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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증권투자신탁업법위반][공2004.8.15.(208),1382]
판시사항

[1] 신탁회사가 신탁재산으로 부실회사의 회사채 등을 할인하여 매입하는 경우, 배임행위로 인하여 신탁회사가 입은 손해액의 산정

[2]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

[3] 배임죄의 주관적 요건과 그 입증 방법

[4] 수 개의 업무상 배임행위가 포괄일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5] 수 개의 범죄행위를 포괄일죄로 본 항소심의 판단을 탓하는 상고이유의 적부(소극)

[6] 신탁회사가 신탁재산으로 불량한 유가증권을 매입한 경우, 업무상배임죄 외에 구 증권투자신탁업법위반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및 두 죄의 죄수관계(=상상적 경합)

[7] 증권투자신탁업법 제32조 제1항 제1호 가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인지 여부(소극)

[8] 보증인이 변제자력이 없는 피보증인에게 기왕의 보증채무와 별도로 신규자금을 제공하거나 피보증인이 신규자금을 차용하는 데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9] 상호지급보증 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보증회사가 채무변제능력이 없는 피보증회사에 대하여 합리적인 채권회수책 없이 새로 금원을 대여하거나 예금담보를 제공하였다면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10] 업무 담당자의 상급기관이 업무상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를 말하고, 위와 같은 손해에는 장차 취득할 것이 기대되는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할 것인바, 금융기관이 금원을 대출함에 있어 대출금 중 선이자를 공제한 나머지만 교부하거나 약속어음을 할인함에 있어 만기까지의 선이자를 공제한 경우 금융기관으로서는 대출금채무의 변제기나 약속어음의 만기에 선이자로 공제한 금원을 포함한 대출금 전액이나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액을 취득할 것이 기대된다 할 것이므로 배임행위로 인하여 금융기관이 입는 손해는 선이자를 공제한 금액이 아니라 선이자로 공제한 금원을 포함한 대출금 전액이거나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액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투신사가 회사채 등을 할인하여 매입하는 경우라고 달리 볼 것은 아니다.

[2]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3] 배임죄에 있어서 배임의 범의는 배임행위의 결과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의 이득을 얻는다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고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나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득을 얻게 하려는 목적은 요하지 아니하며,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한 것인바,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4] 수 개의 업무상 배임행위가 있더라도 피해법익이 단일하고 범죄의 태양이 동일할 뿐만 아니라, 그 수 개의 배임행위가 단일한 범의에 기한 일련의 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수 개의 배임행위는 포괄하여 일죄를 구성한다.

[5] 수 개의 범죄행위를 포괄일죄로 본 항소심의 판단을 탓하는 상고이유는 피고인에게 죄수를 증가하는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이 되어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6] 구 증권투자신탁업법(2003. 10. 4. 법률 제6987호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59조 에 의한 처벌대상인 같은 법 제32조 제1항 제1호 의 '신탁재산으로 그 수익자 외의 자의 이익을 위한 행위'는 같은 법 제17조 제1항 의 위탁회사의 선관주의의무와 수익자보호의무 위반을 처벌하는 규정인바, 신탁회사가 신탁재산으로 불량한 유가증권을 매입한 행위는 신탁회사에 대하여는 업무상배임행위가 됨과 동시에 수익자에 대하여는 구 증권투자신탁업법(2003. 10. 4. 법률 제6987호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1항 제1호 의 수익자 외의 자의 이익을 위한 행위가 되고, 이와 같은 경우 비록 업무상배임행위나 수익자보호의무위반행위의 내용이 같다고 하더라도, 위탁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의 경우 그 피해자는 위탁회사이지만, 수익자보호의무위반에 의한 구 증권투자신탁업법(2003. 10. 4. 법률 제6987호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위반죄의 피해자는 수익자로서 서로 다르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두 죄는 법조경합이 아니라, 별개의 죄이고, 단지 하나의 배신적 행위로 인하여 두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이므로 두 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

[7]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다소 광범위하고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여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적용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없는 이상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구에 배치된다고는 보기 어려운바, 구 증권투자신탁업법(2003. 10. 4. 법률 제6987호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신탁재산으로 수익자 외의 자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 함은 위탁회사의 선관주의의무와 수익자보호의무 위반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위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도만으로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법관의 합리적인 해석에 의하여 위 규정의 해당 여부가 판단될 수 있는 것이므로, 위 법률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8] 이미 타인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을 하였는데, 피보증인이 변제자력이 없어 결국 보증인이 그 보증채무를 이행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보증인이 피보증인에게 신규로 자금을 제공하거나 피보증인이 신규로 자금을 차용하는 데 담보를 제공하면서 그 신규자금이 이미 보증을 한 채무의 변제에 사용되도록 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증인으로서는 결국 기보증채무와 별도로 새로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을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9] 상호지급보증 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보증회사가 채무변제능력이 없는 피보증회사에 대하여 합리적인 채권회수책 없이 새로 금원을 대여하거나 예금담보를 제공하였다면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10]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고유의 권한으로서 그 처리를 하는 자에 한하지 않고, 직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자가 아니더라도 그 업무 담당자의 상급기관으로서 실행행위자의 행위가 피해자인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피고인

A 외 1인

상고인

피고인(B) 및 검사(피고인 A, B)

변호인

법무법인 C 담당변호사 D 외 7인

주문

검사와 피고인 B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은, 피고인 A에게 업무상배임죄의 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 위배의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범의가 있어야 하는바,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에게 위 E그룹 계열사 발행의 기업어음들이 만기에 지급거절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도 이를 용인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A에게 신탁재산으로 수익자 외의 자의 이익을 위한 행위를 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으며, 동양종금이 E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기업어음의 중개에 관여하게 된 경위 및 그 과정에서 F가 공동 발행인이 된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동양종금의 어음할인 매출은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처리된 것이지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요식절차로 행해진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기업어음의 할인매출 과정에서 동양종금이 고려하였던 사항 등이 위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고의 유무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도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A에 대한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유지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리고 나아가 피고인 B에 대하여는, 배임죄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야 하고, 증권투자신탁업법 제59조 제5호 , 제32조 제1항 제1호 위반죄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신탁재산을 관리하는 업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야 하는바, 피고인 B가 그와 같은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 B로서는 그러한 지위에 있었던 피고인 A의 범행에 가공하여서만 위 각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인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는 이상 피고인 A과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피고인 B만을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결국 피고인 B의 위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판시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이어서 그 판시 사실에 비추어 보면, G 주식회사(이하 'G'라 한다)가 1998. 3. 3. E그룹 계열사 발행의 기업어음을 매입함으로써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고, 신탁재산 운용의 일환으로 만기 1개월의 단기 기업어음을 매입한 것이 유동성 포기에 해당하여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B에 대하여 이 부분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하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검사의 상고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인 B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G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의 이득액 산정에 위법이 있다는 주장 부분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를 말하고, 위와 같은 손해에는 장차 취득할 것이 기대되는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할 것인바, 금융기관이 금원을 대출함에 있어 대출금 중 선이자를 공제한 나머지만 교부하거나 약속어음을 할인함에 있어 만기까지의 선이자를 공제한 경우, 금융기관으로서는 대출금 채무의 변제기나 약속어음의 만기에 선이자로 공제한 금원을 포함한 대출금 전액이나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액을 취득할 것이 기대된다 할 것이므로 배임행위로 인하여 금융기관이 입는 손해는 선이자를 공제한 금액이 아니라 선이자로 공제한 금원을 포함한 대출금 전액이거나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액으로 보아야 하고 (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 2004. 3. 26. 선고 2003도7747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투신사가 회사채 등을 할인하여 매입하는 경우라고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위 피고인이 주식회사 E 등 E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무보증회사채 합계 1,800억 상당을 G가 매입하도록 함으로써 주식회사 E 등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G로 하여금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G 및 F에 대한 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의 특별구성요건인 '업무상 임무'를 명시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는 주장 부분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G의 각 회사채매입으로 인한 업무상배임죄 부분에 관하여 손해회피의무의 내용 즉, 피고인이 하여야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E그룹이 변제능력을 상실하여 회사채 상환불능사태에 빠지게 될 위험이 컸다는 사정 및 G가 회사채를 매입함으로써 유동성 부족에 빠지게 될 위험이 있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채를 매입하게 하여 F 등이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G에게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고, F의 계열사 자금지원 부분에 대하여는, E그룹의 계열사들이 취약한 재무구조로 인하여 더 이상 금융기관의 차입금을 상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부도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므로 F의 재산으로 주식회사 E 등의 계열사에 현금을 대여하거나 F의 예금을 담보로 계열사로 하여금 대출을 받게 하더라도 제대로 대여금을 변제받거나 예금을 보전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F의 현금을 제공하게 하거나 담보를 제공하게 하여 E그룹의 계열사들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F에게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결국 원심은 위 피고인의 업무상 임무의 내용을 소극적인 방법으로 적시하였음이 분명하므로, 업무상 임무의 내용을 명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다. G 및 F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의 배임행위 및 범의의 존부에 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 부분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고 (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 등 참조), 한편, 배임의 범의는 배임행위의 결과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의 이득을 얻는다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고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나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득을 얻게 하려는 목적은 요하지 아니하며 (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도278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한 것인바, 이 사건처럼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5679 판결 등).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B가 지배하던 E그룹은 1994. F 인수 이후 외부차입금에 의존한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부채와 금융비용이 급증하고, 경상이익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하였으며, 1997. 말의 외환위기 이후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차입이 불가능하여진 상황이었으며, E그룹 전체 중 금융업을 제외한 1997. 12. 말의 경영상태는 자산 2조 6,261억 원, 부채 2조 1,384억 원, 자기자본 4,877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387.7%에 이르고 당기에 476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였으며 금융비용으로 12.에만 월 250억 원 가량을 지출하는 등 과중한 자금수요로 인하여 채무가 누적되어 가는 형편이어서 이미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하였던 사실, 피고인 B는 E그룹의 회장으로서 그룹에 속한 계열회사 전반의 경영과 자금 등에 관한 주요정책을 수립하고 그 집행을 지시하여 왔는데, 그룹 전체의 자금사정이 위와 같이 악화되기에 이르자, G나 F의 대표이사 등에게 지시하여 그들로 하여금 G의 신탁재산으로 계열회사의 회사채를 인수하도록 하거나 F의 자금 등을 계열회사에게 대여 내지 지원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채권회수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사실과 아울러 위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 당시에는 F의 초경합금사업 부분의 양도는 단지 양해각서만이 체결된 상태로서 위 사업 부분의 양도가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이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위 회사채 인수나 자금 대여 내지 지원은 회사채를 발행하였거나 자금을 지원받은 회사에게는 이익을 얻게 하고 G나 F에게는 손해를 가하게 되어 G나 F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며, 그 배임의 범의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이와는 달리 E그룹이 경영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견실한 그룹이었음에도 오로지 F 초경합금 부분의 매각협상 결렬이라는 예상할 수 없었던 사정 때문에 부도가 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배임행위나 배임의 범의에 관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G 및 F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의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주장 부분

수 개의 업무상 배임행위가 있더라도 피해법익이 단일하고 범죄의 태양이 동일할 뿐만 아니라, 그 수 개의 배임행위가 단일한 범의에 기한 일련의 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수 개의 배임행위는 포괄하여 일죄를 구성한다 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도1469 판결 참조), 이 사건 G에 의한 수 회의 회사채 매입에 의한 배임행위는 회사채 발행 회사가 다르고, 또한, F에 의한 수 회의 계열사 자금 지원행위에 의한 배임행위 역시 자금 대여 또는 담보의 이익을 받는 자를 달리하지만, 모두 피해자가 G 또는 F로서 동일하고, 또한, 그 배임행위로 인하여 이득을 얻은 자들이 서로 무관한 기업들이 아니라 E그룹 내의 계열기업으로서, 단순히 개별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아니라 상호지급보증 관계에 있는 그룹 전체를 위한 행위였고, 또한, 그 범행도 G에 대한 배임행위는 1998. 3. 25.부터 1998. 3. 31.까지 1주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으며, F에 대한 배임행위는 1998. 3. 31.부터 1998. 5. 6.까지의 기간동안 총 12회에 걸쳐 수시로 동일한 행위태양으로 반복되었고 또한, 개별기업마다 범의를 달리한다고 보기보다는 E그룹 전체를 위한 단일한 범의를 지녔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수 회의 회사채 인수행위나 자금 지원행위를 포괄일죄로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배임죄의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며, 설령 G의 수 회의 회사채 인수행위나 F의 수 회의 대여행위와 담보 제공행위가 포괄일죄가 아니라 별개의 범죄라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에게 죄수를 증가하는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이 되어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도5019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상고이유도 이유 없다.

마. 증권투자신탁업법위반죄에 관한 법리오해·채증법칙 위반에 관한 주장 부분

구 증권투자신탁업법(2003. 10. 4. 법률 제6987호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9조 에 의한 처벌대상인 같은 법 제32조 제1항 제1호 의 '신탁재산으로 그 수익자 외의 자의 이익을 위한 행위'는 같은 법 제17조 제1항 의 위탁회사의 선관주의의무와 수익자보호의무 위반을 처벌하는 규정인바,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 사실을 인정하고 G의 회사채 매입행위가 G에 대한 배임행위가 됨과 동시에 증권투자신탁업법 제32조 제1항 제1호 의 수익자 외의 자의 이익을 위한 행위가 된다 고 판단하고, 또한, 증권투자신탁업법위반의 범의도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이나 증권투자신탁업법위반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신탁회사의 신탁재산으로 불량한 유가증권을 매입함으로써 신탁회사에 대하여는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고, 수익자에 대하여는 증권투자신탁업법위반죄가 성립하는 본 건과 같은 경우 비록 업무상배임행위나 수익자보호의무위반행위의 내용이 같다고 하더라도, 위탁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의 경우 그 피해자는 위탁회사이지만, 수익자보호의무위반에 의한 증권투자신탁업법위반죄의 피해자는 수익자로서 서로 다르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두 죄는 법조경합이 아니라, 별개의 죄이고, 단지 하나의 배신적 행위로 인하여 두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이므로 두 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 고 할 것이니,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논지도 이유 없다.

바. 증권투자신탁업법 제32조 제1항 제1호 가 위헌이라는 주장 부분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다소 광범위하고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여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적용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없는 이상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구에 배치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 헌법재판소 2002. 4. 25. 선고 2001헌가27 전원재판부 결정 , 2002. 5. 30. 선고 2001헌바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증권투자신탁업법 제3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신탁재산으로 수익자 외의 자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탁회사의 선관주의의무와 수익자보호의무 위반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위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도만으로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법관의 합리적인 해석에 의하여 위 규정의 해당 여부가 판단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도 이유 없다.

사. F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부분

이미 타인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을 하였는데, 피보증인이 변제자력이 없어 결국 보증인이 그 보증채무를 이행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보증인이 피보증인에게 신규로 자금을 제공하거나 피보증인이 신규로 자금을 차용하는 데 담보를 제공하면서 그 신규자금이 이미 보증을 한 채무의 변제에 사용되도록 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증인으로서는 결국 기보증채무와 별도로 새로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을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2904 판결 참조).

원심은, F와 E그룹 계열사들이 상호 상당한 채무액에 대해 지급보증을 한 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F 자체의 채무구조가 악화되고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었으며 금융비용이 막대하게 늘어났음에도, 부실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채무변제능력을 거의 상실한 주식회사 E 등 E그룹 계열사들에게 사용처에 대한 통제나 합리적인 채권회수의 대책 없이 금원을 대여하거나 그 대출금 채무에 F의 예금을 담보로 제공한 것은 F에 대하여는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위 상호지급보증 사실만을 들어 피고인 B가 원심 판시와 같은 범죄 행위를 회피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이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도 이유 없다.

아. 업무상배임죄의 주체에 관한 법리오해 및 범의의 존부에 관한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 부분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고유의 권한으로서 그 처리를 하는 자에 한하지 않고, 직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자가 아니더라도 그 업무 담당자의 상급기관으로서 실행행위자의 행위가 피해자인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9. 7. 23. 선고 99도1911 판결 참조).

기록과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E그룹은 전체가 순환출자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피고인 B 및 그의 특수관계인들이 주요 계열회사의 최대주주로서 E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확보한 후 피고인 B가 E그룹의 회장으로서 E그룹 기획조정실을 통하여 그룹 전체의 자금운용, 특히 상호지급보증이나 자금 대여, 담보물 제공 등의 대부분에 관하여 직접 결정하여 왔고,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G의 대표이사였던 H나 F의 대표이사였던 I에게 G의 이 사건 회사채 매입이나 F의 자금 지원을 직접 지시하였고,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피고인은 단순히 G가 인수한 유가증권의 발행회사의 지배자로서만 범행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인수자인 G의 지배자로서 이 사건 회사채의 인수를 지시한 것이므로 위 피고인은 이 사건 G에 대한 배임행위나 이 사건 F에 대한 배임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인 업무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같은 취지의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의 범의에 관한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업무상배임죄의 주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논지도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검사의 상고 및 피고인 B의 상고는 각기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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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4.1.19.선고 2003노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