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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배임·사기][공2011상,1223]
판시사항

[1] 부동산매매에서 미리 소유권을 이전받은 매수인이 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매매대금을 마련하여 매도인에게 제공하기로 약정한 경우, 위 매수인이 배임죄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갑에게서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계약금을 지급하는 즉시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받되 매매잔금은 일정기간 내에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지급하고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면 계약을 해제하여 원상회복해 주기로 약정하였는데도, 소유권을 이전받은 직후 이에 관하여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일정한 신임관계의 고의적 외면에 대한 형사적 징벌을 핵심으로 하는 배임의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매매에서 매수인이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하여 매도인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이 있다고 하여도 대금의 지급은 어디까지나 매수인의 법적 의무로서 행하여지는 것이고, 그 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사이에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그 대금의 지급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매수인에게 위탁된 매도인의 사무가 아니라 애초부터 매수인 자신의 사무라고 할 것이다. 또한 매도인이 대금을 모두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매수인 앞으로 목적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면, 이는 법이 동시이행의 항변권 등으로 마련한 대금 수령의 보장을 매도인이 자신의 의사에 기하여 포기한 것으로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스스로 인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그와 같이 미리 부동산을 이전받은 매수인이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매매대금 지급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매도인에게 제공함으로써 잔금을 지급하기로 당사자 사이에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본적으로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편에 관한 것이고, 그 성실한 이행에 의하여 매도인이 대금을 모두 받게 되는 이익을 얻는다는 것만으로 매수인이 신임관계에 기하여 매도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된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이 갑에게서 임야를 매수하면서, 계약금을 지급하는 즉시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받되 매매잔금은 갑의 책임 아래 형질변경과 건축허가를 받으면 일정기간 내에 위 임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지급하고 건축허가가 나지 아니하면 계약을 해제하여 원상회복해 주기로 약정하였는데도, 위 임야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당일 1건, 그 후 1건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당일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자금을 융통하였고 그 후에도 같은 일을 하였으며 융통한 자금을 갑에게 매매대금으로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그러한 담보 제공 등의 행위가 피고인이 위 임야를 갑에게 반환할 의무를 현실적으로 부담하고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행하여진 이상 달라지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차상육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각 사기의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사기죄의 편취 범의 등에 관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는 것이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사건 배임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07. 2. 15. 부산 해운대구 (이하 생략)에 있는 피고인 운영의 ○○컨설팅 사무실에서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부산 사하구 (이하 생략) 임야 970㎡(이하 ‘이 사건 임야’라고 한다)를 매매대금 1억 4,600만 원에 매수하기로 약정하고, 계약금 3천만 원을 지급하는 즉시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되, 잔금은 피해자의 책임 아래 형질변경과 건축허가를 받으면 15일 내에 이 사건 임야를 담보로 대출을 받음과 동시에 지급하기로 하고 건축허가가 나지 아니하면 계약을 해제하여 원상회복하기로 약정하였다.

피고인은 약정에 따라 2007. 2. 16. 피해자에게 계약금 3천만 원을 지급하고 피고인 앞으로 이 사건 임야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으므로, 건축허가를 받으면 이 사건 임야를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아 피해자에게 잔금을 지급하거나,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면 계약 해제 후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을 피해자에게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을 잘 보전하여야 할 임무가 발생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같은 날 공소외 2에게 채권최고액 7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다시 2007. 3. 5. 공소외 3 외 2인에게 채권최고액 2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도합 2억 7천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나. 제1심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위 배임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원심도 제1심법원의 조치를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검사는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매매잔대금을 지급할 임무 혹은 장래 매매계약이 해제될 경우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원상회복하여야 할 임무를 타인의 사무로 파악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임무를 위반하였다고 기소하였다.

그러나 우선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는 매도인의 사무가 아니라 매수인 자신의 사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매매잔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체하였다고 하는 것으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

나아가 원상회복의무에 대하여 보건대, 공소사실 기재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형질변경과 건축허가를 받아야 할 의무는 공소외 1에게 있고, 이러한 의무는 피고인이 매매잔대금을 지급하기 전에 먼저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공소외 1이 이러한 의무를 불이행하면 피고인으로서는 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예정액 등을 청구할 수 있는데(이 사건 부동산매매계약서 제5조, 제6조 참조), 현재까지 피고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하지 아니하였다. 한편 공소외 1로서는 자신의 선이행의무를 불이행하고 있는 이상 원칙적으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고, 다만 피고인이 잔금을 지급하는 등 계약의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 계약금의 배액인 6천만 원을 지급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는 있으나 기록상 공소외 1이 6천만 원을 지급하면서 매매계약을 해제한 바가 없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부동산 매매계약은 해제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유지되어서 원상회복의무가 구체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 상황에서, 더욱이 매도인이 선이행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는 상태에서, 장래 발생할지도 모르는 계약해제사태에 대비하여 매수인이 매수하여 등기를 마친 부동산의 소유권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어야 할 법률상·계약상 혹은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1과의 사이에 계약금만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후 이 사건 임야를 담보로 은행권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으로 잔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2· 3 등으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이 사건 임야를 담보로 제공하였다는 것으로 계약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피고인이 위와 같이 빌린 돈으로 공소외 1에게 잔금을 지급함이 상당함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잘못을 비난할 여지는 있으나, 이는 결국 매수인이 매매잔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체한 것에 불과하고, 매수인의 매매대금지급의무를 타인을 위한 사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 일정한 신임관계의 고의적 외면에 대한 형사적 징벌을 핵심으로 하는 배임의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매매에서 매수인이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하여 매도인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이 있다고 하여도 대금의 지급은 어디까지나 매수인의 법적 의무로서 행하여지는 것이고, 그 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사이에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그 대금의 지급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매수인에게 위탁된 매도인의 사무가 아니라 애초부터 매수인 자신의 사무라고 할 것이다.

또한 매도인이 대금을 모두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매수인 앞으로 목적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면, 이는 법이 동시이행의 항변권 등으로 마련한 대금 수령의 보장을 매도인이 자신의 의사에 기하여 포기한 것으로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스스로 인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그와 같이 미리 부동산을 이전받은 매수인이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매매대금 지급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매도인에게 제공함으로써 잔금을 지급하기로 당사자 사이에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본적으로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편에 관한 것이고, 그 성실한 이행에 의하여 매도인이 대금을 모두 받게 되는 이익을 얻는다는 것만으로 매수인이 신임관계에 기하여 매도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된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바로 당일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자금을 융통하였고 그 후에도 다시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하여도, 또한 그 융통한 자금을 매도인 공소외 1에게 매매대금으로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는 그러한 담보 제공 등의 행위가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를 공소외 1에게 반환할 의무를 현실적으로 부담하고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행하여진 이상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배임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중 나머지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에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이에 대한 불복이유의 기재를 찾아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전수안 양창수(주심)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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