만,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이유 때문에 형벌로 처벌할 수 없다거나 처벌하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국가형벌권의 남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재산범죄는 궁극적으로 채무불이행 또는 그와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고, 형벌권이 어떤 행위에, 어떤 국면에서 개입할 것인지는 민사법이 아니라 형법이나 형사특별법 고유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재산범죄인 사기죄와 관련한 다음과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거래에서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될 수 있고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없다고 하겠으나, 거래에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4378 판결 등 참조).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거래에 수반된 과장이나 허위가 시인될 수 없는 정도인 경우 형사법적 관점에서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하는 것처럼,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신뢰위반행위가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등에 따라 시인될 수 없는 정도의 배신적 행위인 경우 역시 형사법적 관점에서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바. 반대의견은 아래와 같이 여러 사례를 이유로 다수의견을 반박하고 있지만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반대의견은, 대법원이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고, 동산 매매와 부동산 매매는 매도인의 주된 의무가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라는 점,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산의 이중매매에 대해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고 하여,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대해서도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위에서 보았듯이 배임죄의 개념요소라 할 수 있는 ‘신임관계’를 민사상 채무의 유형이나 그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동산 매매와 부동산 매매는 통상적 거래의 관행이나 신의칙상의 기대, 거래의 진행단계에 따라 타인의 재산상 이익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다고 볼 것인지 등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 일정한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는 그 실질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계약에 따른 채무의 유형이나 권리 변동의 구성요소 등과 같은 법적 구조의 일부 외형이 유사하다고 하여 규범적 판단의 결과까지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다.

(2) 반대의견은,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 사안과 이 사건 이중매매 사안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같기 때문에, 같게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 판결은,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 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의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무는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부수적으로 요구되는 내용이어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당사자 관계의 본질은 채무자가 대물을 통해 ‘변제’하는 것에 있다. 반면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계약의 경우, 당사자 관계의 본질은 매수인이 특정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 매도인이 그에 협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동산 대물변제예약과 부동산 매매는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으므로, 양자를 같이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3) 반대의견은, 잔금 지급 전 소유권을 이전받은 부동산 매수인이 약정에 따른 담보대출금에 의한 매매잔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판례가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것은, 재산보전 협력의무에 있어 매도인과 매수인에 차이를 두는 것이어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반대의견은 부동산 매수인의 주된 의무인 금전지급의무와 부동산 매도인의 주된 의무인 재산권이전의무의 본질적 차이를 간과한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어떠한 형태로든 일정한 액수의 금전을 인도함으로써 충분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도의 대상이 되는 금전 자체의 보관·관리 등에 대하여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금전지급의무는 그 불이행으로 인해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4) 반대의견은, 이중매매의 매도인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 판례가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매도인의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근거 없이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의 보호 정도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까지 수령하여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할 임무가 있는데도 제2매수인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고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수령한 것은, 제1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협력의무의 위배와 밀접한 행위로서 배임죄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고( 대법원 1984. 8. 21. 선고 84도691 판결 ,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14427 판결 등 참조),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 배임죄는 기수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의사 없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등을 받은 후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었다면, 제2매수인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경우, 제1매수인에 대한 배임죄 또는 제2매수인에 대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 될 뿐이고, 동일한 부동산에 관하여 새로운 매매가 이루어질 때마다 매도인에게 신임관계와 임무위배행위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한 보호는 보호의 형식이나 국면을 달리하는 것일 뿐 보호의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따른 대금지급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였고, 이에 대응해서 매도인에게 성실한 이행이 기대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매도인이 언제든지 그 선택에 따라서 자유로이 그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함으로써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매수인의 이행청구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우리나라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원칙적 구제수단으로 손해배상청구권과 함께 이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행청구권은 대륙법계와 영미법계를 구분하는 중요한 징표 중 하나이다. 매도인이 배신적 행위를 통해서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계약의 효율적 파기를 인정하는 견해나 이를 단순한 채무불이행으로 보아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이나 계약해제에 따른 매매대금의 반환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사실상 충분하다고 보는 견해는, 원칙적 구제수단으로 이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한 다음 잔금 지급일까지 사이에 부동산의 가액이 올라간 경우에는 매도인이 언제든지 아무런 제약 없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해 버림으로써 매수인의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청구권의 행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손해배상 등을 통한 문제 해결은 그 책임이 있는 자가 충분한 자력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배신적 행위를 한 매도인은 손해배상 등에 충분한 자력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한 배신적 행위는 매도인이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아가 매도인이 경제적 자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을 처분한 뒤 받은 금전을 은닉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매수인의 대금반환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실질적 권리 구제 측면에서는 유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법 국가에서 판례가 법령만큼 구속력을 지닌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어 온 판례는 사실상 규범적 효력을 갖고 재판의 준칙으로 작용하며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의 이중양도 또는 이중매매를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 보아, 형사적으로 제재함으로써 이중매매를 억제하여 온 판례의 태도는, 의용민법이 시행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즉,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던 의용민법 아래에서 판례는,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를 제1매수인에 대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형식주의를 채택한 민법이 최초로 시행된 1960. 1. 1.부터 현재까지 판례는, 중도금이 수수되어 매매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이후 제3자에게 부동산을 이중으로 처분한 행위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왔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그 본질을 같이 하고, 다만 횡령죄가 재물을 객체로 함에 대하여 배임죄는 재산상의 이익을 객체로 하는 점에서 구별될 뿐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판례는 오랜 기간 동안, 매도인이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이중으로 처분하는 행위에 대하여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형사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이러한 판례 법리는 이미 우리 사회의 거래활동을 규율하는 사실상의 법규범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와 국민의 거래생활 깊숙이 뿌리내린 확고한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뿐 국민의 권리보호에 기여할 수 없다. 재산적 거래관계에서 추구되어야 할 국민의 권리보호는 대립하는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정이 그 핵심이다. 대법원이 피해를 야기한 국민의 권리보호를 이유로 피해를 입은 국민의 권리보호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여 온 기존의 판례가 변경되어야 할 합리적 근거나 현실적 필요를 발견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8.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이 유지하고자 하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는 매수인 보호에 충실한 해석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갖고 있다. 반면에 형벌이라는 최종적 수단을 통하여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이르는 길을 지나치게 넓게 열어주고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갖고 있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부정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매수인 보호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형법이 규정하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법익을 보호하는 기능과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이라는 형법의 역할 가운에 어느 쪽을 절대시하여서는 아니 되고, 두 기능이 조화롭게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 일방의 법익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다른 일방의 자유가 지나치게 침해되는 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오히려 법익의 보호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명확한 형벌규정의 근거 없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형법 해석의 원칙이라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이것이 헌법이 뒷받침하는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사상이다.

나.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비추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없음에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는 명목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확장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해당 사무가 상대방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만으로 당연히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지위가 생겨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지위에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위임계약에서와 같이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는 자( 민법 제681조 참조)는 그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비추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고용계약이나 근로계약에서도 유사한 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당사자 일방이 부동산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 제563조 참조) 부동산 매매계약에서는 목적부동산을 될 수 있는 한 매도인은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함으로써, 매수인은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함으로써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며, 이 점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은 서로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진다. 매수인은 물론 매도인 또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나 매도인의 목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의무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나 대금을 취득하기 위해 그 대가로서 부담하는 의무일 뿐이다. 이 점은 매매계약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를 매수인에 대하여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매도인에 대하여는 중도금을 지급받은 시점부터 인정하고 있다.

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이 계약금으로 매매대금의 10%를 지급한 경우에는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그때에 이중매매를 하더라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중도금으로 10%를 더 지급하여 매매대금의 20%를 지급한 경우에는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그때에 이중매매를 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이는 결국 형벌로써 매도인의 계약상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형벌을 감수하지 않는 한 매도인의 계약 해소의 자유는 부정된다. 매수인에게 발생될 수 있는 손해를 충분히 배상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매수인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하여 매도인의 계약 해소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까지 용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형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지극히 의문이다. 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유보된 약정해제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매도인이 그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하면 범죄가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있고, 소유권에는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211조 참조).

라.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가 형성된 실질적인 이유는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매수인은 그가 보유하는 재산의 대부분을 매매대금으로 매도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와 같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상당한 매매대금을 지급하였음에도 매수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지급한 매매대금마저 반환받지 못함으로써 심대한 손해를 받는데도, 손해배상 등 민사상의 구제절차에만 맡겨 두는 것으로는 매수인 보호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을 당시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계약금 또는 중도금 등의 매매대금을 지급받았다면 배임죄가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사기죄로 처벌함으로써 그러한 우려의 상당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다수의견의 법리는 부동산 매매계약 당사자의 일방인 매수인의 법익 보호를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배임죄 구성요건의 문언을 벗어나 그 포섭범위를 확장하는 해석을 함으로써 상대방인 매도인이 갖는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 이는 법익의 보호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명확한 형벌규정의 근거 없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형법의 해석원칙을 망각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의 성격에 비추어 결코 매수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부동산 매도인을,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해석은 이 점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다수의견의 법리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위헌적 해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법리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고영한 김창석 김신(주심)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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