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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2738 전원합의체 판결

[뇌물공여(일부변경된죄명:뇌물공여약속)·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기업 대표 등의 뇌물 공여 등 사건〉[공2019하,1853]

판시사항

[1]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사람(비공무원)에게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 / 공무원이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공무원과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 뇌물이 실제로 공동정범인 공무원 또는 비공무원 중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가 이미 성립한 뇌물수수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소극) / 뇌물공여죄에서 고의의 내용

[2]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 본래증거인지 판단하는 기준 / 어떤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그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경우, 전문증거인지 여부(적극) 및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서류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 그 서류는 전문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뇌물죄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의 의미 / 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수수’와 뇌물공여에서 말하는 ‘공여’의 의미 및 뇌물에 대한 법률상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취득하게 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 뇌물수수자가 뇌물로 제공된 물건에 대한 법률상 소유권 취득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 뇌물수수자가 뇌물공여자에 대한 내부관계에서 물건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취득하였으나 뇌물수수 사실을 은닉하거나 뇌물공여자가 계속 그 물건에 대한 비용 등을 부담하기 위하여 소유권 이전의 형식적 요건을 유보하는 경우, 뇌물수수죄와 뇌물공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4]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재산국외도피죄의 성립 요건 /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국내 재산을 국외로 이동한 행위가 도피에 해당하려면 재산에 대한 지배·관리 상태를 국내에서 국외로 옮기는 경우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동으로 인하여 재산에 대한 지배·관리 상태를 상실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5]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에서 정한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의 의미 및 범죄수익을 발생시키는 범죄행위의 기수 이전의 행위도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6]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뇌물’과 ‘부정한 청탁’의 의미 및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이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경우에는 신분관계가 있는 사람과 공범이 성립한다( 형법 제33조 본문 참조). 이 경우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에 기초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이 충족되면 공동정범으로 처벌한다.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하 ‘비공무원’이라 한다)이 공무원과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형법은 제130조 에서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와는 별도로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한 때에 뇌물수수죄와 법정형이 동일한 제3자뇌물수수죄로 처벌하고 있다.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뇌물을 받는 제3자가 뇌물임을 인식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무원이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공무원과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성질상 공무원 자신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은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제3자가 될 수 없고,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에는 공무원과 함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제3자뇌물수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뇌물수수죄의 공범들 사이에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암묵적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공모 내용에 따라 공범 중 1인이 금품이나 이익을 주고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주고받은 때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금품이나 이익의 규모나 정도 등에 대하여 사전에 서로 의사의 연락이 있거나 금품 등의 구체적 금액을 공범이 알아야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에 뇌물이 실제로 공동정범인 공무원 또는 비공무원 중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는 이미 성립한 뇌물수수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사전에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모의하였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 뇌물의 처리에 관한 것에 불과하므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 데 영향이 없다.

형법 제133조 제1항 ,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공여죄의 고의는 ‘공무원에게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의사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 공여자가 공무원의 요구에 따라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경우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의 관계가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고 공여자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였다면 공여자에게 형법 제133조 제1항 ,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공여죄의 고의가 인정된다.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의 논리 중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성립에 관한 일반론 부분에 대하여는 동의하지만,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전적으로 귀속시키기로 모의하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인데도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까지도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형법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와 별도로 제130조 에서 제3자뇌물수수죄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공무원이 아닌 비공무원인 제3자가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는 뇌물의 귀속주체와 성질이 어떠한지에 따라 그 뇌물수수죄 또는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지를 달리 평가하여야 한다.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으면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미리 모의하거나 뇌물의 성질에 비추어 비공무원이 전적으로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 공무원이 증뢰자로 하여금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였다면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 될 뿐이며,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2] 형사소송법제310조의2 에서 원칙적으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제311조 부터 제316조 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는 요증사실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다른 사람의 진술, 즉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본래증거이지 전문증거가 아니다.

어떤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그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되지만,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서류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서류는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서류가 그곳에 기재된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되어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1조 부터 제316조 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증거능력이 없다.

[3] 뇌물죄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 뇌물수수에서 말하는 ‘수수’란 받는 것, 즉 뇌물을 취득하는 것이고, 뇌물공여에서 말하는 ‘공여’란 뇌물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취득이란 뇌물에 대한 사실상의 처분권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하고, 뇌물인 물건의 법률상 소유권까지 취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뇌물수수자가 법률상 소유권 취득의 요건을 갖추지는 않았더라도 뇌물로 제공된 물건에 대한 점유를 취득하고 뇌물공여자 또는 법률상 소유자로부터 반환을 요구받지 않는 관계에 이른 경우에는 그 물건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갖게 되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뇌물수수자가 뇌물공여자에 대한 내부관계에서 물건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취득하였으나 뇌물수수 사실을 은닉하거나 뇌물공여자가 계속 그 물건에 대한 비용 등을 부담하기 위하여 소유권 이전의 형식적 요건을 유보하는 경우에는 뇌물수수자와 뇌물공여자 사이에서는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우와 다르지 않으므로 그 물건을 뇌물로 수수하고 공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뇌물수수자가 교부받은 물건을 뇌물공여자에게 반환할 것이 아니므로 뇌물수수자에게 영득의 의사도 인정되고, 뇌물공여자가 교부한 물건을 뇌물수수자로부터 반환받을 것이 아니므로 뇌물공여자에게 고의도 인정된다.

[4]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은 “법령을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켰을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해당 범죄행위의 목적물 가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제2항 에서 도피액이 5억 원 이상일 때에는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하고 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자신의 행위가 법령을 위반하여 국내 재산을 해외로 이동한다는 인식과 그 행위가 재산을 대한민국의 법률과 제도에 의한 규율과 관리를 받지 않고 자신이 해외에서 임의로 소비, 축적, 은닉 등 지배·관리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행위라는 인식을 가지고 국내 재산을 해외로 이동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이 유출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발생하게 한 때에 성립한다.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국내 재산을 국외로 이동한 행위가 도피에 해당하려면 재산에 대한 지배·관리 상태를 국내에서 국외로 옮기는 경우여야 하고 이동으로 인하여 재산에 대한 지배·관리 상태를 상실하는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5]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에서 정한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는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하여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존재하는 것처럼 가장하거나 존재하는 사실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시간적으로 범죄수익을 발생시키는 범죄행위의 기수 이전의 행위라도 해당할 수 있다.

[6]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한다. 여기에서 뇌물이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제3자에게 교부되는 위법·부당한 이익을 말하고, 형법 제129조 뇌물죄와 마찬가지로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인정된다.

‘부정한 청탁’이란 청탁이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도 없다.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하면 충분하고, 이미 발생한 현안뿐만 아니라 장래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안도 위와 같은 정도로 특정되면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는 경우에는 묵시적 의사표시로 가능하다.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직무와 청탁의 내용, 공무원과 이익 제공자의 관계, 이익의 다과, 수수 경위와 시기 등의 여러 사정과 아울러 직무집행의 공정,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와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이라고 하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이익의 수수로 말미암아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등이 기준이 된다.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4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특별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의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과 무죄 부분 중 범죄수익 등의 처분에 관한 사실 가장에 의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공소외 1 사단법인 관련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특별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서면들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

가. 공소외 2 승마 지원 관련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횡령)

1)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하 ‘비공무원’이라 한다)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

가)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이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경우에는 신분관계가 있는 사람과 공범이 성립한다( 형법 제33조 본문 참조). 이 경우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에 기초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이 충족되면 공동정범으로 처벌한다 (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도3180 판결 등 참조).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 ,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27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비공무원이 공무원과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

형법제130조 에서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와는 별도로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한 때에 뇌물수수죄와 법정형이 동일한 제3자뇌물수수죄로 처벌하고 있다.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뇌물을 받는 제3자가 뇌물임을 인식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공무원이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공무원과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성질상 공무원 자신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은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제3자가 될 수 없고 (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659 판결 등 참조),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에는 공무원과 함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제3자뇌물수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

뇌물수수죄의 공범들 사이에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암묵적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공모 내용에 따라 공범 중 1인이 금품이나 이익을 주고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주고받은 때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금품이나 이익의 규모나 정도 등에 대하여 사전에 서로 의사의 연락이 있거나 금품 등의 구체적 금액을 공범이 알아야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도10199 판결 등 참조).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에 뇌물이 실제로 공동정범인 공무원 또는 비공무원 중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는 이미 성립한 뇌물수수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사전에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모의하였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 뇌물의 처리에 관한 것에 불과하므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 데 영향이 없다 .

형법 제133조 제1항 ,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공여죄의 고의는 ‘공무원에게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의사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 공여자가 공무원의 요구에 따라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경우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의 관계가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고 공여자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였다면 공여자에게 형법 제133조 제1항 ,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공여죄의 고의가 인정된다 .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제18대 대통령 박근혜(이하 ‘전 대통령’이라 한다)가 피고인 1에게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에 관한 뇌물을 요구하고, 공소외 3은 승마 지원을 통한 뇌물수수 범행에 이르는 핵심 경과를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으로 전 대통령과 자신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정도에 이르렀다.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과 관련된 뇌물이 비공무원인 공소외 3에게 모두 귀속되었더라도 공무원인 전 대통령과 비공무원인 공소외 3 사이에는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피고인들이 용역대금을 송금하기 전에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공소외 3의 딸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이라는 점과 용역대금이 뇌물이라는 점을 알았으므로 뇌물수수에 관한 전 대통령과 공소외 3의 뇌물수수죄 공동정범 관계를 인식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공여죄와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의 성립 요건, 공범과 신분,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들이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2)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피고인들의 승마 지원 사이에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강요죄 등의 피해자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대통령이 피고인 1에게 형식적으로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 인수, 승마종목의 올림픽 출전 지원 등을 요구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공소외 3과 공모하여 공소외 2 개인에 대한 승마 지원을 요구하였고, 피고인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 2015. 8. 26. 공소외 4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 한다)와 공소외 5 회사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은 처음부터 공소외 2만을 지원하는 것을 가장·은폐하기 위한 것이고, 피고인들과 공소외 3은 은밀한 방법으로 승마 지원 이익을 제공·수수하였다.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사이에는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을 요구하고 수락할 만한 특수한 사적 친분관계가 없고, 승마 지원의 경위와 규모, 이익의 귀속주체에 비추어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강요 또는 공갈과 뇌물공여죄의 성립, 뇌물공여죄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용역대금이 뇌물인지 여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용역계약은 공소외 2만 지원한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5명의 선수를 추가로 선발하여 지원하는 것으로 가장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용역대금 송금 당시 용역계약의 내용에 따른 선수선발이나 지원인력이 다 갖추어지지 않았는데도 분기별 용역대금 전액을 송금하였고, 용역대금이 실질적으로 공소외 3에게 제공된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용역대금은 뇌물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이 이를 횡령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죄에서 말하는 뇌물의 내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피고인 1의 관여와 고의 인정 여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피고인 1이 뇌물공여와 업무상횡령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인 1은 ○○그룹 내부에서 사실상 그룹의 후계자로 인정되는 부회장의 지위에서 2014. 9. 15. 대통령 단독 면담 이후부터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이 이루어지는 기간 동안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2에게 전 대통령의 요구를 전달하고, 승마 지원에 관한 포괄적인 지시를 하며, 피고인 3, 피고인 4로부터 위 지원 경위를 보고받으며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원행위에 관여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1은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을 통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다는 것에 대한 고의가 있었고, 다른 피고인들과 순차적·암묵적으로 공모하여 승마 지원의 핵심적 경과를 조종하거나 촉진하는 등으로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이 공소외 2의 승마훈련을 지원하기로 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공소외 2만이 아니라 총 6명의 선수를 선발하여 해외전지훈련을 지원하는 것처럼 가장하고자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내부품의서를 작성하였다. 이와 같이 가장된 사실에 기초하여 용역대금을 공소외 5 회사 명의의 계좌로 지급하여 뇌물공여죄와 업무상횡령죄가 기수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내부품의서를 작성하는 등의 행위는 범죄수익인 용역대금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것이고, 범죄수익을 발생시키는 범죄행위인 뇌물공여 행위나 업무상횡령 행위와는 별도의 행위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서 정한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피고인 1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회증언감정법’이라 한다) 위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 1이 ‘박근혜 정부의 공소외 3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제1차 청문회(이하 ‘이 사건 청문회’라 한다)에서 ‘○○그룹 임직원들로부터 공소외 6 재단법인과 공소외 7 재단법인(이하 두 재단법인을 통칭할 경우 ‘이 사건 각 재단’이라 한다)에 출연한다는 보고를 받지 못하였다.’, ‘공소외 3, 공소외 2가 누구인지 몰랐고, ○○그룹 임직원들로부터 승마 관련 지원을 한다는 보고를 받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은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로 위증에 해당한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라. 공소장일본주의 위배 여부

원심은 다음과 같이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죄의 유형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장에 공소외 8과 관련된 과거의 사실을 기재한 부분이나 증거로 제출된 관련자의 진술을 인용하는 부분 등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법관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2. 특별검사의 상고이유 주장

가. 증거능력

1) 공소외 9의 업무수첩과 진술(이하 ‘공소외 9의 업무수첩 등’이라 한다)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가) 형사소송법제310조의2 에서 원칙적으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제311조 부터 제316조 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는 요증사실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다른 사람의 진술, 즉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본래증거이지 전문증거가 아니다 (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도2937 판결 등 참조).

어떤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그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되지만,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서류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서류는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서류가 그곳에 기재된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되어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1조 부터 제316조 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증거능력이 없다 .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공소외 9의 업무수첩에 그와 같은 기재가 존재하는 것 자체에 관하여는 본래증거이지 전문증거가 아니고, 증거물인 서면으로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공소외 9의 업무수첩이 전 대통령이 공소외 9에게 지시한 내용,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사이에 있었던 대화 내용 등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라면 요증사실과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내용의 진실성이 문제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기재 내용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라고 볼 수는 없다. 전 대통령의 진술을 들었다는 공소외 9의 진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소외 9의 업무수첩에 전 대통령이 공소외 9에게 지시한 내용의 기재,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사이에 있었던 대화 내용의 기재가 있다는 그 자체를 전 대통령이 공소외 9에게 지시한 내용,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사이에 있었던 대화 내용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본다.

공소외 9의 업무수첩 등에는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전 대통령이 단독 면담 후 공소외 9에게 불러주었다는 내용’(이하 ‘대화 내용 부분’이라 한다)과 ‘전 대통령이 공소외 9에게 지시한 내용’(이하 ‘지시 사항 부분’이라 한다)이 함께 있다.

공소외 9의 업무수첩 등의 대화 내용 부분이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서 대화한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진술증거인 경우에는 전문진술로서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에 따라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한 것임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공소외 9의 업무수첩 등이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공소외 9의 업무수첩 등은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허용하면 대화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직접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을 결국 대화 내용을 증명하는 증거로 사용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전문법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특별검사가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공소외 9의 진술 중 지시 사항 부분은 전 대통령이 공소외 9에게 지시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면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 해당하여 본래증거이고 전문증거가 아니다. 그리고 공소외 9의 업무수첩 중 지시 사항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에 따라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작성자인 공소외 9의 진술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경우에는 진술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전 대통령이 공소외 9에게 지시한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전문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공소외 10 업무일지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원심은 공소외 10의 업무일지에 어떠한 내용의 기재가 존재하는 것을 통하여 그 기재 내용의 진실성을 인정하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되는 경우라면 전문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 1) 다)에서 살펴본 것처럼 공소외 10의 업무일지 기재를 그 내용에 따라 증거능력의 요건을 구분하지 않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전문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2에 대한 특별검사의 제2회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원심은 피고인 2에 대한 특별검사 작성의 제2회 진술조서가 실질적으로 피의자신문조서에 해당하고, 특별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2에게 위 진술조서를 작성하기 전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므로 위 진술조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진술거부권 고지의 대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공소외 2 승마 지원 관련 뇌물공여

1) 말들 또는 그 구입대금이 뇌물인지 여부

가) 뇌물죄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 ( 대법원 1979. 10. 10. 선고 78도1793 판결 , 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도13937 판결 등 참조). 뇌물수수에서 말하는 ‘수수’란 받는 것, 즉 뇌물을 취득하는 것이고, 뇌물공여에서 말하는 ‘공여’란 뇌물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취득이란 뇌물에 대한 사실상의 처분권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하고, 뇌물인 물건의 법률상 소유권까지 취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뇌물수수자가 법률상 소유권 취득의 요건을 갖추지는 않았더라도 뇌물로 제공된 물건에 대한 점유를 취득하고 뇌물공여자 또는 법률상 소유자로부터 반환을 요구받지 않는 관계에 이른 경우에는 그 물건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갖게 되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뇌물수수자가 뇌물공여자에 대한 내부관계에서 물건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취득하였으나 뇌물수수 사실을 은닉하거나 뇌물공여자가 계속 그 물건에 대한 비용 등을 부담하기 위하여 소유권 이전의 형식적 요건을 유보하는 경우에는 뇌물수수자와 뇌물공여자 사이에서는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우와 다르지 않으므로 그 물건을 뇌물로 수수하고 공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뇌물수수자가 교부받은 물건을 뇌물공여자에게 반환할 것이 아니므로 뇌물수수자에게 영득의 의사도 인정되고, 뇌물공여자가 교부한 물건을 뇌물수수자로부터 반환받을 것이 아니므로 뇌물공여자에게 고의도 인정된다 .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 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한 것은 그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지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인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심 법관은 사실인정을 하면서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과 조사된 증거를 남김없이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지만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증명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이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950 판결 ,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5도1786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이 공소외 3에게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 말들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이 전 대통령과 공소외 3에게 말들 또는 그 구입대금을 뇌물로 공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에 따라 말들을 뇌물로 공여하였다고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말들에 관한 액수 미상의 무상 사용이익을 뇌물로 공여하였다고 인정하였다.

공소외 3이 2015. 11. 15.경 공소외 11을 통하여 피고인 2에게 화를 낸 것은 말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 2는 2015. 11. 15. 공소외 3이 화를 내며 독일로 들어오라고 요구한 것에 대하여 공소외 11에게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겠다는 것이고, 결정하시는 대로 지원해 드리겠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으나, 이는 공소외 3이 요구하면 이를 모두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일 뿐 소유권 이전의 승낙으로 볼 수 없다.

공소외 3이 살시도의 소유권 이전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 2 역시 살시도의 소유권 이전을 승낙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공소외 3이 향후 구입할 말인 비타나와 라우싱의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거나 피고인 2가 이를 약속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살시도 구입 당시와 비타나, 라우싱 구입 당시의 차이점 등은 비타나와 라우싱의 소유권 이전이 이루어졌다는 직접증거가 될 수 없고,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비타나, 라우싱의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 3과 피고인 2 사이에 2015. 11. 15. 살시도와 향후 구입할 말들에 관하여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이 공소외 3에게 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피고인들은 공소외 3에게 2015. 11. 15.부터 구입대금 상당의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뇌물로 제공하였고, 공소외 3은 피고인들로부터 위 말들을 뇌물로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고인들이 살시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5는 공소외 11과 상의한 다음 말 소유권이 공소외 4 회사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공소외 11로 하여금 국제승마연맹(FEI)에서 발급하는 말 패스포트의 마주란에 공소외 4 회사를 기재하게 하였다. 그 후 피고인 5는 말 소유권이 공소외 4 회사에 있다는 것을 더 확실하게 하려고 공소외 11을 통하여 공소외 3에게 마필 위탁관리계약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공소외 3은 말 패스포트의 마주란에 공소외 4 회사가 소유자로 기재된 것을 듣고 화가 난 상태에서 이러한 요구를 받고 공소외 11에게 ‘윗선에서 ○○이 말을 사주기로 다 결정이 났는데 왜 ○○ 명의로 했냐’고 말하며 화를 냈고 피고인 2를 독일로 당장 들어오게 하라고 지시하였다. 공소외 11은 피고인 5에게 위와 같이 공소외 3이 한 말과 화를 낸 경위를 전달하였다. 피고인 2는 이를 전달받은 후 공소외 11에게 ‘그까짓 말 몇 마리 사주면 된다.’고 말하였고, 2015. 11. 15. 공소외 11에게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하겠다.’, ‘결정하는 대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위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5와 공소외 3 사이에서는 말 패스포트에 마주의 이름을 기재하는 것이 법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승마계에서 말 소유권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공소외 3은 이미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사이에서 ○○이 공소외 3에게 말을 사주는 것으로 결정하였다고 알고 있는데 피고인 5가 그와 다르게 말 소유권은 공소외 4 회사가 갖고 공소외 3에게 단지 빌려주는 형식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화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즉 공소외 3이 이러한 태도를 보인 것은 말 소유권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 후 피고인 2가 취한 언행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도 공소외 3이 말 소유권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전 대통령은 2014. 9. 15. 단독 면담에서 피고인 1에게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그룹에서 맡아주고, 승마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좋은 말도 사주는 등 적극 지원해 달라.”라고 요청하였고, 2015. 7. 25. 단독 면담에서 피고인 1에게 승마 관련 지원이 부족하다며 다시 “승마 유망주를 해외 전지훈련도 보내고 좋은 말도 사줘야 하는데 ○○이 그걸 안하고 있다.”라고 말하였다. 전 대통령은 위와 같이 두 차례 단독 면담을 하면서 그때마다 피고인 1에게 ‘좋은 말을 사줘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요구를 받은 피고인 1의 포괄적인 지시에 따라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 관련 권한을 가진 피고인 2는 공소외 3이 말 소유권을 원한다는 것을 안 후에는 공소외 3에게 말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2는 공소외 11을 통하여 공소외 3에게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2는 공소외 3에 대하여 더 이상 말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고 말의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이 공소외 3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와 관련하여 공소외 3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조치는 공소외 3이 결정하는 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공소외 3과 그러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 공소외 11이 2015. 11. 17. 피고인 5에게 전한 공소외 3의 요구사항에는 말 소유자 등록 문제가 기재되어 있으나 공소외 3이 말 소유권을 원한다고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공소외 11은 위 요구사항에 관하여 제1심에서 공소외 3이 화를 낸 것은 분명히 말 소유권 때문이 맞고 화가 진정된 후에 위 요구사항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이야기한 것은 ○○ 측에 문건을 보내면서 ‘말을 사주기로 했는데 왜 그러느냐’는 표현을 쓸 수 없으니 위와 같이 핑계를 댄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

위에서 본 것처럼 공소외 3은 말 소유권을 원했기 때문에 화를 냈고 피고인 2가 이를 알고 2015. 11. 15. 공소외 3에게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하였으므로 이미 공소외 3은 피고인 2로부터 원하는 답을 얻었다. 따라서 공소외 3이 피고인 2, 피고인 5에게 위 요구사항을 보내면서 다시 말 소유권을 원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위 요구사항은 위 (1)에서 본 2015. 11. 15. 합의 내용을 전제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완곡하게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소외 3으로서는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말 소유권이 공소외 3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충분하였고 공소외 4 회사로부터 승마 지원을 받는 동안에는 공소외 4 회사가 법률상 소유자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소유권 침해에 대한 대응, 유지비 부담, 언론의 추적을 회피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 등을 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공소외 3의 2015. 11. 17. 요구사항은 위와 같은 사정을 배경으로 제시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위 요구사항에 마필 위탁관리계약서의 작성을 거절한다는 내용이 없는데도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 후 마필 위탁관리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사정도 이에 부합한다.

(3) 피고인 2 등이 2016. 2. 4. 비타나와 라우싱을 매수할 때에는 살시도의 경우와 달리 공소외 4 회사의 내부 기안문에서 패스포트와 소유주 부분이 삭제되었고, 말을 자산관리대장에 유형자산으로 등재하지 않았으며, 회계처리에서만 구입비용을 선급금으로 기재하였다. 공소외 3이 관여할 수 없는 공소외 4 회사 내부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조치는 피고인 2 등 공소외 4 회사 측에서 비타나와 라우싱을 매수할 당시에는 말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비타나와 라우싱의 패스포트 마주란에는 공소외 4 회사가 기재되지 않았고 종전 마주의 이름이 기재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4) 피고인들은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에 관한 의혹이 제기되고 언론의 취재가 진행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2016. 8. 22. 공소외 4 회사가 △△△△△△ △△△△(이하 ‘△△△△△△’라 한다)에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매매대금 합계 269만 100유로에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한 것처럼 가장하였다. 피고인 2, 피고인 5는 2016. 9. 28.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 호텔에서 공소외 3을 만나 뇌물제공 사실을 숨기는 방법으로 △△△△△△와 프로그램을 돌려 말 값을 정산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는 공소외 4 회사가 말 값을 지급하는 것인데도 외형상으로는 공소외 4 회사가 말을 처분하고 △△△△△△가 말을 매수한 것처럼 보이게 되고,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5 등이 공소외 3에게 말을 뇌물로 제공한 사실을 숨길 수 있게 된다.

공소외 3은 2016. 9. 30. 공소외 5 회사 명의로 △△△△△△와 살시도, 비타나에 67만 유로를 더해 블라디미르, 스타샤와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 2는 공소외 3에게 그랑프리급 말을 같은 급으로 대체해서 대회에 출전하면 또 추적의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그랑프리급 말의 교체를 반대하며 아시안게임 이후에나 하라는 의사를 전하였으나 공소외 3은 피고인 2의 의사에 반하여 그랑프리급 말인 블라디미르로 교체하였다. 그 후 피고인 2, 피고인 5는 2016. 10. 19.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 호텔에서 공소외 3 등과 만나 승마 지원 관계를 종료하기로 하면서 범행 은닉에 필요한 조치를 논의하고, 위 블라디미르를 처분하기로 한 것 외에는 공소외 3이 나머지 말들을 종국적으로 소유하는 전제로 협의를 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공소외 3에게 말의 처분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5) 요컨대, 피고인 1은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할 때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마 지원을 요구받고 그 직무와 관련한 뇌물을 제공하기 위하여 공소외 2에게 승마 지원을 하였다. 두 차례의 단독 면담에서 전 대통령으로부터 ‘좋은 말을 사줘라’는 요구를 받았고 2차 단독 면담에서 재차 요구를 받은 다음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승마 지원을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소외 3 측에서 정하는 대로 이루어졌다.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공소외 3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피고인 1 등으로서는 공소외 3이 가급적 만족할 수 있도록 원하는 대로 뇌물을 제공하되 그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위로 공소외 3에게 공소외 2가 탈 말과 공소외 3이 요구하는 돈을 지급한 피고인 1 등이 공소외 3으로부터 말 소유권을 갖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받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양측 사이에 말을 반환할 필요가 없고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합의 이후 말들에 대한 조치들은 모두 위 합의를 기초로 이루어졌다. 피고인 1 등이 공소외 4 회사의 자금으로 구입한 말들에 대한 점유가 공소외 3에게 이전되어 공소외 3이 원하는 대로 말들을 계속 사용하였다. 2015. 11. 15. 이후에는 공소외 3이 공소외 4 회사에 말들을 반환할 필요가 없었으며, 공소외 3이 말들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잘못하여 말들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그 손해를 공소외 4 회사에 물어주어야 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경우에 피고인 1 등이 공소외 3에게 제공한 뇌물은 말들이라고 보아야 하고, 비타나와 라우싱은 구입대금을 뇌물로 볼 수도 있다. 이와 달리 뇌물로 제공한 것이 말들에 관한 액수 미상의 사용이익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고 일반 상식에도 어긋난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소외 3에게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의 소유권을 이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말들 또는 구입대금을 뇌물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뇌물과 수수, 뇌물공여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213억 원의 뇌물공여약속 성립 여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 등을 들어 피고인들이 전 대통령, 공소외 3에게 213억 원의 뇌물공여를 약속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용역계약서에 표시된 금액이 용역계약의 이행에 필요한 잠정적인 예산을 추정한 것에 불과하여 피고인들과 공소외 3 사이에 ‘공소외 4 회사가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총액 213억 원을 공소외 5 회사에 지급하겠다.’는 확정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 당시 계약 총액에 상당한 뇌물의 제공을 약속하였다는 증명이 부족하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결이유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공여약속의 성립과 금액 특정, 공여자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를 위반하며 판단을 누락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선수단차량 3대와 말 운송차량 1대(이하 차량 4대를 통칭할 경우 ‘이 사건 차량들’이라 한다)의 구입대금이 뇌물인지 여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공소외 4 회사와 공소외 5 회사가 작성한 확인서에 이 사건 차량들의 소유권이 공소외 4 회사에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공소외 4 회사가 2016. 2. 초순 공소외 5 회사에 선수단차량을, 2017. 4. 12. 다른 독일 회사에 말 운송차량 1대를 매도하고 대금을 수령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차량들의 구입대금을 공소외 3에게 뇌물로 제공하였다는 증명이 부족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결이유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동산 소유권 귀속, 뇌물공여의 성립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를 위반하며 판단을 누락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공소외 2 승마 지원 관련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소외 3에게 말들과 이 사건 차량들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그 구입대금 또는 살시도 자체를 횡령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 중 살시도 구입대금과 이 사건 차량들의 구입대금에 관한 부분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업무상횡령죄, 뇌물공여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피고인들은 공소외 3에게 2015. 11. 15.부터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뇌물로 제공하였고, 이를 위하여 공소외 4 회사의 자금으로 비타나, 라우싱의 구입대금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이 2015. 11. 15.경 살시도 자체를 횡령하고 그 후 비타나, 라우싱의 구입대금을 횡령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부분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뇌물공여죄와 업무상횡령죄의 성립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재산국외도피)

1) 독일 ☆☆☆☆☆은행 공소외 5 회사 명의 계좌에 송금한 부분

가) 특정경제범죄법 제4조 제1항 은 “법령을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켰을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해당 범죄행위의 목적물 가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제2항 에서 도피액이 5억 원 이상일 때에는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하고 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자신의 행위가 법령을 위반하여 국내 재산을 해외로 이동한다는 인식과 그 행위가 재산을 대한민국의 법률과 제도에 의한 규율과 관리를 받지 않고 자신이 해외에서 임의로 소비, 축적, 은닉 등 지배·관리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행위라는 인식을 가지고 국내 재산을 해외로 이동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이 유출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발생하게 한 때에 성립한다 (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2도7262 판결 ,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8130 판결 등 참조).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국내 재산을 국외로 이동한 행위가 도피에 해당하려면 재산에 대한 지배·관리 상태를 국내에서 국외로 옮기는 경우여야 하고 이동으로 인하여 재산에 대한 지배·관리 상태를 상실하는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

나)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소외 4 회사의 국내 자금을 용역대금 명목으로 독일 ☆☆☆☆☆은행 공소외 5 회사 명의의 계좌에 송금하였으나, 뇌물수수자인 공소외 3이 위 용역대금을 해외에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지배·관리하였고 뇌물공여자인 피고인들이 용역대금에 대하여 임의로 소비, 축적, 은닉 등 지배·관리하였던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결이유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재산국외도피)죄에서 말하는 도피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독일 ☆☆☆☆☆은행 공소외 4 회사 명의 계좌에 예치한 부분

원심은 독일 ☆☆☆☆☆은행 공소외 4 회사 명의의 계좌에 송금된 돈에 관하여 예금거래신고서가 제출될 당시를 기준으로 예금거래신고서에 기재된 예치사유에 허위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외국환거래법에서 정한 예금거래신고,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재산국외도피)죄의 성립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1)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 부분

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 제2호 에서 정한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는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하여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존재하는 것처럼 가장하거나 존재하는 사실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시간적으로 범죄수익을 발생시키는 범죄행위의 기수 이전의 행위라도 해당할 수 있다 (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4도1104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소외 3에게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 또는 그 구입대금과 이 사건 차량들 구입대금을 뇌물로 공여하였다고 볼 수 없고, 위 말들과 이 사건 차량들의 구입대금 등을 횡령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전제에서 이를 범죄수익으로 인정하지 않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 중 살시도 구입대금, 이 사건 차량들 구입대금이 범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판단한 부분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공여죄와 업무상횡령죄의 성립, 범죄수익의 성립과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피고인들은 공소외 3에게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뇌물로 제공하였고, 살시도 자체와 비타나, 라우싱의 구입대금을 횡령하였다. 따라서 원심은 위 말들 또는 구입대금이 범죄수익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들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범죄수익인 말들과 구입대금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였는지에 관하여 심리하여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이 잘못된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뇌물공여죄와 업무상횡령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의 성립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범죄수익의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 부분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이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뇌물로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고, 비타나, 라우싱의 구입대금을 횡령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말들은 범죄수익 또는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 아니다. 따라서 위 말들이 범죄수익 등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피고인들은 공소외 3에게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뇌물로 제공하였고, 살시도 자체와 비타나, 라우싱의 구입대금을 횡령하였으므로 위 말들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 에서 정한 범죄수익 또는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심은 이러한 전제에서 피고인들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말들의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였는지에 관하여 심리하여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 말들이 범죄수익 또는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 아니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뇌물공여죄와 업무상횡령죄, 범죄수익의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바. 공소외 1 사단법인(이하 ‘공소외 1 법인’이라 한다) 관련 뇌물공여

1)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한다. 여기에서 뇌물이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제3자에게 교부되는 위법·부당한 이익을 말하고, 형법 제129조 뇌물죄와 마찬가지로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인정된다 ( 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4도4959 판결 등 참조).

‘ 부정한 청탁’이란 청탁이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도 없다.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하면 충분하고, 이미 발생한 현안뿐만 아니라 장래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안도 위와 같은 정도로 특정되면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는 경우에는 묵시적 의사표시로 가능하다 (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7503 판결 ,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659 판결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346 판결 등 참조).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직무와 청탁의 내용, 공무원과 이익 제공자의 관계, 이익의 다과, 수수 경위와 시기 등의 여러 사정과 아울러 직무집행의 공정,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와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이라고 하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이익의 수수로 말미암아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등이 기준이 된다 ( 대법원 2007. 1. 26. 선고 2004도1632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과 전 대통령 사이에 공소외 1 법인 지원금 합계 16억 2,800만 원과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여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없다. 특별검사가 주장하는 현안들 중 일부는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경우 피고인 1의 공소외 4 회사 또는 공소외 1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2 회사’라 한다)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접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승계작업을 바로 인정할 수 없다.

승계작업은 피고인 1과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그 존재 여부가 합리적 의심이 없이 인정되어야 한다.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에 필요한 공통의 인식과 양해의 대상인 승계작업이 명확하지 않거나 개괄적이게 되면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승계작업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한다.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을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위와 같이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사이에 승계작업을 매개로 공소외 1 법인을 지원한다는 묵시적인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위에서 본 것처럼 부정한 청탁의 대상 또는 내용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이므로 그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하고, 확정적일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하고, 부정한 청탁의 대상에 대한 인식은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한다는 근거를 들어,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없고,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배치된다.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여 정부의 중요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등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하고, 대형건설 사업과 국토개발에 관한 정책, 통화, 금융, 조세에 관한 정책, 기업활동에 관한 정책 등 각종 재정·경제 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최종 결정하며, 소관 행정 각 부의 장들에게 위임된 사업자 선정, 신규사업의 인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것처럼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 부정한 청탁의 내용도 전 대통령의 직무와 피고인 1 등의 공소외 1 법인에 대한 자금 지원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위에서 본 대통령의 포괄적인 권한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 법인 지원금은 대통령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원심은 위에서 본 법리를 적용하여, 전 대통령의 직무와 청탁의 내용, 전 대통령과 피고인 1의 관계, 이익의 다과, 수수 경위와 시기, 이익의 수수로 인하여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등을 심리하여 전 대통령의 직무와 공소외 1 법인 지원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는지 여부와 그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이 부분 뇌물공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청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사. 공소외 1 법인 관련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원심은, 공소외 1 법인 지원행위와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뇌물공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가 그 돈을 횡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위 바.에서 본 것처럼 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외 1 법인 관련 뇌물공여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므로 위 뇌물공여가 성립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원심판결도 유지될 수 없다.

이 부분 업무상횡령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아. 이 사건 각 재단 관련 뇌물공여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의 재단지원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각 재단은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제3자이고, 위 피고인들이 전 대통령과 공소외 3이 설립하려고 하는 재단의 출연금을 대납해 준 것으로 볼 수도 없고 공소외 3과 전 대통령이 이 사건 각 재단 출연금을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결이유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부분 뇌물공여죄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수수죄와 제3자뇌물수수죄의 성립 요건, 재단법인의 설립과 출연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자. 이 사건 각 재단 관련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원심은, 이 사건 각 재단에 출연금을 송금한 것을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의 뇌물공여라 볼 수 없고, 정부가 주도하며 ▽▽▽이 주관하며 주요 그룹들이 모두 출연한다는 설명을 듣고 출연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업무상횡령죄의 성립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차. 피고인 1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원심은 이 사건 청문회에서 피고인 1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2015. 7. 25. 이 사건 각 재단 설립자금의 기부를 요구받았는지에 관하여 기억이 없다고 답변한 것은 피고인 1이 기억에 반하여 허위의 진술을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의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외 2 승마 지원 말들 관련 뇌물공여, 말들 또는 그 구입대금 관련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공소외 1 법인 관련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소외 2 승마 지원 관련 나머지 뇌물공여와 뇌물공여약속,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 피고인 1에 대한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부분은 위 파기 부분과 포괄일죄 관계에 있거나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결국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 전부와 무죄 부분 중 각 범죄수익 등의 처분에 관한 사실 가장에 의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공소외 1 법인 관련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의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 전부와 무죄 부분 중 범죄수익 등의 처분에 관한 사실 가장에 의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공소외 1 법인 관련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특별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에 관한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과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말 또는 그 구입대금이 뇌물인지와 공소외 1 법인 관련 제3자뇌물수수에 관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5.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의 논거 중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에 관한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1)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한 다음, (2)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에 뇌물이 실제로 공동정범인 공무원 또는 비공무원 중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는 이미 성립한 뇌물수수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사전에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모의하였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 뇌물의 처리에 관한 것에 불과하므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리 중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성립에 관한 일반론에 대한 부분인 위 (1)항 부분에 대하여는 동의하지만,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전적으로 귀속시키기로 모의하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인데도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까지도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하는 위 (2)항 부분에 대하여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형법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와 별도로 제130조 에서 제3자뇌물수수죄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공무원이 아닌 비공무원인 제3자가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는 뇌물의 귀속주체와 성질이 어떠한지에 따라 그 뇌물수수죄 또는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지를 달리 평가하여야 한다 .

이 사건은 아래 6. 가. 반대의견에서 자세히 밝히고 있는 이유와 같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 1에게 공소외 3에 대하여 ‘공소외 2 승마 지원’이라는 뇌물을 제공하도록 요구하였을 뿐이고 자신에게는 어떠한 뇌물도 요구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뇌물을 수수한 것은 공소외 3이고, 뇌물의 성질상 전 대통령이 수수할 수 없고 공소외 3만 수수할 수 있으므로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없고, 전 대통령과 공소외 3의 인식이나 의사도 제3자뇌물수수죄의 고의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피고인들에게는 형법 제133조 제1항 , 제130조 뇌물공여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전 대통령에게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만 성립할 수 있고, 피고인들을 형법 제133조 제1항 , 제130조 뇌물공여죄로만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전 대통령과 공소외 3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것을 전제로 피고인들에게 형법 제133조 제1항 , 제129조 제1항 의 일부 뇌물공여죄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공소외 2 승마 지원 관련 뇌물공여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에 관한 부분 외에는 다수의견의 견해에 동의하여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하므로,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에 관하여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6.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 범위에 관하여

1)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으면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미리 모의하거나 뇌물의 성질에 비추어 비공무원이 전적으로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 공무원이 증뢰자로 하여금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였다면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 될 뿐이며,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 이러한 점에서 다수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2) 형법은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와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고 있고, 각 범죄의 구성요건도 달리 정하고 있다.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를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와 비교하여 보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고 증뢰자로 하여금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도록 하고 그 제3자로 하여금 뇌물을 받도록 한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에 한하여 뇌물수수죄와 같은 형으로 처벌하며, 만일 부정한 청탁을 받은 일이 없다면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234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고 증뢰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경우에는 그 다른 사람이 공무원의 사자(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 등과 같이 사회통념상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6도3540 판결 등 참조).

공동정범에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 ,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274 판결 등 참조). 뇌물수수죄와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는 형법의 태도를 고려하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에서 공동가공 의사의 내용인 ‘특정한 범죄행위’는 ‘공무원이 전적으로 또는 비공무원과 함께 뇌물을 수수하기로 하는 범죄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공동가공 의사와 실행행위의 내용이나 뇌물의 성질에 비추어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이 공모되거나 예정되어 있고 실제로 비공무원이 뇌물을 모두 수수한 경우에는 공무원이 뇌물을 전혀 수수한 적이 없으므로, ‘공무원이 증뢰자로 하여금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범죄행위’, 즉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할 수 있을 뿐이고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은 성립할 수 없다.

3)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하면 전 대통령이 피고인 1에게 요구한 것은 공소외 3의 딸 공소외 2가 독일에서 지내는 동안 필요로 하는 승마에 대한 지원이고, 이 사건 기록상 전 대통령과 공소외 3이 사전에 모의한 내용과 공동하여 실행한 내용 및 피고인들이 공여한 내용도 모두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뿐이다. ‘독일에 있는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이라는 뇌물은 그 성질상 전 대통령이 필요로 하거나 사용 또는 향유할 수 있는 이익이 전혀 아니다. 전 대통령은 피고인 1에게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2에 대한 ‘공소외 2 승마 지원’이라는 뇌물을 제공하도록 요구하였을 뿐이고 자신에 대한 어떠한 뇌물도 요구하지 않았다. 실제로 뇌물을 수수한 것은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2이고 전 대통령이 이익을 취했다고 드러난 것이 없다. 전 대통령과 공소외 3 사이에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2가 뇌물을 수수한 것을 사회통념상 공무원인 전 대통령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독일에 있는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이라는 뇌물의 성질상 전 대통령과 공소외 3의 인식이나 의사는 전 대통령이 뇌물을 수수하는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가 아니라 전 대통령이 제3자인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2로 하여금 뇌물을 수수하게 하는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의 고의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공무원인 전 대통령과 비공무원인 공소외 3 사이에 뇌물을 모두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2가 수수하기로 공모하고 또 뇌물의 성질상 전 대통령이 수수할 수 없고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2만 수수할 수 있는 이 사건에서는 전 대통령에게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만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고, 공소외 3에게 제3자뇌물수수죄의 교사범이나 방조범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는 ‘부정한 청탁’이 없다면 처벌할 수 없으므로,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사이에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면 전 대통령을 제3자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 없다.

4) 만일 전 대통령이 피고인 1에게 국내에서 사용될 금품 등과 같이 전 대통령과 공소외 3 중 누가 사용하거나 소비하는지 알 수 없는 성질의 뇌물을 공소외 3에게 공여하도록 하였다면, 피고인 1 등은 전 대통령이 뇌물을 수수할 수 있다는 사정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하면서도 공소외 3에게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에게 형법 제133조 제1항 , 제129조 제1항 의 뇌물공여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전 대통령은 피고인 1에게 ‘독일에 있는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이라는 전 대통령이 전혀 수수할 수 없는 뇌물을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2에 대하여 공여하도록 하였고, 피고인들은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2에게 그 뇌물을 공여하였다. 따라서 피고인들은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하는 것이 아니라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제3자인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2에게 뇌물을 공여한다는 인식과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피고인들에게는 오직 형법 제133조 제1항 , 제130조 의 뇌물공여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형법 제133조 제1항 , 제129조 제1항 의 뇌물공여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이 경우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면 피고인들이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2에게 ‘공소외 2 승마 지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을 형법 제133조 제1항 , 제130조 의 뇌물공여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5) 범죄 또는 공동정범의 성립과 처벌은 해당 피고인의 고의와 공모의 내용 및 실행행위의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원심은 전 대통령과 공소외 3 사이에 있었던 공동가공의 의사와 실행행위의 내용 및 이에 대한 피고인들의 고의를 도외시한 채 공소외 2 승마 지원 중 용역대금과 말들 및 차량들의 사용이익 부분에 대하여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피고인들에게 형법 제133조 제1항 , 제129조 제1항 의 뇌물공여죄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 범위 및 제3자뇌물수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말들 또는 그 구입대금이 뇌물인지 여부에 관하여

1)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소외 3에게 말들이나 그 구입대금을 뇌물로 공여하였다고 볼 수 없고, 말들의 무상 사용이익 상당을 뇌물로 공여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다수의견은 공소외 3과 피고인 2 사이에 2015. 11. 15.경 살시도 및 향후 구입할 말들에 관하여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이 공소외 3에게 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이 공소외 3에게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뇌물로 공여하였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다수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이 사건 기록을 종합하면, 공소외 3과 피고인 2 사이에 2015. 11. 15. 살시도 및 그 이후 구입하는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공소외 3에게 넘겨주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공소외 3과 피고인 2 사이에 2015. 11. 15.경 살시도에 대한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공소외 3에게 이전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공소외 3은 당초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정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는 살시도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생각과 달리 피고인 5로부터 마필 위탁관리계약서를 작성해 달라는 요구를 받자 격분하면서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과 관련하여 말의 구입, 말의 소유권 귀속 등 제반 사항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피고인 2에게 독일로 들어와서 면담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당황한 피고인 2는 공소외 3이 화를 낸 이유가 살시도의 소유권 때문이라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2015. 11. 15. 공소외 11에게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겠다는 것’, ‘결정하시는 대로 지원해 드리겠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공소외 3이 피고인 2에게 살시도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을 요구하였고, 피고인 2가 공소외 3의 요구를 이해하고 승낙하였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즉, 공소외 3이 공소외 11을 통해 피고인 2에게 화를 내며 면담을 요구하였다는 것을 피고인 5가 공소외 3에게 살시도의 소유권을 명시적으로 확인하려고 한 행동에 화를 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공소외 3이 피고인 2 등에게 살시도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을 요구한 것이었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설령 이를 공소외 3의 살시도의 소유권 또는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 요구라고 보더라도, 피고인 2는 살시도의 소유권 때문에 화를 내고 자신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공소외 3에게 직접 대면하는 것을 완곡하게 거절하면서 공소외 3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알려주면 그것을 지원해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며, 피고인 2가 공소외 3의 살시도의 소유권 또는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공소외 11은 이틀 뒤인 2015. 11. 17. 피고인 5에게 공소외 3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 적은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다. 여기에는 공소외 3이 살시도의 소유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패스포트의 마주란에 공소외 4 회사를 기재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만이 기재되어 있다. 이에 관하여 공소외 11이 제1심 법정에서 “○○ 측에 문건을 보내면서 ‘말을 사주기로 했는데 왜 그러느냐’는 표현을 쓸 수 없으니 마치 ‘(말 소유자 등록 문제가) 여론화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식으로 핑계를 댄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지만, 이는 공소외 11이 추측으로 한 진술에 불과하다. 위 이메일을 통한 요구사항에는 150만 유로에 달하는 그랑프리급 말을 포함하여 말들을 추가로 구매해 달라거나 추가적인 선수 선발이나 용역대금을 미리 지급해 달라는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공소외 3이 피고인 2에게 살시도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요구하는 것을 감추거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실제로는 살시도의 소유권 또는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을 요구하는 것이면서도 표현만 위와 같이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막연한 사정들만으로는 공소외 3과 피고인 2 사이에 2015. 11. 15.경 살시도에 대한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공소외 3에게 이전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나) 공소외 3과 피고인 2 사이에 2015. 11. 15.경 이후에도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공소외 3에게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인 2 등은 2015. 10. 14. 공소외 4 회사의 자금으로 차량 3대(Tiguan, T5 Multivan, T6 Multivan)를 매수해 공소외 3의 공소외 5 회사에 인도하여 사용하도록 하였다. 그 후 공소외 4 회사는 2016. 2. 초순경 공소외 5 회사에 위 차량 중 T5 Multivan, T6 Multivan을 매매가격 148,526.02유로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Tiguan은 눈길 사고로 수리비가 잔존가치를 초과하여 보험사로부터 수리비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차량 보험담보액으로 환수하였다). 그런데 차량 매매가격은 장부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결정되었고, 일반적인 차량의 중고가격보다 낮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다. 또한 그 무렵 공소외 4 회사는 합계 200만 유로라는 큰 돈으로 비타나, 라우싱을 매수하여 공소외 3이 인도받게 하였으므로, 당시에 공소외 4 회사가 공소외 5 회사에 차량을 허위로 매도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만일 공소외 3과 피고인 2 사이에 2015. 11. 15.경 이후 공소외 3에게 살시도와 향후 구입할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면, 이미 구입하여 공소외 3이 사용하고 있던 차량 2대를 굳이 공소외 3의 공소외 5 회사가 공소외 4 회사로부터 매수하고 공소외 4 회사에 약 14만 유로라는 적지 않은 돈을 실제로 지급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의사의 합치를 전제로 한다면, 공소외 3과 피고인 2 사이에는 고가인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공소외 3에게 이전하기로 합의하여 말들 자체를 뇌물로 수수·공여하기로 하였으면서도 그보다 훨씬 소액인 차량들은 뇌물로 수수·공여하기로 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어색하여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공소외 4 회사의 내부 기안문에 기재된 것처럼 차량관리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면, 공소외 3과 피고인 2 사이에는 차량보다 훨씬 고가의 말들에 대한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 합의가 있었으므로, 이미 공소외 5 회사 명의로 등록된 차량들도 공소외 3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으로 차량관리에 대한 리스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피고인 2, 피고인 5가 실제로 공소외 5 회사로부터 차량들의 매매대금을 지급받고 매도한 것은 살시도와 그 이후 구입할 말들에 대한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의 이전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설명하기 어렵다.

2016. 9. 23. 경향신문에서 ○○의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이 보도되자, 피고인 1 등은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2016. 9. 28. 독일 □□□□ 호텔에서 공소외 3, 피고인 2, 피고인 5가 회의를 하였고, 그 다음 날인 2016. 9. 29. 피고인 2가 피고인 5를 통하여 비타나를 같은 그랑프리급 말과 교환하면 다시 언론의 추적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그 직후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공소외 3, 피고인 5, △△△△△△를 운영하는 공소외 13이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다음 날인 2016. 9. 30. 공소외 3의 공소외 5 회사와 공소외 13의 △△△△△△ 사이에 살시도, 비타나에 67만 유로를 더해 블라디미르, 스타샤와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2, 피고인 5는 위 교환계약에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피고인 2, 피고인 5는 2016. 10. 19. 독일 ◇◇◇ 호텔에서 공소외 3과 공소외 5 회사의 직원으로서 공소외 2의 승마 코치인 공소외 14를 만나 회의를 하였다. 공소외 3과 피고인 2 등은 이 회의에서 위 교환계약으로 취득한 블라디미르는 매각하고, 스타샤는 라우싱과 함께 2018년 말까지 공소외 13 명의로 두었다가 그 이후 공소외 3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협의하였다. 그런데 만약 2015. 11. 15.경 또는 그 이후 공소외 3과 피고인 2가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공소외 3에게 이전하기로 합의하였다면, 언론보도로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비밀스러운 내부 회의에서 공소외 3과 피고인 2 등이 2018년 이후에야 이미 뇌물로 공여된 말과 교환한 스타샤와 라우싱의 소유권의 이전을 추진하기로 협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 공소외 3이 전 대통령의 권력을 배경으로 공소외 4 회사와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공소외 4 회사로 하여금 고가의 말을 구매하도록 하여 인도받고, 피고인 2 등은 공소외 3의 요구에 따르는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2015. 11. 15.경 또는 그 이후 공소외 3과 피고인 2 사이에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공소외 3에게 이전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 밖에 원심이 들고 있는 살시도 구입 당시와 비타나, 라우싱 구입 당시의 차이점 등을 종합해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반면에 언제든지 말들의 소유권을 원하면 취득할 수 있었던 공소외 3은 2015. 11. 15.경 피고인 2 등에게 굳이 말들의 소유권을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공소외 3은 말의 패스포트에 공소외 4 회사를 마주로 기재하지 않는 선에서 요구를 하였고, 피고인 2 등도 공소외 3이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않은 말들의 소유권 또는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공소외 3에게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가, 2016. 9. 23.경 언론에서 ○○의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을 보도하자 공소외 2에 대한 승마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공소외 2가 계속하여 말을 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비로소 공소외 3과 피고인 2 등이 2018년 이후에 공소외 3에게 말들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협의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 공소외 3이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따라서 공소외 3과 피고인 2 등 사이에 살시도와 그 이후 구입하는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공소외 3에게 주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결국 피고인들이 공소외 3에게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뇌물로 공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2 승마 지원 관련 뇌물공여 부분 중 말들에 관한 뇌물의 내용을 말들이나 그 구입대금이 아닌 액수 미상의 사용이익으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결과적으로 뇌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공소외 1 법인 관련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1) 승계작업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1996년경 삼성공소외 15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5 회사’라 한다)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1999년경 공소외 16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6 회사’라 한다)가 발행한 신주인수권을 인수함으로써 아버지 공소외 8 회장과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구조조정본부 임직원 등 ○○그룹 경영진의 도움을 받아 공소외 15 회사 및 공소외 16 회사의 지분을 확보한 것을 비롯하여 피고인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그룹 비상장사 상장, 계열사 간의 합병 등을 이용하여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하여 ○○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공소외 4 회사와 공소외 12 회사에 대하여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인 ‘승계작업’을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왔다.

그러던 중, 2014. 5.경 공소외 8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피고인 1의 승계작업을 보다 서둘러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고, 순환출자를 활용한 당시 ○○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제약을 강화하는 방향의 입법이 수년 내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 1은 다른 주요 정치세력들과 비교하여 친대기업 성향으로 평가되는 박근혜 정부 임기 이후에는 승계작업을 성공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하고, 구체적으로 “비핵심 계열사 매각 및 피고인 1이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 상장을 통한 상속세 재원 등 마련 → 합병비율을 피고인 1에게 유리하게 조정하여 공소외 17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7 회사’라 한다)·공소외 18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8 회사’라 한다) 사이의 합병 → 공소외 18 회사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 시 공소외 18 회사 의결권 손실 최소화 → 공소외 12 회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 (중간금융지주회사법 통과 후)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의 순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승계작업을 최대한 진행하기로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위 승계작업을 구성하는 개별 현안들로는 공소외 16 회사 및 공소외 17 회사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공소외 18 회사와 공소외 17 회사 간 합병, ◎◎◎ 등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추진, 공소외 18 회사와 공소외 17 회사 간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공소외 18 회사 주식 처분 최소화, 공소외 12 회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 금융위원회 승인 추진 등이 있었다.

2) 원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공여죄에 있어서 ‘청탁’이란 공무원에 대하여 일정한 직무집행을 하거나 하지 않을 것을 의뢰하는 행위를 말하고, ‘부정한’ 청탁이란 의뢰한 직무집행 자체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경우는 물론, 의뢰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하거나 부당하지 아니하지만 당해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그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8568 판결 참조). 그런데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공여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것은 물론,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것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지만,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나 양해 없이 막연히 선처하여 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하거나 직무집행과는 무관한 다른 동기에 의하여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한 경우에는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원이 먼저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6950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부정한 청탁의 대상

특별검사는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 피고인 1의 현안으로서, (가) “피고인 1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하여 ○○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공소외 4 회사와 공소외 12 회사에 대하여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승계작업’이라고 주장한다. 특별검사는, 위 포괄적 현안인 승계작업은 개별적 현안인 ①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② 공소외 16 회사 및 공소외 17 회사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③ 공소외 19 주식회사와 공소외 20 주식회사 사이의 합병, ④ 공소외 21 주식회사 등 4개 비핵심 계열사 매각, ⑤ 공소외 18 회사와 공소외 17 회사 간 합병, ⑥ ◎◎◎ 등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⑦ 이 사건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공소외 18 회사 주식 처분 최소화, ⑧ 공소외 12 회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대한 금융위원회 승인 등으로 구성되는데, 피고인들이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비핵심 계열사 매각 및 피고인 1이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 상장을 통한 상속세 재원 등 마련 → 합병비율을 피고인 1에게 유리하게 조정하여 공소외 17 회사·공소외 18 회사 합병 → 공소외 18 회사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 시 공소외 18 회사 의결권 손실 최소화 → 공소외 12 회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 (중간금융지주회사법 통과 후)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의 순서로 승계작업을 최대한 진행하기로 계획하여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특별검사는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 피고인 1의 현안으로서, (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경영능력 입증을 통한 후계자로서의 위상 강화”를 위한 개별 현안인 ⑨ 공소외 22 회사 상장, 투자 유치 및 환경규제 관련 지원을, 기타 개별 현안인 ⑩ 메르스 사태 및 ◁◁◁◁병원에 대한 제재 수위 경감 추진(2015. 7. 25. 단독 면담 당시의 개별 현안)을 주장한다.

나아가 특별검사는 위 개별 현안들은 모두 청탁의 대상에 포함되며, ‘피고인 1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는 피고인들이 위 부정한 청탁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내지 목적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다) 개별 현안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 1이 전 대통령에게 개별 현안에 관하여 명시적인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고,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사이의 단독 면담 또는 각 지원행위에 이르는 과정에서 해당 개별 현안 해결에 관련된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승마, 공소외 1 법인 및 이 사건 각 재단에 대한 지원이 대가관계가 있다는 점에 대한 공통의 인식 내지 양해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어 묵시적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라)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에 대하여

(1) 제1심은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그것이 오로지 피고인 1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 1의 공소외 4 회사 또는 공소외 12 회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이루어졌음이 인정되고, 그와 같은 목적 아래 추진된 일련의 개별 현안들의 전개는 충분히 특별검사가 전제로 하고 있는 ‘승계작업’의 성격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승계작업’은 피고인 1의 공소외 4 회사 또는 공소외 12 회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라는 ‘목적’ 아래 이루어지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특별검사가 제시한 개별 현안들 사이의 진행 ‘순서’에까지 그 개념의 범위가 미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원심은 제1심과 달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의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특별검사가 승계작업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는 개별 현안들의 진행 자체가 공소사실과 같은 ‘승계작업’을 위하여 이루어졌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 또한 특별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 1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를 위하여 위와 같은 순서로 개별 현안들이 추진되었다는 점 역시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나) 다만 이 사건 개별 현안들 중 공소외 16 회사 및 공소외 17 회사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이 사건 합병 및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이 사건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공소외 18 회사 주식 처분 최소화 및 공소외 12 회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경우 피고인 1의 공소외 4 회사 또는 공소외 12 회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접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듯 직·간접적으로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사정은 개별 현안들의 진행과정에 따른 결과를 놓고 평가할 때 그러한 효과가 확인된다는 것이고 그렇게 확인된 결과는 개별 현안들의 진행에 따른 여러 효과(예컨대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의 합리화 등)들 중의 하나일 뿐이어서 결과적으로 확인되어진 그와 같은 사정만 가지고는 특별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피고인 1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성을 갖는, 위 개별 현안들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의미의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바로 인정할 수 없다.

(다) 더욱이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피고인 1과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데 이러한 의미의 승계작업은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그 존재 여부가 관련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이 없이 인정되어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이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공통의 인식과 양해의 대상으로서의 승계작업이 명확하지 않거나 개괄적이게 되면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의 존부 판단에 영향을 주어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게 되므로 제3자뇌물수수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에 반하게 됨은 명백하다.

(라) 나아가 미래전략실이 각 계열사를 통할하면서 그 운영을 지원·조정하는 조직인 동시에 대주주(또는 총수)의 경영지배권 행사를 지원하는 조직으로서,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들이 피고인 1을 공소외 8의 후계자로 인정하면서 개별 현안들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정이나 위 개별 현안들이 추진될 무렵 금융·시장감독기구의 전문가들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피고인 1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확보와 관련이 있다고 평가·분석하고 있었다는 사정들을 더하여 본다고 하여도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3) 다수의견의 요지

‘부정한 청탁’이란 청탁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도 없다.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하면 충분하고, 이미 발생한 현안뿐만 아니라 장래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안도 위와 같은 정도로 특정되면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는 경우에는 묵시적 의사표시로 가능하다(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7503 판결 ,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659 판결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346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것처럼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 이러한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고의의 대상이 되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이므로 그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하고, 부정한 청탁의 대상에 대한 인식은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한다는 근거를 들어,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없고,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배치된다.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여 정부의 중요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등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하고, 대형건설 사업과 국토개발에 관한 정책, 통화, 금융, 조세에 관한 정책, 기업활동에 관한 정책 등 각종 재정·경제 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최종 결정하며, 소관 행정 각 부의 장들에게 위임된 사업자 선정, 신규사업의 인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것처럼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 부정한 청탁의 내용도 전 대통령의 직무와 피고인 1 등의 공소외 1 법인에 대한 자금 지원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위에서 본 대통령의 포괄적인 권한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 법인 후원금은 전 대통령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원심은 위에서 본 법리를 적용하여, 전 대통령의 직무와 청탁의 내용, 전 대통령과 피고인 1의 관계, 이익의 다과, 수수 경위와 시기, 이익의 수수로 인하여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등을 심리하여 전 대통령의 직무와 공소외 1 법인 후원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는지 여부와 그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이 부분 뇌물공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청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반대의견

그러나 이와 같은 다수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가) 원심의 판단에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정한 부정한 청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1) 다수의견은,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고의의 대상이 되는 객관적 구성요건이므로 그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한데도, 원심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하고, 부정한 청탁의 대상에 대한 인식은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한다는 근거를 들어,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없고,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는바, 이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배치된다고 한다.

(2) 사실심 법원은 검사가 주장한 공소사실이 검사가 사실심 법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제출한 증거에 따라 증명되었는지 판단하면 된다. 앞에서 본 것처럼 원심은 부정한 청탁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판결의 법리를 인용하면서, 그 법리에 따르더라도 ‘특별검사가 승계작업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는 개별 현안들’의 진행 자체가 공소사실과 같은 ‘승계작업’을 위하여 이루어졌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고, ‘특별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피고인 1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성을 갖는, 위 개별 현안들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의미의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특별검사가 공소사실에서 특정한 승계작업’의 존재를 특별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종합해 보더라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을 뿐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부정한 청탁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배치되거나 법리를 오해한 부분을 찾기 어렵다.

(3) 원심이 ‘더욱이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그 존재 여부가 관련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이 없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거나, ‘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이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공통의 인식과 양해의 대상으로서의 승계작업이 명확하지 않거나 개괄적이게 되면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의 존부 판단에 영향을 주어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게 되므로 제3자뇌물수수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에 반하게 된다.’고 한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원심은 이미 본 대로 특별검사가 공소사실에서 특정한 내용의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후,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에 관하여 위와 같은 내용을 부가적으로 판시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대법원 판례에 의하더라도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 사건에서와 같이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해야 하고(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6950 판결 ,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1도14482 판결 등 참조),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65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구체적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공소사실에서 그 내용이 명확하여야 하고 관련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이 없이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심이 이 부분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에 배치되는 법리를 적용하여 판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수의견은 원심판결 이유 중 부가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을 오해하여 원심의 판단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

(4) 설령 원심이 ‘부정한 청탁의 대상에 대한 인식은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데에 미필적인 고의를 배제하는 법리오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다.

(가) 앞에서 보듯이 원심판결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없고,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면,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의 포괄적 현안인 승계작업이 존재한다는 제1심의 판단은 부당하다.’(41, 43쪽), ‘특별검사가 주장하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설령 이러한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1이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하였음은 인정되지 아니한다.’(45, 46, 48쪽),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특별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의 추진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전 대통령이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사이에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을 매개로 이 사건 승마 지원 및 공소외 1 법인지원을 한다는 묵시적인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48쪽)는 것이다.

(다) 위와 같이 원심이 특별검사가 주장하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이 부분 사실인정이 정당한 이상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위와 같은 미필적 고의에 관한 판단의 당부는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1) 다수의견은,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으며, 부정한 청탁의 내용도 전 대통령의 직무와 피고인 1 등의 공소외 1 법인에 대한 자금 지원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한바,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전원합의체 판결 에서 판시한 대통령의 포괄적인 권한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 법인 후원금은 전 대통령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원심이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한다.

(2)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 원심도 이 점에 관하여 달리 보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시된 구체적인 개별 현안뿐만 아니라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에 관하여도 구체성을 문제 삼지 않고 증거를 따져본 후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다수의견은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가 없으므로 전 대통령의 포괄적인 직무권한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는데도, 원심이 이에 관하여 판단하지 않아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판단을 누락하였다는 취지이다.

(가) 다수의견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전원합의체 판결 의 법리는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에 적용할 수 있을 뿐이고,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에는 적용할 수 없다. 앞에서 보았듯이 형법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와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고, 각 범죄의 구성요건도 달리 정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제3자뇌물수수죄는 ‘부정한 청탁’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대통령에 대한 제3자뇌물수수 사건에서 위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게 되면, 대통령의 직무는 매우 포괄적이어서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이유로 손쉽게 대통령과 공여자 사이의 대가관계에 관한 공통의 인식과 양해라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제3자뇌물수수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형해화되고 만다. 즉 다수의견에 의하면, 대통령의 직무는 포괄적이므로 부정한 청탁의 내용인 대통령의 직무가 특정될 필요도 없게 되고, 대부분의 경우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게 되어 쉽사리 제3자뇌물수수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공소사실에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아예 특정될 필요가 없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 이 사건에서 특별검사도 공소사실에서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 승계작업의 의미와 내용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을 하고 있는데, 다수의견에 의하면 이에 구애받지 않고 공소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여 피고인들에게 제3자뇌물수수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 다수의견은 대통령에 대한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 사건에서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에 관한 판결을 엉뚱하게 끌어와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요구하는 부정한 청탁이라는 구성요건을 형해화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의 범위를 부당하게 확장시키고, 부정한 청탁의 내용을 알 수 없게 하여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를 방해하며, 특별검사가 공소사실에서 특정한 부정한 청탁의 내용과 무관하게 피고인들을 제3자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결론은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에 관하여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명백히 반할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 피고인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 불고불리의 원칙 등에도 위배되므로, 다수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이 사건에서 특별검사가 사실심 법원에 제출한 모든 증거를 살펴보아도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이 있었다거나 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 그리고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 승계작업의 존재 여부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에 불과하다. 이 사건은 피고인들에 대하여 10년 미만에 해당하는 징역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칙적으로 사실의 오인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또한 위에서 본 것처럼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이 있었음을 증명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여 원심의 사실인정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 따라서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 1이 전 대통령에게 승계작업과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이러한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1 법인 관련 뇌물공여 부분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제3자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

라. 결론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외 2 승마 지원 관련 뇌물공여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말들 또는 그 구입대금이 뇌물이 아니라는 전제로 판단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과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공소외 1 법인 관련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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