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배임][미간행]
판시사항

[1]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의 의미

[2]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나중에 국유지 불하를 받아달라고 하면서 피해자 명의로 국유재산대부계약이 체결된 토지 등의 관리를 부탁하였다면 이는 국유재산을 불하받아 주는 사무처리 및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를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이러한 위임관계가 단순한 민사상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임계약에 따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관계라고 보아,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피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정리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부부로서 공모하여 1988. 11.경 국유지인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 (번지 생략) 임야 648㎡에 대한 실질적 임차권자인 피해자로부터 위 임야에 관한 권리 및 그 지상 무허가건물 1동 등에 대한 관리 등을 위탁받았으면 그 위임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피해자를 위하여 이를 유지·관리하여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피고인 1의 명의로 위 임야에 관한 국유재산대부계약이 체결된 것을 기화로 2000. 7. 20.경 홍성군청 재무과 사무실에서 피고인들의 채권자인 오경자에게 채무금 30,000,000원을 변제하면 다시 돌려받는 조건으로 위 임야에 관한 임차권을 양도하기로 하고 위 임야에 관한 국유재산대부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위 채무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고,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해자는 홍성경찰서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자로서, 1987. 10. 2.경 망 오성복으로부터 국유지인 위 임야(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의 사용권 및 그 지상 무허가건물 1동 등을 자신의 처 공소외인의 명의로 대금 1,100,000원에 매수하였다가, 그 무렵 자신의 명의로 홍성군수와 국유재산대부계약을 체결한 뒤, 1988. 7. 2.경 서울강동경찰서로 전출되어 서울로 이사하면서 친척관계에 있는 피고인 1에게 나중에 국유지 불하를 받아달라고 하면서 이 사건 토지 등의 관리를 부탁한 사실, 피고인 1와 그의 처인 피고인 2는 그 무렵부터 이 사건 토지를 경작·관리하던 중, 피해자 명의의 국유재산대부계약이 1996. 7. 13.경 만료되자 홍성군수에게 대부계약의 기간연장을 요청하였으나, 피해자의 자격 상실을 이유로 거부되자, 1997. 10. 27.경 자신의 명의로 국유재산대부계약을 새로이 체결한 사실, 피고인들도 1998. 8. 10.경 이사하게 되어 이 사건 토지를 경작하기 어렵게 되자, 오경자(망 오성복의 딸)에게 점유·경작 등의 관리를 부탁하였는데, 피고인 1이 오경자에게 30,000,000원 가량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자, 오경자에게 위 채무를 변제하면 다시 그의 명의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여 준다는 조건으로 오경자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대부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협력해 주기로 합의한 뒤, 2000. 7. 20.경 홍성군수에게 국유재산대부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하였고, 오경자가 홍성군수와 자신의 명의로 국유재산대부계약을 새로 체결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해자의 명의로 된 국유재산대부계약은 1996. 7. 13.경 만료되었고, 1997. 10. 27.경 이 사건 토지를 경작하던 피고인 1의 명의로 국유재산대부계약이 새로이 체결된 점, 그 당시 피해자은 이 사건 토지에 거주하거나 이를 경작하지 않았으므로 그 명의로 대부계약을 체결하거나 국유지를 불하받는 것이 불가능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과 피해자 사이에 나중에 국유지 불하를 받아주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 1이 국유지를 불하받아 장차 그 소유권을 피해자에게 이전하여 주겠다는 내용에 불과하고, 그것도 국가가 국유지 불하를 허용하는 경우에만 이행될 수 있는 것으로서, 이러한 약정에 따른 의무는 민사상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해당할 뿐이므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국유재산대부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오경자에게 국유재산대부계약상의 피대부자 명의를 이전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오로지 피고인들 자신의 사무처리에 불과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이 이 사건 토지의 국유지 불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배임죄의 죄책을 지울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라 함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의 재산의 관리·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데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매매, 담보권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 따위를 말한다 (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 1999. 9. 17. 선고 97도321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① 원심 인정과 같이 피해자가 1988. 7. 2.경 서울로 이사하면서 피고인 1에게 자신의 명의로 국유재산대부계약을 체결한 이 사건 토지 등의 관리를 부탁하였다면, 이는 위 토지를 전대하고, 그 지상 무허가건물 등을 사용·수익하게 하며, 그 대신 위 토지 등을 관리하고, 나아가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이를 불하받아달라는( 피해자 명의로 불하받든지, 그것이 불가능하면 피고인 1 명의로 불하받아 명의신탁관계를 유지하든지, 아니면 피고인 1 명의로 불하받은 뒤 곧바로 피해자 명의로 이전하든지) 부탁을 한 것, 즉 국유재산을 불하받아 주는 사무처리 및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를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② 그 후 1996. 7. 13.경 대부계약기간이 만료되자 피고인 1은 대부계약의 기간연장을 요청하였으나, 피해자의 피대부자 부적격을 이유로 기간연장이 불가하다고 하자, 1997. 10. 27.경 자신의 명의로 대부계약을 새로 체결하였다는 것인바, 비록 그 과정에서 피해자과의 별도 협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토지 등을 관리하고, 나아가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이를 불하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 즉 국유재산을 불하받아 주는 사무처리 및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데에 따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심의 판단과 같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해자 명의의 국유재산대부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피고인 1 명의로 국유재산대부계약이 새로이 체결되었고, 피해자 명의로 대부계약을 체결하거나 국유지를 불하받는 것이 불가능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고인 1과 피해자 사이의 나중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국유지 불하를 받아주기로 하는 약정 부분은 피고인 1이 국유지를 불하받아 장차 그 소유권을 피해자에게 이전하여 주겠다는 내용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를 불하받을 때까지 피고인 1이 위 토지 등을 피해자를 위하여 관리하고, 나아가 나중에 피고인 1 명의로 이를 불하받아 명의신탁관계를 유지하거나 곧바로 피해자 명의로 이전하여 달라는 부탁에 따라 국유재산을 불하받아 주는 사무처리 및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관계는 계속 유지된다고 보아야 하며, 이러한 국유재산 불하 등에 관한 사무처리 위임관계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임계약에 따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관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피해자와 피고인 1 사이에서 피고인 1이 국유지를 불하받아 장차 그 소유권을 피해자에게 이전하여 주겠다는 약정만이 존재하고, 또 이러한 약정에 따른 의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해당할 뿐이므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국유재산대부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오경자에게 국유재산대부계약상의 피대부자 명의를 이전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오로지 피고인들 자신의 사무처리에 불과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이 사건 토지의 국유지 불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배임죄의 죄책을 지울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여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의 타인의 사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한편,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이 사건 토지상의 무허가건물 1동 등에 대한 관리 등을 위탁하였는데 피고인들이 이를 양도하였다는 취지의 부분도 있으므로, 원심은 이 점에 대하여도 석명권을 행사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도 명확히 한 다음 심리·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이용우(주심) 이규홍 양승태

arrow
심급 사건
-대전지방법원 2004.10.5.선고 2004노2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